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 ep30. 이계의 이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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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가 허공에 손을 내밀고 떠오른 메시지에 대답을 하자 강서의 손끝에서부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엇...저거...”
"....?"
바로 허공자체에 금이 가고 있었던 것.
마치 균열이 일어난 유리창처럼 강서의 손끝부터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금은 이내 허공의 조각을 뜯어내고 익숙한 빛을 뿜어내었다.
“저건 차원의 문과 같은 빛이잖아요.”
“갑자기 저게 나타난다고?”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나서야 강서가 행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강서가 손끝을 대어 만들어 낸 것은 다름아닌 차원의 통로였다.
허공에 균열이 갈라질 때에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균열 사이에서 새어나온 빛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던 것.
그들이 숱하게 다닌 신전의 차원문과 같은 빛깔을 띠고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
그리고 마우레니아도 그 장면을 보며 숨을 들이쉬었다.
마우레니아야 말로 강서가 방금 행한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강서가 방금 보인 것은 <차원추적>스킬.
그건 단순한 차원이동마법보다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차원 이동만 하더라도, 사실 한 세계를 주름잡는 사람들이나 행할 수 있는 최고위 수준의 능력.
세계 간에 자리한 차원의 간극을 뛰어넘고, 한 세계에 허락된 거주의 경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동시에 세계의 흐름을 왜곡해 막대한 인과율을 대가로 하는 일이었기에 아무나 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마법대륙인 아단에서도 신격에 이르렀던 마우레니아만이 차원이동마법을 성공 시키며 또한 그 인과율을 감당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마우레니아는 더 잘 알 수 있었다.
차원을 <추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 괴물같은 놈들...」
차원을 추적한다는 것은 차원의 간극에 남은 흔적을 탐색하는 일이었다. 정확한 좌표를 알아야지만 성립하는 차원이동마법과는 다르게,
남아있는 흔적을 따라 앞서 시행된 차원이동마법을 그대로 행하게 되는 것.
쉽게 말해 좌표 없이도 내 앞에 시행되었던 차원이동의 흔적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것이었다.
[차원균열 탐색 성공.]
[차원의 통로를 복구합니다.]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균열의 크기가 어느 정도 커졌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
그리고 균열의 크기가 거기에 다다르자, 균열이 확장되는 속도도 눈에 띨 정도로 빨라졌다. 균열의 속도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린 강서는 뒤쪽을 바라보며 정찰대에게 물었다.
“혹시 뒤에 하실 일 있으세요?”
"..."
강서의 그 질문에 수혁이 약간은 황당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그 혹시 하시려는 말씀이 뒤에 할 일 없으면 같이 차원이동을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강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혁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짚었다.
“그 무슨 차원이동 하겠다는 말을 차 한잔 할 시간 있냐는 말보다 가볍게...”
수혁은 가면을 써 보이지 않더라도 강서의 표정을 예측할 수 있었다. 아마 ‘그게 뭐?’라는 투의 태연자약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게 뻔했다.
하지만 그건 강서 나름대로 급한 질문이었다. 차원의 균열은 점점 확장되고 있었고, 너무 확장되기 전에 닫지 못하면 그건 강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날 터 였으니까.
“갑자기 저길 들어간다고?”
마우레니아를 잡으러 왔는데 차원균열이 열린다는 갑작스러운 상황전개.
공략단 전체를 짊어지고 있는 공진호 입장에서는 함부로 ‘그렇게 하자’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다급한 목소리의 공진호가 강서를 보며 아직 기다려보라고 말하려는 찰나.
띠링-!
정찰대 전원의 눈앞에 동일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수행과제가 클리어 되었습니다.]
[새로운 수행과제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들이 떠오름과 동시에 균열이 엄청난 속도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공격적인 기세로 주변을 잡아먹던 차원균열은 순식간에 정찰대 전원을 삼켜버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 버렸다.
***
[공략단장 공진호 실종.]
[판다 또다시 사라져. 이번에도 5년?]
[헌터계의 기둥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실종.]
"..."
상아탑의 총무집무실.
상아탑의 총무가 인터넷을 살펴보며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인터넷은 온통 사라진 공략단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은 아직 채 1시간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인터넷은 세상의 일이 그것뿐이라는 듯 온통 ‘사라진 정찰대’의 이야기들로 불타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면면이 너무 화려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직까지 나온 단서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밝혀진 사실은 뒤늦게 진입한 추가 정찰대가 확인한 시점에 이미 마우레니아의 용궁 안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마우레니아의 시체만이 자리고 있었다는 것.
그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제목: 진입한 건 맞다는 데.
글쓴이: 푸라다
새로 뜬 기사에 뜸ㅇㅇ
추적스킬 가진 사람이 흔적을 확인해 봤는데 일단 동굴로 진입한 건 맞다네. 그리고 마우레니아 얼굴도 곤죽이 되었다 하고, 시체만 남은 거 보면 싸운 것 같기는 한데...그 다음을 모르겠음.
