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40화 (140/191)
  • 140화. < ep31. 오크들의 신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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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츄어리 입구 중앙.

    오크들이 거주하는 오크숲과 <성역: 생츄어리> 사이 넓은 공터에 많은 오크들이 몰려있었다.

    오크들은 마주보고 서있는 하린과 우라우라를 중심으로 몰려있었다.

    그들이 모여든 이유는 바로 수십 년 만에 시행되는 오크전통 겨루기 <뭉투스>를 보기 위함.

    이전 부족이 적지 않을 때에는 빈번히 일어나고는 했던 부족장간의 일대일 대결문화가 다시금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것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부족의 수가 한자리 수가 되고부터는 부족장간의 대결이 지양되며 아예 사라져 버렸기에 말로만 듣던 그 역사속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대상이 오크가 아니라는 것이 조금 달랐지만.

    작지 않은 스케일.

    오크들의 연례행사 <번제>가 열리는 기간인 만큼 모든 오크가 몰려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저씨 진짜 그냥 하기만 하면 돼요?”

    “네네, 그냥 하던 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린님이 여기서 제일 잘하신다면서요?”

    하린이 강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린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제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크와 알 수 없는 대화를 하고나서 다짜고짜 강서가 들이민 것은 우라족의 족장과의 일대 일 프리룰 팔씨름 대회.

    매년 있는 상아탑 주최의 무명검 대회에서 항상 하린이 우승했기에, 하린이 명실 상부한 최고의 팔씨름 꾼이었지만, 그것을 떠나 왜 오크들과 그것을 하게 되었는지 하린은 이해할 수 없었다.

    「크하핫, 그래도 꼴에 오크라고 자부했다고 ‘뭉투스’를 제의 했군.」

    분위기가 돌변한 우라우라는 몰려든 주변 오크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우라족 특유의 반전성격이었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조금 생각이 느리지만 일단 전투에 임해 아드레날린이 한 번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가 되는 우라족.

    「근데, 이 우라족을 고르다니. 틀려먹기도 너무 틀려먹었어.」

    아드레날린이 끓어올랐을 때의 우라족은 단순히 성격이 바뀔 뿐만이 아니라, 전투 성능도 가장 뛰어났다. 수많은 오크부족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3부족에 괜히 속한 것이 아니었다.

    전투센스와 기본 능력치가 필로스족, 림족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다른 부족들은 그 나름의 강점들이 있었지만, 단순히 힘으로만 비교한다면 우라족이 가장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우라족은 오크 특유의 힘 <오우라>를 신체에 직접 불어넣어 사용하는 타입.

    기본 능력치에 강력한 <오우라>의 힘까지 더해졌을 때 우라족은 적어도 힘으로 이길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특히 <뭉투스>는 힘을 겨루는 방식의 전통 내기.

    심지어 그 뭉투스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가 ‘우라족이 너무 유리하다’는 것이었으니, 우라족 입장에서는 질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

    판다부족(?)의 <뭉투스>제의가 우라우라에게는 차라리 고마운 것이었다.

    오히려 하얀귀신으로 무너져 내린 우라족의 긍지를 회복할 기회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정도는 선택권을 주지.」

    의기양양한 우라우라가 기세를 가다듬으며 이야기했다.

    뭉투스가 본래 룰 없는 1대1 대결을 이야기 한다고 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때에 따라 한쪽에 유리한 규칙을 집어넣어 시행되기도 했다.

    바둑에서 먼저 돌을 깔아두고 시작하는 것과 같달까.

    일종의 양보를 해주는 것이었다. 무엇을 하든 힘에서는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네, 팔씨름은 아시죠? 서로 손을 마주잡고 당겨, 먼저 상대방의 손이 바닥에 닿게 하면 이기는 방식.”

    강서는 익숙한 팔씨름(?)을 제안했다. 팔씨름은 뭉투스가 사라진 이후에 오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종목 중 하나였다.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당겨 먼저 상대방의 손등을 땅에 닿게 하면 이기는 방식.

    특히 우라족 같은 경우에는 부족 내 서열을 정할 때에도 팔씨름을 사용하는 만큼 곧바로 강서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강서가 일부러 익숙하고 간단한 종목을 골랐다고 생각한 <우라우라>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호오....팔씨름이라면 뭉투스라기엔 스케일이 작지만...간단해서 좋네. 가장 힘의 우위를 가리기 좋은 방식이지.」

    그리고는 자신의 부족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뭐라 쑥덕거리더니 명령을 내렸다.

    부리나케 어딘가로 달려간 부족원들은 정사각형 모양의 거대한 바위를 들고서 나타났다.

    -ㅗㅜㅑ...

    -저걸 왜 가져오는 거임?

    -뭐라는 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하린으로부터 방송을 넘겨받은 강서는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시청자들의 질문에 가볍게 대답해주었다.

    이미 프리룰 팔씨름은 일반인들도 즐기는 스포츠 중 하나였다. 그 룰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었던 것.

    그런데 프리룰 팔씨름을 할거라고 이야기하자마자 오크들이 큰 바위를 가져오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팔씨름을 할 거 거든요.”

    -?

    -킹씨름인 건 우리도 아는데...필요 없잖아요?

    -아…이 레퍼토리는 hoxy...

    팔씨름을 할 거라는 강서의 말에 처음에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이내 강서의 속셈(?)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희가 이기면 우라족에서는 저희 <판다족>을 공식적인 오크로 인정해주시는 겁니다.”

    「당연하지. 지면 군말 없이 죽는 거고.」

    우라우라는 여전히 의기양양한 기세로 부족원들이 가져다 놓은 바위 앞에 섰다. 하린도 강서에게 잠시 눈빛을 보내다가 그 앞에 섰다.

