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66화 (166/191)

166화. < ep36. 진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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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대체...”

강서가 유흔 결계에 들어가 있는 동안 바깥에서는 링링과 무장의 결투가 한창이었다.

강서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넘어간 무장이 진심을 다해 검을 들기 시작하고, 일단 한번 진심을 먹은 무장은 링링의 과격한 검격에도 쉬이 흔들리지 않았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크윽."

링링을 압도할 정도의 실력.

마음속에서 압박하던 비살의 진법을 극복했는지, 링링을 향하는 무장의 검격에 자비라고는 눈꼽만치도 서려 있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며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공진호였다. 전생에서 보았던 무기력한 무장의 모습과 지금의 무장은 하늘과 땅 정도의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미래를 본다 정도가 아니다.’

공진호는 강서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처음이 아니었다. 강서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것은.

강서를 만난 이래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공진호는 항상 강서에 대한 재평가를 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매번 상상도 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니 공진호의 입장에서는 저번에 충분히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내렸던 결론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비살의 진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아 어찌저찌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풀어내도록 만드는 것은 아는 것과는 또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진법을 해제하는 방법을 몰랐다고는 하지만 무극의 일원들을 수십, 수백 년 동안 묶어왔던 비살의 진법.

대를 내려올수록 강해지는 진법의 특성상 아무리 무장이라 하더라도 그 진법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공진호가 정말 놀란 부분은 정확히 그 부분이었다. 무장이 진법을 풀고 링링을 상대하도록 만들기 위해, 강서가 선택한 방법.

단순히 그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낼 동기까지 불어넣기 위해 강서는 연기를 감행했다.

무장이 감동하여 진법을 풀어내겠다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어내도록 불을 지펴준 것이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강서와 나름대로 오랜 기간 함께했다고 할 수 있는 하린과 공진호까지 속여내었고 말이다.

공진호가 제5 차원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백번 돌리는 동안 한 번도 고려해보지 못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방법이 성공했고, 그 덕분에 공진호의 예상보다 훨씬 쉽게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

공진호는 손바닥에 그려져 있는 문신을 바라보았다.

그 문신은 공진호가 이곳에서 죽음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남아있는 생명에너지를 대가로 폭발적인 파괴력을 일으키는 방법.

무장과 링링에 비해 한참 수준이 떨어지는 공진호가 제5 차원문의 클리어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수였다.

“어찌 보면 나를 살린 셈이군.”

뿐만 아니라 인류도.

속으로 중얼거린 공진호는 무장과 겨루고 있는 링링을 바라보았다.

링링은 아직 치명상을 입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몸 이곳저곳에 생채기가 가득한 상태였다. 반면 무장의 옷은 아직까지 멀쩡한 상태.

그 겉모습의 차이가 무장이 검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대치상태의 호흡만 보더라도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상태.

링링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무장은 아직까지 흔들림 없는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 흔들리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망설임이 조금 서려 있는 무장의 눈.

그런 무장의 눈빛을 보며 진호는 그가 완전히 비살의 진법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싸우며 이겨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곧....'

하지만 공진호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링링이 무서운 점은 단순히 힘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끝이다.”

무장은 링링을 바라보며 끝을 고하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무장 특유의 묵직하고 느릿한 발걸음이 내딛어지며 무장의 몸이 한껏 당겨졌다. 단순히 보기에는 느릿해 보였지만, 링링은 그 검을 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그 검을 피할 수 없다고.

파앗-

담겨진 무장의 검이 앞으로 내뻗어지며 세상을 관통하는 한줄기의 선이 그어졌다.

출발한 곳은 무장의 손이었지만, 도착하는 곳은 지구상 그 어느 곳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절대적인 관통선이었다.

그리고 무장의 목표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쿨럭-"

무장의 손에서 뻗어진 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링링의 가슴팍 한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검이 내뻗어짐과 동시에 무장의 눈에 서려있던 약간의 망설임이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것은 아마 비살의 진법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증거와 같은 것이리라.

피를 한 움큼 토해낸 링링이었다.

어느새 검을 회수한 무장은 긴장을 푸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비살의 진법을 완전히 풀어냄과 동시에 망설임 없이 심장을 향해 꽂은 일격이었다.

승리를 확신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장의 숨과 동시에

섬뜩-

"...!!!"

무장의 몸을 향해 날아드는 짐승같은 일격-

“조심해라. 저쪽은 이제 시작이다.”

언제 도착했는지 모를 공진호가 무장의 뒤쪽에서 옷을 잡아당겨 그 일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 일격은 정확히 무장의 긴장이 풀린 그 타이밍에 날아든 것이었으니.

공진호가 무장의 옷자락을 잡아당김과 동시에 그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새로운 퀘스트의 알림이었다.

