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 ep27. 아단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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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루카스가 반문했다.
‘초등학생 수준이다.’
그건 어떻게 듣더라도, 조롱과 시비조로밖에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루카스에게 뿐만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강서를 보았다.
“초등학교수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공략단에서도 할 수 있는 사람 몇 없을 텐데...”
확실히 일견 보기에는 강서의 말에는 무리수가 있었다.
루카스가 작금에 보여준 정말로 성질변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가지 마법을 기준으로 하면 높은 수준의 마법들은 아니었지만 기본 성질 5가지의 기초마법들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
이를테면 박사수준의 공부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하지만 3개의 학부를 동시에 전공하는 전공생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루카스는 단순히 낮은 수준의 성질변화만 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었다. 루카스가 주로 이용하는 마법인 얼음속성 마법에 한해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실력과 성취를 가지고 있던 것.
말하자면 강서는 3개의 학부수준 지식을 설명하는 물리학 박사에게 초등학생 수준이라며 일갈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야 저건 좀 무리수 아니냐
-흠...일단 봐야지. 판-다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님.
-루카스보다 뛰어난 마법사 공략단에 해봐야 손에 꼽지. but...
“이게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루카스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강서를 쏘아보았다. 루카스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올바른 이해와 마법적 지식을 기반으로 쌓아온 자신의 마법도(魔法道)를 그대로 무시당한 기분이었으니까.
루카스는 강서가 마법의 수준을 보고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루카스가 선보인 마법은 1서클 수준의 것이었으니까.
“이걸 보고도 그 말을 할 수 있나 보지.”
루카스는 부들거리며 다시 한 번 마력을 불러 일으켰다. 이전의 것보다 훨씬 짙고 거대한 마력의 뭉치가 루카스의 손아귀에 모여들었다.
마력은 뭉치를 이루며 자신의 성격을 뽐내듯 주변에 서리를 내렸다. 루카스가 자신의 특기인 얼음속성 마법을 통해 훨씬 고차원의 마법을 선보이려 한 것.
루카스의 분노가 마력뭉치에 어린 듯.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마력뭉치들이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 때-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럽지?”
공진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략단의 움직임을 멈추고 공진호가 소란의 진원지를 찾아온 것.
루카스와 강서가 일으킨 소란 때문에 움직임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부폴리스의 앞에 당도했기 때문에 멈춘 것.
“...칫."
공진호가 다가오자 루카스가 손아귀로 불어넣던 마력의 뭉치를 거둬들였다. 공략단장이 보고있는 앞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해봤자 남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펼치려던 얼음마법을 그대로 펼쳤다가는 분명 보이는 앞에서 위협을 가한 자신이 더 큰 징계를 받으리라.
‘못 참는 사람이 피해보는 건 마탑이나 공략단이나 똑같군.’
루카스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분노를 갈무리 했다.
공진호는 자리하고 있던 인물중 한 명을 지목하여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를 물었고 공진호는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루카스에게 물었다.
“네 불만이 뭐지?”
“마법을 가벼이 여긴 저 ‘판다’라는 녀석의 언행.”
대답을 들은 공진호는 루카스를 향해 턱짓을 했다.
“다시 한 번 해봐라. 아까 했다는 성질변환.”
“다시 하라고?”
"그래."
세간에서는 모르는 일이지만 공략을 진행하며 공략단에는 꽤 많은 갈등이 일어났었다.
공진호의 체계적인 지휘 아래에 있더라도, 사람이 모인 자리이다 보니 불만이 생기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
다들 자존심 강하고 한자리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물론 공진호도 어느 정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심각한 수준으로 가기 전에는 직접 개입하여 갈등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공진호가 직접 개입할 경우 일은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두 번째 삶이기 때문인지 공진호는 사람들의 불만사항을 정확히 캐치할 수 있었고 꽤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었다.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사항까지 고려하여 항상 최적의 답을 내어놓았다.
때문에 사람들은 공진호의 판결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루카스도 그가 제대로 판결해 주리라 믿고 마법을 선보였고 말이다.
하지만-
"음..."
이번엔 뭔가 달랐다.
“뭐, 초등학생 수준이긴 하군.”
"....?!"
“딱 초등학생 5학년 수준이야.”
공진호의 말을 듣고 입을 딱 벌린 하린이 강서를 바라보며 어떻게 된 거냐는 듯 눈빛을 보내었다.
하지만 강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일 뿐. 별다른 대꾸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린과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역시 가장 당황한 것은 루카스였다.
그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공진호를 바라보았다. 그가 헌터들의 수준을 모를 리는 없었다.
공략단을 뽑고 지휘하는 공진호가 헌터들의 수준에 대한 감조차 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공략단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누구보다 현재 헌터들의 상태에 대해, 수준에 대해 잘 알고, 또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공진호였다.
1서클의 기초 속성마법을 모두 펼치는 것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니.
루카스는 공진호가 노망이(?) 난 게 아닌가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당장, 공진호가 지휘하는 이곳 <서부 공대>에만 해도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 세 사람도 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었으니까.
