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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67화 (167/191)

167화. < ep36. 진실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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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의 할아버지가 칭한 열쇠라는 표현은 생각보다 간단한 의미였다.

열쇠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나 요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 의미 그대로였다. 하린의 할아버지가 강서를 일컬어서 열쇠라 칭한 것은 강서가 바로 하린의 할아버지가 속한 <역린>의 목적.

‘신을 끌어 내리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린이도 그렇고, 자네도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많은 신격의 존재들을 보았을 거라 생각이 되네.”

“그렇습니다.”

“뭐 이런 신격에 이를 것이라 예정된 아이들도 있고 말이지.”

하린의 할아버지는 허공에 손을 집어넣더니 이내 그 말과 함께 라오를 꺼내었다.

캬오-

영문을 모른 채 울음소리를 한번 낸 라오를 다시 허공에 놓아주고 하린의 할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자네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신이라는 존재는 세계단위에서 본다면 분명 드문 존재이지만, 차원단위에서 본다면 그리 드문 존재가 아니라네. 한 차원에 존재할 수 있는 신이 한계가 있다 치더라도, 차원의 수는 이미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갈라져 있으니 말이지.”

"..."

“하지만 본래 <신>이라는 단어는 그리 가볍게 사용되던 단어가 아니었네.”

“그렇다면...”

“딱 일곱 존재.”

하린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자 바닥에 쓰여있던 글씨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존재 중,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일곱 존재에게만 허락된 칭호가 바로 <신>이었지.”

“할아버지. 그럼 우리가 부르는 신격에 이르렀다는 존재들은...”

“물론 그들도 가볍게 볼수는 없지. 그 존재에 허락된 격을 초월한 자들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초월자>일 뿐. 근원적인 의미에서 진짜 <신>이 될 수는 없는 거란다.”

바뀐 글씨는 이전과 같은 고대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었으나, 이미 한번 그 글씨를 읽은 강서에게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 해석해 보라는 듯 턱짓을 한 하린의 할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강서는 천천히 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태초 이전 혼돈기의 기록이라-”

강서는 그 글을 읽으면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이전에도 이 글을 읽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었지만, 강서는 입으로 글을 읽으면서도 속으로 다시 한 번 그 글을 되내었다.

“세상은 혼돈하고 공허하며 삶과 죽음의 구별이 없고 존재와 소멸은 일시에 교차되매 아무것도 영원한 것은 없었으니...”

“일시에 일곱 갈래의 <영원>이 도래함으로 단번에 처음이 태어나니, 이들이 일곱의 신이 되었느니라.”

분명 강서가 한국어로 번역을 해주고 있었지만, 하린은 열심히 들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신들의 이름은 이러하니라. 교만 곧 겸손이요. 탐욕 곧 자선이며, 질투 곧 친절이요, 분노 곧 인내이고, 색욕 곧 순결이며, 식탐 곧 절제니라. 그리고 나태와 근면이 있으매 7신의 이름이 곧 근원이 되니라.”

바닥에 쓰여진 글씨는 거기까지였다.

하린은 아직까지도 ‘혼돈?영원?’하며 알쏭달쏭해 하고 있었지만, 강서는 단번에 하린의 할아버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 쓰여 있는 이 일곱 존재가 말씀하신 태초의 일곱 신이라는 거죠?”

“그렇다네.”

강서에게 익숙한 이름 들도 있었다.

나태와 분노. 그건 강서의 첫 번째, 두 번째 금제와 함께 묶여 있었던 기억 속 신격의 존재들이었다.

어떤 연유에서 인지 그 수많은 신을 처치해온 기억 중에 그 신들에 대한 기억이 봉인되었는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야 그 원인을 알게된 것.

강서는 그 신이 태초의 7신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 신들을 죽인 기억이 자신의 금제와 함께 묶여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서는 그와 동시에 <열쇠>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역린>이라는 단체에 속해있다네, 하프라인을 넘어 다른 차원에 떨어지면서 단체의 수장에게 스카웃 당했지."

"..."

“역린의 목적은 굉장히 간단하네. 그 태초의 일곱 신을 그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것.”

할아버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졌다.

“사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 <영원>의 자격을 얻은 자들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다는 것은 이치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땅바닥에 다시 손을 짚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글씨가 바뀌며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앞에 강서가 읽은 부분의 뒷부분인 것 같았다.

“...영원보다 긴 시간을 감내한 자가 그 자격을 얻으리니. 누구나 알며 누구도 모르는 그 이가 영원의 끝을 가져오리라....”

“사실 난 자네에 대해서 잘 모르네. 영원보다 긴 시간을 감내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누구나 알며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

“하지만 자네가 영원의 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만큼은 확신이 들더군.”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하린과 강서, 그리고 할아버지를 둘러싼 순백의 공간이 순식간의 우주 한 공간 처럼 어두워졌다.

