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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53화 (153/191)

153화. < ep34. 무극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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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호가 무너뜨린 지반 아래에는 거대한 공동이 있었다.

데미안이 말한 것처럼 공진호가 이곳 저곳을 가격했던 것은 ‘진’을 무너뜨리는 일이었고, 공진호가 앞서 <봉인의 탑>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 아래에는 무언가가 봉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봉인된 것은.

-ㅗᅮㅑ....

-대학 도서관 급인데?

엄청난 양의 책들이었다. 책장이 없다는 점이 조금 달랐지만, 적어도 장서량만큼은 대학도서관의 그것과 비교할만한 양.

책들은 책장에 꽂혀있는 대신 세로로 높게 쌓여 있었다.

책들이 드러나자 공진호가 뭐라 설명을 하기도 전에 데미안이 먼저 공동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공동 아래로 내려간 데미안은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서적하나를 펼치고는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미안을 뒤따라 내려온 강서 일행들.

“음...이거 읽을 수 있는 거에요?”

책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데미안을 보며 하린이 물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가볍게 부정의 의사를 표해왔다.

[아니.]

하지만 부정을 하면서도 데미안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책을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데미안은 계속해서 책을 훑어보고 있었다.

하린도 데미안을 따라 책을 펼쳐 보았지만, 전혀 뜻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이내 손에서 책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공진호는 쌓여있는 책들을 하나 둘 들춰보다가 입을 열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강한 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공진호의 갑작스런 질문에 하린은 반문하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갑자기요?...굳이 말하자면 재능이죠.”

재능. 그것이 하린이 생각하는 강함의 조건이었다. 슬픈 이야기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 가진 재능이 어떠냐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는 굉장히 많았다.

노력을 아무리 하더라도 재능의 벽에 가로막히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던 하린은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그리 틀리지는 않은 이야기. 하지만 그건 공진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그것도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지. 하지만 아니다. 강해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

데미안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고, 강서가 그런 데미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거의 동시에 같은 답을 뱉은 두 사람.

그 두 사람을 보며 공진호는 약간 놀란 눈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

그것이 공진호가 원하던 답이었던 것.

“맞다. 생존을 위해서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든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 그것이 없다면 뛰어난 유전자와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꽃 피울 수 없고, 노력과 경험으로 실력을 쌓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이야기지.”

굉장히 근본적이 이야기였다. ‘밥을 먹기 위해서는 밥이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달까.

하린은 ‘아니 뭐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이라고 이야기하며 반박하려 했지만, 공진호가 뭔가 말하려 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내 입을 닫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이야기를 화두로 공진호가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말했다시피 이곳 무극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동양.]

“...그래, 동양에서 가장 강력한 검사들이 거주했던 나라였다. 실력이 가장 강한 자들이니 만큼 강함에 대한 열망 또한도 가장 강력할 수밖에 없었지.”

"..."

“세계...동양, 이곳저곳에서 강자란 강자는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유는 딱 하나. 강한 자들이 모여들었다는 소문 그 자체 때문이었지.”

공진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서는 하나 둘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2망록시기 당시 무극에 가본 적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동양의 ‘무극’이라는 곳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던 것.

“강한 자들이 모여 힘의 우열을 가린다. 이 ‘무극’이라는 국가는 순전히 그것을 위해서 만들어진 나라였다....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

공진호의 분위기가 무거워 졌다.

“문제요?”

“그래, 아주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가 되었지.”

“무(武)에 대한 강력한 열망 덕분에 모여든 사람들의 대부분은 목숨보다도 무(武)의 극한을 보는 것을 더 중요시 여겼다. 지금 완성된 검격 하나를 긋는 것이 내일의 생존보다도 중요한 사람들이었지.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보니,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는 목숨은 가볍디 가벼워질 수밖에.”

공진호의 말을 들으며 하린은 생각을 한 번 해보았다. 목숨보다도 무(武)의 극한을 더 추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하지만 하린에게는 그 모습이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히 현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념이었기 때문.

간혹 델타처럼 호승심이 강한 이가 있기는 했지만, 공진호가 말한 것처럼 검격 한번을 긋는 데에 목숨을 걸 정도의 사람을, 하린은 본 적이 없었다.

하린의 찡그린 얼굴을 보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지은 공진호는 데미안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대련 중 사람이 죽는 것이 합법일 정도로 경우가 없는 국가였다. 가장 강한 자가 왕에 등극한다는 전통 덕분에 반년을 버틴 자가 없었다. 죄다 도전을 받고 죽어 나자빠졌지.”

“모두 전생에 직접 들은 사실이다. 곧 있으면 만나게 될 이 <무극>의 왕으로부터 말이지.... 어쨌든 국가로 성립한지 10년 동안 이 <무극>이라는 나라는 계속해서 존폐 위기였다.”

창립 후 10년 동안 존폐위기였다는 공진호의 말에 하린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10년이라는 말과 존폐위기라는 말은 보통 같이 쓰이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공진호의 말을 들어보면 왕이 반년을 못버티고 바뀔 정도로 나라가 불안정했는데, 그 와중에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틴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이유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의 일원 한 명 한 명이 엄청난 실력을 가진 군단급 인력이었기 때문에, 주변국가의 습격으로 멸망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주변에서 먼저 습격을 해오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지며 자리를 피했기 때문에 외부의 습격으로 멸망할 일이 없었던 것.

