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 ep31. 오크들의 신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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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삭.
림족의 족장 쿤 림은 생각했다.
‘맛있다. 너무도...맛이 있다.’
얇디얇게 슬라이스된 감자 한 조각. 별다른 재료도 없었다. 단지 넘기기 전 소금을 조금 뿌렸을 뿐.
하지만 그 결과는 쿤 림에게 역동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혀끝에서 까끌거리는 감자칩의 투박한 표면을 첫맛으로 입안에서 부숴지는 황홀한 식감.
음식은 내유외강이 제일이라 했던가.
딱딱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튀김의 맛은 오크들에게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었다.
<쿤 림>이 감자칩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리고 맛있다고 생각한 순간.
그건 이미 쿤 림만의 감상이 아니었다. 림족의 <오우라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며 뿔을 세우고 있던 모든 림족 오크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오우라 네트워크가 모든 감각을 100%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쿤 림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어떤 맛을 느끼고 있는지가 조금이나마 공유가 되고 있었던 것.
그들에게 공유된 <쿤 림>의 메시지는 ‘맛있다.’였다. 공유된 감정은 행복이었고 말이다.
쿤 림이 느끼는 행복감을 전달받고 나서, 식탐이 강한 림족 오크 몇 명의 입가에서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투이...킴?」
「…」
무언의 대화 속에서 조금씩 흐름이 강서에게로 넘어오고 있었다. 모든 오크들의 이목이 쿤 림에게 향해 있었다.
쿤 림의 눈은 감겨 있었다.
자신의 입안에서 처음 마주한 미미(美味)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였다. 턱을 당겨 입을 다물 때 마다 풍요로운 바삭함에 행복한 표정이 자동으로 지어졌다.
경험해 본 적 없던 맛에 정신을 놓은 듯한 쿤 림.
강서는 기다렸다.
쿤 림이 다시 눈을 뜰 때까지. 그가 그 온전한 맛을 다 느끼고 나서 생각을 정리할 때 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영겁과도 같은 10여초가 지나 쿤 림의 눈이 뜨여졌다.
쿤림은 강서를 잠시 바라보고 고개를 돌려 림족을 쭉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는 확고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꿀꺽-
림족뿐만이 아니었다. 직접 감정을 공유받은 림족 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미 감자칩이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 우라족과 필로스족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좌중을 훑어본 후에 <쿤 림>이 웅장하게 뱉은 한 마디는 단순한 감상평이 아니었다.
「이건-」
그건 오히려 ‘맛에 대한 굴복’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리라.
「고향의 맛이다.」
***
‘그 부족’님이 ‘10,000원’을 후원!
[???: 이건 킹향의 맛이다.(ps. 조금 전까지 적이었음.)]
-ㅋㅋㅋㅋ진지한 표정 무엇ㅋㅋㅋㅋㅋ
-태세 전환수준;;
-속보) 판다좌 또...또!
-현재까지 과제 수행 기여도 감자칩좌>판다좌>그 외 찌꺼기;;
-zzzz순식간에 찌꺼기행;;
감자칩의 여파는 상당했다. <쿤 림>이 먼저 맛보는 것은 일종의 시식이었달까. 쿤림의 뿔을 통해 전달된 행복감은 림족 전부에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그 행복감이 아니더라도 감자칩이 주는 향긋한(?) 냄새는 오크들을 유혹했다.
「신이시여...」
「투이 킴이라 했나? 이건 부족장의 말이 맞다. 고향의 맛이야.」
「우오어아어...」
덕분에 수혁은 강서의 바위 아래로 모여든 수많은 오크들을 줄세우는 데에 진땀을 빼야했다.
「...쿤 림놈이 저렇게 친근한 성격인 건 처음 알았군.」
「…」
우라족의 족장 우라우라의 중얼거림에 람필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쿤 림의 행동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는 지금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강서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으니까.
