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65화 (165/191)

165화. < ep36. 진실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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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의 심장에 까지 검은 아우라를 옮긴 검은 소년. 소년의 심장에서 옮겨붙은 검은 파장은 강서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울컥-

-데미안: 그건 사탄의 분노다. 네 내면에 있는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지.

소년의 심장 깊숙한 곳에서 퍼져나온 박동이 강서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강서의 가슴 깊숙한 곳 어딘가에 잠자고 있던 ‘분노’라는 감정을 툭-하고 건드린 것.

순식간에 치밀어오르는 강한 감정에 강서는 잠시 움직임을 멈칫했고, 그 틈을 타 소년의 검이 강서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소년이 검투대회에서 단번에 승기를 잡은 방법이었다. 경기의 시작과 동시에 소년의 심장에서 검은색의 파장이 퍼졌고, 그 감정에 동요한 상대들이 움직임을 멈칫했던 것이다.

물론 소년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소년도 자신과 검투에 들어가는 상대가 자신의 영향을 받아 움직임의 제약을 받는다는 정도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감정에서 자유하지는 않았다. 그 강서조차 움직임을 멈칫할 정도였으니 범인이라면 속수무책으로 소년에게 당했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챙-!

하지만 강서는 달랐다. 소년의 심장이 만들어낸 분노의 파도를 단번에 헤쳐내고 소년에게 검을 맞부딪혔다.

-오! 이번엔 한 방이 아니네?

-상대 소년도 만만치 않긴 했지 한 번도 위태로웠던 적이 없으니까.

-오오 소년과 소년이라 빅매치구만.

-호오 흥미로운 데? 꽤나 보기좋은 그림이구만 그래.

지금까지 소년이 상대해왔던 상대들과는 다르게, 강서는 단번에 쓰러지지 않았다.

그러자 관중들은 강서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경기에 더욱 집중했다.

물론 그들은 강서의 관심 밖이었다. 해봐야 유흔결계 속 재현인물에 불과한 사람들이었고, 애시당초 그런 반응을 즐기려 이 검투대회에 참가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강서가 이 검투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단 한가지.

*

[지역: 지구(제2망록시기)]

[퀘스트내용: 대륙최강국 아오하시아가 아직 창설되기 전에, 그곳은 고대 신 ‘사탄’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부활을 위해 박동하고 있는 고대신 사탄의 영지 ‘아오하시아’를 찾아, 사탄을 봉인하십시오.]

*

퀘스트를 수행하고 2번째 금제를 해제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챙-!

베어 들어오는 소년의 검을 능숙하게 쳐내며, 강서는 다시 한 번 소년의 심장 파동에 반응하는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

갑작스럽게 북받치는 분노의 감정은 처음으로 느꼈을 때에는 나름 당황스러웠지만, 한 번 극복한 이후에도 위협이 될 정도로 강렬한 것은 아니었다.

‘근데...’

소년의 검은파동이 강서에게 더 이상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까지는 팩트였다.

하지만 강서는 ‘분노’와 함께 올라오는 자신의 감정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련함.

소년의 심장박동에 맞추어 울렁거리는 ‘분노’라는 감정에는 ‘아련함’도 같이 실려있었다.

누군가 깃털 끝으로 기억을 간질이는 것처럼, 무언가가 생각날 듯 말 듯 하다가 다시 소년의 검이 상념을 깨며 날아들었다.

촤앙-!

계속해서 반복되는 검합.

강서와 검은 소년의 검합은 수십번을 넘어 이제 몇 번을 부딪혔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경지에 다다랐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보이던 관중들도 어느 때를 기점으로 점점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미 소년의 검은 아우라에 잠식된 사람들이 평소와 같은 ‘파괴’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매번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가 순한 음식을 먹으면 훨씬 싱겁게 느껴지는 것과 같달까.

인정사정없이 상대의 팔을 자르고 피떡을 만들던 소년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불만족이 차오른 것이다.

-뭐야! 일부러 그러는 거야?

-에잉, 오늘 경기는 꽝이구만.

-어느 쪽이든 빨리 끝내버려라!!

-내가 보기에는 반대쪽이 봐주는 거야. 검은 소년이 여기까지인 거지.

사람들은 경기를 보며 강서가 검은 소년을 봐주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도 소년이 평소와 같이 파괴적인 검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동작도 크고 허점투성이였지만, 전력을 다한 그 공격들의 모양새는 같았고 단지 강서가 그 검격에 당해주지 않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강서는 단순히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년을 베어 넘긴다는 목적이 강서에게는 없었다. 강서는 소년은 찌르거나 무찌를 필요가 없었다.

오직 이렇게 검합을 유지하며 버티기만 하면 되었다.

-데미안: 씨앗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저쪽의 숙주보다 이쪽의 숙주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지.

챙-!

퀘스트의 설명이 너무 요약적이었기 때문에 사탄을 봉인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강서는 그 봉인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데미안 시절의 기억이 금제와 함께 묶여있었기 때문. 오히려 그 기억만 따로 빼내어 유지하고 있었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으리라.

때마침 등장한 트프리치TV의 UI와 데미안이 아니었으면 어떤 결말이 나왔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

다행히 데미안이 그 방법을 알고 있는지 강서를 지도해주었기에 강서는 더듬어가며 사탄의 봉인을 위해 움직일 수 있었다.

