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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55화 (155/191)

155화. < ep34. 무극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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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라는 말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힘이 강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근육량이 더 많은 것? 속도가 빠른 것?

정답은 둘다 아니다. 힘은 그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쉽게 이야기하려면 힘을 굉장히 쉽게도 정의할 수 있겠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루어야할 개념들이 굉장히 많다. 많은 변수들이 ‘힘’이라는 개념을 구성하고 있다.

앞서 말한 근육량, 속도, 뼈의 강도, 경험, 능숙함 등등.

수많은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힘의 충돌’은 어떨까.

힘과 힘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만들어 지는지.

이것은 단순히 힘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공략의 진행을 결정할 때 고심하고 또 고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만으로 공략의 결과를 산정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의 영향을 완전히 잡아낸다는 것이 불가능한 이야기이기에, 공략을 한 번 진행할 때에도 더욱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대련을 예측하는 것은 어떨까.

하린은 그것에 대해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던전의 공략보다는 예측하기가 용이할 것이다.’

아무래도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파악할 것도 많고 그 생김새나 특징에 따라 변수가 많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아무리 독특한 무술을 사용하더라도 예측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의 응용이었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왔다.

딱 15초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 이게 말이!!!....끄흐...돼요!?”

하린이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검격을 간신히 튕겨내며 말했다.

하린을 향해 날아든 검격은 허공에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남긴 잔상이 굉장히 특이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단순히 ‘변칙적이다.’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굉장히 기하학적인 무늬를 남기며 그어진 검.

‘가로로 베었다’, ‘세로로 베었다’, ‘사선으로 베었다.’, ‘찔렀다.’ 그 어떤 한 문장으로도 그 검격을 형용할 수 없었다.

사내가 그어온 검격은 가로로 베는 검이면서, 동시에 세로와 사선으로도 그어졌고 동시에 하린의 몸을 향해 찔러들어온 검이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검격.

하린은 자신이 어떻게 막아낸 건지도 모를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린이 막은 게 아니기도 했다. 그 검로를 예측하고 움직인 것은 하린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검 ‘백제(白帝)’가 스스로 움직인 것이었으니까.

[...]

원래라면 역시 자신의 주인은 경험이 많아야 한다느니, 역시 검집을 열어주면 안 되었다느니하는 불평을 한바탕 쏟아냈을 테지만 백제는 조용히 다음 검격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객관적으로 그 검격이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에고소드로서 500년이상의 세월을 지내온 백제가 보기에도 그것은 막아내기 힘겨운 검격이었다.

“검에 휘둘릴 정도로 기본기가 안 되어 있는 건가. 태도로 휘두르는 변검은 5각 이상의 변각을 보이지도 않거늘.”

상투를 틀고 고급스럽게 수놓은 비단옷의 사내가 중얼거렸다.

언뜻 듣기에는 조롱조의 말이었지만, 말에 담겨있는 감정은 오히려 아쉬움이었다. 하린이 그것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실망한 것처럼.

“빨리 좀 도와줘 봐요! 보고만 있을 거에요?”

“대련이다. 다른 이들이 끼어드는 수치를 감당할 수 있나?”

하린의 애탄 부름에도 공진호는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사내의 검은 쉴 틈 없이 하린에게로 쇄도 했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린은 도와달라는 말조차 입에서 꺼내지 못했다.

하린이 검을 맞붙이고 있는 상대는 다름 아닌 ‘무장’이었다.

신전의 메시지에서 말하고 있는 현 무극의 왕.

무극을 만나게 된 경위는 이랬다.

무극에서 비교적 북쪽에 위치한 봉인의 탑에서 무극의 중앙으로 내려오고 있던 공진호와 일행들.

공진호가 스캔하여 공유해준 비급을 읽으며 이동하던 그들의 앞에 아무런 기척 없이 한 사내가 나타났다.

나타난 사내는 다짜고짜 검을 들이밀며 ‘대련을 신청한다.’라고 이야기한 뒤 검격을 휘둘렀다.

일행의 가장 앞에 서있던 하린이 부득이하게 검을 가장 먼저 꺼내어 그 검격을 막게 되었고, 그렇게 하린과 ‘무장’의 대치가 시작된 것이었다.

대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으로 한쪽에 기세가 몰렸지만.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공진호는 ‘무장’의 등장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봉인의 탑>을 관리하는 것은 고대왕 ‘무휼’의 때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왕가.

왕가에서 직접 관리해 온 만큼 봉인의 탑을 에워싼 진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현재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무장이 찾아오리라 생각하기는 했다.

다만 혼자 올 줄도 몰랐고 이렇게 빨리 올 줄도 몰라고, 또-

‘봉인의 탑이 무너져 내린 것은 관심 없는 건가.’

봉인의 탑에 대한 이슈보다 대련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도 몰랐지만 말이다.

검이 계속해서 교차하며 변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린의 검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무장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본국의 일원이 아닌 인물이 봉인의 탑까지 쳐들어 왔으니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건만...아직도 외세의 수준은 이것 밖에 되지 않는 건가. 얼마 전 그 백인(白人)과는 전혀 다르군.”

