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 ep27. 아단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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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설명해줘 강서는 알고 있었다.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용궁의 서해령이 왜 황망한 땅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서해령을 지켜야 할 렙틸리스가 어디로 갔는지 말이다.
오히려 땅이 텅텅 비고 말라버렸기에 그 원인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3일 사이에 일이 벌어질 줄이야...틀어졌군.”
공진호가 낮게 읊조렸다. 그 역시도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린 것.
‘렙틸리스의 포획이 앞당겨진 건가.’
공진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렙틸리스가 서쪽에 위치한 마법사들의 공간 <서부 폴리스>에 잡혀간 것이리라.
횡행이 일어나던 마법실험용 가디언 포획이 <영역 가디언>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공진호의 계산으로는 아직 용궁의 <영역 가디언>들이 포획될 때가 아니었기 때문.
마우레니아의 레어 <용궁>을 지키는 가디언들의 분류는 총 3가지.
몬스터를 몰고 다니며 마법대륙 전역에 퍼져 있는 <일반 가디언>.
그리고 용궁의 동서남북 사방을 수호하는 4마리의 <영역 가디언>.
그리고 용궁에 직접 거주하며 내부를 지키는 <레어 가디언>
<일반 가디언>들이 모두 포획되기는 했지만, 용궁 사방을 지키는 <영역 가디언>들이 마법실험을 위해 포획되는 것은 이보다 적어도 2주는 뒤에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다.
일반가디언과 영역가디언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고 부를 정도의 수준차이가 있었으니. 따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차원문을 통해 날짜를 세어가며 계산했기 때문에 공진호의 오류는 아니었다.
전생에는 분명 2주는 더 걸렸었다.
그렇다는 것은 실제로 마법사들의 <영역 가디언>의 포획이 전생보다 빨라졌다는 것.
‘단순히 준비를 더 빨리 했다기에는 전생(前生)에서보다 너무 빠르다.’
전생이라고 해서 준비를 느긋하게 했을 리도 없었고, 무언가를 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2주나 앞당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획이 빨라졌다는 것은-
‘무리해서 렙틸리스를 당겨 잡았다.’
공진호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마법사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 준비가 다 되지 않은 상황에서 렙틸리스를 잡는 일정을 앞당겼다고. 그리고 그렇게 앞당길만한 이유는-
“들켰군.”
공략단 밖에 없었다.
공략단이 마법사들에게 발각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렙틸리스를 잡으려는 의도까지도 파악된 것이리라.
본래 공진호의 계획은 렙틸리스를 포획하여 마법사들에게 항마괴수로 넘기며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마법대륙 아단의 수행과제는 공략단의 힘만으로 클리어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도움을 대가로 거래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차원문을 넘어오자마자 <폴리스>를 찾아가지 않고 막사를 친 것. 일부러 들키지 않게 반대로 이동하며 렙틸리스 사냥을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발각된 이상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서부폴리스가 자신들을 발견했다면, 다른 폴리스들도 분명 알고 있으리라.
공진호는 이를 까득-물며 큰 소리로 외쳤다.
“플랜B로 계획을 수정한다. 각 임명된 공대장들의 지휘에 따라 미리 공지된 전략대로 움직인다.”
공진호의 외침에 공략단원들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여기 있는 모든 공략단원들은 A급 이상의 헌터.
적당한 중견 길드로 간다 치더라도 ‘부 길드장’정도는 거뜬히 달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간혹 굼뜨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어 ‘일사불란(一絲不亂)’이라고 까지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정점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진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역을 앞둔 말년병장들을 모아놓고 지휘하는 모습이랄까.
“길드로 분류되지 않은 공대는 내가 맡지.”
사람들이 공진호를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멈춰 서서 해결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다른 대안을 꺼내놓았다.
대부분 그 대안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야기를 해놓고 말이다.
각 길드에서 한 가닥씩 하는 인물이니만큼 공략단원들은 지체없이 공략을 진행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어떤 상황이든지 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의미.
공진호는 아직까지 그런 의미에서 공략단원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공대는 총 4개로 나뉘었다. 공대장들은 지도를 한 장씩 펴들고 있었고, 그 지도에는 빨간색으로 점이 하나씩 찍혀 있었다.
점은 모두 각각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멀리서 어렴풋이 지도의 모양을 살펴보며 강서는 그것들이 모두 <폴리스>들을 가리킨다는 걸 알아차렸다.
가장 먼저 출발하는 것은 개인참여 공략단원들로 구성된 공진호의 공대였다.
공진호는 별다른 설명 없이 출발신호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서부폴리스가 상당히 가까운 위치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폴리스에 적의(敵意)가 없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적 표현이기도 했다.
그렇게 움직이는 가운데 소설희가 촬영장비를 들이밀며 강서에게 물어왔다.
“음...시청자들이 지금 계속 어떤 상황인지를 묻고 있는데요. 알고 계신다는 표정인 것 같은데 혹시 이 아단대륙이 어떤 곳인지와 함께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본계에 있는 사람들은 아단대륙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제3문인 <마법대륙 아단>이 말 그대로 처음 공개되고 있는 것.
