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 ep26. 조우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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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강서는 ‘포고숄 복원작업’쪽을 가장 먼저 건드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가 아니면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청수가 본래의 마력 억제 특성을 잃었다는 사실도 강서가 가장 먼저 알 수밖에 없었고, 설사 누군가 알고 있더라도 바다를 다 아공간으로 이동시킨다는 발상자체가 사실 쉽지 않은 법.
게다가 복원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자본력도 필요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포고숄 복원 작업의 준비가 진행될수록 상아탑에서 일부러 기사를 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기사가 퍼지기 시작했다.
길드들이 자신이 맺은 계약에 대해서 먼저 홍보하기 시작했기 때문.
포고숄 전부를 복원하려는 강서의 의도를 파악하고, 분명 다른 길드들과도 계약을 했을 거라는 추측 하에 기사를 먼저 낸 것이다.
물론 계약을 맺을 때, 사회공헌적 차원에서 몇 개를 무상지원 했느냐 하는 내용이 하단 몇 줄에 첨부되었지만.
[포고숄 복원작업 성황리에 준비 중]
[판다. 당신은 대체...]
[판다. 화려한 복귀에 이은 여전한 선행.]
포고숄의 복원을 준비하는 과정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다.
강서에게는 무려 ‘상아탑’의 카드가 있었으니 자본력 부분에서 걸림이 되지 않았던 것.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노동력>이었다.
포고숄 복원 작업에는 두 가지 작업이 필요했다.
아공간 페이퍼를 이용해 바닷물을 걷어내는 작업.
그리고 걷어낸 바닷물에서 드러난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작업.
해안에 모래를 뿌려 지형을 넓히는 간척사업과는 그 규모부터가 궤를 달리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바닷물을 걷어내는 작업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처하여 포고숄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도 거의 모두가 몬스터를 처리하는 작업을 하길 원하지 단순 노가다 작업인 첫 번째 작업을 하려 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헌터계에서 항상 고급인력으로 취급받아왔기 때문이었다. 포고숄에 출입할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이미 C급 이상의 헌터라는 이야기.
C급은 어디 가서 꿀리긴커녕, 어디에서든지 베테랑이라 자부할 수 있는 위치의 투력등급이었다.
때문에 두 가지 작업 중 몬스터를 잡는 작업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
사실 어느 정도 고위 헌터들의 세계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우려하던 일이었다.
말이 좋아 포고숄 복원 작업이지 바닷물을 걷어내는 작업은 사실상 대가없는 마력 노가다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강서는 그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바로 포고숄의 주민들을 복원작업에 참여시키는 일이었다.
이번 포고숄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크라켄이 잡힌 직후 포고숄 내에서 강서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고 포고숄에 남아있는 몇 명의 헌터중 하나라는 사실은 둘째 치고 크라켄을 잡아내는 장면을 포고숄의 전 주민이 직접 목격했기 때문.
포고숄을 복원한다는 명목 하에 강서는 주민들에게 부탁을 했고 포고숄의 주민들 중 마력에 재능이 있는 자들이 기꺼이 작업에 동참했다.
그리고 부탁과 동시에 강서는 포고숄의 주민들에게 <아르고르>의 후예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후예들이 목숨을 희생해가며 크라켄으로부터 이 <포고숄>을 지켜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당연히 현재 아르고르의 핏줄을 잇고있는 사람은 <로아>라는 것도.
아르고르의 후예라는 사실과 강서의 지지.
이 두 가지로 로아는 왕권회복을 위한 기반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었고 다시금 포고숄의 왕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
반박하는 귀족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반박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명분도, 지지기반도 가지고 있는 것은 로아의 쪽이었으니까.
한번 불기 시작한 변혁의 바람은 간단히 멈출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제목: 포고숄 복원 무엇;;
글쓴이:판쟁이S
돌아오자마자 판-다를 해버리네. 판다좌 당신은 대체...
-킹-갓 판다.
-화려한 복귀에 이은 꿈같은 선행;;
-근데 판다도 판단데 상아탑은 돈을 진짜 많이 벌었나보다 아공간 페이퍼로 사람들을 담을 생각을 할 수가 있다니.
ㄴ천문학적이지. 솔직히 아공간 페이퍼 구매 정도는 껌값일 듯;;
포고숄 복원작업의 의외의 수혜자는 김수혁이었다.