그리고 수많은 별들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었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별이 가지각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각자가 자기의 개성이 담긴 빛을 내고 있었다.

“이건 지금 존재하고 있는 다차원의 세계들이네. 하나하나가 지구처럼 사람들이 혹은 그와 비슷한 다른 존재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지. 그리고 세계 중 절반 이상이-”

따악-

다시 한 번 할아버지가 손가락을 튕기자 빛을 발하던 별들이 순식간에 빛을 잃으며 어두워졌다.

“멸망했네.”

"...!"

할아버지의 말에 하린이 숨을 들이키며 놀랐다.

절반.

절대 적은 수가 아니었다.

단순히 듣기만 했다면 조금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시각적으로 그것을 보여주니 어렴풋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수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는 하린도 알지 못했지만, 셀 수도 없는 많은 이들의 세계가 멸망 당했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본래라면 멸망 당하지 않았을 세계들이지.”

“왜…”

그 광경에 놀라는 것은 강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하다고 치부하기에 절반은 너무 많은 숫자였다.

“영원을 즐기던 그 <신>이라는 작자들이 더 이상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할아버지의 말은 간단했다. 태초의 신이라는 그 영원의 자격을 얻은 존재들이 자신들의 유흥을 위해 세계들을 멸망시키고 있다는 말이었다.

“기점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본래는 세계와 차원을 만들어 내고 생명체들을 창조하던 일곱 신들이 언젠가부터 세계를 멸망시키기 시작했지.”

"..."

“우리 역린은 그것을 막기 위해 결성된 단체라네. 그리고 나는 지금 자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중인 거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하린의 할아버지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말을 멈추었다.

갑작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들은 강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듯 했다.

"..."

잠시 정적이 이어지고 잠시 고민을 하던 강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뭘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래요. 제가 아까 읽은 그대로라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린의 할아버지는 승낙하는 강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쥐어 보였다.

“좋아, 방법은 어렵지 않네. 우선 역린의 활동 규칙에 대해서 알려주도록 하지. 이 부분은 하린이 너도 잘 들어라.”

"..."

하린의 할아버지는 만족스러운 입가를 유지한 채 강서와 하린에게 당부하듯이 말했다.

“역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밀 유지다. 일곱 신들은 이런 단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 우리가 차원의 틈새에 자리를 잡고 좀처럼 모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지.”

“비밀 유지...”

그런데,

비밀유지라는 말에 강서의 표정이 어딘가 난감해졌다.

이미 설명이 한창이 할아버지의 눈에는 그것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희망의 빛줄기를 마주한 것처럼 신이나 보이는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차원의 틈새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 일곱 신들에게 들어가지 않는다네 당연한 이야기지. 원칙적으로라면 이 공간은 ‘없어야 하는 공간’이니까.”

“어…"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이 공간 밖에서 우리 <역린>과 역린이 <일곱 신>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사실이 퍼져나가지 않는 것이지. 이 밖은 그 일곱신들의 홈 그라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강서뿐만이 아니라 하린의 얼굴도 조금씩 어두워졌다

“물론 그 신을 직접 마주할 일은 없으니 비밀유지를 하라는 것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네. 만약 지구의 사람들이나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알게 된다면 그 신들이 역린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문제이니까. 첫째도 비밀, 둘째도 비밀을 원칙으로 해야하지.”

“아…"

“두 번째는...”

두 번째를 이야기하려는 할아버지의 입을 하린이 막았다.

갑작스러운 하린의 행동에 할아버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강서의 표정 또한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할아버지는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 그러지?”

“그..다름이 아니라요. 음...”

"...?"

갑자기 허공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접어보이는 강서. 강서는 손가락을 접으며 입으로 ‘일십백천...’ 하며 숫자를 세고 있었다.

“102만명 정도가 이미 알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

“1시간 뒤가 되면 억 단위가 될 것 같은데...”

"???"

***

강서와 하린의 얼굴이 어두워진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하린의 할아버지와 함께있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째도 비밀유지 둘째도 비밀유지라며 당부하는 그를 앞에 두고 더 말하게 두는 것은 서커스의 광대를 만드는 꼴이고 그도 원치 않을 것 같아 멈추었지만, 사실 마주친 시점에서부터 어긋나고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댓글 기능을 꺼두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비밀유지라는 할아버지의 말에서 떠오르게 된 것이었다.

결국 실시간으로 <역린>이 무엇인지도 일곱 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광고를 해버리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하린의 할아버지가 우려하던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크큭, 겨우 두 번째에 찾아 버렸구만.]

[내꺼야! 내가...내가 가질꺼야!]

[흥, 저런 물러빠진 놈이...]

[이강서...죽인다...]

[츄릅...]

[맛있겠다...]

[아.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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