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39화 (139/191)
  • 139화. < ep31. 오크들의 신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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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오크인 척을 하자고요?”

    “그게 가능해 사부?”

    강서가 일행에게 제안한 방법은 바로 오크로 위장을 하는 방법이었다.

    “저희가 향해야 하는 곳은 <생츄어리>입니다. 생츄어리는 저 앞쪽에 보이는 거대한 숲을 말하죠.”

    오크반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3면이 물로 채워져 있는 반도 형태의 지형이었다.

    반도라고 불리는 만큼 붙어있는 <본 대륙>이 있었고, 그 본 대륙으로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생츄어리>라고 불리는 숲이었다.

    “아까 이야기를 해보니 그 하얀 귀신이라 불린 분도 이 생츄어리로 향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분을 찾기 위해서도 생츄어리로 가야하고, 퀘스트인 오크반도 통일을 위해서라도 저희는 생츄어리로 향해야 합니다. 방법이 거기 있거든요.”

    "..."

    “하지만 지금 당장 진입하는 것은-”

    “어렵겠군요.”

    강서가 수풀을 열어 생츄어리로 향하는 길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오크들이 막사를 친 채 자리하고 있었고, 번제를 준비하는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족히 수천이 되어보는 규모의 오크무리.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규모의 오크들이 모였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강서일행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모두 무시하고 들어가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말씀드렸듯이 생츄어리에 진입할 수 있는 시기는 1년에 번제시기인 딱 3일뿐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진입할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죠. 부족 내에서도 인정받은 몇 명만이 번제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그 외의 시기에 들어가는 것은 오크들이 막을뿐더러, 숲 자체에 서린 저주로부터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들어간 의미가 없게 되죠.”

    “아무리 그래도 오크인 척은 어렵지 않나요?”

    멋대로 생츄어리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은 이해가 갔지만 오크로 위장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보였다.

    일견 보기에도 알 수 있는 오크와의 체급차이는 위장을 한다고 해서 좁힐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얼굴의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요소.

    일행들 입장에서 갑자기 오크로 위장을 하자는 강서의 말은 완전히 쌩뚱맞은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저들과 외양을 같이 하자는 게 아닙니다. 보시면 오크들 간에도 차이가 보이실 겁니다.”

    “...확실히.”

    수풀너머 생츄어리 앞에 포진한 막사들을 한 번 둘러보고, 수혁이 말했다.

    거리가 꽤 있어 훑어볼 때에는 모두 같아 보였지만, 자세히 집중해서보자 오크들 안에서도 부족 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녹색 피부에 우락부락할 정도의 근육, 오크들 중에서도 눈에 띌 정도의 덩치를 가지고 있는 우라족.

    그리고 머리에 조그마한 돌기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 연녹색 피부의 림족.

    그리고 가장 먼저 보았던 도드라지는 어금니의 필로스족.

    오크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오크부족은 모두 혈통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자연스럽게 신체에 가진 특성의 차이가 도드라지게 된 것이다.

    “저희는 새로운 오크의 부족으로 들어가서 <번제>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겁니다.”

    ***

    그렇게 일부러 오크들에게 잡히며, 세 부족의 장을 불러 모은 강서는 그들 앞에서 충격발언을 발표했다.

    “저희는 세 종족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종족. 판-다족의 오크들입니다. 저희가 이곳에 온 목적은 <번제의 참가>입니다.”

    바로 자신들이 판다족이라는 <4번째 종족>이라 이야기한 것이었다.

    강서의 말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숨 쉬는 소리가 귓가에 닿을 정도로 적막해진 분위기. 오크들의 눈이 강서에게로 집중되었다.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외소한 체격으로 오크를 자처하다니.」

    적막한 분위기 가운데서 가장 먼저 림족의 족장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강서의 말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감정이었다.

    사실 그랬다. 오크반도에서 3개의 종족이 군림한지가 100여 년에 가까워지는 시점이었다.

    힘이든 지력이든, 능력이 부족한 종족은 도태되어 사라지게 되었고, 생존에 최적화된 부족들만이 이 오크반도에서 살아 숨을 쉬고 있었던 것.

    영역만하더라도 이 세 개의 부족이 관할하도록 오크반도를 삼분할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오기를 100년.

    갑자기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형의 생물들이 나타나서 새로운 오크 부족이라고 주장하니, 림족의 족장 입장에서는 그것이 어이없게 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크어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말하는 분위기에서도 느껴지는 비웃음에 하린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역시...저희 망한 것 같아요...”

    목소리에 딱히 긴장감이 있지는 않았다.

    부족장이라 하더라도 하린 자체로 무력에는 자신이 있기도 했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강서가 대책을 찾아낸다는 것은 하린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린은 오히려 오랜만에 하는 방송에 반가움을 느끼며 시청자와의 소통을 즐기고 있었다.

    -그 말은 hoxy....

    - 『판-다』의 복선쓰인가...

    필로스족의 족장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림족의 족장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이 오크반도에 세 종족만이 남은지가 100년이 넘었다. 내 선대의 선대 족장부터지. 헌데 그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오크부족이라고? 갑자기 튀어나온다고 알았다 할 줄 알았나?」

    "..."

    「뭐하는 놈들이냐?」

    림족의 족장은 강서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강서는 예상했다는 듯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림족의 족장에게 말했다.

    “저희는 번제에 참여할 겁니다. 저희에게는 번제에 참가할 자격이 있습니다.”

