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 ep38. 그것도 모르십니까.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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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엉?
-이게…
-맙소사…
논란으로 확보된 시청률은 곧바로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하린의 소개와 함께 방영된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심지어 그것도 모르십니까의 133회차가 채 끝나기 전에 해당 영상만을 편집한 영상본이 인터넷에 올라올 정도.
SNS를 통한 실시간 반응은 곧바로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를 ‘판다’와 ‘그것도 모르십니까.’로 도배시켜 버렸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애초에 새로 유입되어 그것도 모르십니까를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한지유의 ‘판다는 죽었습니다.’라는 말에 반대하던 사람들.
누구보다 판다의 생사여부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판다의 영상에 당황해하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순리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당황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어떻게...”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맞은 한지유.
메인 작가인 박지영이 하린을 찾아갈 때부터 계획했던 일이었으니, 한지유가 조금이라도 눈치챘을 가능성은 제로였다.
한지유는 당장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고 얼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지유 대신 하린이 진행을 시작했다.
“이 영상은 지난 21일 밤. 그것도 모르십니까 팀에게 들어온 제보에 첨부된 것입니다. 아마 아저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는 순간 직감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ㄹㅇ 이건 무조건이지
-ㅅㅂ...뭐야 이거 그런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던 거임?
-보니까 한지유도 당한 것 같은데 뭐 어쨌든
-판다코인 떡상 각...!
"그래서 지금 생방송을 하고 있는 이 순간. 바로 한 번 확인을 해보려 합니다."
하린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말아쥔 주먹으로 허공에 노크를 했다.
하린이 한 노크는 동료를 부르는 신호였다.
캬오-
허공이 일그러짐과 함께 조금은 성장한 라오가 나타났고, 라오는 늠름한 모습으로 하린의 어깨에 착지했다.
그리고 하린이 라오의 머리에 손을 짚으며 중얼거리자. 라오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뿔을 파랗게 빛내었다.
능력을 사용할 때 나오는 라오 특유의 마나. 라오의 뿔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는 빛을 내며 공간을 뒤틀었고, 잠시간 시간이 지난 후에 뒤틀린 공간은 사람의 몸이 충분히 들어갈 만한 구멍이 되었다.
“바로 그곳으로 이동해보려고 해요.”
하린은 그렇게 말하고 한지유에게로 발을 옮겼다.
“아니...잠깐....!!”
성큼성큼 걸어오는 하린에게서 벗어나려 뒷걸음쳤지만, 한지유가 하린의 손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키는 한지유가 더 컸지만, 일반인과 헌터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존재했으니까.
손목을 덥썩 잡힌 한지유는 순식간에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스튜디오 안이 아니었다.
"..."
-와 이걸 진짜 가버리넼ㅋㅋㅋ
-고럼 가야지. 누가 기다리고 있는데
라오가 펼친 것은 라오의 고유능력 ‘공간 밟기’.
정해진 공간 사이를 달려 목표한 곳으로 바로 이동하는 능력이었다.
본래는 스스로에게 밖에 적용하지 못했지만, 성장한 라오는 여러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포털을 만들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이동한 하린과 한지유를 필두로 스태프팀들이 하나둘씩 넘어오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신기해하는 모습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는 것.
“와 이거 진짜 신기하네.”
“그러게요. 카메라 잡다 보니 이런 일도 다 겪고, 차원이동하고 이런 거 다 헌터들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 복받은 거지 짜샤.”
"..."
그 광경을 보며 한지유는 한층 더 넋놓은 표정을 지었다.
작가진뿐만 아니라 PD와 카메라팀. 한지유를 제외한 모든 스태프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
배신감을 느낄 새도 없이 하린의 진행은 계속되었다.
분명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한지유였지만, 다년간의 방송경험을 가지고 있는 하린은 전혀 위화감 없이 진행자의 자리를 소화해 내었다.
하린과 ‘그것도 모르십니까.’팀이 도착한 장소는 영상 속에서 등장했던 호주의 필리포스 강가. 하프라인 장막이 있는 접경 지역 중 하나였다.
원래라면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을 테지만, 권한이 없으면 그 누구도 통과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는 딱히 제재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애초에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숲지역이기도 했고.
“우선 이곳은 호주의 필리포스 강줄기입니다. 메인 강줄기는 아니고 옆으로 뻗어나온 것 중 하나인데....여기 있는 이 강줄기 끝에 우리가 보았던 그곳이 있는 것 같아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
그렇게. 시사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은 다큐같은 생방송이,
그리고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방영되는 방송이 시작되었다.
***
[KKS방송국,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방송 기획]
[가장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 ‘그것도 모르십니까’ 시청률 두배 증가]
[‘그것도 모르십니까’ 국내로만 따져도 전에 없던 시사프로그램 시청률. 해외 동시중계를 포함하면 예측 불가능할 정도.]
판다를 담아내었다.
그 사실 만으로 ‘그것도 모르십니까’는 전에 없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전에 ‘판다는 죽었다.’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것은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엄청난 수의 시청자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더 이상 국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단순히 국내를 떠나 KKS방송국이 급하게 맺은 동시송출 중계계약으로 인해 해외에서도 현재 ‘그것도 모르십니까.’를 시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그것도 모르십니까.’의 방송종료시간은 다가오고 있다는 것.
