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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47화 (147/191)

147화. < ep33. 데미안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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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균열이 닫히고 나서 잠시간 적막한 기운이 흘렀다. 사방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소리만이 귓바퀴를 메우며 먹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강서는 예상치 못한 강탈에(?) 난감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한 자루는 노인이 하린에게 준, 강서와 전혀 관련 없는 검이었지만.

나머지 한 자루는 그 의도가 어떻든 노인의 검을 가져오게 된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잠시 뒷머리를 긁적거린 강서는 우선 노인에게 전달 받은 것을 행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노인이 하린에게 전해달라고 건넨 검은 이 설야(雪野)의 배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새하얀 검이었다.

흰색 검체(劍體)에 금색으로 장식되어있는 고급스러운 검.

검집을 끼운 상태에서도 검신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치 노인이 하린을 위해 준비해 둔 것처럼 하린에게 딱 잘 어울리는 검.

하린에게로 걸음을 옮긴 강서는 그 검을 하린에게 내밀었다.

"...?"

“이거, 하린님 거에요. 아까 그 분이 전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얼떨결에 강서로부터 검을 넘겨받은 하린은 조금은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그 검을 받아들었다.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하린님이 남자를 무더...부족함 없이 잘 자라주었다고요.”

[‘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팩트를 전달할 것을 요구합니다.]

[‘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하트뽕뿅’과 ‘무더기보이즈’의 행방을 찾습니다.]

강서는 계속해서 쫑알대는 불그의 창신을 바닥에 박아 넣고 하린에게 말했다. 강서의 말을 들은 하린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노인의 태도가 겉으로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관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표정변화 하나 없이 다짜고짜 공격을 날려 오더니, 이번에는 허리춤에 있던 다른 검을 선물로 남겨 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강서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성장을 좋아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달해주었다.

긍정과 부정이 계속해서 번복되는 아리송한 태도.

클라이막스는 손 한 번 내저어 주지 않고 차원균열 너머로 이동한 것이었다.

그 태도의 끝에서 하린은 도저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린의 그 애매함을 해소해 준 것은 강서였다.

“말씀도 하실 수 없고 표정도 지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하시더군요.”

“...네?”

하린이 무슨말이냐는 듯 의문을 표했다.

“전에 말씀드렸던 ‘징크스’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일정한 경지를 초월하시면서 얻은 징크스죠. 말씀드렸던 신격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어쨌든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럼 맨 처음 공격은...”

“다가오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특수한 경우라 괜찮았는데 아마...이유가 있으시겠죠.”

마주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이상하고 특별한 조우였다.

노인에게는 비밀이 많아 보였지만, 그것을 물어 볼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왜…”

하린은 강서가 건넨 검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서운하고 아쉬운 감정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선 찾아가 보죠.”

강서의 말에 하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을 강서가 먼저 할 줄은 몰랐기 때문.

하지만 강서가 찾아가 보자고 이야기 한 것은 하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거...”

강서가 오른 손에 들고 있던 검집을 들어올렸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노인의 물건을 강탈했기에 강서는 그것을 돌려줘야했다.

게다가 불그를 통해 들은 노인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면.

‘꽤 중요했던 것 같은데.’

“...전에 그거 다시 가능해요?”

하린이 강서에게 물어왔다. 오크반도로 넘어 올 때의 보았던, 차원균열을 다시 일으킬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네, 가능합니다.”

강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린에게 가능하다는 의사를 표했다. 오크반도로 넘어오며 세계에 대한 개연성이 리셋되었고, ‘차원추적’은 분명 많은 개연성을 소모하는 스킬이었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노인이 이동한 곳에 손을 짚으면 그 길을 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강서는 그렇게 하려 했고.

하지만 그것을 막는 사람이 존재했다.

“잠깐."

목소리를 내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든 이는 공진호였다.

“방금 그 백발노인이 이동한 곳. 내가 알고 있는 곳이다.”

"...?"

***

[연장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제4차원문:오크반도>의 수행과제가 생략됩니다.]

[<제4차원문:오크반도>가 정상적으로 개방됩니다.]

[<제5차원문:무극>이 개방됩니다.]

노인이 차원균열을 넘어가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수많은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서가 미리 이야기한대로, 생츄어리의 신 <우라림필로스> 그 신격을 잃으며 오크부족들이 서로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통일이 되는 과정이 당연히 조용할 수는 없기에, 부족장을 정하고 부족 간 전통을 1차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지만, 하린의 할아버지가 대륙을 떠날 때 즈음에는 마무리가 되었던 것이다.

제4차원문이 개방됨과 함께 강서일행은 강제로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다.

[차원문의 권외 지역입니다. 강제로 귀환합니다.]

우라림필로스가 사용한 신격에 힘입어 도달했던 곳이었지만, 본래라면 신전이 제공한 차원문의 격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역이었던 것이다.

제4차원문이 ‘오크반도’라고 명명되어 있는 것처럼, 오크반도까지가 신전의 차원문으로 도달할수 있었던 것. 본대륙은 권외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구로 귀환한 강서일행이었지만, 딱히 일이 틀어진 것은 아니었다.

