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79화 (179/191)

179화. < ep40. 마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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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우우우-

길게 불리는 나팔 소리. 웅장한 기운이 담긴듯한 나팔 소리가 마몬의 영토를 가득 메웠다.

부우우우우-

나팔소리는 한 번이 아니었다.

처음의 나팔 소리와 다른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러나 역시 나팔소리가 이어 울리고, 그 뒤로도 총 11개의 나팔이 불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장관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쿠구구구-

땅이 진동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었다. 시내산 근처에 머물러있던 사람들의 움직임 때문.

셀 수없이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자 땅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나팔 소리가 움직임의 신호였던 듯, 한 사람도 빠짐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움직임으로 치부하기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체계적이었다. 어딘가 목적지가 있는 듯 순서에 맞추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와…

-뭐지, 뭐 의식같은 거라도 하는 건가.

그 장관을 바라보던 중 강서가 툭 하고 한마디를 뱉었다.

“그럼 우리도 움직일까요?”

“네? 어디로요?”

갑작스러운 강서의 제안에 반문한 하린.

그리고 그런 하린에게 답하는 대신 강서는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러자 특유의 손가락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푸른빛이 하린과 강서의 몸을 감쌌다.

마법이었다.

하린과 강서의 몸을 감싼 마력은 순식간에 그들의 외양을 바꾸었고 하린과 강서의 모습은 어느새 시내산에 자리한 무리들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하얀 의복으로 전신을 감고 있는 외양.

하린이 들고 있던 카메라는 어느새 항아리로 둔갑하고 있었고, 신기하게도 그 기능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차례 마력의 빛무리가 지나가고, 강서가 입을 열었다.

“저쪽으로요.”

***

“일곱의 창조신이 나타나기 이전에, 그리고 그 이후로도. 세상에는 수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습니다. 물론 창조신과 다르게 영원(永遠)을 얻지는 못했지만요.”

"..."

그리고 그 많은 생명체 중에서도, 인간종은 굉장히 특별한 종이었습니다.”

강서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태초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다.

“창조신이 직접 만들어낸 종이었으면서도 자신의 특성을 담아 지은 조물이었으니까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던 태초(太初)에 관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기르가스족은 탐욕의 신 마몬. 그러니까, 본래에는 탐욕과 절제의 신 마몬이 지은 종족이었습니다.”

강서는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일컬어 ‘기르가스족’이라고 칭했다.

“기르가스족...외관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강서의 말을 듣던 하린이 중얼거렸다. 실제로 하린의 말처럼 강서가 기르가스 족이라고 칭한 그들에게는 별다른 차이점이 보이지 않 =았다.

외관의 차이가 없다는 것은 물론이었고, 멀리서 보았을 때 그 움직임이나, 속도같은 부수적인 부분에서도 현대의 인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강서는 하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는 의미.

“외관으로는요.”

강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더 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어? 멈췄다.

그렇게 강서와 하린이 무리에 가까이 도착하자 나팔소리와 함께 지속되던 진동이 멎었다. 사람들이 이동을 멈춘 것이었다.

나팔소리는 소집을 의미하는 신호였는지, 좀 전만 해도 넓게 퍼져있던 사람들이 줄을 맞추고 산 한 방향을 바라보며 다닥다닥 붙어 서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정돈된 밀집대형이었다.

어떤 체계적인 방식이 있는 것 같이 총 12개의 집단으로 분리되어 나란히 선 기르가스 족은,

일단 모이고 나자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시내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내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내산 앞에 있는 절벽 위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나무로 된 지팡이를 하나 들고 있었고 지긋한 나이를 증명하듯 흰머리가 반쯤 새어 있었다.

그의 우측에는 청년이 하나 있었는데 처음 나팔을 불어 신호를 알린 사람이었다.

“흠...”

흥미로운 광경에 하린이 상황을 주시했다. 그리고 강서는 한 집단의 맨뒤에 서서 하린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이게 사건의 시작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길래요...?”

하린이 되묻기가 무섭게 절벽 위에 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목.]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하린의 눈동자가 커졌다.

목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소리가 아예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모이고 나서도 지나치게 조용하다 싶기는 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들렸던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없이 주변이 조용해진 것이다.

마치 물에 잠긴 듯, 아니면 진공상태에 빠진 듯.

하린은 처음에 그것이 그의 목소리에 담긴 특별한 힘인 줄 알았다. 주변의 소리를 잡는 힘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모인 모든 사람들이 정말 미동조차 하지 않고 절벽 위 사람의 목소리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멈춘듯한 정적.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절벽 위 남자도 목청을 키우지 않고 편안히 말했다.

[계시를 받았소.]

나지막히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

[미리 말한 대로 나는 이 산을 올라 우리를 이끌어 주신 신을 뵙고 오리다.]

[내가 없는 동안은 내 형 에드안에 말에 순종하시오. 이상]

짧은 이야기가 끝나고 절벽 위 노인이 뒤를 돌자 나팔을 들고 있던 청년이 다시 나팔을 불었다.

