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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18화 (118/191)

118화. < ep27. 아단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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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본 최적의 미래대로 하지.”

"...?"

공진호는 강서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본래라면 이 타이밍엔 공략단장인 자신이 나서야 했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강서가 결정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강서를 폴리스로 보내기로 한 것.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공진호의 말에서 그가 뭔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서였지만, 이미 폴리스에서 나온 중년 남성은 강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략단이 노려야 할 것은 저들의 협조다. 공략단의 힘만으로는 마우레니아를 잡아내지 못해. 전생에도 모든 폴리스의 힘을 모아서 간신히 이겨냈지.”

"..."

"아마 그대로 ‘마우레니아’를 잡으러 왔다고 하면, 비웃음을 당할 거다. 도와주지도 않겠지.”

공략단이 마우레니아를 사냥하기 위해 넘어야할 가장 큰 산이 바로 폴리스 내부 마법사들의 협조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마우레니아’라는 단어는 일종의 금지단어였다.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4개의 폴리스에 이미 퍼져있었기 때문.

물론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단대륙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 마우레니아 때문인데 그것을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

하지만 동시에 그 마우레니아를 꺼내어 사냥하겠다는 말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뿐더러 혹자들은 ‘불경하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마법대륙 아단에 존재하는 4개의 폴리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경외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마법을 직접 목격하며 고대룡 마우레니아가 가진 마법적 힘을 알게 된 그들에게, 그 마우레니아를 ‘사냥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요.”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대신 이야기를 하라는 공진호에게 동의를 하고,

강서는 남성을 따라 폴리스 내부로 들어갔다.

폴리스의 외관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중년남성이 가까이 다가가 허공에 손짓을 하자 마치 공간이 비틀리듯 허공에 틈새가 생기며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틈새를 통해 보이는 폴리스의 모습.

강서는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어디에서 왔다고?”

“지구라는 곳입니다. 이계(異界)에서 왔다는 말이 조금 더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남성이 안내한 곳은 서부 폴리스 중앙에 있는 첨탑이었다.

폴리스의 원로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거주하는 공간.

강서에게는 꽤나 익숙한 공간이었다.

이곳을 뒤엎으려고 쳐들어 왔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흠...이계라...차원을 넘어올 정도라면 굉장히 고차원적인 수준인데.”

첨탑의 원로 회의실에는 강서 한사람을 앞에 두고 1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떠올리면 좀 비슷할까.

사람들은 강서를 보며 하나씩 질문을 던졌고 그것들은 모두 공략단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그들로서도 이계(異界)의 존재라는 것이 신기했는지 의심조라기보다는 호기심에 찬 기색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어느 정도 기본적이고 가벼운 질문들이 지나가고, 로브를 입고 수염을 가장 길게 기르고 있는 한 원로가 강서에게 질문을 했다.

“그래, 왜 온 건가?”

가장 핵심을 짚어내는 질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기도 했고.

"...."

핵심을 짚는 질문에 강서는 차원문을 넘으며 떠오른 수행과제 창을 바라보았다.

[신전으로부터 수행과제가 도착했습니다.]

[지역: 마법대륙 아단]

[수행과제 내용: 마법대륙 아단을 위협하는 <고대룡 마우레니아>로부터 남아있는 폴리스를 지켜내고 마우레니아와 맞서 싸워 이기십시오.]

[퀘스트를 위한 첫 번째 지령이 활성화 됩니다.]

*

[제1지령: 영역 가디언 제압.]

[내용: 마우레니아의 레어 <용궁>의 사방을 지키는 가디언을 1개체 이상 제압하십시오.]

[보상: 개인보상, 제2지령]

[ ※한 개체 이상을 공략단 스스로의 힘으로 제압해야합니다.]

*

공략단이 수행해야하는 것은 확실히 ‘마우레니아’를 잡는 것이었다.

‘그대로 말한다면...’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말한다면 폴리스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게 분명한 상황. 어쩌면 폴리스로 들어가지 못할지도 몰랐다.

애시당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적 수준의 고양 이외에 다른 곳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이 ‘아단대륙’의 마법사들이었다.

지금 강서와 공략단들에 대해 궁금해 하고 나름 나쁘지 않게 대응해주는 것은 ‘차원’이라는 말이 저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

차원마법이라는 것은 마법사들이 지향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마법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공진호가 강서를 보내며 바란 것은 분명 그들을 구슬릴만한 적당한 거짓말이냐 명분을 내세우기를 바란 것이리라.

그렇게 강서가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문득 강서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상태창에 표시된 수행과제 창.

이전에는 항상 있었던 ‘남은시간’의 표시가 없었다. 그 말은 즉-

‘급하지 않다.’

그리 급하게 일을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이미 렙틸리스가 사라진 상황에서, 지령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3개체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하나 이상의 <영역 가디언>을 제압해야했지만,

그 과정에 표시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변수를 만들거나 의도해서 다른 <영역 가디언>의 포획을 저지한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늘릴 수도 있었다.

‘굳이...’

