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 ep40. 마몬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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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영웅
글쓴이: 에어파사고십따
잼즈리엘: 좌ㅋㅋㅋㅋㅋㅋ
-???: 어떻게 하면 되나. hero
-판브리엘좌zzzzzz
ㄴ영웅(의 몸)이 되어버렸자너;;
-잼즈리엘 ㄹㅇㅋㅋㅋㅋㅋㅋ별명 잘지었자너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모두 가브리엘이 들고 온 카메라를 통해 방송되었다.
가브리엘이 강서를 보고 놀라며 떨어뜨렸기 때문에 전혀 다른 방향의 영상을 찍고 있었지만, 소리만큼은 고스란히 녹음 되어 송출되었던 것.
강서가 등장했다는 말에 환호하며 반기던 사람들은 이내 강서의 몸이 만질 수 없는 상태. 즉 봉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되고 절망하기도 하였다.
강서를 만난 반가움 만큼 강서가 지금의 상황을 타파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강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도로묵.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역시 강서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콰앙(뒤통수를 틀어쥐며)
-???: 영웅(의 몸)이 되어주세요.
ㄴㅋㅋㅋㅋㅋㅋㅋㅋ
ㄴ신체대여 수준;; 바로 태세변환 해버렸죠?
ㄴㄹㅇㅋㅋ
화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린의 반응, 그리고 이후에 카메라에 잡히는 화면을 통해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라진 판다의 모습과 어딘가 익숙한 말투를 구사하는 가브리엘의 모습.
강서가 가브리엘의 몸에 들어간 것을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ㅋㅋㅋㅋ잼브리엘 좌 입장에서는 갑자기 뒤통수 맞은 거 아니냐
-팩트) 실제로 뒤통수를 처맞았다.
-ㄹㅇㅋㅋ
-뭐 판다좌 성격에 가브리엘 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사람들의 생각처럼 강서가 한 것은 가브리엘에게 피해가 가는 방식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가브리엘의 몸을 빌린 것뿐.
강서가 돌려주려 한다면 가브리엘의 내면에 자리한 영혼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강서가 돌려주려 한다면 이었지만, 강서는 가브리엘의 몸 안에 언제까지고 있을 생각이 없었으니까.
가브리엘도 동의한(?) 부분이었고 말이다.
"..."
"어때요 가면을 쓰니까 좀 낫죠?”
기어코 하린의 아공간에 들어있던 판다가면을 빌린 강서는 익숙하게 얼굴에 걸쳐 보이며 하린에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사라질 위화감이 아니었다.
말하는 투만으로도 하린은 가브리엘의 몸안에 정말로 강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는 것과 이해가 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으니 말이다.
"...퍽이나요. 몸을 뺏는다는 말이 진짜로 몸을 뺏는 말일 줄은...”
하린의 퉁명스러운 반응이 어깨를 으쓱여 보인 강서는 고개를 돌려 한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강서의 시선 끝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었다. 산이라기보다는 바위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바위로 가득한 그 산을 바라보며.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리로 시선을 고정한 채 강서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 하프라인 안에서의 전투가...저에게는 아마...”
***
강서의 시선이 미리 말해주었듯이 강서와 하린이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작은 산이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고, 어느 지역에나 존재할 법한 작은 산이었는데,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좀처럼 녹색 빛을 찾아보기 어려운 바위산이었다는 점이었다.
“바위산이네요.”
“네, 이름은 시내산이라고 합니다.”
하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보는 강서.
“어, 카메라가 조금 기울어진 것 같은데요. 오른쪽으로 5도만...”
“됐거든요. 아저씨.”
강서가 가브리엘의 몸에 들어와 있는 관계로 카메라를 드는 것은 하린의 몫이 되었다. 강서가 앞장을 서고 뒤에서 하린이 따라붙으며 강서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모양새.
하린은 카메라를 들고있는 것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하프라인 안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래도 강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턱-
그렇게 걷던 와중 갑자기 강서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자연스레 하린의 발도 멈추었다.
갑작스런 강서의 멈춤에 하린이 무슨일이 있나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앞을 보았지만, 무엇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여기부터, 조금 바뀔 겁니다.”
“바뀐다고요? 뭐가요?”
“일곱의 신들은 각자 하프라인 바깥쪽이 영토를 마련했습니다. 원래 우리가 서 있던 곳은 그 누구의 영토도 아닌 ‘영외지역’이고요.”
"..."
"여기부터는 영내지역. 탐욕의 신 <마몬>의 영토입니다.”
강서의 말을 들은 하린이 고개를 숙여 바닥을 자세히 쳐다보자 강서가 말한 것처럼 두 영토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기는 했다.
색이라고 해야할까. 풍기는 아우라라고 해야할까.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고개를 끄덕인 하린.
그런 하린에게 추가 설명을 얹어 주며 강서는 발을 내딛었다.