부우우우-

그러자 집결했던 많은 인원들이 순식간에 다시 흩어졌다.

노인은 자신이 선언한대로 미리 채비해둔 짐을 어깨에 맨 체 나팔을 분 청년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이리로 올라오라. 내가 너희 기르가스를 위하여 열 개의 원칙을 주리니. 그것이 너희의 계명이 되리라.]

강서는 산을 올라가는 노인을 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과거 강서가 이 <시내산>에서 환생했었던 인물은, 지금 산을 올라가고 있는 기르가스족의 지도자 ‘미슐’이었다.

'..."

그 당시 강서가 받았던 수행 과제는 ‘기르가스족을 미혹시키는 악신을 찾아 해치우는 것.’

수 백 번을 찾아 헤매면서도 당시의 강서는 악신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는 그 존재를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항상 같은 사건을 겪은 끝에 기르가스족은 자신들을 인도한 신을 저버리고 악신을 따라가게 되었으니까.

부우우우-

나팔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나서도 강서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 강서를 의아하게 본 하린이 강서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아저씨. 이게 끝이에요? 아무래도 저기 산 위에 올라가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하린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미슐이 직접언급하기로도 산 위에서 신을 만난다고 했고, 직접 계명을 받는다 했으니까.

강서일행이 목표한 바는 명확히 신을 잡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주저할 것 없이 지도자 미슐을 따라 시내산을 올라가는 것이 이치에 맞아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린의 생각과 다르게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저곳을 오르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당분간 우리가 할 일은 없습니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돼요.”

강서의 말에 하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요? 그치만...”

“맛있는 거나 먹고, 마시고 하고 있으면 할 일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결해 줄겁니다.”

강서의 의미심장한 말은 하린의 물음을 조금도 해소해주지 못했지만, 하린의 입장에서는 강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쪽으로 가볼까요? 저는 전갈 구이가 제일 맛있었는데.”

***

“맙소사...”

하린이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스마트 워치에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날짜가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와 진짜 일주일 동안 처 먹기만 하네. 먹방계 1티어 쌉인정;;

-내가 보기에 마몬도 처먹는 게 계획인듯;;

-ㄹㅇㅋㅋ

-비장함도 처먹었자너;;

강서가 우스갯소리처럼 뱉은 말이 사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강서가 ‘맛있는 거나 먹고, 마시고 하고 있으면 할 일은 여기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겁니다.’라고 말한지 정확히 1주일이 된 시점.

그 날짜까지 하린이 한 일은 먹는 일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하린도 ‘이럴 때가 아닌데...’라고 불안해하며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강서는 정말 말그대로 먹는 행위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 내내 불안해하던 자신과 상반되게 정말 편하게 쉬고 있는 강서를 보며 순간 덧없음을 느낀 하린은 긴장을 놓아버렸고,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일주일이 지나있었다.

-설마 외관말고 다른 것이 요리실력일 줄이야.

-정확히 말하면 오감이 현대인 보다 월등히 뛰어난 건데

ㄴ보여준 게 요리밖에 없잖;;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 처먹기 컨텐츠만 하냐.

강서가 말한 현대인과 기르가스족의 차이점은 감각이었다. 기르가스족의 인물들은 오감 중의 하나를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도록 타고 태어났다.

그 뛰어남 중 경험한 것이 미각일 뿐이었고.

"..."

하린이 그렇게 믿을수 없는 지난 일주일을 후회하고 있을 때.

강서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음식 하나를 들고 하린이 있는 움막 아래로 다가왔다.

-우욱;;

-저게 또 들어갈까.

“아저씨...”

긴장감은 내다 버리고 정말 먹기만 한 지난 날에 자괴감을 느끼며 하린이 스마트워치를 내밀었다.

강서보고 날짜를 좀 보라는 의미의 행동이었다. 정말 이러고 있어도 되냐는 의미.

그런데 하린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반응이 나왔다.

“아, 됐네요.”

“...네? 되긴 뭐가 돼요...”

“시간이요. 곧 시끄러워지겠네요.”

“네???”

의미를 알 수 없는 강서의 말에 하린이 계속 되물었지만, 강서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며 움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어리둥절해 하며 그 뒤를 쫓아 하린이 나갔을 때, 강서의 말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금송아지라니. 자네 지금 우상을 숭배하겠다는...”

“아니 그러니까. 일주일이면 죽고도 남을 시간이라니까? 우리 여기서 굶어 죽으면 당신이 책임 질 거야?”

나간 곳에서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한쪽은 지난 일주일간 얼굴이 익어 하린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기르가스족의 지도자인 미슐이 자신의 대행을 맡긴 인물.

미슐의 형 ‘에드안’이었다.

“말로 해선 안 되겠군. 죽기 싫으면, 내 말대로 당장 금송아지를 만들어. 이미 우리 기르가스족 대부분이 동의한 일이니까."

에드안과 대치하고 있는 인물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쪽에는 무수한 양의 금 장신구와 장식품들이 쌓인 수레가 있었다.

"우리의 신을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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