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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52화 (152/191)

152화. < ep34. 무극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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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이 두 번째 삶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은 아니었다. 의미는 간단했으니까.

하지만, 간단하다는 것이 그만큼 가볍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인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두 번째 삶’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었으니까.

-?

마법도 존재했고, 일반인과 대비하여 충분히 신비한 존재인 각성자들도 존재했다.

마도공학이라는 초월적인 학문도 이미 세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말도 안 됐던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세계의 흐름 위에서도, ‘회귀’라는 것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금기’라고나 할까.

‘회귀’라는 것은 죽은 자를 살려내는 ‘부활’과 같은 정도의 ‘낯섬’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공진호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지나온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하나씩.

“당장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믿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알아본 바가 맞다면 그 누구도(?) ‘회귀’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테니까.”

"..."

왜인지 뭔가 한마디 얹어보고 싶어 입을 달싹이는 강서였지만, 소리를 뱉지는 않았다. 종전에 들은 공진호의 말에서 그가 얼마나 이 순간을 고대해 왔는지가 느껴졌기 때문.

“믿든지 믿지 않든 그건 듣는 사람에게 달렸다. 내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다만...”

"..."

“내 역할은 전해주는 것이다. 전생의 인류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리는 것이지.”

한껏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공진호를 보며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저놈은 회귀 한 번 가지고 되게 유세군.]

그 말에 강서가 조금 놀란 눈치로 데미안을 돌아보았다.

[왜?]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네요. 신기해서요.”

[...싱거운 놈.]

강서와 데미안이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공진호는 계속해서 입을 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그가 앞전에 예고했던 것처럼, 스스로의 전생.

앞선 인류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다. 지금이 훨씬 여유가 있기도 하고...헌터들의 수준도 강하지. 내가 살았던 전생에서는 여러모로 이번 생에 비해 부족한 점들이 있었으니까.”

전생과 비교하여 현생이 나아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진호 때문이었다.

물론 공진호의 전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강서의 존재도 굉장히 많은 몫을 차지했지만, 기본적으로 헌터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체제를 완성해 나간 것은 공진호였던 것.

그 일례로 들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헌터협회였다.

공진호의 전생에도 헌터협회가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헌터협회가 성립하게 된 것은 제2 차원문을 공략하던 시기에.

현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늦은 시기였다. 각국에 존재하는 각성자들과 수많은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통합적인 기관이 필요했는데, 전생에서는 그 필요성에 비해 나타나는 시기가 너무 늦었던 것.

그래서 공진호가 암암리에 손을 써두어 헌터협회를 미리부터 구축을 해둔 것이었다. 1세대 헌터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헌터협회는 결성되어 있었으니 전생과 비교했을 때에 그것이 가져다준 유익은 말할 것도 없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누구나 믿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상아탑이 생겨나며 상대적으로 그 필요성인 암시장이 지금은 거의 죽다시피 했지만, 상아탑이 제대로 돌아가기 전에는 헌터계에도 암시장이 존재했다.

전생에는 그 암시장으로 인해 헌터간의 빈부격차가 생겼고, 벌어진 헌터간의 격차는 각성자의 성장에 진입장벽이 되어 원할한 신규 인력창출이 어렵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생애에서 공진호는 그것을 제어함으로써 헌터의 기회를 최대한 확보했다. 암시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도하여 이끌어 나가며 불법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룰과 체제를 가지고 암시장을 운영했던 것이다.

상아탑이 생겨나면서 그 효용성과 신용이 확보되자마자 자연스럽게 시장을 접어나갔고 말이다.

그 이외에도 헌터계에는 공진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한 튼튼한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본래라면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이슈들이 모두 좋은 쪽으로 작용하며 선순환을 만들었고, 강서와 같은 이슈메이커가 만들어 내는 사건들이 헌터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작용했던 것이다.

“전생에 지구는 멸망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멸망 직전까지 갔다고 표현하는 쪽이 맞겠군. 내가 회귀한 시점에는 그래도 30만명 정도는 남아 있었으니.”

“네?!”

공진호의 말에 하린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하린은 솔직히 아직 공진호가 두 번째 생애라는 말이 와 닿지는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완전히 그의 말을 믿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그럼에도 30만이라는 수는 하린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단어였다.

30만.

인류의 숫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숫자였다. 지금과 비교한다면 채 0.01%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숫자.

하지만 공진호는 분명 30만이라고 이야기 했다. 죽은 사람도 아니고 살아남은 숫자가 말이다.