본래 시사프로그램이다보니 오랜 시간 편성되어 있지 못했고, 아무리 빠르게 방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이동과정에서 소요되는 쓸데없는 장면들도 시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문제의 영상장소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제대로 뭘 해보기 전에 이동 영상만으로 한 회가 다 지나갈 상황이었다.
[KKS방송국 ‘그것도 모르십니까.’의 뒤에 예정된 광고 및 방송계약 전면 취소]
[막대한 계약해지수수료에도 불구 KKS방송국 번복 없어.]
KKS방송국의 대처는 빨랐다. 마치 미리 대비라도 한 것처럼 각국의 방송국들과 중계계약을 맺기 시작했고, 예정되어 있는 모든 방송 일정을 취소하는 결정도 대담하게 진행했다.
-와 그냥 다 취소해버리네.
-이러고 안 나오면 말짱 꽝 아님?
-ㄴㄴ 이미 시청률이 넘사벽. 만약 주작이어도 아무 의미 없진 않음. 근데 취소한 위약금 규모가 진짜 장난없긴 하던데...
‘그것도 모르십니까’는 그렇게 실시간 방송을 연장하게 되었고, 방영이 시작한 1시간 안에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그몰’의 방송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조작된 영상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다는 측도 만만치 않았지만, 대다수는 하린과 같이 목소리만으로 그가 진짜 판다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는 가운데 하린과 ‘그것도 모르십니까’팀은 문제의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했네요.”
하린의 중얼거림과 함께 스태프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카메라를 잡고있던 한 스태프가 걸음을 옮겨 제보된 영상과 같은 구도를 잡아보았다. 그러자 정말 똑 들어맞는 화면이 나왔다.
하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장막 가까이 다가갔다.
프리즘을 통과한 듯 다채로운 빛깔을 띠며 하늘거리는 장막.
‘여기가...’
함부로 손을 데지는 않았다. 그럼 분명 이전과 같이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어딘가로 이동 될 테니까.
다만 가까이 다가가 그 지점의 특이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하린이 장막 앞에 서는 순간-
“홀리 쉿...진쫘 빠카린이다...”
하린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애매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백색피부의 남성이었다. 샛노란 머리칼과 백색피부는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했지만, 그는 어색한 한국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나 게브리엘 한국뫌 할 출안다. 영상 panda. 내가 보냈다.”
그는 다름 아닌 영상의 제보자였다. ‘그것이 모르십니까.’팀에 판다의 영상을 제보한 사람.
“아 안녕하세요 가브리엘씨. 영상제보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박지영이 다가가며 악수 손을 건네었지만 가브리엘이라 불린 사내의 눈은 이미 하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내 life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것이 바로 제보영상이 다른 루트로 새어나가지 않은 원인이었다. 가브리엘이 하린의 극성 팬이었던 것.
‘그몰’팀에서 하린을 찾아간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었다.
대화의 과정에서 그가 하린의 팬이라는 것을 알아낸 ‘그몰’팀이 하린을 만나게 해주는 대가로 다른 곳에 재보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었다.
가브리엘은 천천히 걸어와 하린의 앞에 섰다.
언뜻 들리는 소리에 의해 그가 ‘영상의 제보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하린이었지만, 그 이외의 정보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다만-
“싸랑해요~ 하린 팍”
"...?"
그가 자신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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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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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하루에 한 번씩 그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죠?”
“예아 베이비. 갓-하린님의 말대로 하루에 한 번 해지기 전에 장막이 빼앰하고 흔들린다. 나도 전번에 그냥 있다가 홀리쉿 갑자기 빼앰해서 놀라 디질 뻔했다.”
"..."
가브리엘의 말에 의하면 하루에 한 번씩 그와 같이 장막에 소용돌이가 생긴다고 했다. 미리 한 번을 경험한 뒤에 영상으로 남기려는 순간 마침 강서의 모습이 나타났던 것.
“어쩌다가 이곳까지 왔나요?”
하린이 가브리엘에게 물었다.
사실 이상한 일이었다. 일반인이 궁금해서 하프라인을 찾아온다고 치더라도 이곳을 찾아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이곳은 외지 중에서도 외지.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 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 우연히 온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은 깊숙한 숲속 공간이었다.
카메라맨의 장비가 신기했는지 가까이 쳐다보던 가브리엘은 물어온 하린의 쪽을 바라보며 질문에 답했다.
“아, 그게 원래요, 내가 원래 this place에 오려던 게 아니라 전혀...”
부욱-
그렇게 하린의 질문에 가브리엘이 대답을 하던 중간.
허공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영상속에 담겨있는 공간의 흔들림 사태때 들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것이었다.
"..!"
“이 소리는...”
모두가 본능적으로 장막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장막에는 영상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소용돌이가 생겨 있었다.
하지만 영상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그곳에는 강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
찰나의 순간 아쉬움을 이기지 못하고 몇사람이 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모두가 아쉬워 할 때 그렇지 않은 눈빛을 가진 사람이 한명 있었다.
다름아닌 하린.
그도 그럴 것이 하린의 눈앞에는 다른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일시적으로 권한이 허용됩니다.]
의미가 무엇인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하린의 거의 생각과 동시에 이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