그것을 위해 데미안이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이 바로 본래의 숙주로부터 ‘사탄의 씨앗’을 얻는 것.

사탄의 씨앗을 얻어야 봉인이든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데미안은 사탄의 씨앗을 얻기를 권했다. 그리고, 데미안이 말해준 그 씨앗을 얻는 방법은-

‘검합.’

-데미안: 100번 정도 검을 맞부딪히면 저녀석 안에 있는 씨앗도 알아차릴 거다. 네가 더 좋은 숙주라는 것을.

‘88번...’

데미안은 씨앗을 얻는 방법이 직접 심장으로 옮기는 것뿐이라고 했다. 검은 소년의 심장에 자리 잡은 사탄의 씨앗을 강서의 심장으로 옮기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도 위험천만한 방법 같았지만 강서는 데미안을 믿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과거의 자신. 어떤 기억이 함께 묶여있는지는 몰라도 데미안이 자신에게 해가되는 쪽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진행자는 뭐하냐!!

-이게 천리 밖에서 힘들게 온 관중에게 보여줄 경기냐?

-이게 8강이야?

사람들의 야유는 어느새 비난으로 바뀌었고, 쓰레기들이 경기장 안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백...’

챙-!

100번째 검합을 알리는 쇳소리가 울리고 검은 소년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말 그대로 갑자기 멈추었다.

강서와의 검합을 나누고 튕겨 나간 팔의 모양 그대로 소년의 움직임이 허공에 멈추었다. 그리고 소년의 심장으로부터 나온 검은 파동의 빈도와 세기가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이친 듯이 요동치는 소년의 심장.

파동이 증가하는 것은 소년의 심장뿐이었지만,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소년뿐만이 아니었다.

소년의 빠른 심장박동에 맞추어 그간 소년으로부터 검은 아우라를 받아왔던 관중석의 사람들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속되는 심장박동이 점점 더 빨라져 더 이상 빨라지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울컥-

검은 소년이 피를 한 움큼 쏟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소년의 심장에 따라 뛰던 관중석의 사람들도 모두 쓰러졌다.

그리고 정확히 그와 동시에-

[크크크큭.]

검은 아우라는 강서의 심장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강서의 심장에서 나온 아우라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

강서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간질이던 무언가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건...사탄...”

-데미안: 호, 씨앗만으로 기억이 떠오르는 건가? 생각보다 헐겁게 봉인을 해 놓았나 보군.

***

칠흑같이 검은 돌산들이 사방 가득 펼쳐져 있고, 돌산 사이에서는 드문드문 들끓는 핏빛 용암이 울컥거리는 곳.

그 중앙에 위치한 투박한 제단 위.

3m남짓한 직경의 상아색 원판 위에 놓여있는 흑색 관(指).

이제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데미안의 유흔결계 속.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경이었지만 딱 한가지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흑관 위의 무명검, 데미안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

검도 존재하지 않았고, 형상화한 몸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데미안이 사라진 것 만으로 공간은 훨씬 더 적막해졌다.

존재의 적막.

공간 안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가운데에 자리한 흑관뿐.

나머지 공간은 마치 우주에 버려진 공간처럼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적막한 기운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허무(虛無)의 공간 속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그그...

굉장히 낮고, 작게 들리는 마찰음이었다. 돌과 돌이 마주쳐 긁히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리는 근원지는 다름 아닌 중앙의 흑색 석관이었다.

그그극-

점점 커지는 소리와 함께 석관의 문이 조금씩 옆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동(微動)에 불과했던 그 움직임이 점점 무시 못할 소리를 내며 커지고 있었다.

그극! 쾅-!

그리고 이내 큰 소리를 내며 옆으로 열려버린 석관의 뚜껑. 그 안에서- 조금은 묘한 분위기의 강서가 일어났다.

강서는 복잡미묘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관 속에서 데미안을 꺼내었다.

푸욱-

그리고 그 데미안을 앞으로 던져 땅에 꽂았다. 그러자 데미안으로부터 스멀스멀 연기가 올라오더니 이전과 같은 소년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전과는 무언가 달랐다.

보다 존재감이 명확해졌다고 한다면 표현이 명확할까.

그건 강서도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좀 다를 거야. 전처럼 그냥 그렇게 모른 척하고 지낼 수는 없는 거니까.]

데미안이 먼저 입을 열어 강서에게 말했다.

강서는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렇겠죠.”

[사탄이나 벨페고르나. 이제는 대충 너의 존재를 눈치 챘을 거다.]

"..."

[네가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지도 말이지.]

강서는 데미안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상황이 파악이 된 것이 아니기때문이기도 했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2번째 금제와 함께 묶여있었던 강서의 기억은 강서에게 꽤나 큰 충격을 몰고 왔으니까.

“윤회의 저주...”

강서가 2번째 금제.

그러니까, 데미안의 생에 대한 기억과 함께 묶어두었던 기억은 <윤회의 저주>에 대한 기억이었다.

강서가 왜 윤회의 저주에 걸리게 되었는지.

윤회의 저주라는 게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할 지.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꽤나 많은 것들이 강서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고 있었다.

잠시 정적을 지키며 머릿속을 지키던 강서는 데미안에게 말했다.

“우선 나가죠. 나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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