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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74화 (174/191)

174화. < ep39. 이강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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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이 소용돌이 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은, 대본에도 없는 일이었을뿐더러 모두가 당황할만한 일이었다.

물리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없긴 했지만,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객지로 떨어지는 경험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사실.

판다의 실제 모습이 보였으면 또 몰랐을까, 이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하린의 돌발 행동을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뭐야!”

"응?"

“어, 저기 잠깐 하린씨!”

때문에 자리에 있는 모든사람들은 소용돌이를 향해 뛰어드는 하린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의 판정에는 버퍼링이 걸렸고,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까지 약간의 텀이 있었다.

결국 뒤늦게 뻗은 손은 하린이 있던 자리를 스칠뿐이었고, 하린은 곧바로 소용돌이에 맞닿았다.

그동안 장막에 진입했던 사람들과 같이 하린은 장막에 닿는 순간 사라졌고, 사람들은 하린이 사라진 자리에서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 와중에 움직이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으니.

“홀리 쉿. 빠카린!!”

하린의 열성 팬이었던 가브리엘이 호들갑을 떨며 하린이 사라진 곳으로 향했고, 하린이 사라진 후기는 했지만, 그도 굉장히 빠른 반응이었기에 사람들은 가브리엘 역시 말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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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시간 정적이 흐른 후 ‘그것도 모르십니까.’팀의 PD가 나지막한 탄성을 흘리는 순간, 사람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야...어떡하지.”

“아 진짜...”

생방송 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겉으로 조절하고는 있었지만 스태프들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안좋은 안색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는 메인PD.

‘X됐다...’

지금 ‘그것도 모르십니까.’팀의 방송을 몇 명이 보고 있는지, 이 방송을 전 세계에 동시 송출하기 위해 KKS방송국에서 투자한 것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방송이 종료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 지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

수습이라는 말을 꺼낼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지금 어떻게 일을 마무리해야 할지 조차 감이 오지 않는 상황,

방송사고 중에서도 대형사고로 취급될만한 일이었다.

“PD님 어떻게 하죠...?”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한지유가 PD에게 물어왔지만, PD는 어떠한 대답도 건낼 수 없었다.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 그였으니까.

"..."

그때였다.

“아... X됐다...”

"...?"

“야, 너…”

PD가 속으로 삼킨 말을 그대로 내뱉는 한 사람.

사람들은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엎질러진 물이라도, 이미 일어난 방송사고라고 해도 생방송 중에 촬영 스태프가 직접 욕을 하는 것은 문제를 더하는 일.

엎질러진 물에서 물장구를 치는 겪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머릿속에는 그런 고민이 일절 들어 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에게는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X발…”

다시 한 번, 스태프가 욕지거리를 했다.

한번 주의를 주었음에도 욕을 뱉은 스태프에게, 방송을 위해서라도 크게 한소리를 하려던 촬영감독.

“아니 아무리 사고가 나더라도 욕은...”

하지만, 그의 꾸중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 야, 너 카메라 어딨어.”

촬영 스태프를 정면으로 바라본 감독이, 그의 손이 허전하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가져갔어요.”

“뭐?”

“가브리엘이 들고 튀었다고요. 신기하다고 만져보다가 하린씨 쫓아서 따라 들어갔어요.”

‘가브리엘이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된 촬영 감독.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의 가격은 최소 3천 만원선부터 시작했다. 일개 개인이 구매하는 것은 고사하고 팀 단위에서 구매하려고 해도 부담되는 가격.

게다가 방금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한 카메라는 본래 스튜디오 촬영을 하던 ‘그것도 모르십니까’팀이 다큐멘터리 팀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KKS방송국에서 가장 최근에 구입한 최신 촬영장비로 수 억원을 호가하는 것.

그러다 보니 스태프가 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욕을 뱉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야이...너...너 그게...”

스태프 보다도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려서 말을 잇지 못하는 촬영감독.

장비를 잃어버린 것은 스태프였지만, 장비에 대한 책임 소재는 촬영을 총괄하는 촬영감독에게 있었다.

즉, 지금 찰나의 부주의로 수억원에 상당하는 책임을 떠 앉게 된 것이었다. 물론 쌍팔년도 방식으로 물어내라 하지는 않겠지만, 얼마간 책임을 져야하는 것 만큼은 피할 수 없는 일.

총체적인 난국에 머리를 짚던 ‘그것도 모르십니까’팀의 메인 PD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찰나의 순간. 그의 깊숙한 곳 어디선가에서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

메인PD의 촉이 날카롭게 섰다.

“박감독님.”

나지막히 촬영감독을 부르는 메인 PD

“가브리엘이라는 사람이 가져간 게 8번 카메라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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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년 동안 쌓아온 메인PD의 촉은 틀리지 않았다.

[하린과 영상의 제보자 ‘가브리엘’ 하프라인 입성]

[하프라인 입성 방법에 대한 연구 착수]

[헌터협회 소용돌이 지역 추가 탐색 중]

하프라인을 넘어간 하린과 가브리엘의 모습이 카메라에 버젓이 담기고 있었고, 생방송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가브리엘이 가져간 카메라가 하프라인 넘어가서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와 하루사이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ㄹㅇ 이러다 진짜 판다까지 튀어나오는 거 아님?