하린과 일행들을 다른 국가의 일원이라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아쉬움이 한껏 묻어나는 무장의 말. 무장은 그 말을 뱉고 나서 손을 한 번 휘저었다.

"...!!!"

[야야, 너 손!!]

그러자 무장의 검격이 처음으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검격이 시작한 우상단 꼭지에서 유려하게 흐르듯 하린의 허리춤으로 향한 검은 하린의 허리를 벨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끊김없이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하린의 손목을 향해 휘어졌고, 하린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무장의 검이 하린의 손목 우측을 가격했다.

"윽..!"

다행히 하린의 손목을 가격한 것은 검의 날 부분이 아니라 등 부분이었다. 하린의 허리춤을 스치고 지나가며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무장이 바꾸어 쥔 것.

가격당한 곳이 마비를 유도하는 점혈이었는 지 하린은 자연스럽게 백제(白帝)를 놓치게 되었고, 날부분으로 떨어진 백제가 바닥에 박히며 무장은 검을 회수하였다.

"..."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력 격차에 하린이 멍한 표정을 지었고, 무장은 그런 하린을 조금은 한심한 표정을 쳐다보며 몸을 돌렸다.

“실력을 더 기르고 와라. 어차피 그 정도 수준으로는 봉인의 탑을 통째로 훔쳐가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겠군.”

실제로 말도 안 되는 실력의 격차였다.

검을 든 대련에서 상대를 제압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상처하나 남기지 않은 채로 손에서 검을 놓게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실력 차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복싱대회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상대를 KO시키는 게 비슷하다면 비슷하달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이야기였다.

심지어 하린은 지구의 헌터 전부를 모아놓고도 이등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실력자. 에고소드인 ‘백제(白帝)’의 도움을 받고서도 몇 합 견디지 못한 것은 검을 쓰는 무인으로서 수치스러울 정도의 결과였다.

백제를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무장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하린.

그런 하린을 잠시 응시하다가 공진호가 입을 열었다.

“잠깐."

“뭐지? 왜 그냥 돌려보내주는 거냐는 질문을 하고 싶은 거면 그냥 돌아가라. 이미 그 질문은 수도 없이 받았으니.”

“아니. 이번에는 이쪽에서 대련 제안을 하지.”

"...?"

공진호의 갑작스런 대련제의에 무장이 뒤를 돌아보았다.

무장은 공진호가 예상한 것처럼 봉인의 탑의 진법이 무너진 것을 알게 되고 찾아온 것이었다. 찾아올 때의 무장의 마음은 사실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기본적으로 무극의 일원이자, 무극의 왕을 맡아보고 있는 만큼 그도 무(武)의 극한에 관심이 많았으며, 이미 스스로의 사유로는 더 이상 심득을 얻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상태였다.

때문에 강한 적수가 쳐들어온 것은 도리어 그에게 행복한 일이 된 것이었다.

특히 최근 무극을 지나 남만(南變)으로 향했다고 하는 백인(白人)의 소문을 듣고 난 후라서 더욱 그랬다.

엄청난 검술실력을 가졌다는 그와 한번 겨루어 보지도 못하고 남만으로 보낸 것을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던 찰나였으니 더욱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왕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그를 찾으러 남만(南蠻)으로 향했으리라고 생각하기 까지 한 무장이었으니 그의 기대와 실망감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대련이라면 이미 끝났다.”

무장은 강서 일행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극의 왕이라는 자리는 제2 망록시기 무극이 강성했던 시기에 누구도 모를 수 없는 자리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무장은 역대 왕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고대 왕> 무휼의 실력을 닮았다고 이야기가 될 정도로 실력자였다.

주변국가의 인물이라면 모를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강서일행은 굳이 말하자면 타계에서(?) 왔으니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어쨌든 무극의 왕인 자신을 보고도 가장 먼저 검을 빼어든 하린이 일행 중에서 가장 실력자라고 생각했던 것.

게다가 기대가 굉장히 컸기에 결과적으로 무장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하린의 실력이 주변국을 기준으로는 굉장히 뛰어났기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무극의 대에는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한 여성이 검을 배운다는 것은 굉장한 집안의 자녀가 아니고서는 흔치않은 일.

그러니 무장의 입장에서는 하린이 이중 가장 실력자라 생각할 수밖에.

“아니, 네가 겨루어 봐야 할 인물은 여기 따로 있다.”

"...?"

공진호는 자신감이 가득한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공진호의 눈빛은 뭔가 아련함을 그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려왔던 순간을 맞이한 것처럼.

“오랫동안 강자를 고대해왔겠지. 네 실력에 부응할만한 적수를 말이야.”

“네 검을 꿰뚫고, 너의 검로를 모두 읽으며, 무(武)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만한 그런 상대.”

공진호의 목소리에서 그가 허투루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무장이 천천히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공진호의 목소리에서는 확고함이 느껴졌다.

“네 바람대로, 네가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다. 장담하지.”

그리고 무장이 몸을 돌려 바라본 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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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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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요?”

공진호가 강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최.강.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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