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50화 (150/191)

150화. < ep34. 무극 (1) >

====================

[공략단장 제 5문 공략 선포.]

[차원문의 안전 과연 괜찮은가?]

강서가 김수혁의 집무실에서 나온 바로 다음날.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공략단장 공진호의 제 5차원문 공략발표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공진호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겠지만, 이번의 경우 그 안전성이 많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기에 공략에 동의하는 여론과 반대하는 여론이 날을 세워 대립하고 있었다.

헌터계와 연계되어있는 근접 분야의 전문가들은 공진호의 섣부른 공략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그들이 공진호의 공략결정을 우려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공략에서 복귀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현재 헌터 전력들이 제4차원문조차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 그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근본이유는 한가지였다.

바로 ‘신전의 부재.’

강서일행이 오크반도로 넘어가 있는 동안 신전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본래 차원문의 성능과 안전성을 증명하던 것이 신전이었기 때문에, 신전이 사라진 지금 제 5차원문으로 넘어가는 것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당장 차원문이 기능을 잃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략을 강행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이야기하며 말이다.

때문에, 정부나 협회차원에서의 규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진호의 공략강행에 반대표를 던졌다.

제목: 야 솔직히 이 상황에서 공략강행은 개 무리수 아니냐...

나 공진호 팬인데, 신전이 사라진 상황에서 차원문을 계속 다니는 건 공략자체에 미친 거 아니냐.

솔직히 먹고살기 힘든 것도 아니고 굳이 다음을 공략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ㅋㅋㅋㅋㅋ팬인데ㅇㅈㄹ 일단 팬아님zzzz

ㄴ이거ㄹㅇ ‘팬인데 = 안티인데.’

-그냥 아드레날린에 미친 거지. 경주마도 맨날 가만히 있으면 미침ㅇㅇ

-일반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 않겠냐. 공략단장쯤인데 공략 그 자체를 사랑하는 듯.

사람들은 공략을 강행하려는 공진호에게 비난 아닌 비난을 날렸다.

표면적으로는 그게 맞는 이야기였다.

인류의 입장에서 제5차원문은 그리 절박하지 않았고, ‘신전의 사라짐.’, ‘공략단 일부의 실종’ 등 최근에 겪은 사건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에 찾아올 수 있는 리스크는 무한해 보였으니까.

전부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혹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야 그래도 그런 낭만가도 있어야지. 콜롬버스같은 사람이 있어서 지금의 미국이 있는 거라니까?

-ㅋㅋㅋㅋㅇㅈ나는 솔직히 찬성임 기대되지 않냐?

하지만.

공진호가 공략을 하는 이유는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 때문도, 콜럼버스같은 탐험심 때문도 아니었다.

생존.

공진호가 공략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류의 생존을 위함이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전생을 겪어본 공진호만은 알고 있었기 때문.

제 5차원문을 적절한 시기에 공략해내지 못했을 때에 인류가 감당해야 되는 무게를 말이다.

'...'

공진호는 과거를 회상하며 마지막 채비를 했다.

제5차원문 너머에 있는 <무극>에서의 일을 대비하여 준비해 놓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나씩 리스트를 확인한 두 공진호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강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론에는 알리지 않았지만 <제5차원문> 너머에 있는 <무극>을 소수로 공략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공진호의 경험상 제5차원문의 경우에는 많은 물량보다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소수의 실력자들이 필요했으니까.

소수로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이 언론으로 알려지면 안 그래도 적지 않은 반대여론이 더 늘어날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

뚜루루루-

수화음이 얼마간 이어지고 특유의 끊기는 소리와 함께 강서의 목소리 들려왔다.

-여보세요?

"...공략단장 공진호다.”

-아 네네 무슨 일이시죠?

“제5차원문 공략과 관련해서...”

공진호는 단도직입적으로 제5차원 문 공략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동시에 이번에는 자신의 말에 따라달라는 말도 함께.

그동안 강서의 행동을 생각해보며 강서가 꽤 까다롭다고 생각했며 조금은 우려했던 공진호의 생각과는 다르게 강서는 흔쾌히 승낙의사를 보였다.

-네네, 그러세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된 이야기에 공진호는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그럼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

-네네

조금이나마 부담감이 덜어진 공진호는 강서에게 장소를 물었다. 상아탑에 있다면 잠시 찾아갈 요량으로 말이다.

"지금 상아탑인가?”

하지만 강서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진호가 전혀 생각지 못한 내용의 것이었다.

-아뇨 아뇨. 마침 시간이 좀 남아서 미리답사 중이에요.

.

.

.

.

.

.

"...?"

“...괜찮은 거겠죠?”

뭔가 걱정스러운 듯 하린이 강서에게 물어왔지만 강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하린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검. 백제(白帝)가 데미안으로부터 한참 얼차려를 받던 도중 하린과 강서는 제5차원문 너머, <무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곳은 어떤 곳일까?’ 정도의 가벼운 대화.

공진호는 차원의 틈새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고 했지만, 강서는 그 너머의 세상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조금은 음산하고 낯선 기운이 느껴질 뿐 경험했던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조금 음산하고...쇠냄새가 짙게 나는 것 같았어요.’