루카스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나랑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라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라면 자신이 행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증명해 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내 루카스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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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 삼촌 진짜 잘한다.”
어디선가 들려온 앳된 목소리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공략단의 앞쪽에서 들려온 목소리. 갑자기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그마한 어린아이였다.
포니테일로 머리를 올려 묶은 140cm 남짓한 여자아이가 루카스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나타난 사람은 그 여자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여자아이의 부모처럼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공중에 몸을 띄운 채 날아오고 있었다.
-???뭐지 이 뜬금 전개는.
-? 어디서 나타난 거지.
-갑툭튀 했네. 공략단 사람들 표정 보니까 원주민인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등장에 하린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공진호와 강서만은 달랐다.
마치 이제 왔냐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군.”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며 나타난 포니테일 소녀는 루카스를 향해 다가오며 물었다.
“아저씨! 저 그 불속성에서 얼음속성으로 전환하는 팁 좀 알려주시면 안돼요?”
"...?"
“다른 건 다 되는데 맨날 거기서만 막혀가지고, 아빠는 스스로 깨우쳐야 된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거기서만 막힌다고?”
소녀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귀를 의심했다.
앳된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애였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말하는 투에서도 알 수 있었다.
2차 성징도 아직 나타나지 않은 두말할 것 없는 어린 아이.
그런데 그 어린 아이가 ‘마법’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심지어 그렇게 말을 하며 여자아이는 루카스가 보였던 성질변화를 손으로 보이고 있었다.
“이렇게 나머지는 다 되는데 그 불에서 얼음으로 넘어가는 부분만 이해가 안돼서...”
“그게 왜...”
“저 이번 주에 성질변화 수행평가가 있거든요! 저 말고 다른 애들은 다 할 줄 아는데...”
소녀의 뱉어내는 말을 한 문장씩 이해하면서 루카스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루카스는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돌려 강서를 보았다.
-표정ㅋㅋㅋㅋㅋㅋ
-???: 아니 이게 왜.....왜 돼?
-???: 자, 이게 무려 ‘초등학생 5학년’의 수준이다. 수행평가를 클리어 할 수 있지.
-수행평가따리ㅋㅋㅋㅋ
하린도 강서를 올려다보았다.
하린은 처음에 강서가 바뀐 것이라고 생각했다. 5년 만이었고, 아까의 그 ‘초등학생’발언은 누가 듣더라도 비꼼에 가까웠으니까.
그럼 아까 공략단장님이 초등학생 5학년 수준이라고 한 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 그거 조금 잘못 말하신 것 같은데, 저 정도면 6학년 수준은 될 거에요. 그냥 성질 변화를 하는 건 5학년도 할 수 있지만 루카스님 처럼 부드럽게 하는 건 숙련이 좀 필요해서.”
"..."
익숙한 터무니없음이었다.
하린이 겪어본 사람 중 팩트로 이정도의 타격감(?)을 보이는 것은 강서가 유일했다.
루카스의 벙찐 표정과, 그런 루카스를 보며 간신히 웃음을 참는 사람들의 모습과, 안락함과 익숙함과 피부에 와 닿는 분위기에 하린은 강서가 돌아왔음을 조금 실감했다.
피식-
하린의 입꼬리가 휘었다.
***
공략단을 찾아온 부녀(父女)는 서부 폴리스의 거주민이었다.
서부 폴리스는 공략단이 멈춰선 바로 앞에 있었다.
공략단원들이 그것을 알지 못하고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났다.’라고 이야기 한 것은 공간을 비트는 마법진에 의해 폴리스의 외관이 숨겨진 상태였기 때문.
폴리스의 위치를 알고 있고, 또 공간의 왜곡을 감지할 수 있었던 공진호 외에도 몇 명 정도는 그 앞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소녀와 그의 아버지가 그런 마법진을 뚫고 나타난 것은 순전히 실수였다.
공략단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느라 루카스의 마법을 본 소녀가 마법진을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물론 그 해프닝 덕분에 공략단은 조금 더 쉽게 폴리스에 접촉할 수 있었다. 물론 겉으로 꽁꽁 감춰둔 만큼 그들의 경계도 태만하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공진호는 중년의 남성에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무슨 이야기죠?”
중년의 남성은 조금은 경계가 서린 목소리로 공진호의 말에 대답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이계민(異界民)이다. 이곳에는 정착할 곳이 없어 너희가 사는 지역에 잠시 머물러도 되는지 묻고 싶군.”
잠시 고민하던 남성은 공진호에게 말했다.
“당신이 우두머리인가요? 우선 당신 한사람만 들이도록 하죠. 몇 가지 질문할 것들을 좀 하고 타당하면 폴리스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따라오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하지만 공진호는 자신이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원래라면 그렇게 했을 일이었으나, 자신보다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공진호는 남성에게 당당히(?) 말하며 강서를 가리켰다.
“쟤가 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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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