사건의 중심에는 강서가 있었지만, 정작 강서에 대해 제대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 소용돌이와 함께 나타났던 강서의 목소리와 모습만이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추길 뿐.

***

"..."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

이번엔 지구의 객지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프라인을 넘어온 것이 확실하다.

라고, 하린은 생각했다.

“Oh my god half Line...”

뒤따라온 가브리엘도 하린의 생각에 동의했는지, 능숙한 영어 발음으로 하프라인을 중얼거렸다.

보는 순간 이곳이 지구의 객지가 아니라 하프라인 너머임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색 때문이었다.

어떤 색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의 하늘.

빨간색 같기도, 보라색 같기도, 아니면 검은색 같기도 한 느낌을 동시에 풍기며 넘실거리는 하늘은 구름도 없었고, 아무 것도 없었다.

오로라가 하늘에 덮여있다면 같은 느낌일까.

마치 지구가 아닌 전혀 별세계에 와있는 것 같은 하늘.

게다가 그 하늘 중앙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하늘 섬을 보며 하린과 가브리엘은 이곳이 하프라인 너머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아, 이거.”

하린은 가브리엘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눈짓을 했다.

“이거, 카메라 staff 멍~ 때리길래 가져왔다. 이거, 쓸모 있을 거 같다.”

가브리엘은 어색한 한국어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 보이며, 카메라를 어깨에 얹어 잡았다.

본 것은 있는지 대충 품이 나오는 가브리엘을 보며 어깨를 으쓱인 하린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적어도 녹화는 되겠네요.”

“아늬, 이거 팡송 된다. 하린 내가 찍어준다.”

피식 웃어 보인 하린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당장의 상황이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본래의 목적대로 판다를 찾아야 했다.

“아늬, 친짜라니까?”

카메라가 진짜로 작동하고 있다고 어필하는 가브리엘이었지만, 이미 그것은 하린의 안중에 없었다.

애초에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 강서의 정보를 가장 먼저 알려준 고마움 때문이었고,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가까스로 얻게 된 기회.

[권한이 임시로 허용됩니다.]

소용돌이가 있는 호주 필리포스 강가의 장막에서만 뜬 문장이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시스템은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문장밖에 표시하지 않았지만, 이번만 달랐다.

결국 문장이 표시한 대로. 또 하린이 예상한 대로 하린은 하프라인에 최초진입 하게 되었다.

"..."

가브리엘이 같이 들어오는 것은 계획에 없긴 했지만.

‘임시로...’

하린은 장막 앞에서 보았던 메시지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임시. 그 말은 시간에 제한이 있다는 뜻.

아무렇게나 시간을 날리기에는 너무 중요한 기회였고, 또 어쩌면 유일한 기회였다.

따로 표기되지 않아 정확히 얼마간의 시간이 주어졌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우선 아저씨를 찾아볼게요. 우선은 조금 높은 지형으로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좋타, 크런데 하린. 하린 캉하지만, 여기 너무 dangerous 하다.”

가브리엘이 위험하다 말한 것은 강서와 대치했던 7신 때문이었다.

하린 정도가 되는 헌터가 동행한다면 어떤 존재가 온다고 하더라도 몸을 빼는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지만 7신의 경우는 달랐다.

일반인인 가브리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

그리고 하린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린은 우선 가장 이질적으로 보이는 하늘 섬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브리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기는 한데... 우선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저씨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지는 않을 테니까... 우선 저 하늘 섬을 조심하면서...”

하지만 우선 움직이자는 말을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한 채 하린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콰과과각!

땅이 갈라지는 듯한 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기척이 생겨났다.

말그대로 갑자기 생겨난 기척이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하린의 기감에 갑자기 잡힌 기척.

“이건...”

게다가. 뚜렷한 존재감, 그리 농도 짙기 피부에 와닿는 위험한 냄새.

“홀리 쉿...”

그 정도의 기척을 느끼는 데에는 일반인과 헌터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면이 떨리고 있을 정도. 뭔가 엄청난 존재가 하린과 가브리엘이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틀림이 없었다.

“빠카린 이거 도망 가야한다. run!!”

가브리엘이 하린에게 소리쳤지만 무슨 일인지 하린은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하린의 이상한 행동을 보다 못한 가브리엘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도망치려 했지만, 하린은 요지부동이었다.

가브리엘의 당김에도 요지부동으로 자리를 지키며 하린은 자리를 지켰다.

“아니, 이거 친촤 심각하다. 이거, 왜!!! 안 움지겨!”

도대체 왜 그러냐는 거냐며 하린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하린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기척이 점점 다가오고 가브리엘의 다리가 사정없이 흔들릴 때까지도, 하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가브리엘이 등 뒤로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에 다리가 풀리려할 때 쯤.

하린은 가브리엘의 어깨너머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한마디를 뱉었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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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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