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62화 (162/191)
  • 162화. < ep35. 2번째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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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하시아는 힘과 명예 그리고 정의를 중시하는 당대 최고의 나라였다. 세 가지 모두가 균형을 이룰 때에 이상적이고 강력한 나라가 세워질 수 있다는 초대 왕의 유언을 토대로 나라가 운영되어 온 것이었다.

    실제로 세 가지 균형을 모두 가진 아오하시아는 당대에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되었다. 그것도 꽤나 오랜기간동안 말이다.

    아오하시아가 최강국의 자리를 오랜기간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아오하시아의 기준에 맞는 사람이라면, 그 출신이 어디든, 그 인종과 계급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인종과 계층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당대에 아오하시아의 제도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처음 아오하시아라는 국가가 생겨났을 때에, 그러니까 아오하시아가 아직 강대국의 반열에 끼어들지 못했을 때에는 주변국에서 아오하시아를 ‘잡종’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주위의 취급 딛고 최강국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 바로 아오하시아였다.

    “후후후.”

    그리고 조르보는 그 아오하시아의 북문지기였다. 조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나는 말이야. 적당히 강한놈이 좋더라고. 내가 지지는 않지만, 적당히 싸우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그런 상대.”

    "..."

    “솔직히 겉보기에 너는 당연히 미달이지만...내가 네 심상치 않음을 높게 산 거지. 그러니까 뭐라도 보여줘 보라고.”

    조르보의 검증은 언제나 도망으로 끝난다.

    처음 <검증>이라는 제도가 아오하시아에 생겨났을 때에는 그것이 굉장히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외인(外人) 한 명이 아오하시아인이 되는 신성한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많은 강자들이 아오하시아에 참여하며 검증의 첫 번째 단계인 힘 테스트에 관중들이 몰리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강대국의 위치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지금은 조금 달랐다.

    아오하시아에 살기를 원하는 강자들은 진즉에 아오하시아의 소속이 되었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지형적으로 이동이 쉽지 않은 아오하시아까지 굳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때문에 성스러운 제도였던 <검증>이 시간이지나 정말로 ‘의심스러운 미신원자’를 체크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

    때문에 문지기의 지위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아오하시아의 문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멍청이는 근 수십년 간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 의미와 중요도가 많이 낮아졌던 것.

    그래서 대부분의 문지기들은 문지기라는 직책을 벗어나 그보다 더 상위의 ‘검투사’나 ‘용병단’에 소속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조르보는 달랐다.

    한 번도 문지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말한 대로 그가 좋아하는 상대를 골라서 만나기에는 문지기가 딱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적당히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 그리고 오늘 조르보의 사냥감은.

    ‘요상한 놈이구만...’

    손가락이 벗겨져 피칠갑을 하고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년이었다.

    문앞에서도 이야기한 부분이었지만, 검은 소년은 한 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단순히 피를 칠하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소년이 가지고 있는 머리와 눈의 색이 그랬다.

    세계 각국의 인종들이 몰려들다 보니 아오하시아에 검은 머리를 한 사람들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검은 눈동자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을 조르보는 한번도 북문을 통해 들여보낸 적이 없었다.

    그가 북문을 맡은 2년간 한 번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아니 오히려 정말로 소년이 무언가를 보여줬으면 했다.

    정말로 평범한 소년일 뿐이라면...

    스릉-

    조르보의 검이 뽑혀 소년을 향해 휘둘러졌다.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

    조르보는 전력을 다해 휘두르지 않았다. 적당한 수준으로, 피할 의지가 있다면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검증>이 조르보의 유희거리였기 때문이었다. 한 번에 죽이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조르보는 사냥감을 사냥하듯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이리저리 놀려보다가 잡아내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롭게 검을 그어내던 조르보의 눈앞에 다가온 것은.

    “크륵-!?”

    순식간에 다가오는 검은소년의 손바닥이었다.

    조르보의 검날이 소년을 향해 완전히 뻗어지기 전 소년이 몸을 숙여 검을 피하며 조르보의 입을 향해 손을 뻗어온 것이었다.

    순식간에 턱뼈를 잡힌 조르보는 어떻게 된 것인지를 판단할 만큼 사고 회로를 거치기도 전에 온몸이 뒤로 처박히는 것을 느꼈다.

    ‘이게 대체...?’

    다행히 조르보의 공터 한쪽에 있던 연못으로 처박혔기 때문에 큰 충격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1차 충격에 대한 이야기일 뿐.

    꾸르르륵-

    조르보의 머리를 물속에 처박은 소년은 아귀에 힘을 더 주어 조르보의 턱뼈를 부숴버릴 듯이 쥔 후에 바닥에 고정시켰다.

    “으븝- 브르릅!!”

    막혀오는 숨에 사지를 휘저으며 소년의 무게를 들어 내려던 조르보였지만, 좀처럼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소년의 무게를 조르보의 힘으로 도저히 드러낼 수 없었던 것이다.

    쩌저적-

    심지어 조르보의 턱뼈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리며 조르보의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목을 쥔 것도 아니건만, 단순히 턱을 쥔 압력만으로도 조르보의 경추부 혈류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가가각.”