마침 하린과 <지구의 흔적>을 찾기로 한 상태이기도 했고, 강서는 본래부터 딱히 아단 대륙의 차원문을 클리어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다른 차원문에서도 그러했지만 강서는 차원문의 클리어에 딱히 목마르지 않았다.

앞선 차원문들에서도 강서가 원한 것은 단 한가지뿐이었다.

그저 좀 더 다채롭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

과거의 강서가 살았던 세계도, 과거의 강서 자체도, 그의 행적도, 그가 한 일도, 그가 겪은 고생도.

구분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때문에 강서는-

“저희는.”

일부러 시간을 늦추기로 했다. 따로 생각해둔 방법이 있기도 하고.

“고대룡 마우레니아를 잡으러 왔습니다.”

강서의 말에 원로들이 조용해졌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는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강서는 그들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 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

"허..."

강서에게 질문을 한 수염 긴 원로가 탄식을 흘렸다.

“이 마법대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마우레니아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고 있나?”

“저희 이계민들이 직접 마주친 적은 없습니다.”

원로들의 눈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몇 번의 눈빛을 교환하며 귓속말로 소리를 주고받은 그들은 나름대로의 간단한 회의에서 뭔가 결정했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로 말한 것은 강서에게 질문을 했던 수염긴 원로였다.

“우선은 폴리스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네. 우리가 마우레니아에 대한 정보를 좀 알려주지.”

분명 그건 의외의 대답이었다.

폴리스에서는 마우레니아를 잡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당연히 공략단을 내쫓는 게 이해관계상 옳았으니까.

하지만 강서는 노인의 말을 예상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략단을 폴리스로 들이는 것이 정말 마우레니아 사냥을 돕겠다는 그들의 호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공략단을 들이는 이유는 아마 ‘감시’이리라. 실제로 마우레니아를 찾아가는지.

그리고 마우레니아를 찾아간다면 언제 가는 지를 미리 알기위한 일종의 장치같은 것이었다.

그들이 정말로 마우레니아를 잡는 것을 도울 리가 없었다.

“나가봐도 좋네. 자네를 안내해준 그 사람이 마법진을 열어줄 걸세.”

폴리스의 도움을 얻어 마우레니아를 잡으려 했던 공진호의 계획을 성공적으로(?) 방해한 강서.

물론 무계획적인 트롤링은 아니었다.

시간을 번다는 정확한 목적도 있었고 대책도 분명 있었다.

만약 정말 빨리 클리어 해야하는 상황이 다가온다면, 강서의 나름대로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아."

축객령에 몸을 돌려 나가려던 강서가 입으로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 원로들에게 물었다.

“혹시 룬마법이라고 알고 계신가요?”

갑작스런 강서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원로들.

“룬마법?”

“처음듣는 것 같네만.”

“북쪽에서 뭔가 새로 만들어낸 겐가?”

그들의 반응을 보며 강서는 아직 룬마법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흠...'

영역가디언들이 포획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아직 룬마법이 발표되지 않은 생은 얼마 되지 않았다.

강서는 ‘파이베브스’시절의 기억을 하나둘 씩 떠올리며 가늠해보았다.

‘아예 룬마법을 만들어내기 전의 회차는 아닌 것 같고...폴리스로부터 합동공격 약속을 받았던 때도 아닌 것 같은데.’

파이베브스 시절을 회고하며 강서는 다시 폴리스를 나섰다.

***

폴리스에서 나온 강서를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그를 보낸 공략단장 공진호였다.

공진호는 기대감에 찬 얼굴로 강서에게 다가왔다.

‘서부폴리스만 얻고 시작하더라도...’

당연한 일이었다. 폴리스에 거주하는 인물 전부가 ‘마법사’라 할 수 있었다.

인구수 자체가 엄청 많지는 않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마법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농도 짙은 재능 충들의 도시였다.

전생보다 증강된 공략단의 전력과 그들의 전력을 합치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마우레니아’를 처치 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폴리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강서의 우측에 있던 중년남성이 공략단을 앞에 두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공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자리 잡았다.

일단 폴리스안으로 들인다는 것은 어느 정도 호의적인 대답을 들어왔다는 것. 그리고 강서가돌아나오는 데 걸린 시간도 길지 않았다.

‘내가 계획한 것보다 더 잘되었나보군.’

본래 공진호가 계획했던 것은 ‘마우레니아’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고 그들이 가진 호기심을 이용해 조금씩 구슬리는 방식.

실제로 서부 폴리스는 아니었지만 전생에 이 방법을 이용해 마우레니아 사냥에 참전시킨 폴리스도 있었다.

그보다 더 좋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으리라 확신한 공진호는 기대감에 차 강서에게 물었다.

“이야기가 굉장히 빨리 끝났군.”

“아, 네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았거든요.”

“그렇지.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진다면 깔끔한 관계가 더 좋은 법이지.”

강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입꼬리를 끌어올린 공진호가 물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뭐라고 했길래. 이렇게 바로 승낙이 떨어진 거지?”

하지만 강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마우레니아를 잡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 뭐, 뭘잡아?”

공진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반문했다.

“마우레니아요.”

"..."

그제야 공진호는 일이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빙빙 안 돌리고.”

무언가 한참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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