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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23화 (123/191)
  • 123화. < ep27. 아단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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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관장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서가 너무나도 쉽게 자신과의 내기에서 승리하게 되었으니까.

    강서가 승리했다는 말은 곧 도서관장이 패배했다는 말. 도서관장의 입장에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내기의 결과 승복하니 마니 할 것도 없었다.

    승부의 제단이 이미 강서의 승리를 선언했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없었던 것.

    도서관장은 힘이 쫙 빠진 목소리로 강서에게 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도서관장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도서관장의 세계 ‘마법대륙 아단’에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서관장은 이들이 말하는 ‘스킬’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

    어떻게 강서가 ‘소규모 무흔 텔레포트 마법’을 간파하고 주사위가 들어있는 컵을 맞추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물론 스킬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고 해서 강서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하린과 설희 그리고 그동안 강서를 보고 있었던 모든 시청자들도 입을 떡 벌리며 놀라고 있었으니까.

    -ㅋㅋㅋㅋㅋ야바위 맞추깈ㅋㅋㅋ

    -그딴 스킬이 어딨음ㅋㅋㅋㅋㅋㅋㅋ

    -없는데요. 있었습니다.

    -zzzzz

    도서관장이야 당연히 모르는 이야기지만, 강서는 도서관장과의 내기가 처음이 아니었다.

    단순히 처음이 아니다 뿐 아니라, 도서관장은 알지 못했지만 도서관장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유일한 인물이 바로 강서였다.

    강서가 마법대륙 ‘아단’에 환생했을 때, 즉 ‘파이베브스’의 생을 살고 있을 때에 강서는 마법지식을 쌓는 도구의 일환으로 도서관을 이용했다.

    전 폴리스를 다 합치더라도 마법에 대한 ‘일반적 지식’분야에서 도서관장을 따라올 자가 없었기 때문.

    물론 다른 특별한 분야들도 각자 뛰어난 사람이 있었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지식을 쌓는 데에는 도서관만한 공간이 없었던 것.

    강서는 도서관장과의 야바위 내기에서 항상 승리해 왔고 내기의 결과로 도서관장의 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했다.

    물론 회차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도서관장 이외에 도서관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파이베브스’였던 것.

    그 파이베브스에게 대항하기 위해 도서관장이 만든 것이 바로 ‘소규모 무흔 텔레포트 마법’과 승부의 제단이었지만 도서관장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른 생에서 오랜기간 동안 도박사로 활동해온(?) 강서에게는 ‘야바위 맞추기’라는 스킬이 있었기 때문.

    야바위 맞추기의 작동 원리는 간단했다.

    스킬을 발동하면 주사위가 있는 컵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도서관장이 ‘무흔 텔레포트’ 마법으로 주사위의 위치를 옮기더라도 야바위 맞추기라는 스킬을 발동하는 순간 이동한 주사위의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것.

    “그럼 ‘이계흔’에 대한 기록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강서의 말에 허무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 도서관장은 ‘천공관’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잠시간 손으로 천공관을 조작하더니 나지막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5년간 차원이 개입된 공간관련 마법이 펼쳐진 것은 총 3건이네.”

    도서관장의 목소리에 하린이 귀를 기울였다.

    “그 중 두 건은 마우레니아의 레어에서 일어난 마력반응이었고, 나머지 한 건은 동부 폴리스에서 일어난 반응이지.”

    “고대룡 마우레니아의 레어에서 일어난 마력반응에 대해서는 내가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못한다네. 알다시피 이 천공관으로도 꿰뚫리지 않을 정도의 마법장벽을 가진 곳이 바로 그곳이니 말일세.”

    천공관은 마법대륙 전 지역을 볼 수 있었지만 볼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마우레니아의 레어 같은 곳에 대한 정보는 거의 깜깜한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감지된 2건의 경우에도 ‘차원’이라는 높은 수준의 속성이 개입된 마법이었기에 그 마법적 파동이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장의 ‘소규모 텔레포트’가 같은 공간이동 마법이기는 해도 ‘차원’이 개입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격이 다른 문제였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계와 관련된 어떤 마법’이 펼쳐졌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천공관이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의 범위.

    이게 무슨 사기냐며 들고 일어나려던 하린이었지만, 자신이 예민하고 흥분해있는 상태라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에 숨을 한 번 들이쉬며 참아내었다.

    그리고 그런 기색을 도서관장이 눈치 챘는지 도서관장이 혀를 끌끌 차면서 하린을 쳐다보았다.

    “끝까지 좀 들어보게.”

    자네들이 찾는 ‘이계흔’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것이 ‘용궁’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자네들은 관여하지 못하네. 그쪽 동네는 말 그대로 격이 달라. 사람 몇 명 정도는 말 한마디로 죽일 수 있는 곳이라네.”

    도서관장의 말에서 조금의 씁쓸함이 느껴졌다.

    강서는 도서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확실히 강서의 기억에도 지금 공략단의 전력으로 마우레니아의 레어를 덮친다면 그대로 몰살이었다.

    <용언>에 대한 지식과 마우레니아의 징크스. 그리고 레어 가디언들의 특징을 알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격이었으니까.

    물론 그것들을 다 뒤엎을 만한 상황적 배경을 만든다면 또 다른 이야기였지만, 그런 일이라면 하루 이틀 공들여서 할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서관장은 하린에게 눈치를 주고 말을 이었다.

    “다만 동부폴리스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지. 동부폴리스도 마력 장벽이 수준급이지만 <용궁>의 방벽수준은 아니라네. 마력 파동이 일어나는 순간 약해진 마력장벽 덕분에 동부폴리스에 대한 정보는 조금 더 남았지.”

    도서관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 번 더 ‘천공관’을 조작했다.