「형제여, 고맙네. 자네 덕분에 고향을 기억해냈어.」
「분명 이 맛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맛일 걸세. 내 기억은 몰라도 내 몸이, 세포가 알아서 반응하고 있어.」
강서가 미리 준비한 감자칩 하나로 판다족(?)과 림족은 대동단결을 하게 되었다. 행복감을 느껴하는 쿤 림을 보며 강서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진짜 먹고 싶었었지.’
강서가 이곳 오크반도에서 환생했을 때.
강서가 유독 그 생애에서 그리워했던 음식이 바로 감자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감자칩을 해먹을 수 없었는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곳 오크반도에서 ‘기름’이라는 것은 굉장히 귀한 것이었다.
우선 식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순한 기름을 얻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 정도로 정순한 기름은 번제 때에나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크반도에 존재하는 식물은 모두 독성을 가지고 있어 기름을 추출할만한 마땅한 식물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강서는 멸족한 부족의 일원이었다.
그 귀한 기름을 요리에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회차를 한참이나 반복한 뒤에 강서가 오크반도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어느 정도 힘을 갖추었을 때 즈음에 강서는 X카칩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는데 강서는 그 포X칩을 만들었을 때에야 자신이 왜 그 생애에서만 유난히 감자칩이 먹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오크자체가 튀김이라는 음식을 굉장히 좋아했던 것. 그들의 유전자속에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튀김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튀김’이란 오크반도에는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던 요리였기 때문에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강서가 감자칩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것이 발견된 것이었다.
‘...지금은 본 대륙 쪽에 가 있을 테지만.’
보여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상념을 마친 강서는 자신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쿤 림>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 ‘판다족’을 오크의 한 부족으로 인정해 주시는 건가요?”
「물론이다.」
쿤림은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잠깐 몸을 멈추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 ‘투이 킴’이 좀 더 있으면...」
***
“아저씨 저렇게 혼자가게 둬도 돼요?”
“그 번제가 도대체 뭐하는 건데?”
하린과 델타가 따지듯 물었다. 질문을 받는 이는 공진호였다.
강서는 이미 생츄어리 숲 앞에 서서 다른 족장과 부족들과 함께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공진호는 크흠-하며 헛기침을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번제라는 건 말 그대로 신에게 바치는 제사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대의 제사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방식은 간단하다. 번제 기간 동안저 <생츄어리>에서 사냥감을 잡아 자신의 부족이 섬기는 신에게 바치는 거지.”
공진호의 말처럼 <생츄어리>는 신이 사는 성역이었다.
그리고 성역이니만큼 특이한 점도 존재했는데, 첫째는 바로 그 크기였다.
오크들이 사는 숲과 생츄어리는 본질적으로 그 크기가 달랐다. 나무만 하더라도 높이차이가 족히 10배는 날 정도.
그리고 그 나무가 큰 만큼, 그 안에 사는 사냥감들도 굉장히 거대했다.
번제라는 행사는 그 거대한 사냥감들을 사냥해, 각자의 신이 거주하는 산으로 가서 그 사냥감을 태워 올리는 것이었다. 1년간 오크반도에서 모아온 기름을 원료로 말이다.
“왜요?”
하린이 공진호에게 물었다. 그런 행위를 하는 이유가 지금까지 들은 설명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그렇지 않은 부족들의 오우라가 약해지고 멸족했기 때문이지.”
"..."
지금까지 살아있는 세 부족 모두 매년마다 치러지는 오크반도의 번제행사에서 가장 큰 사냥감들을 번제로 올렸던 부족들이다. 더 큰 사냥감을 잡아 올릴수록 더 강력한 오우라를 보장받고, 그렇지 않은 부족들은 오우라를 잃었다. 그래서 저렇게 집착하는 거지.”
강서를 제외한 다른 부족들은 부족장 혼자서 나가지 않았다. 딱 봐도 정예 병력처럼 보이는 건장한 오크들이 부족장에게 몇 명씩 붙어 있었다.