    우라우라는 전형적인 팔씨름 자세처럼 팔꿈치를 바위 위에 얹어 놓고 몸을 기울였다.

    일견 보기에도 마주본 두사람의 체급차이는 엄청났다. 1m50 남짓한 작은 키의 하린과 우라족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체구를 가진 부족장 우라우라.

    우라우라는 자신의 앞에 선 하린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분명 손등이 닿기만 이기는 거다. 팔이 부러져서 닿아도 억울해하지 말도록.」

    우라우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하린이 강서에게 물었다.

    “이 오크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에요?”

    “음...어...정정당당히 룰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뜻인 것 같아요.”

    “그래요? 생긴 거랑 다르게 꽤 인성이 괜찮은 가보네요. 좋아요. 저도 최선을 다해서.”

    강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린은 오른손을 내밀어 우라우라의 팔을 붙잡았다.

    「그럼, 시작하지. 이거 원, 1초라도 버티려나 모르겠구만.」

    우라족의 족장이 심판을 맡은 필로스 족의 오크장로에게 눈짓을 했다. 시작을 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

    뭉투스의 시작이 목전에 달하자 주변 일대가 적막해졌다.

    단 하나의 잡음도 없는 고요함.

    고요함은 오히려 긴장을 불러 일으켰다. 각자가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정적이 이어진 그때에-

    오크장로가 지팡이를 짚은 오른 손을 높이 처들었다.

    그리고 그 지팡이를 바닥으로 내리 찍으며 뭉투스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우라우라는 눈빛을 바꾸었다. 완전한 전투태세에 들어간 우라족의 기세는 엄청났다.

    오우라를 공급하는 원천. 우라족의 상징인 ‘심장’이 미친 듯이 펌핑을 해대며 <우라우라>의 존재감을 내뿜었고, 온몸의 모든 곳으로 혈류와 함께 <오우라>를 흘려보내었다.

    순식간에 차오르는 충만감에 우라우라는 팔에 힘을 꽉 주며 본신의 힘을 꺼내었다.

    「아무리 하얀 귀신이라도 단순한 근력에 있어서만큼은....?」

    그리고 우라우라가 본신의 힘을 꺼내는 동시에 바라본 앞에서는,

    하린이 당연하다는 듯 검을 뽑고 있었다.

    ***

    예상치 못한 승부의 결과에 오크들 전체가 웅성거렸다.

    「아니 이건...」

    「뭐 다른 룰을 설정한 게 아니긴 한데 그래도...」

    망연자실한 표정,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의 우라우라였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난 상태였다.

    “손등이 닿기만 하면 이기는 거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기본적인 룰은....」

    -응 끝났어~ 돌아가~

    -갓하린 킹씨름 통산 전적 : 277승 2패

    -2021년 상아탑배 킹씨름 경연 우승, 2022년 우승, 2023...이하 생략.

    -압-살해버렸자너;;

    “생각보다 약하네요. 델타는 왜...”

    하린이 고개를 돌려 델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린은 사실 델타가 한 번에 당한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거라 예상을 했다.

    검날 한번쯤은 맨 피부로 튕겨내는 정도의 기본적인(?) 수준은 될 줄 알았던 것.

    하지만 우라우라는 하린의 검날 휘두름을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자신의 팔을 당겨 땅에 붙였다.

    사실 이곳에는 강서의 계략이 어느 정도 담겨 있었다.

    본래라면 하린의 생각대로 우라우라는 하린의 검을 튕겨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그러지 못했던 것은 우라우라가 자신의 오우라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필로스족이 어금니를 잡히면 제대로 오우라를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우라족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오우라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린이 검을 꺼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라우라가 놀랐고 동시에 몸으로 보내던 오우라가 흩어지고 힘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애초에 안 믿었다 멍청한 우라족 놈들.」

    림족의 족장 쿤 림이 우라우라를 비웃으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마치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는 듯이 말이다.

    “그럼 우라족은 저희가 오크라는 의견을 더해주신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필로스족이 애매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림족과 우라족 모두 단번에 강서일행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런 포지션을 이용해 강서가 제안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세 부족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면 번제의 참여 자격을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시에 우라족에게 뭉투스를 제안한 것이었고, 우라족은 자신들이 절대지지 않을 거라는 무한한 신뢰 하에 그것을 허락한 것이었다.

    림족의 족장 쿤 림은 자신의 뿔을 가리키며 강서에게 말했다.

    「우리 부족은 모든 일원이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장을 맞고 있지만 지성이란 모두의 생각을 공유할 때 최대로 발휘되는 법이지.」

    “…”

    「이런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다. 내가 부족장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그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 부족전통상 모든 부족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지.」

    림족의 선택은 일종의 투표였다.

    림족이 가진 뿔은 부족원끼리의 소통을 연결하는 일종의 안테나 역할.

    뿔을 가진 모든 림족은 서로의 생각을 말하지 않아도 주고 받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 어디에서든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림족이 오우라를 발휘하는 방식이었다.

    “림족 내부의 투표를 거쳐 저희를 인정할지 선정한다고 하네요.”

    강서는 그 상황을 간략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 그럼 당연히 거절하는 거 아니에요? 자기 부족장 말을 따르겠죠.”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개개인의 생각이 다 다르다고 해도, 일단은 한 부족으로 묶인 만큼 자신의 부족장의 말을 듣는 것이 당연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가? 거절해야하는 것 같은데.”

    공정한 척 하여 투표를 제시 했지만 사실상 이길 수가 없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방법이 있습니다."

    "..."

    "...투표에는, 포퓰리즘이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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