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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28화 (128/191)

128화. < ep28. 항마괴수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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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이 활약을 할 시간이군.”

리만데로나의 중얼거리는 말에 하린이 물었다.

“연금술이 활약을 한다고요? 그렇지만...”

의아한 일이었다.

연금술사이기 때문에 항마괴수에게 제대로 저항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 리만데로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몰려오는 항마괴수를 보고 ‘연금술이 활약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역설적 표현.

그도 그의 말이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다음 말까지의 텀을 길게 두지 않았다.

“연금술의 원리는 간단하네. 마법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되지.”

리만데로나는 아까 보였던 희뿌연 기운을 다시 한 번 오른손에 일으켰다.

“마법이 기본적인 자연의 물리법칙을 비트는 것이라면, 연금술은 그 물리법칙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네. 다만 그 순응의 정도를 높이고 정순함을 키워 지니고 있는 힘을 온전히 이끌어내는 것이지.”

그리고는 오른손을 펴 보이며 하린에게 오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하린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리만데로나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리만데로나는 걸어오는 하린에게 눈짓으로 검을 뽑으라 이야기했다.

스릉-

어차피 항마괴수로부터 돔을 지키기 위해서는 뽑아야할 검이었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검을 뽑아든 하린은 날이 안쪽으로 향하도록해서 검을 내밀었다.

“잘 보게.”

어딘가 흐뭇한 미소를 지은 리만데로나는 하린의 검을 붙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희뿌연 기운은 리만데로나의 의지에 따라 검 전체를 에워쌌고 이내 응축되기 시작했다.

검 전체를 감싼 기운은 한번 일렁이더니 하린의 검 전체에 채도낮은 빛의 일렁임을 남긴 채 사라졌다.

동시에 하린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스킬:연금술>의 영향으로 당신의 무기가 영구적으로 성장합니다.]

"...!"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놀란 하린. 당연한 일이었다.

‘강화가 아니라 성장이라고...?’

무기를 강화하는 것은 이미 헌터계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일이었다.

마법을 부여하던가. 아니면 더 상위성질의 금속을 덧대서 무기의 성능을 조금이나마 보정하는 방식.

그런식으로 무기를 보정하는 총체적인 작업을 ‘강화’라고 이야기했고, 당연히 그 단어는 시스템의 표현을 그대로 따다가 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린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달랐다.

시스템이 무기에 대해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하린이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아티팩트:헤임달 소드>의 전반적인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

추가로 뜬 메시지를 확인한 하린의 눈이 더욱 커졌다. 말없이 놀라기만 하는 하린의 반응에 호기심을 참지 못한 설희가 물어왔다.

“효과가 괜찮은가요?”

-???: 제 점수는요?

-과연...킹금술이 될 것인가 똥금술이 될 것인가...

연금술이라는 것을 실제로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물론 앞서 돌멩이를 금으로 변화시킨 일도 있었지만, 그때에도 말했듯이 그것이 연금술의 본질은 아닌 것.

게다가 그만한 일을 ‘별거 아니라 한’ 연금술의 진정한 효과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궁금해하는 설희의 눈빛에 하린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시스템이 말하기로는 성장했다고 하네요.”

하린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린님 그거 아티팩트 아니에요?”

확실히 리만데로나가 방금 보여준 것은 단순히 별거 아니라고 치부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신전의 차원문이 열린지도 5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만큼 헌터들의 체계도 어느 정도 잡혀있는 상태.

강화라는 작업도 그렇게 보편화 된 체계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헌터들이 강화를 적용한 무기를 하나쯤은 들고 다닐 정도로 말이다.

아이템을 새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혔고, 또 새로운 무기에 적응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 덕분에 나름대로 모든 헌터들이 애용했던 것.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베테랑에 이르지 못한 C급 이하의 헌터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B급 이상. 그중에서도 공략단에 참여하는 사람들 쯤 되면 꽤나 고성능의 무기들을 가지고 다녔다.

고성능이라는 것은 최소한 아이템 급에서 최상위권. 아니면 아티팩트를 사용한다는 말이었다.

최상위권 아이템의 경우만 해도 강화를 상승시킬 수 있는 미미한 능력치 변화는 별 의미가 없었고, 아티팩트의 경우에는 아예 강화가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상위권에서는 얼마나 좋은 무기를 가졌느냐에 따라 경쟁이 생기기도 하고, 엄청난 가격에 물물거래가 일어나기도 했다.

때문에 방금 하린이 말한 <성장>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더 큰 반응을 몰고 온 것이었다.

아직 <성장>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효능을 발휘하는지.

그것이 모든 아티팩트에 적용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것이었지만, 단순히 아티팩트에 무언가 플러스 요소를 붙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혁명적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시킬 수 없다 생각한 최상위권의 무기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항마괴수를 물리친다면 그것을 이루어낸 ‘연금술’도 배울 수 있었고 말이다.

-진짜로?

-아티팩트가 강화가 가능하다고?

-킹금술...킹금술이었습니다...

