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37화 (137/191)

137화. < ep31. 오크들의 신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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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찰팍투아 무스 달리아”

“마나트 바라무스 이수쟈”

“이쟘 타토르 부르치라....”

“뭐라는 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 쌩쇼로 밖에 안 보인다.”

강서와 필로스족의 8번째 어금니 워그 필로스의 대화를 지켜보던 델타가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강서야 오크어를 구사할 수 있고 대화의 당사자이니 모르겠지만, 델타의 입장에서는 이 이해도 가지 않는 모음자음의 덩어리들을 계속 듣고 있는 게 여간 고통이 아니었던 것.

시시때때로 변하는 워그 필로스의 표정과 역동적인 목소리의 고저를 통해 둘이 나누는 대화가 꽤나 심각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델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부라르 언제끝나냐르(대충 언제 끝나냐는 듯의 오크어)

-오크 시부래 무언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데스

그렇게 따분한 대화에 지쳐가기를 한참.

강서가 고개를 돌려 수혁에게 말했다.

“이제 풀어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네? 풀어주라고요?”

“네네, 아직 다른 오크들은 두고 이 워그 필로스의 속박마법만 좀 풀어주세요.”

수혁은 갑작스러운 강서의 말에 반문하며 워그 필로스를 바라보았다.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속박마법을 풀라는 강서의 말은 수혁 입장에서 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차피 풀어줄 거면 왜 기절까지 시켜가며 묶어 놓았단 말인가?

워그 필로스의 눈은 강서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이 있었다.

“....눈빛이 달라졌군.”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챈 공진호가 말했다. 공진호는 사실 강서와 워그 필로스가 대화하는 내내 워그 필로스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차적으로 바뀌는 그의 눈빛이 공진호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

‘아마 최면...’

워그 필로스의 변하는 눈빛을 보며 공진호는 강서가 워그 필로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공진호가 세계의 흐름을 건드리며 이번 생에는 성장하지 못했지만, 최면을 고유능력으로 타고나서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다니던 인물들이 있었다.

다행히 최면 능력 자체가 강력한 헌터는 나타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인과 헌터 사이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꽤나 골치 아픈 능력으로 논란이 되었던 것.

‘제일 흔한 발현방식이 분명 대화였지.’

일반인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헌터 규제 상 명백한 위법행위였기 때문에 그리 오래가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니 공진호는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공진호는 워그 필로스의 눈빛이 적개심에서 의심으로, 그리고 의심에서 충격으로, 그리고 충격에서 지금의 <신뢰>까지 이르는 데에 강서가 사용한 능력이 <최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유능력이 미래 예지가 아니었나? 아니면...’

사람을 설득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아는 만큼, 공진호는 강서가 행한 것인 최면능력이라고 단정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무서운 놈...”

"...?"

영문을 알 수 없이 ‘무서운 놈’ 취급을 받게 된 강서는 어깨를 으쓱이며 수혁을 바라보았다.

수혁은 무언가 찜찜한 느낌을 떨치지 못한 채로 속박마법을 해제했다.

그러자.

“판-다! 탄투바롤라”

갑자기 워그필로스가 강서를 향해 큰소리를 외치며 절을 했다. 역동적인 동작에 한 번 당한 전적이 있던 델타는 ‘움찔’했지만.

그건 공격의사가 아니었다. 워그필로스는 절을 하고 나서 양 옆에 있던 4명의 오크들을 양팔에 얹어 들고 자리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

그건 분명 존경의 감정이 담긴 인사였다. 3분 남짓한 대화가 일으킨 변화라기에는 너무 극적인 감정변화.

게다가 직접 가격하고 속박까지 걸도록 시킨 장본인이 바로 강서였는데 그만큼 마음을 돌렸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믿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아저씨 도대체 뭘 한 거에요...?”

“우리 안보이게 또 팼어 사부? 이번엔 말로 때린 거야?”

하린과 델타가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어왔다.

하지만 정작 대답한 것은 강서가 아니라 공진호였다.

“아니, 이건 <최면>이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짧은 시간의 대화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오크의 긍지는 가볍지 않다. 게다가 방금 그 오크는 필로스족의 직계 성골. 더욱 더 긍지 높은 지위의 존재이지. 함부로 남에게 고개를 숙일만한 존재가 아니다.”

“최면이라고요?”

하린이 반문했다.

하린은 아직 최면이라는 능력을 아직까지 경험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

강서뿐만이 아니라 공략단 중에서도 최면을 가진 자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공진호가 헌터와 일반인 간의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최면능력을 미리 봉쇄시켜 놓았기에 그런 것이었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능력이 존재 했나? 싶었던 것.

-최면이요? 레드 썬?

-킹면스킬 까지 구사하는 판다좌 당신은 대체...

-사실 우리가 다 판다한테 최면 당하는 중이었던 거임;;

-어쩐지 내가 여자친구가 없더라;; 킹꿀잼 몰카였네;;

ㄴ 222 어쩐지;;

당장 본 적은 없는 생소한 능력이었지만 붙은 이름에서 그 효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스킬.

“그래 최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긍지높은 오크 부족 성골을 3분만이 현혹시키다니...네 녀석 정말 무서운 놈이군...”

하지만, 공진호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네?”

바로 상대가 강서라는 것이었다.

공진호는 강서가 단순히 미래를 본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단지 강서가 오크를 알고 있는 것은 피상적으로 그런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과 기본정보 정도만 안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강서는 미래를 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오크의 피상적인 부분만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강서는 말 그대로 오크 그 자체였다.

