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34화 (134/191)

134화. < ep30. 이계의 이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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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흡...”

공진호는 속에서 느껴지는 뒤집힐 듯한 울렁거림을 가까스로 되삼켰다.

신전의 차원문을 넘을 때와는 다르게 강서의 차원 추적을 따르는 것은 어느 정도의 대가를 요구했다.

마치 배멀미를 하듯 일렁이는 속이 불쾌한 고통. 강서를 제외한 모두가 차원균열을 따르는 대가로 끔찍할 정도의 기분 나쁜 고통을 겪었다.

차원이동과 차원 균열의 차이점이었다.

차원 이동 같은 경우에는 정확히 설정되어있는 좌표를 통해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었지만, 강서가 시행한 것은 차원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차원균열>을 이용한 것.

이를테면 고속도로와 시골길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넘어오는 과정자체가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다 보니 몸이 어느정도의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그나마 공진호는 나은 편이었다. 마법사 클래스인 수혁은 실제로 헛구역질을 하며 묽은 점도의 침을 뱉어낼 정도로 고통스러워했으니까.

“이게 무슨...”

가장 먼저 몸을 가다듬은 공진호가 중얼 거렸다.

강서가 일부러 했다고 하기에는 그럴만한 이유도 없었고, 기미도 없었다.

분명 차원의 통로를 연 것은 강서가 맞았지만, 강서는 같이 갈 의도를 묻기까지 했으니, 강서가 나머지 4명일 일부러 끌어들일 리는 없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떠오른 ‘퀘스트 연장’의 메시지까지 본다면 강서의 의도만으로 이곳에 왔을 리는 없을 터.

"..."

시스템인지 신전인지 아니면 ‘제3의 무언가’인지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

마우레니아의 동굴에서 펼쳐진 상황에 어느정도의 외력(外刀)이 개입된 것은 확실해 보였다.

공진호는 자신의 정신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로 돌아오자 다른 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실제로 몸을 쓰며 사냥을 하기 때문인지 의외로 델타와 하린의 상태는 양호했다.

머리는 아직 어지러워했지만, 속을 뒤흔드는 일렁임은 어느 정도 사라진 듯 인상만을 찌푸리고 있었다.

가장 고통스러워한 것은 역시 마법사클래스인 수혁이었다.

일렁이는 속이 꽤나 고생이었는지, 수혁은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진이 다 빠진 얼굴로 강서에게 물었다.

“여긴...어디인가요?”

“...”

수혁이 질문을 했지만 강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을 둘러보며 마치 파악하듯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이내 옆에 있던 나무 위로 올라가서 주변지형을 살펴보았다.

‘이 나무 분명 어디서...’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며 숨을 몇 번 내쉬며 심호흡을 하던 수혁의 눈에, 문득 나무 한 그루가 들어왔다.

강서가 올라간 나무가 왜인지 익숙한 느낌이었던 것.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수혁의 기분 탓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강서가 직접 증명했다.

"지구인 것 같네요.”

"..."

“역시...”

내려오면서 한 강서의 말에 진호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그럼 그렇지’하는 눈빛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혁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강서가 올라간 나무가 왜 자신에게 익숙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현대의 지구에서도 익숙하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 중 한 종류였던 것이다. 크기가 현대의 것보다 훨씬 거대해서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지구라면...”

“제2 망록시기인 것 같습니다.”

강서는 하린의 말에 자신이 가늠한 것을 대답했다.

사실 하린으로서도 몰라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중얼거리며 생각을 정리한 것.

‘지구의 과거와 이계.’

처음 하프라인 바깥에 대해 신전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분명 그 두 가지를 이야기 했었다. 그말은 즉슨 이곳이 이계(異界)가 아니라면 지구의 과거라는 뜻.

일행은 그 말을 들으며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을 느꼈다. 조금이라도 더 익숙한 쪽이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두에게 잊혀진 까마득한 과거는 딱히 이계(異界)와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낯설고 생소한 것들로 가득했지만, 그래도 심리적 안정감에 차이는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뭐 그 할아버지라는 사람을 찾으러 가는 건가?”

꼬일 대로 꼬여버린 상황.

델타가 핵심을 짚었다.

본래라면 마우레니아의 레어를 정찰하고 돌아갔어야 하는 이들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따로 떨어져 이계로 떨어진 상태.

당장 무엇을 해야할 지 목적이 정확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거쳐갈 곳이긴 했지만...다시 돌아갈 방법은 있나?”

공진호가 강서에게 물었다. 강서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갈수야 있지만...다시 돌아오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여된 개연성 때문이었다. <차원추적>을 사용하면서 마법대륙 ‘아단’에서의 개연성을 대부분 소진했지만, 차원을 넘어왔기 때문인지 넘어오는 순간 개연성은 다시 확보되었다.

[남은 개연성: 100%]

하지만, 종전에 차원추적을 발휘하면서 강서가 사용한 개연성이 총 70%.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는 있었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 까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아니 특별한 수가 생겨나지 않는다면 불가능 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았다.