    조르보의 입에서 하얗고 작은 입자의 거품들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조르보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

    흐려지는 조르보의 시야로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일렁이는 물속에서 바깥을 본 것이라 정확하게 그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소년은 웃고 있었다. 기괴하고, 흉측하며, 소름끼치도록 눈꼬리를 휘고 있었다.

    ‘이건...악마...’

    기이한 것은, 그 눈꼬리를 보며, 조르보의 입꼬리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르보의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리려던 찰나-

    “이봐!!!”

    어디선가 들려온 큰 목소리가 소년을 말렸다.

    눈동자 전체를 검은색으로 물들였던, 소년의 시야가 그 소리와 함께 원래대로 돌아왔다.

    소년의 눈동자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조르보의 몸이 오뚝이같이 일어나며 숨을 몰아 쉬었다. 소리를 친 것은 조르보가 있던 북문의 문지기 3조장이었다.

    3조는 조르보가 속한 조였다. 조르보가 멋대로 검증을 갔다는 소식을 듣고 찾으러 온 것이었다.

    “헤엑-힉-하악!”

    “뭘 한 거냐!? 조르보. 너 또 사고를...”

    물의 색이 온통 붉은색이 된 것을 확인한 조장은 눈을 바꾸고 쳐다보았다. 둘 사이를 쳐다보았다.

    사실 검증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검은 소년에게 묻어있던 피가 물에 닿으면 녹아내린 것이었지만, 조장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조장의 눈에는 벗겨진 소년의 손가락만이 보일 뿐.

    조장의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그려졌다.

    조르보가 소년을 제압하고 발버둥 치는 소년의 손가락이 벗겨지는 상상.

    실은 반대였지만, 누가 그런 것을 알 수 있겠는가. 가슴팍까지밖에 오지 않는 조그만 소년이 2년이나 문지기를 한 조르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리라.

    “또, 검증 대상도 아닌 사람 가지고 억지로 물고 늘어졌구만...이 화상아.”

    ***

    “아까 그 녀석이 억지를 부린 것 같다만, 이 아오하시아는 어린아이에게 까지 엄격한 곳이 아니다. 13세가 아직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검증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

    “아카데미라는 기관에서 교육을 받으며 아오하시아인이 되어가는 거지.”

    북문의 3조장 카르칼은 검은 소년을 데리고 시의 중심으로 나와 멀리 있는 한 곳을 가리켰다. 카르칼이 가리킨 건물은 사각형의 깔끔하고 투박한 건물. 그리고 카르칼이 말한 것처럼 소년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 그 건물을 드나들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카르칼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챈 카르칼이 의문성을 내며 소년의 시야를 확인해보았다. 소년의 눈이 향하고 있는 곳은 그 네모난 건물 보다 앞에있는 야트막한 산.

    그 산의 정상을 보고 있었다.

    “저쪽에 더 관심이 가는가보군.”

    그 산의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는데 정작 산에 올라가는 사람은 몇 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올라가는 사람마다 차림새가 범사롭지 않았는데, 특정하게 선별받은 몇 명만이 산에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저긴 우르라는 성지다. 아오하시아가 세워지기도 훨씬 전, 세계를 창조한 고대의 신이 검을 꽂아 놓았다는 곳이지.”

    카르칼의 설명을 들으며 바라보는 소년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저거...뽑는...다.”

    “아서라, 아오하시아 검투대회에서 4강에 든 인물들이나 올라갈 수 있는 성지야,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고.”

    “뽑는...다.”

    “뭐, 나가는 데 자격 제한이 없으니 너도 참가할 수는 있겠지만...”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소년을 보며 이상하게 여긴 카르칼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 검이 많이 탐나는가보다하고 말며, 소년을 아카데미 쪽으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소년의 시선은 우르를 향해서, 정확히는 우르의 정상에 꽂혀있는 검을 향해서 고정되어 있었다.

    카르칼의 생각과 다르게 소년은 단순히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장이 깊은 고동소리를 내며 박동하고 있었다.

    이전처럼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검과 반응을 하고 있는 듯이 소년의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

    강서가 관 안으로 들어간 지 10시간 째.

    데미안은 여전히 강서의 관 위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이게 이렇게 사용하는 거라고 했나?]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던 것이다. 형상화라는 것이 실제로 형상을 갖추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전에 데미안을 보고 하린이 챙겨두고 있던 스마트워치 하나를 내밀어 둔 것.

    하린이 조작법을 대강 설명해주었지만, 그것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던 데미안은 이것저것을 눌러보았다.

    그러던 와중.

    삐빅-!

    갑작스러운 알림음과 함께 스마트 워치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거 왜이래.]

    시끄럽게 울려대던 스마트 워치는 흔들림을 반복하다가 홀로그램으로 문자를 연속으로 표시해보였다.

    [에러, 사용자의 생체반응이 없습니다.]

    [에러, 사용자의 생체반응이 없습니다.]

    [에러, 사용자으 생체....]

    그렇게 계속해서 울려대던 스마트워치를 손으로 내리찍은 데미안.

    데미안이 스마트워치를 내리찍자. 진동이 멈추었다. 그리고 진동이 멈춤과 동시에 또 하나의 메시지를 띄워 보였다.

    [<유흔결계: 아오하시아>에 동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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