    천공관을 몇 번 두드리자. 천공간의 위로 마력의 조각들이 흩뿌려 지며 ‘승부의 제단’이 표시했던 것처럼 문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그 동부폴리스에서 일어난 ‘이계흔’과 관련된 정보라네.”

    [지역: 마법대륙 아단, 동부 폴리스(마법집중 주거도시)

    일시: 마법력 1399년 13월 47일

    차원 속성이 부여된 공간이동 마법감지. 1명 이상의 마법관여자 감지. 이동에 관여된 마력의 흔적에 따른 분석 결과. 이동된 물체는 생명체로 추정. 마력장벽의 회복으로 이후 신원 추적 불가.]

    도서관장은 ‘아단’의 언어로 쓰여진 그 문장들을 직접 입으로 읽어주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 들은 하린은 숨을 들이키며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전율인지 소름인지.

    할아버지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오는 설렘인지.

    온몸을 한번 훑으며 털을 세우는 오묘한 느낌에 하린은 강서를 바라보았다.

    무언의 표현이었다. 그 ‘동부 폴리스’로 가자는.

    “정말 중요한 일인가 보군.”

    그 모습을 보며 도서관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안 끝났네. 나도 차원과 관련된 마법에는 꽤나 관심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좀 알아봤지. 동부폴리스에 ‘천공관’이 개입하지는 못하지만 그것 말고도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은 더 있지.”

    "...!"

    추가적인 정보가 있다는 말에 강서도 ‘오-’하는 표정을 지으며 도서관장을 바라보았다.

    도서관장은 그 시선에서 뭔가 자신을 기특(?)하게 보는 것 같아 오묘한 불쾌감이 들었지만, 내기의 결과에는 승복하는 성격의 도서관장이었다.

    “그 관여되었다는 사람 중 1명은 동부 폴리스에 있는 ‘리만데로나’ 라는 인물이라네. 그 이외의 인물은 알지 못하지만 그 사람은 알 수 있지.”

    “리만데로나요?”

    하린이 물었다. 어차피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지만, 확실히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되물은 것.

    “그래, 리만데로나. 근데 이름을 기억하기보다는 칭호로 기억하는 게 나을 걸세.”

    "..."

    “최후의 연금술사. 그렇게 기억하면 될 걸세.”

    도서관장의 말에 하린이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리고 강서를 바라보았다. 하린의 눈에는 의지가 가득 차 있었다.

    할아버지를 찾아나서는 막연한 길이 한 층 뚜렷해졌기 때문.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어느 정도 나아갈 길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하린이 의지를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목적지도 모른 채 출발한 마라톤에서 깃발을 보았다고나 할까.

    그것이 종착지인지, 아니면 중간 지점을 가리키는 표시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보인다는 점에서 힘을 얻은 것.

    ‘최후의 연금술사’라는 칭호에서 뭔가 기억이 난 강서는 잠시 골똘히 고민했다.

    그리고 나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도서관장에게 물었다.

    그를 찾아온 또 하나의 이유. 파이베브스의 행적을 찾는 것.

    “혹시 오늘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도 야바위를 져본 적 있었나요?”

    강서의 질문에 멈칫한 도서관장. 아직 대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강서는 그 몸짓에서 그가 파이베브스를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어차피 진 마당에 숨기는 것도 그렇고.”

    잠시 고민하던 도서관장은 역시나 고개를 끄덕였다.

    “항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나는 야바위에서 패한적이 있다네.”

    ‘파이베브스.’

    파이베브스인 게 분명했다. 그가 아니라면 도서관장이 질 리가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도서관장은 서부폴리스 최강의 사내였으니까.

    “이름은 모르지만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지.”

    이름을 모른다는 도서관장의 대답에서 강서는 자신이 경험했던 회차의 대부분을 추릴 수 있었다.

    ‘후반 회차구나.’

    도서관장이 파이베브스를 만나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다만 파이베브스를 만났음에도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회차의 반복으로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강서는 이름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만약 복제된 이 세계가 파이베브스의 <후반 회차>라면 도서관장에게 더 물어서 얻을 것은 없었다.

    강서가 ‘파이베브스’시절 도서관장과 자주 만났던 것은 초반이었지 마법적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인 후반 회차에서는 도서관을 잘 찾지 않았으니까.

    고개를 끄덕인 강서는 자연스럽게 그의 손에서 천공관을 뺏어들고 불그도 오른 손에 쥐어들었다.

    “아…"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도서관장의 입에서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 그것은 천공관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속을 되새기며 뱉은 자연스러운 안타까움 이리라.

    하지만 승부가 난 이상 번복할 수 없었다.

    강서는 그대로 몸을 돌리며 허공에 노크를 세 번 했다.

    그러자-

    “캬-오”

    강서의 눈앞에 라오가 나타났다.

    어느 정도 성장한 라오는 공간밟기를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었고 <좌표>능력도 구사할 수 있었다.

    라오가 좌표를 새긴 인물 혹은 물체에 신호가 오면 라오가 어디에서 있든지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

    하린과 강서에게는 좌표가 새겨져 있었고, 노크 세 번은 라오를 부르는 신호였다.

    “라오.”

    강서는 라오를 부르면서 심상공유 마법을 라오에게 부여했다.

    강서의 심상공유에서 좌표와 함께 동부폴리스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낸 라오는 자연스럽게 차원을 열었다.

    더욱 거대해진 라오의 <고유능력:공간밟기>의 통로는 하린과 강서 그리거 설희까지 세 사람이 통과하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도서관장을 향해 고개를 꾸벅인 하린과 강서는 라오가 열어놓은 공간의 통로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공간의 통로를 지나 도착한 동부폴리스에는-

    “허업...”

    “이게 대체...”

    "..."

    참상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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