“그 30만도 이미 죽을 것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지. 그리고 그때에 헌터들이 공략을 시도했던 마지막 차원문이...”

"..."

“바로 이곳 제5차원 문이다.”

공진호의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그를 비난하는 자도 있었고 재수 없다며 그를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채팅을 치지 않고, 우선은 공진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단순한 거짓말.

그렇기 치부하기에는 그간 보여 온 공진호의 행보가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공진호가 헌터들을 위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지만, 그가 헌터들을 위한다는 사실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 광경을 직접 경험했기에 말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이마에 ‘비장함’이라고 생겨 넣은 것 같았던 공진호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우리가 공략에 실패하면-”

"..."

그리고 덤덤히 말을 이었다.

“인류는 멸망한다.”

공진호의 한 마디는 그가 회귀했다는 사실여하와 관계없이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의 비난이 과열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공진호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저주’라고 보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공진호가 말한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공진호는 누구보다 인류가 살아남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사실이다.”

다만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니 공진호에게 회귀하기 이전부터 이미 사실이었다. 우리라고 이야기 했지만, 공진호가 회귀하여 제5차원문에 도달하기까지 가슴 속에 묻어둔 한 마디는.

‘내가 실패하면 인류는 멸망한다.’

라는 책임감이었다.

그가 경험하기로, 제5차원 문 공략에 실패하면 찾아올 리스크는 단순히 뭘 대비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부탁하지."

"..."

때문에 공진호는. 누구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다.

여기서 실패하면 그가 회귀한 의미도 무엇도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인류로서. 이 공략을 끝까지 지켜봐라. 절대 실패하지 않을 테니."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

그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기자회견이라도 열어야 할 판이었지만, 공진호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것을 걱정했으면 말도 꺼내지 않았을 터.

공진호가 사람들에게 대놓고 ‘인류가 멸망한다’같은 자극적인 말까지 사용해가면 이야기한 것은 시선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지구에 있는 그 누구든지, 제 5차원문의 공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게 하기 위해서.

때문에 공진호는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지도 않았고, 구태여 설명하지도 않았다.

무극(武極)에 대해서도, 그리고 제5차원문 공략에 실패했을 때 찾아오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듯이, 지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덤덤히 이야기할 뿐이었다.

“우선 봉인의 탑으로 간다.”

“봉인의 탑이요?”

“그래, 여기는 무극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한 북림(北林)지역이다. 무극에서 ‘혈향’이 가장 가득한 곳이면서, 동시에 그 누구도 찾지않는 장소이기도하지.”

수행과제가 아직 떠오르지 않은 시점.

하린은 우선 공진호의 말에 따라 주기로 했다. 두 번째 삶이니 인류의 멸망이니 할 때에는 하린도 아리송했지만, 지난 몇 년간 하린이 세워온 기준 하에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아저씨가 따르니까.’

강서가 공진호의의 말에 따라주고 있다는 것.

‘판다=진리’라는 논리를 마음속에 둔 채 하린은 별 이견 없이 공진호의 말에 따라주기로 하였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아는 공진호를 신뢰한 것이기도 했고.

.

.

.

.

.

“여기에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수십 여분을 움직이던 공진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추었다.

하지만 하린이 의문이 던진 것처럼 그 앞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숲과 별 다를 게 없는 풍경.

"..."

하린이 질문을 해왔지만 공진호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돌려 지형을 파악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공진호는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콰앙-!

주먹을 들어 올려 바닥을 내리찍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움직임에 하린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이내 중얼거리는 데미안의 말에 공진호가 무엇을 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봉인진이군.]

공진호가 한 것은 지형 이곳저곳에 설치되어있는 봉인진을 파쇄하는 일이었다. 봉인진을 푸는 방법 중 가장 무식한 일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가능만 하다면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

콰앙-!

공진호가 주먹을 휘두르는 곳은 한군데가 아니었다. 어느 곳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주먹을 더 휘둘러대었다.

콰아아앙!

그렇게 굉음이 수어 번 더 울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굉음이 울린 후에 일행들이 보는 눈앞에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공진호의 주먹이 가격한 곳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균열이 사방으로 피었고, 그 균열이 사방 곳곳을 가득 메우자-

“이건...”

[이건 좀 흥미롭군.]

한순간에 땅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지하공동과 함께 셀 수 없을 정도의 서적들이 드러났다. 가지런히 정돈된 책들은 일견(一見)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것들이었다.

“봉인의 탑. 이곳이 바로 무극(武極)의 정수가 담긴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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