띠링-!

[퀘스트의 진행속도가 다시 상승합니다.]

[지역: 제2 망록시기, 무극]

[퀘스트내용: 고대 왕 <무휼>의 갱서 정책으로 오랜 시간동안 태평성대를 이루어 왔던 <무극>에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남

만(南蠻)에서 올라오는 미확인 된 적으로부터 무극의 소멸을 막으십시오.]

[퀘스트를 위한 두 번째 지령이 활성화 됩니다.]

*

[적을 명확히 확인합니다. 고대로부터 기록되어있는 남만의 여전사 <링링>이 무극을 습격했습니다. 가까스로 한 번의 죽음을 얻어내었지만, 그녀의 수명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개의 목숨을 가진 그녀로부터 무극의 소멸을 막으십시오.]

[제 2지령: 남만의 여전사 링링을 처치.]

[보상: 퀘스트 클리어]

[남은시간: 24:00:00]

[※링링의 수명이 하나 줄어들수록 그녀의 야수성과 힘이 강력해집니다.]

*

“전생에 우연이지만 링링의 죽음을 얻어낸 적이 있었지. 정말 천운이었다. 갑자기 날아든 벼락이 링링의 몸을 스턴상태에 빠트렸고 마침 준비된 타이밍에 그녀를 공격해 한 번의 목숨을 얻어낸 적이 있었지.”

"..."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무한은 아니겠지만....강력하게 되살아나더군.”

짤막한 설명이었지만, 상황을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무장도 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링링을 보았다.

링링의 심장에 있는 구멍은 여전했으나, 그 안에 있는 심장은 상처를 얼추 감싸며 다시 제역할을 하고 있었다.

기괴한 광경이었으나, 끔찍한 것은 그 모양이 아니라 그들이 앞으로도 몇 번을 그 광경을 봐야한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우선 저쪽이 빨리 회복하면 더 도움이 될 것...”

미리 대비를 해놓은 것인지 공진호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강서가 있었던 뒤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응?"

하지만 고개를 돌린 공진호는 의문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어디 갔어?”

분명 십수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자리하고 있던 강서와 하린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

“여긴...”

데미안의 유흔결계 <성지: 갈보아>에서 빠져나온 강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말을 흘렸다.

결계 안쪽에서의 시간이 꽤나 흘렀지만, 강서는 결계로 들어오기 전에 대해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전사 링링과 무장의 대치.

무장쪽의 전력이 더 강한 것을 눈치챈 강서가 믿고 결계에 들어온 것이기에 그 상황을 잊어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유흔결계에서 나와 강서가 본 광경은 제2망록시기 무극의 풍경이 아니었다.

순백의 공간.

그 보다 더 그 장소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사방이 흰색으로 되어있는 공간.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공간을 둥그렇게 둘러싼 의자들을 통해 그곳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아저씨?”

바로 하린이 그 공간에 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이상한 일이었다. 오기 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공진호도 하린과 함께 붙어있어야 옳은 일.

게다가 하린도 이 장소가 어색해 보였다. 그 말은 즉 하린도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것.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강서가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 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갑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강서보다는 하린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할아버지?!”

“하린이도 오랜만이구나.”

일전에 잠시 보았던 하린의 할아버지가 그 장소에 자리하고 있었다.

“간신히 타이밍을 맞추었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밖에서는 그리 원활하게 만날 수가 없어서 말이지. 뭐...이제 자네의 상황상 크게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말이지.”

"..."

강서의 처지에 대해 아는 듯한 하린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저씨를 아세요?”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의 품에 안기며,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하린은 할아버지의 말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마치 강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

“알고 있지. 그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거고.”

하린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바닥을 가리켰다. 새하얀 색으로 되어있는 바닥에는 무언가 글씨가 쓰여 있었는데, 한글로 기록이 되어있었다.

때문에 하린은 곧바로 그곳에 적혀있는 글자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세계여....그대는 끝을 위해 예비 되었나니....끝으로의 문을 여는 종말의 열쇠로다. 첫째는 아니요. 두 번째는 시작이라...셋째는...”

글은 거기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어투로 보아 완전히 끝맺음을 한 형태는 아니었고, 중간에 끊긴 듯한 마무리였다.

하린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역린이 받은 계시다.”

“역린이요?”

“그래, 할애비가 속해있는 집단이지. 너를 두고 나와 적을 두게 된 곳이지.”

그때 갑자기 강서가 입을 열었다.

“셋째는 패배요 열쇠가 부러질 것이나 끝은 아직 아니니라....”

그러자 갑자기 바닥에 있던 글이 그대로 채워지며 강서가 읊은 말이 그대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하린의 할아버지는 그 광경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강서를 바라보더니,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강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네. 열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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