그 이야기를 듣던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더니 그곳을 방문해 볼 것을 강서에게 권유했다.

[내가 어딘지 알 것 같은데. 미리 가볼 수 있겠나.]

딱히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지못한 강서는 당연하게도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공진호가 알지 못하는 사이 제5차원문의 첫 진입이 이미 이루어진 것이었다.

“...저는 모르는 곳이 맞는 것 같네요.”

차원문은 넘어오자마자 공기 중에 깊게 스민 쇠냄새가 폐부를 찌르고 들었다.

그 강렬한 냄새에 하린은 넘어오자마자 코를 막을 정도. 일반적으로 조금 강하다고 이야기할 정도가 아니라 정말 생전 처음 맡아볼 정도로 강렬한 쇠냄새였다.

하린의 할아버지가 넘어가는 찰나의 순간 강서가 느낀 쇠냄새가 헛것이 아니었던 것.

“중심지는 아닌 것 같고 어디 외진 구역인 것 같은데...”

언제나 그랬든, 차원문 너머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중심인지 아니면 외곽인지는 일행이 결정할 수 없었다. 이미 정해진 장소를 향해 넘어갈 뿐.

일단은 어느 우거진 숲속이었고 당장 주변에 높은 나무도 없었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기는 어려웠다. 아니, 애초에 중심인지 외곽인지를 안다고 해도 너머에 있는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데 큰 의미는 없었다.

차원문을 넘을 것을 제안해 온 데미안은 차원문을 넘어온 직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알 것 같은 건지 특유의 무표정을 지으며 땅을 쓸어서 흙을 비벼보기도 하고 옆에 있는 나무의 표면은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역시…]

“아는 곳인가요?”

[내가 직접 와본 곳은 아니다. 소문으로 듣기만 해봤지.]

그렇게 잠시 동안 이것저것을 확인해 보던 데미안은 확신이 들었는지 강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문득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쇠에는 냄새가 없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렇게 나 강렬한데...”

하린으로서는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이미 하린은 쇠냄새를 맡고 있었고, 그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는데 쇠에는 냄새가 없다니.

[흔히 금속에서 난다고 착각을 하곤 하지. 특히 철로 된 물건, 예를 들어 동전이나 검 같은 것을 만지다보면 맡을 수 있는 이 냄새를 두고 쇠냄새라고 하지.]

[하지만, 이건 쇠냄새가 아니다. 쇠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쇠에는 냄새가 없지.]

데미안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라는 말을 조금 더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몸을 조금 숙이고 바닥에 있는 흙을 조금 퍼들었다.

“하지만...”

하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으려다 말을 흐렸다.

‘뭔가.’

본래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려던 참이었지만, 데미안에게서 강서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뢰라고 할까.

데미안의 말에는 강서의 말만큼의 힘이 있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쇠냄새는 사람의 피부에 있는 기름이 쇠와 닿아 산화하며 나는 냄새지.]

"...!!"

데미안의 말에 하린의 몸이 잠시 굳었다. 데미안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대강이나마 감이 왔기 때문.

[게다가 이정도로 강렬한 냄새가 나기 위해서는 꽤나 오랫동안 그것도 많은 양이 사람과 접촉이 되어 있어야하지. 단순히 잠깐 닿는 다고 해서 나는 휘발성 냄새는 아닌 것 같군.]

사람의 몸과 오랫동안 닿아 있으면서, 그 양이 많은 물질.

그 중에서도 쇠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피.”

하린이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하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려왔다.

피가 낭자한 전장에서도 뛰어보았기에 그런 것이었다. 지금 코끝을 찌르는 쇠냄새가 피에 의해 발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피가 필요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하린을 뒤로한 채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마치 모르는 게 이상하다는 것처럼.

[정말 모르나?]

“아뇨. 이제 알겠네요.”

데미안의 말에 잠시 멈칫한 강서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데미안의 말에 동조했다.

데미안의 말을 들으며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강서가 직접 이 국가를 겪어본 것은 아니었다. 강서의 기억이 맞다면, 강서는 이런 곳에서 환생한 적이 없었다.

다만, 데미안이 처음 넘어와서 이야기한 것처럼, 강서도 이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무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나도 몰랐지만. 아마 맞는 것 같군.]

데미안과 강서의 알 수 없는 대화에 하린이 끼어들었다.

“저기 혹시...저도 뭔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두분이 하는 대화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아."

하린의 말에 강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2 망록시기에 한 국가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에서 제일가는 검사들이 모여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죠. 각 국가에서 제일가는 검사라고 하더라도 그 국가에 가면 범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무(武)에 있어서는 굉장한 지위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아 그래서 이름이 무극(武極) 이었나봐요.”

“네 그래서...”

강서가 설명을 잇는 도중 데미안이 묘하게 뾰루퉁해보이는 얼굴을 한 채 한마디 끼어들었다.

[한마디만 정정하지. ‘세계에서 제일가는 검사들’이 아니라 ‘동양에서 제일가는 검사’다.]

"..."

그렇게 강서가 무극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