“이제 이곳으로 들어가면 풍경이 바뀔 겁니다.”
“풍경...”
“마몬이 전성기를 영위했던 그 태고의 시대로요.”
***
안도감.
그 또한 일곱신에게는 생소한 감정이었다. 애초에 위기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한 존재에게 안도를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열쇠 봉인>은 처음으로 일곱 신에게 안도감을 가져왔다.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도 처음,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났다는 안도도 처음이었다.
태초로부터 받은 ‘영원(永遠)’이라는 권능을 언제고 누릴 수 있다는 안도.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띠링-!
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으스스한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마몬: 금송아지의 시험>로 회귀합니다.]
“뭐야.”
중얼거린 장본인은 ‘탐욕의 신 마몬’이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놀란 것.
“이게 뭐야.”
마몬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
그것이 시스템이 보낸 메시지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몬의 반응에 응답하듯이 메시지는 균열을 일으키며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무슨 일이.”
마몬은 무언가가 자신의 존재에 간섭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순간.
가늠이 못할 정도로 짧은 찰나에 마몬은 자신의 존재가 어딘가로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
[마몬의 영토에 진입합니다.]
[<마몬: 금송아지의 시험>으로 회귀합니다.]
강서와 하린이 마몬의 영역에 발을 내딛자 눈앞의 세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리고 하린과 강서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며, 이전의 영외지역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여기가...”
“시내산입니다. 세상에 처음 ‘탐욕’이라는 죄가 들어온 곳이죠.”
"..."
하린은 바뀐 배경에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평범한 땅같았던 ‘시내산’ 주변 지역이 전부 모래밭으로 바뀌어 있었다.
질릴듯한 누런빛으로 가득한 마몬의 영토에는 바위산 말고는 모래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째서..."
하지만 하린은 땅이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와 무슨 사람이;;
-이게뭐야 저기가 하프라인 안쪽인 듯;;
ㄴ여기가 바깥이었냐;
-저기서 어떻게 산다고 사람이 저렇게 많냐.
-아니 다 떠나서 저기 사람이 왜 있어 ;;
장엄할 정도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바위산을 둘러싸고 모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래로 가득한 사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의 사람들. 모두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그 사람들이 왜 그곳에 있고,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직 강서만이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
“이게 제가 열쇠라고 불린 이유입니다.”
“열쇠요?”
“네. 이곳에 대해서 알고 있는...유일한 생존자니까요.”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내산을 쭉 훑어보았다.
“탐욕의 신 마몬은 분명 태초부터 존재한 신이었지만, 그 모습이 드러난 것도 태초인 것은 아닙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훨씬 후의 일이죠.”
"..."
“그리고 이곳은...마몬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입니다. 그러니까-”
강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멀리서 시내산을 바라보았을 때보다 강서는 더욱 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탐욕이라는 죄가 최초로 사람에게 들어온 곳이죠.”
그리고 강서의 눈을 보며 하린은 직감적으로 하나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아저씨 여기도 아저씨가 갔었던 곳이에요...?”
“네, 제가 겪었던 세계 중에 하나였습니다.”
하린이 강서의 눈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강서의 눈빛이 전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모든 기억을 되찾은 지금.
강서에게 일곱 신을 겪었던 세계들은 확실히 특별했다.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질렸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 그런 묘한 톤의 기억이 강서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감정이 남아있다기 보다는 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강서는 그렇게 움직였다.
“여기는...퀘스트 같은 건 없는 건가요?”
하린이 질문했다.
사실 이전에 같은 상황에서 항상 시스템의 퀘스트가 존재했기에 하린은 이번에도 당연히 떠오를 줄 알았다.
하지만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린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었다.
“퀘스트 같은 게 있지는 않습니다. 여긴 복제된 세계가 아니니까요. 이전에 겪었던 세계가 시간과 공간 어딘가에서 한점을 짚어 복제 해낸 것이라면...”
"..."
“이곳은 그 시점으로 회귀할 뿐입니다. 그날 그 시간 그 사건으로 말이죠.”
강서의 설명에 하린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퀘스트는 아니더라도, 해야 할 일은 더 명확하죠."
강서의 말대로 퀘스트가 딱히 중요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뭔가 그런 것을 바라고 온 것도 아니었고, 탐욕의 신 ‘마몬’을 처치한다는 목표 자체는 굉장히 명확했으니까.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 마몬은 저기 산 위에 있는 건가요?”
하린이 시내산 꼭대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곳을 고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곳에는 사람과 모래밖에 존재하지 않았고,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그나마 그곳이 가장 가까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강서의 역설적인 대답에 하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맞는 데 아니라뇨?”
“아직은 아니에요. 아직은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저희가 해야할 일은 우선 그 사건이 일어날 때 까지 기다리는 일입니다.”
"..."
그리고 강서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어디선가 긴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부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