-그러게 근데 이상한 게 마우레니아 죽었으면 신전 퀘스트 클리어 돼야하는 거 아니냐?
ㄴㅇㅇ근데 메시지 뜨긴 함 ‘퀘스트가 연장됩니다.’라고 떴데 공략단피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한 가지 주어진 정보는 시스템의 메세지였다. 본래라면 마우레니아가 죽는(?) 순간 수행과제가 클리어 되는 게 맞았으나 이번의 경우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
본래라면 퀘스트 클리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보상을 받아야 했으나, 이번의 경우 ‘아단대륙’에 진입한 공략단 모두에게 [퀘스트가 연장됩니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그리고 퀘스트의 클리어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2차 정찰대가 뒤늦게 마우레니아의 레어로 들어간 것도 바로 그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
퀘스트의 연장.
공략단으로서도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상황이었다.
직관적으로 읽는 순간 아직 퀘스트의 완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것은 아무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일단 실종으로 결론지어진 상황에서, 공략단은 본계로 복귀했다. 남아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지구에서 알아볼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복귀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전을 찾는 것이었다.
그나마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고 추정되는 신전이라면 작금의 상황에 대한 해석과 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퀘스트의 연장’에 대해 공략단에서 공식적으로 질문을 하였지만, 신전 측에서는 그 어떤 통쾌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던 것.
신전에서는 그저 메시지가 나타난 대로 ‘퀘스트가 연장된 것입니다.’라는 말만을 반복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든 몇몇 사람이 다시 아단 대륙으로 넘어가 마우레니아의 레어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당연히 뭐가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후우..."
상아탑의 총무는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가 실제로 경험한 그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는 인물들이었으니까.
판다가 5년 만에 돌아왔을 때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얼마가 걸리든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총무는 그들 보다 그들없이 남은 헌터들을 걱정했다.
그들이 돌아올 때 까지 세상이 제대로 버텨줄 수 있을지가 말이다.
공략단장인 공진호부터 S급 헌터인 하린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대체 불가능할 정도의 상징성을 가지는 사람들이었다.
공략단장 없는 공략단이 굴러갈리 없었고, 상아탑주 없는 상아탑이 굴러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 흐름 없이 고여있는 힘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기 마련.
총무는 그걸 걱정할 뿐이었다.
실제로 지금만 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그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 그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는 신전에 불만을 가진 헌터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동안에도 항상 소극적인 신전의 행태에 불만을 가졌던 헌터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나둘씩 그것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솔직히 이런 건 신전이 발 벗고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니냐.
-도와준 건 도와 준거고 그 짝 인간들은 정이 없어 정이. 기계도 아니고.
불만들이 모이는 것은 곧바로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신전의 불만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하나의 ‘여론’을 형성하기 까지 그리 멀지 않아보였다.
‘이러다...’
나름 한 집단의 대체자로서 자신의 역할이 균형을 잡는 것이라 생각하던 총무는, 이러다 헌터들이 신전으로 처 들어가기라도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까 걱정을 했다.
"....?"
하지만 단언컨대, 그것은 총무의 기우였다.
신전에 대한 불만이 인터넷상에서 여론으로 형성되기 전에, 그것을 꺼트려 버릴만한, 모든 것을 덮어버릴 수 있는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제목: 속보) 일단 읽으셈.
글쓴이: 김기자
https://www.tpritch.tv/haringod 일단 눌러보셈.
-이게 뭔데.
ㄴ222 뭐 한줄평이라도 써 놔야지.
-뭔데 설명도 없이 일단 눌러보라는 거임.
-보이스 피싱 그런 거 아니냐?
-야 이거 링크가 트프리치tv잖.
ㄴㅌㅌㅌ미친놈들 트프리치 tv게시판 쓰면서 링크네임도 모름ㅋㅋㅋ
발단은 트프리치 tv의 게시판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성의없어 보이는 그 게시글은 순식간에 순위권으로 올라오며 이내 몇 분이 되지 않아 게시판 내 조회수1위가 되었다.
-야 이거 잠깐 링크가...
-하린갓?
ㄴ이 시국에? 홍보를 한다고?
-ㅇㅅㄱㅇ? 미친놈인가
게시글의 내용은 설명할게 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그저 하나의 링크를 올려놓은 것. 그리고 그 링크가 연결되는 곳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곳이었다.
바로 사라진 하린의 트프리치 tv방송국으로 연결되는 링크였던 것이다.
겉으로 링크만을 본 사람들은 처음 그 게시글 작성자를 질타했다. 그 게시글을 단순히 하린을 홍보하는 글이라 생각했기 때문.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리 하린의 팬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실종된 상황에서 이런 방식의 홍보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하린의 방송국으로 연결되는 링크란 사실을 모르고 직접 눌러본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
-응?
-??????
-야 tq 이게무어ㅑ
-할로윈이냐? 실종됐다며 왜...
오히려 직접 들어가 본 그들이 그 게시글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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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때문에 on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