“후후..연금술의 가치를 어느 정도 깨달았나 보군. 저 항마괴수들만 무찔러준다면 그 연금술을 배울 수 있는 거다.”

리만데로나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하린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획 돌리더니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네 그 무기도 들고 와 보게. 이 연금술을 자네들이 익히게 될 수도 있으니 지금 할 때 잘 봐두는 것도 좋을 걸세.”

강서가 들고 있는 불그를 말하는 것이었다. 리만데로나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강서에게로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강서의 반응은 하린과 달랐다. 손을 내밀고 고개를 가로저은 것.

“아...그, 저는 괜찮습니다.”

“응? 아니네, 연금술이 딱히 부작용을 일으키지도 않고, 확실히 도움을 줄거야. 괜한 고집부리지 말고 받게.”

리만데로나는 성큼 성큼 걸어와서 오른손에 다시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강서의 불그를 붙잡으려는 순간-

칭-

불그에서 뿜어져 나온 무색 무형의 기운이 리만데로나의 손을 튕겨내었다.

[‘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어디 그런 불결한 것을 자신에게 가져다 대냐며, 상대를 응징할 것을 요구합니다.]

[‘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스스로는 이미 완전하다며 고고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니...”

리만데로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무형의 기운에서 자신에 대한 적대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건 ‘최후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리만데로나로서도 처음 겪는 종류의 반응이리라.

'...'

본래 신격이라는 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 그 중 한 조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 강서의 손에 들려있는 <불그>였다.

강서 정도 되었기에 다룰 수 있는 것이지 범인이라면 드는 것조차 하지 못할, 말 그대로 신기(神器).

지고한 영역의 물건이었다. 그러다보니 작금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연금술이라는 것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끌어올리고 언젠가 도달하게 될 목표를 가까이 당기는 술법.

이미 신격이라는 지고한 격에 도달한 이상, 연금술로 잠재능력을 끌어올리는 요행은 통할 리도 없었고, 또 불그 자신이 바라지도 않았다.

인상을 찌푸린 리만데로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에 다시 한 번 기운을 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불그는 무형의 기운을 뿜어내어 그 기운을 날려버리며 더 강하게 리만데로나에게 적대감을 표시했다.

[‘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한 번만 더 자신을 모욕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심지어 반복된 리만데로나의 시도를 모욕을 받아들였는지 강서가 쥐고 있는 창신 전체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강서는 리만데로나에게 확실히 손을 내밀어 보이며, 그의 연금술을 거절했다.

“이게 그래도 꽤 쓸만한(?) 무기라서 연금술로 끌어올릴 잠재능력이 없습니다. 아마 계속 시도하셔도 같은 반응일 겁니다.”

“허...이럴 리가...”

리만데로나의 반응도 나름대로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가진 연금술로서의 긍지는, 여느 누구에게도 못지않은 것이었다.

리만데로나는 ‘최후의 연금술사’라는 스스로의 칭호를 꽤나 자랑스럽고 긍지있게 생각했으니까.

마우레니아가 아닌 이상 리만데로나가 이전에 신격을 직접 조우한 경험이 있을 리도 없었고, 연금술이 가진 한계를 처음으로 눈앞에서 맞닥뜨렸는데 곧바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확실히 많기는 하네요.”

하린이 중얼거렸다.

달려오는 항마괴수들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장벽이 무너진 것은 불과 3분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항마괴수는 눈에 띄게 가까워져 있었다.

-ㄹㅇ 많다.

-중요한 건 쟤네 하나하나가 다 던전에서는 보스급이었다는 거지.

“아까 장벽을 다시 세워놓는 건 어떨까요?”

하린이 리만데로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본래 이런 대규모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형지물.

특히 숫자가 적은 쪽에서는 더더욱 지형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성전과 수성전과 비슷하달까.

수성을 하는 쪽이 숫자가 적더라도 공성의 성공비율보다 수성의 성공비율이 더 높은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강서일행은 항마괴수로부터 돔을 지켜야하는 수성전을 치러야하는 입장.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곳 동부 폴리스의 지형은-

“지형이 너무 안 좋은데...”

최악이었다.

완전한 평지.

높이에서도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도 지형적인 이점이 전혀 작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돔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보니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항마괴수들이 돔을 에워쌀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돔을 중심으로 항마괴수가 사방에서 달려든다면.

‘...막는 건 불가능해.’

난이도는 단순히 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수배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방향에서 오는 적들을 막는 것과 포위된 상태에서 막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간극이 있었다.

게다가, 단순히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돔을 지켜야하는 것.

하린은 항마괴수에게 에워싸인 순간 돔을 완전히 지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확실한 것은.

만약 이대로 싸운다면 수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카드 하나가 사라진 채로 싸우는 것과 같다는 사실.

하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리만데로나를 바라보았다.

“장벽을 다시 세우는 것은 어렵네.”

하지만 리만데로나의 말은 냉정하리만치 단호했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말이 더 맞겠군. 자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겠지만 다시 장벽을 세워 항마괴수를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네.”

그리고 그렇게 단호하게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리만데로나를-

강서가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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