    「뭐라? 자격?」

    강서의 말이 림족 족장의 속을 뒤틀었는지. 림족 족장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하얀귀신과 닮은 것부터 이미 척살 대상이다. 그런데, 번제에 참가한다니 웃기는 소리. 우리 선대의 선대 족장님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다. 번제에 참가할수 있는 것은 림족, 필로스족, 우라족 뿐이다. 설사 너희가 실제로 다른 오크족이라 하더라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얼굴을 붉혀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며 한걸음 더 다가온 림족 족장. 갑작스럽게 일어난 기세에 주변 오크와 강서일행이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오크가 아니라는 생각은 나도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하얀 귀신으로 땅에 떨어진 우리 부족원들의 긍지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나는 이 생물들을 처단할 것이다.」

    거기에 우라족 족장이 거들기 까지.

    험악한 분위기였지만 정작 가장 앞에 있던 강서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마치 해볼 거면 해보라는 듯.

    그리고 그런 강서의 모습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쿤 림> 저자의 말이 맞다. 다른 오크족이라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라면 번제에 참여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

    강서가 나타나고부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고 있던 필로스족의 족장 <람 필로스>가 입을 열었다.

    ***

    「가능...하다...처음 오크반도가 만들어지고....부족이 많을 때...오크의 맹약에...가장 강력한 네 개의 부족이...번제에 참여했다... 참여할 수 있으니...맹약에 의하면...충분히 자격이 있다...」

    「…」

    림 족의 족장 <쿤 림>은 나타난 필로스족 오크장로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부족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그 부족의 부족장이었지만, 연례행사인 <번제>때만큼은 각 부족에 속한 장로들이 번제 행사를 주도하게 되었다.

    번제 행사가 처음 만들어 질 때부터 그 부족의 가장 오래된 오크가 행사를 주관하는 게 관례였는데, 그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 아직 까지 유효했던 것.

    쿤 림의 분노를 막은 <람 필로스>는 필로스족의 오크 장로를 불러와 해당 사항에 대한 질문을 했고, 결론적으로 강서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내었다.

    「맹약...」

    100년 전, 처음으로 오크반도가 만들어 질 때, 가장 강성했던 16부족이 함께 맺었다는 오크의 맹약.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맹약은 아직까지 오크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전통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고 흐려지기 마련이지만, 오크의 맹약은 그렇지 않았다.

    맹약이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적절히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맹약은 결국 약속의 일종. 명분과 긍지가 중요한 오크들의 사회에서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전쟁의 명분을 준다는 것과 같았다.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세 부족의 세력이기에 맹약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맹약’이라는 장로의 말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생각을 하고 있던 림족의 족장 ‘쿤 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크의 맹약은 오크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마지못해 숨기고 있던 자신의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오크의 맹약은 어디까지나 오크들에게 해당되는 사항.

    「번제 기간에 오크부족간의 전쟁은 금지되지. 그게 맹약의 한 종류인 건 맞지. <사냥>까지 금지되지는 않는다. 너희가 오크라는 증거가 어디있지?」

    강서일행을 지금까지 처단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강서일행이 스스로 오크를 자처했기 때문.

    번제기간동안은 오크간의 전쟁이 금지되었다.

    평소라면 서로 물어뜯고 싸움을 할 세 부족이 <번제>기간 동안 이렇게 싸우지 않고 있는 것도 역시 그와 같은 논리였다.

    때문에 강서가 오크임을 자처한 순간부터, 강서일행을 처단하기가 껄끄러워진 것이다.

    오크가 아니라는 데에 모든 부족이 동의하거나, 오크 부족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 처치하는 것은 맹약을 깨고 다른 두 부족이 연합할 빌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모든 부족의 족장들이 오크가 아니라는 데에 동의를 하기만 한다면 이 눈꼴시려운(?) 강서일행들을 바로 처단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의견에는 우라족의 족장 <우라 우라>도 동참했다.

    「나도, 오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 처단하는 것이 맞다.」

    물론 단순히 번제에 참여하려는 꼴이 마음에 안 든다는 림족 족장의 의견과는 조금 다른 이유였지만, 우라우라도 동의를 한 상황.

    필로스족의 족장 람 필로스만 동의한다면 당장이라도 강서일행에 대한 처단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아저씨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에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하린이 강서에게 물었다. 그러자 강서는 대답대신 하린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하린님, 요즘도 프리룰 팔씨름해요?”

    무명검을 걸어놓고 마탑에서 최초로 열었던 프리룰 팔씨름 대회. 강서는 갑작스럽게 하린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었다.

    “네...아무래도 최초의 헌터 전용 스포츠다보니까...공략단에서도 심심하면 하거든요. 공략단 분들은 거의 고인물 수준이라 경지가 달라지긴 했지만...그건 갑자기 왜요?”

    강서는 거기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앞을 보았다.

    「나는…」

    쿤 림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말을 끌던, 람 필로스.

    그가 제대로 입을 열기 전에 강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오크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증명을 해보이죠. 먼저 우라족 족장님?”

    갑작스러운 부름에 우라족의 족장이 진지한 눈으로 물었다.

    「오크의 자질?...갑자기 무슨 수작이지?」

    “저희와 <뭉투스>를 해보면 어떠십니까?”

    강서의 말에 림족의 족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갑자기 뭉투스라고? 미친놈들인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뭉투스>라는 오크 전통 겨루기는 ‘우라족에게 너무 유리하다’라는 이유로 오크부족 사이에서도 이제는 사장되어 버린 전통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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