번제의 시작을 앞둔 상황.
강서일행과 있었든 해프닝 덕분에 시간이 미뤄지긴 했지만, 날짜까지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부족장들은, 날이 어둑해졌음에도 밤에 번제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생츄어리 초입라인에 선 각 부족의 정예병들.
「원한다면 우리 부족원들을 좀 내어줄 수 있다. 우리는 형제의 부족이니.」
쿤림이 친근함을 과시하며 강서에게 물었지만 강서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전력이 될 거라면 강서는 아마 일행들을 데리고 갔을 것이었다.
그들을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은 강서의 목적이 번제의 실행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 일을 시행하기에는-
‘혼자가 편하지.’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일행이 아니라 오크 부족원이라면 더더욱.
「...우려되는 점이 하나 있네.」
시작을 하려는 찰나.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필로스 족의 족장이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꽤 심각했다.
「하얀 귀신과는 무슨 관계지?」
그는 잠시간 망각하고 있던 ‘하얀 귀신’을 거론했다. 그의 말에 림족의 족장은 강서를 돌아보았다.
확실히, 잊고 지나간다면 모를까 이미 거론된 이상 묻고 넘어갈 수는 없는 사항이었다.
「맞아, 그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오크부족으로 인정을 받았다 손 치더라도, 그러면 번제 준비기간 불가침 조약을 어긴거나 다름없으니.」
우라족의 족장이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
감자칩을 나누어주며 강서일행에 대한 오크 전체의 적대감은 사라진 상태였지만, 하얀 귀신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강서일행이 하얀 귀신과 한 패거리라면, 명백히 ‘번제 전 1달 불가침조약’을 어긴 것에 대한 응당한 처벌 혹은 배상을 하는 것이 맞았다.
그 계약에 직접적으로 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해관계상 우라족은 그것을 요구할 명분이 충분히 존재했다.
거들먹거린 것은 우라족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방적인 피해를 입은 것도 명백히 우라족이었으니 말이다.
"음..."
잠시 고민을 하던 강서는 별거 아니라는 듯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캄찰 깜포아 쿠느툴(그는 신입니다.)”
「...뭐?」
우라우라가 반문했다.
「무슨 말이냐 그럴 리가 없다. 태곳적부터 이 오크반도에 존재하는 신은 단 세분뿐이었다.」
믿을 수 없었기 때문. 그들의 상식에 ‘새로운 신’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알기로 오크반도에 존재하는 신은 림과 필로스와 우라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강서가 말한 신은 오크반도의 신이 아니었다.
“니마리 다마자 오우 쿠게락(맞습니다. 하지만 전 오크반도의 신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
「...그럴 리가 그럼 본 대륙의 외신(外神)이...」
강서는 거기까지 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오크부족장들의 동요는 여전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서는 딱히 죄책감을 가지지는 않았다.
‘다 거짓말은 아니니까.’
강서는 ‘하얀귀신’이 신격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격을 흡수할 정도의 능력은 최소 신격의 무기를 지니거나 신격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당황한 표정을 한 부족장들이었지만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장로들이 번제의 시작을 알리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 것.
「쿠홈 라!(신께 제사를)」
장로들이 선창하자 남은 오크부족원들이 장로의 말을 따라했다.
「쿠홈 라!」
그리고 다시 한 번 ,
「쿠홈 라!」
「쿠홈 라!」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구호를 외침과 동시에 부족장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파앗-
순식간에 튀어나간 각 부족의 정예병들. 각자가 자신들이 익숙한 <생츄어리>의 스팟으로 향했다.
넓디넓은 생츄어리에서 사냥감을 찾고 사냥에 성공한다는 것은 생각 보다 많은 기술과 시간이 필요했으니 그동안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동한 것.
그리고 강서는-
‘미안합니다.’
조금은 다른 것을 사냥하러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