자신이 직접 오크였던 만큼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포인트에 감동을 받고, 어떻게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지 직접 모두 경험해 보았기에.

머리가 아닌 몸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거 한 적 없는데요?”

강서는 최면을 건 적이 없었다.

"...?"

“그냥 대화로 설득 했습니다. 어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더라고요. 사실 저항이 강할 줄 알고 일단 기절 시켰던 건데 이럴 거면 때리지 말걸 그랬네요.”

“…그럴 리가. 말로 설득 될 만한...”

공진호가 강서의 말을 부정하려 할 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판-다!!”

"..."

존경이 담긴 목소리로 워그 필로스가 다시 한 번 외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에는 오크들의 고유능력 <오우라>가 담겨 있었다.

[버프: 오크의 함성이 발동됩니다.]

[종합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

버프까지 걸어주며 자리를 떠난 워그 필로스.

결국 공진호는 최면이라 말한 자신의 발언을 조용히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무슨 얘기를 한 거에요? 무슨 얘기를 했는데 애가 저렇게 180도 변해서 돌아가요.”

“음...이해하려면 좀 많은 이야기를 해드려야 하는데....이동하면서 이야기하죠.”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강서가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몰랐으나. 일행은 우선 강서가 인도하는 길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방금의 상황만 보더라도 강서는 이곳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있는 듯 했으니 말이다.

“우선 제가 한 대화를 이해하려면 이 오크반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

“이 오크반도는 이름에 붙어 있는 데로 오크들만이 거주하는 반도입니다. 이 반도에 존재하는 지성체는 오직 오크뿐이죠.”

강서의 말에 하린이 물었다.

“오크는 다 아까 그 오크처럼 생긴 건가요?”

“아니요. 오크반도에 존재하는 오크는 총 3개의 부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힘과 결투를 중시하는 우라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림족, 그리고 저희가 아까 보았던 필로스 족이 있습니다. 보유 인구수는 제각각이지만, 그 세 부족이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며 이 오크반도에서 살아가고 있죠.”

“음...삼국시대 같은 건가.”

강서의 설명에 델타가 양손을 깍지 껴 머리 뒤에 대고 중얼거렸다.

오크에게 당해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델타는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제대로 붙어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뿐.

때문에 강서의 말에 델타는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그 녀석들이 아직 어리고, 힘이 강한 부류도 아니란 말이지...’

델타는 오래 걸리고 복잡한 사냥 보다는 본능적으로 부딪히는 결투를 더 좋아했다.

결국 힘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사냥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델타가 공략단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도, 많은 강자들과 결투를 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

“그렇죠. 그 세 부족의 특징은 모두 다 다르고, 오크의 고유능력인 오우라를 표출하는 방식도 각자 다 다릅니다. 델타군이 아까 경험 해봐서 알겠지만, 필로스 족의 경우에는 소리를 이용하죠.”

“맞아, 아까 뜬 메시지도 그렇고.”

“어쨌든 직접 마주해봐야 감이 오시겠지만, 각자가 유지하고 있는 균형이 꽤나 오랜 기간을 유지할 정도로 견고합니다.”

강서의 말에 일행들이 침묵했다. 본인들이 수행해야 할 퀘스트의 내용을 다시금 떠올린 것이었다.

[지역: 지구 오크반도]

[퀘스트내용: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구의 까마득한 과거, 지구에는 ‘오크’라는 유사인종이 살고 있었습니다. 우라족, 림족, 필로스족이 거주하는 오크반도를 통일하십시오.]

[남은시간: 168:00:00]

[※퀘스트를 수행하는 1명이라도 사망할 시 클리어에 실패합니다.]

[※클리어에 실패할 시 합당한 패널티를 받습니다.]

“통일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그래서 제가 아까 그 필로스족 오크를 묶어 대화한 것입니다.”

“통일을 위해서요?”

수혁이 물었다. 통일을 위해서 필로스족과 대화를 했다는 것은 중간에 무언가 많이 생략된 설명이었다.

“네, 사실 필로스 족의 수뇌부 정도만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필로스족의 오랜 염원도 이 오크반도의 통일이니까요.”

"....!!!"

강서의 말에 사람들이 놀란 눈을 했다. 심지어 공진호 까지도.

“필로스족의 염원이 오크반도의 통일이라고?”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서에게 다시 물었다. 하지만 강서는 왜 그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돼.’

공진호는 과거를 떠올리며 강서의 말을 부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진호가 겪은 과거에서도 비슷한 과제를 받았었다. 시간제한이 있을 정도로 타이트 하지는 않았지만, 오크반도를 통일하라는 내용은 같았던 것.

그때 공략단이 선택하는 방식은, 한 부족을 적으로 돌리고, 동맹을 맺은 뒤 그 부족을 멸망시켜서 얻는 영토적 이점을 기반으로 두 부족 간 화합을 꾀하는 것.

그리고 그때 공략단이 적으로 돌려 멸망시킨 부족은 다름 아닌 필로스 족이었다.

공진호는 아무리 강서가 말한 사실을 부정하려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어딘가 찜찜했던 제 4차원문의 공략이 이제야 이해가 갔기 때문이었다. 강서의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퍼즐이 맞추어 졌다.

공진호가 4차원문을 지금껏 찜찜하게 기억했던 것은 필로스족의 부족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때문이었다.

[오크를 위하여.]

'...'

그때에는 공략단의 수뇌가 아니었기에 비교적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슴 언저리에 책임감이 메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죄책감을 간신히 묻어둔 채 공진호는 강서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오크반도를 통일하겠다는 거지?”

“간단합니다. 세 부족이 믿는 <신>에 대한 신념을 건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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