국가 내부의 일로 계속해서 위험에 처해 왔지만 다른 국가로부터 멸망할 가능성은 없어 유지된다는 굉장히 기이한 형태의 존폐위기를 겪어왔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한 왕이 나타나게 되었다. 죄다 돌아버린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왕이었지.”

공진호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왕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해서는 <무극>이라는 나라가 인간도 짐승도 뭣도 아닌 괴물들의 나라로 남을 것이라 판단하고 굉장히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바로 무공서들을 모두 땅에 묻어 버리는 방법이었지.”

"...!!"

공진호의 말에 하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진호의 말에서 가리키는 무공서.

[역시. 이건 무공서였군.]

공진호가 연 봉인의 탑의 모든 서적이 다름 아닌 무공서였던 것.

“무극 내에서도 사용하는 무술에 따라 어느 정도 계파(系派)가 나뉘었다. 다른 국가들 보다는 그 결속력이 헐겁고 개인적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각 종파라는 큰 줄기에 따르는 유파들로 존재했던 거지. 그 왕은 종파의 비급서들을 모두 모아 땅에 묻어버렸다.”

“본래는 파쇄했다고 알려졌으나 나중에 이 <봉인의 탑>에 묻어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졌지.”

공진호는 숨을 한번 몰아쉬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야기들의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우린, 그 중 한 책을 찾으러 이곳으로 온 거지.”

***

-에이 아무리 그래도 한글이 말이 되냐?

-이미 회귀부터 말이 안 되는 데 그게 또 안 될 건 왜임?

-저기 무극 아님. 아무튼 아님.

ㄴㅇㅇ경상북도 무극시자너;;

ㄴㅋㅋㅋㅋㅋㅋ

공진호의 설명은 거기까지였다. 그 뒤에는 자신이 설명하는 서적을 하나 찾으라고 이야기 한 뒤 자신도 직접 무공서 찾기에 가담했다.

그런데 그 설명이 조금 특이했다.

‘한글로 ’비급‘이라고 적혀있고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현대의 양장본 도서와 비슷하게 포장된 책이다. 그래도 눈에 뛰는 편이니 찾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바로 한글로 적혀있고 그 포장이 조금 특이하다는 것. 포장이 특이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수용이 가능했으나, 한글로 적혀있다는 공진호의 말에 하린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공진호의 말에 따르기는 했으나 그 말이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강서도 다르지 않았다. 강서도 하린처럼 무언가 이상했던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흠...혹시 그게 여기 있나.’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점이 하린과 조금 다르긴 했지만.

공진호가 예상했던 것보다 서적 찾기는 생각보다 오래 진행되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은데...’

강서, 하린, 진호, 그리고 데미안까지 총 4명이 찾는 데에도 30여분이 넘도록 책을 찾지 못했다.

장서량이 상당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책의 저장 방식이 살펴보기 어려운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예상보다 길어진 ‘비급찾기’. 그렇게 30분이 조금 넘게 지난 시간,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찾았다.]

"...!!!"

데미안의 말에 진호와 하린이 놀란 기색을 표하며 데미안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그들이 볼 수 있도록 책을 위로 들어주었고, 책은 정말로 공진호가 말한 것처럼 현대적은 포장에 ‘비급’이라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시청자들과 하린의 반응은 같았다.

“와 진짜 한글로 적혀있네요...여기 있는 다른 책들은 다 이곳 언어로 적혀있는 것 같던데... 아니면 비슷한 건가...”

공진호의 말이 진짜라서 놀라는 눈치.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같은 지구라고 하더라도 시간대가 ‘제2망록시기’로 되어있는 차원문 너머의 세계였다. 말이 제2망록시기이지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아득한 시간적 거리.

진짜 같은 언어를 쓰는 것만으로 이미 놀람의 대상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좋아. 이거면 됐다. 이제 바로 나가도록하지. 책에 대한 설명은 나가서 해주겠다.”

책을 찾았으니 나가자는 공진호의 말에 데미안도, 하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 인물이 공진호의 말에 반대했다.

“잠깐만요. 이왕이면...”

“왜 그러지?”

그건 다름 아닌 강서였다.

강서가 공진호의 나가자는 제안을 거절한 채 어느 방향으로 향했다.

“이쯤 이었던 것 같은데.”

"....?"

강서는 한쪽 벽면으로 향하더니 손으로 주먹을 쥐어 두드려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막힌 벽의 소리가 아니라 마치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텅텅- 거리는 빈 소리가 났다.

강서는 주먹을 쥐고 한쪽 팔을 길게 당기더니 벽면을 향해 강하게 가격했다.

콰앙-

굉음이 울리며 벽면이 우수수 무너져 내리고, 강서가 가격한 지점에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 네모나게 구멍이 뚫려있었다.

강서는 손을 뻗어 그 구멍 안을 뒤적거리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은 듯 집어서 빼내었다.

“아, 여기 있네요. ‘비급’이 여기 있으면 이것도 여기 있을 것 같았거든요. 왜 필요한 진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게 좋으니까....”

그리고는 공진호를 돌아보며 한 서적을 내밀었는데 그 서적에는 한글로 딱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에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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