게다가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바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강서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강서가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강서가 상태창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제야 일행들은 ‘퀘스트가 연장됩니다.’라는 말 뒤에 추가적으로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 지구 오크반도]

[퀘스트내용: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구의 까마득한 과거, 지구에는 ‘오크’라는 유사인종이 살고 있었습니다. 우라족, 림족, 필로스족이 거주하는 오크반도를 통일하십시오.]

[남은시간: 168:00:00]

[※퀘스트를 수행하는 1명이라도 사망할시 클리어에 실패합니다.]

[※클리어에 실패할 시 합당한 패널티를 받습니다.]

“...확실히 당장 돌아가는 것 보다 이쪽이 급해 보이긴 하는 군.”

“오크?”

“재밌겠는데? 통일이라니.”

"..."

강서일행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공략단장이라는 명색에 알맞게 공진호는 남은 공략단을 걱정했다. 사실 공략단의 실질적인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섯이나 떨어진 상황.

단순히 공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말로는 커버 불가능한 상황이리라.

게다가 만약퀘스트가 연장되었다는 말처럼 공략단의 역할이 완전히 멈추어버린 상황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쌓일 것은 분명한 일.

공략단의 대리자도 명확하게 서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자리비움이 오래 지속된다면, 공진호가 오랫동안 공들여 구축한 공략단의 인프라가 꽤나 망가질지도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떠오른 퀘스트에 적힌 내용은 그것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갔다가 바로 오는 걸 장담할 수 없다라...”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은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공진호는 당장 돌아가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패널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 공진호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흠...”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 둘 수도 없는 노릇, 공진호는 스마트워치를 이리저리 조작해 보았다.

지직-

하지만 마치 물에 빠진 전자기기처럼 공진호의 스마트워치는 먹통이었다.

공진호로서도 전생과 현생을 포함하여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스마트워치는 차원문 너머에서도 어디에서든지 작동을 할 수 있었으니까.

전혀 신호를 수신하지도 발송하지도 못하는 스마트 워치에 스트레스를 느끼며 공진호는 팔을 내렸다.

“아마 안 될 겁니다. 지금까지 스마트워치가 작동이 되었던 것은 신전의 차원문이 그대로 열려있었기 때문이었죠. 그게 일종의 수신기 역할을 하며 차원 간 중계를 해준 겁니다.”

수혁이 말했다.

수혁의 말대로 차원 간 송수신을 담당했던 것은 신전에서 설치한 차원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경우 당연하게도 스마트워치를 통한 송수신이 불가했던 것이었다.

차원균열을 통해 이동하는 바람에 차원문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당장 개인차원에서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

“아, 연락이라면 방법이 있습니다.”

"...?"

그때, 고민에 빠진 공진호를 보며 강서가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 강서는 그대로 허공을 두드렸다.

그건 라오를 부르는 신호였다. 강서의 손이 허공을 세 번 치자 공간속에 숨어있던 라오가 나타났다.

라오는 그 종족 특성 덕분에 차원균열을 이동한 리스크가 없었던 건지 쌩쌩한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강서는 나타난 라오의 머리를 짚으며 잠깐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라오를 위로 쳐들었다.

그러자 순간 옅은 빛이 주변을 감돌며 투명한 장막이 펼쳐지고-

"음...?"

“...들어오네요.”

먹통이었던 스마트워치들이 제 능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라오가 아직 차원을 넘지는 못해도, 차원의 신호를 수신할 정도의 역할은 가능할 겁니다. 이것도 언제까지고 가능하지는 않은 테니, 필요한 연락은 미리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강서의 말에 어딘가로 연락을 취하는 도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익숙한 ‘트프리치tv’방송을 켜고 있던 하린의 스마트워치도, 온전히 제 능력을 찾아 방송을 켜게 되었다.

-??????

-실종은 개꿀잼 몰카였던 건가?

-왜 때문에 다 여기 있는 거임?

하린의 방송이 켜지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며, 엄청난 채팅들을 쳐 올리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당장 조금 전만 해도 실종되었다고 생각한 5명이 최상위 헌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갑자기 방송을 틀었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 지를 궁금해 할 수밖에.

“어...어...”

당황한 하린은 잠시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하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거죠?

-반갑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죠?

-판-다인가요?

-킹꿀잼 몰카인가요?

“음...아니요. 일단 이곳은 차원문 너머가 맞습니다. 혹시 그쪽에는 저희가 어떻게 알려졌나요?”

하린은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을 통해, 지구에서는 지금 5명의 인물들이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사실을 파악했다.

“크게 다르지는 않네요. 일단 당장 돌아갈 방법은 없는 것 같고 여기서 연장된 퀘스트를 저희가 클리어 해야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린이 시청자들과 대화를 하는 동안 수혁과 공진호는 각자 상아탑과 공략단의 대리자를 세우고 당분간의 방침을 이야기 해 놓았다.

“일단 자금은 확장보다 유지를 최선으로 하고, 아단대륙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으로....”

“헌터협회랑 이야기 해서 당장 공략단의 남은 힘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도록 아단대륙의 몬스터 현황부터 파악해야....”

통화가 얼마간 이어질지 모른다는 강서의 말 때문이었다.

사실 강서의 말은 ‘며칠이 갈지 모른다.’ 였기에 그리 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당장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각자의 할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특이한 울음 소리가 울렸다

크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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