공진호가 미리 말한 대로, 노인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노인이 있는 곳을 갈 수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

"흠..."

공진호가 말한 지역은 바로 제5차원문이 연결되어 있다고 표시된 <무극>이었다.

말하자면 헌터들이 다음으로 공략할 지역으로 하린의 할아버지가 먼저 갔다는 말이었다. 하린은 그 말을 듣고 차라리 잘됐다며 바로 제5차원문으로 갈 것을 이야기 했지만, 공진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쉽게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극한을 돌파해 온 것이 사실이었지만, 무극은 정말로 격이 다르다. 그리고 엄연히 내가 공략단장이기 때문에 이동을 허락할 수 없다. 대책없이 가는 것은 개죽음이나 다름없지.’

공진호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공진호의 말이 단호하고 표정 또한 굉장히 진지했기 때문에 하린은 거기서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공진호가 그렇게 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도 따로 있었다.

공진호의 전생에서, 헌터들이 전부 몰살당하고 인류가 멸망직전까지 치달았던 차원문이 바로 제5문인 ‘무극’이었기 때문.

하린 입장에서야 못가도록 말리는 공진호가 조금 미울 수 있었지만, 공진호 입장에서는 사실 하린을 걱정한 것이었다.

공진호가 그곳에서 목도한 것은 정말로 죽음뿐이었으니까. 이전보다 헌터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하린이 아무리 수준급의 실력자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보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일단은 알겠어요."

조금은 탐탁지않은 표정의 하린이었지만.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상아탑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임시로 구성된 5인 공략단이 성공적으로 제4차원문의 공략을 마치고 지구로 복귀했다.

***

복귀한 공략단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멈춰있던 세계의 톱니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이들이니 만큼, 돌아온 그들이 발휘한 영향은 상당했다.

상아탑은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제3차원문 아단대륙과의 교역에 착수하기 시작했고, 재정적 긴축상황에서 폭발적 투자로 전략을 바꾸었다.

동시에 제4차원문 오크들의 사업기획을 짜기 시작했다.

공진호는 제5차원문의 공략을 짜기 시작했다. 회귀한 그 날부터 준비해왔던 <무극>이었기 때문에 얼개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공략을 짜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얼개위에 알맞은 인원들을 적재적소에 분배하고, 전략의 순서를 점검하며 재정비하는 것이었다.

델타의 경우 진 상태로 끝낼 수 없다며 제4차원 문으로 돌아갔지만, 그거야 델타의 성격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필요한 일을 할 때.

강서와 하린은 상아탑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상아탑 바깥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아이러니 한 것은 하린과 강서 모두 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린은 할아버지가 준 검을 매만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씨름을 한다는 말이 더 알맞으리라.

[아 싫다니까 꼬맹아. 무슨 거머리도 아니고.]

에고 소드.

하린의 할아버지가 하린에게 넘겨준 검은 자아를 가지고 있는 에고 소드였다. 마치 강서가 들고 있는 <불그>처럼 말이다.

불그와 같이 신격의 조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하자면 <반신>의 격에 이르렀달까.

소유자에 따라 신격에 비견될 힘을 낼 수도 있고, 그에 훨씬 모자란 힘을 발휘할 수도 있는 무기였다.

[박영감 녀석의 나이도 맘에 안 들었는데 내가 왜 아직 100살도 안 먹은 꼬맹이 수발을 들어야 돼.]

문제는 그 검의 고집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검은 하린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하린이 아무리 검집에서 뽑으려 하여도 뽑혀주지 않았고.

젖이나 더 먹고 오라는 등.

하린을 오히려 조롱하며 놀리려들었다.

"후..."

하린은 그 조롱에 호승심을 발휘하여 3일이 다 되어가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검과 씨름중 이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뽑힐 때까지 뽑기를 시도하는 것.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실제로 방법을 알지 못했으니 어찌하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3일 밤낮을 씨름을 했지만, 검이 뽑히지 않자, 하린은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는 그 검이 생각을 굽힐 기미도, 그리고 그렇게 큰 데미지도 받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포기해라. 내 몸에서 젖비린내 배기 전에 원래있던 영감한테 주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주던가. 너같이...]

“...어쩔 수 없지.”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뭐하려고? 어차피 뭘 해도 소용없다니까?]

“아저씨한테 가봐야지. 그 수밖에 없네.”

하린은 본래 자신의 힘으로 일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검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할아버지가 준 검도 검이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를 찾는 것이었으니까.

하린이 생각해낸 묘수는 간단한 것이었다.

[아, 글쎄 누가 와도 소용없다니까?]

강서를 찾아가는 것.

“그건 가봐야 알지.”

언제나 일을 해결해주던 강서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하린의 생각이었다.

하린은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3일동안 굳게 닫혀있던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끼익-

그러자.

“어? 아저씨?”

문앞에는 하린이 찾아가려했던 강서가 이미 서있었다.

“마침 나오려 했나보네요.”

“네네, 안 그래도 아저씨 찾아가려....??”

안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던 참이라는 말을 하던 하린의 입이 멈추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서의 오른 손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될게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무명검(無名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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