상황이 이해되지 않고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소설희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증거로 강서의 스마트 워치에 생중계되고 있는 방송의 댓글을 전송시켰다.
그녀의 말대로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댓글을 다수 달고 있었다.
-그래서 렙틸리스를 이미 잡은 거야?
-어떠케 된 거임.
-판다가 보스임?
ㄴㅇㅇ판다가 물 다 마셨다더라
ㄴㅋㅋㅋㅋㅋㅋ판다 on
강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렙틸리스를 잡으려는 게 처음 계획이었는데, 보셨다시피 렙틸리스와 함께 서해령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라 그대로 진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계획으로 진행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래서 다음 계획은 뭐임?
-ㅇㅇㅇ 고게 중요하지.
“음. 우선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모르겠는데 아마도 각 지역마다 있는 ‘폴리스’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가장 가까운 <서부 폴리스>로 향하는 거고요.”
“폴리스요?”
소설희가 모르겠다는 기색으로 물어왔다.
강서는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로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도시국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곳 마법대륙 아단에는 총 4개의 폴리스가 존재하는 데 이 네 곳에만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습니다.”
"..."
“폴리스마다 특색들이 있고 또 태생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천재라고 불릴 정도의 마법적 재능을 타고나는 곳이기 때문에...”
강서가 설명을 하는 도중 누군가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강서의 말을 끊었다.
"모두가 마법적 재능을 타고난다고?”
소설희의 촬영장비가 돌아갔다.
강서에게 시비를 걸어온 주인공은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다. 특히 마법계에서는 더더욱.
한때, 영국 마탑의 최대 유망주였던 ‘루카스 제이드’였다. 영국인들 모두의 관심을 모으며 차기 영국 마탑주로 기대되던 천재 마법사 루카스 제이드.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마탑에서 쫓겨난 상태인 그가 공략단에 참여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어딘가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을 풀풀 풍기면서 말을 이었다.
“공략단은 아직 이곳의 원주민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안다는 거야?”
"..."
“아니, 그보다 태생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마법의 재능을 타고난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루카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강서가 언급한 ‘마법적 재능’이었다. 그가 마법적 재능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카스 제이드는 각성자가 생기기 이전부터 음지에서 존재하던 마법사의 핏줄 태생이었다.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순혈 마법사 ‘루카스 제이드’는 던전과 함께 갑자기 나타난 ‘각성자’출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마법의 원리적 이해를 바탕하지 않은 채로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아무렇게나 스킬들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아니꼽게 보였기 때문.
게다가 애초에 다른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던 루카스는 사람들이 ‘판다’, ‘판다’ 하더라도 크게 관심이 없었고, 대강 주위에서 들리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판다가 어느 정도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왜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루카스는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마법적 재능이란 것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한 게 아니야. 각성자들처럼 아무나 연고 없이 되고, 운 좋으면 얻게 되는 스킬이랑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루카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의 손에는 푸른색 마력이 감돌고 있었다.
루카스는 펴 보인 손바닥 안의 마력을 움직여 일정한 형태를 만들더니 마력의 성질을 바꾸어 버렸다.
처음은 불이었다.
“마법적 재능은 단순히 잘 싸우는 능력이 아니야. 본질적으로 마법은 세계에 이치에 대한 탐구. 법칙을 이해하는 <학문>이지.”
다음은 물이었다. 불이되어 타오르던 마력은 이내 파스스-하며 형태를 잃고 한줌의 물로 바뀌었다.
주변에 있던 공략단원들이 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각성자라며, 마법사 클래스라며 한 가지 성질의 마법만을 그것도 ‘데미지’를 위해 키운다는 것은 마법의 본질을 훼손하는 접근방식이야. 각성자라 자신하는 대부분이 그딴 식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고 말이지.”
이내 루카스의 손 안에서 성질을 두어 번 바꾼 마력은 다시 원래의 무형 무성질의 마력으로 돌아왔다.
거기까지 루카스가 해내자 주변에 사람들이 침음성을 흘렸다.
루카스가 행한 것이 한 성질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렇게 높은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1서클 수준의 마법을 성질별로 하나씩 변환해 보여준 것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할 수 있느냐를 묻는 다면?
아마 최고를 모아놓았다는 이 공략단의 마법클래스 헌터들에게 물어보더라도 거의 못한다 대답하리라.
루카스의 말대로 성질을 다양하게 익히는 마법사 클래스의 각성자들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재능이 필요하기도 했고,
일반적으로 그 이전 단계의 스킬을 익혀야 다음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각성자들의 성장방식에 알맞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은 마법의 이해보다는 더 강력한 데미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마법적 재능이다. 존재하는 사물들의 기본 성질들을 이해하고 모두 다룰 수 있는 것이 마법사지. 그런데 뭐? 모든 사람들이 마법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웃기지마”
거기까지 이야기 한 루카스가 강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서 그 말을 취소하고 사과하라는 의미의 눈짓이었다.
하지만 강서의 입에서 나온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누구도, 심지어 그를 가장 오래 겪은 하린마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혀 뜻밖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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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초등학생 수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