강서가 아공간 페이퍼를 확보하는 데 들인 비용이 모두 상아탑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이곳저곳 알음알음 퍼지며 김수혁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르게 아공간 페이퍼의 구매와 대량제작외주는 상아탑으로서도 손이 떨릴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어찌되었든 그만한 돈이 상아탑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와 관련해서 일어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하나 있었는데, 넷상에서 일어난 그 일은 한동안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며 화제가 되었다.
제목: 아니 아공간 페이퍼에 들인 돈이 껌값이라는 건 무슨 개소리임
글쓴이: 탑주쓰
일단 바다를 말려버린다는 생각부터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데 거기에 들이는 돈이 껌값일리가 게다가 포고숄 복원작업 기간까지 생각하면 이번 구매가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
트프리치tv의 게시판이 한창 포고숄 복원, 그 중에서도 ‘아공간 페이퍼 구매비용’에 대한 떡밥으로 불타오르고 있을 때 올라온 하나의 게시글.
글자로만 이루어진 평범한 글이었지만 그 게시글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 포고숄 복원 작업 기간도 나옴?
ㄴ기간 나온 기사는 없던데
ㄴㄹㅇ???
바로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은 포고숄 복원 작업의 ‘기간’을 언급하며 아공간 페이퍼를 구매하는 데 든 비용이 상당하다는 주장을 한 것.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고, 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
이때다 싶어 게시글의 주인을 상아탑의 탑주라고 추측하며 다는 댓글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며 해당 게시글을 넷상에서의 ‘성지’로 만들었다.
-탑주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ㄴㅋㅋㅋㅋ이걸 본인이 등판한다고?ㅋㅋㅋ
ㄴ근무태만이라뇨. 일하셔야지요.
ㄴ탑주님 껌가격에 쇼크사 하셨습니다. 글 내려주세요.
-ㅋㅋㅋㅋ최소 이분 상아탑 관련자
-성지순례 왔습니다. 저도 껌한번 씹어보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그 글은 마지막까지 내려가지 않았고, 글쓴이의 별다른 덧붙임도 없었기에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한 채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었다.
다만 그 글을 쓴 주인만이 어떤 것이 사실인지 알 수 있으리라.
***
[‘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자신의 임무를 모두 끝마쳤다고 합니다.]
[‘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심심하다며 당신에게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합니다.]
강서는 포고숄 복원을 위한 준비를 모두 끝마치고, 세세한 일정을 상아탑의 총무에게 인계한 뒤 방으로 향했다.
상아탑에서 내어 준 객실에서 강서가 쉬고 있자 ‘불그’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흠...”
하지만 강서는 불그의 말을 무시한 채 상념에 빠져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강서는 이번 포고숄 사건을 겪으며 자신이 모르는 것들이 꽤 많았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개연성’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알지 못했고, 금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분명 강서 자신이 건 금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되어있는 장치는 강서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첫번째 약속: 나태의 비밀>
거대한 나무와 그 나무를 쓰러뜨리려는 사내의 기억. 금제와 함께 묶여있던 그 기억은 강서에게도 완전히 생소한 것이었다.
침대에 몸을 누인 채, 강서는 여러 가정을 해보았지만, 곧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많은 가설을 세운다하더라도 별 의미가 없었다.
그 가설이 맞다는 것을 전혀 입증할 수가 없었으니까.
다만 강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회고’가 재개될 때 까지 기다리는 것 뿐.
그 전까지는 신경을 끄고 다른 할 일을 하는 것이 나았다.
똑똑-
그때 마침, 강서의 객실방문너머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다.
강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주었다. 열린 문 앞에 서있던 것은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 역시 계셨네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잠시 내려왔습니다.”
상아탑의 탑주 수혁이었다.
강서는 수혁을 방안으로 들인다는 의미를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보였지만 수혁은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라 여기서 그냥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공략단에 확실히 참여하시려는지 해서요.”
“네, 하린님도 거기 계시다고 하고 개인적으로도 공략단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공략단에 참여하기 전에 공략단장을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마침 방문해 줄 수 있냐고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공략단의 복귀는 임시적인 복귀였다.
헌터의 전열 재정비와 휴식을 위한 잠시간의 복귀. 총 3일간의 복귀이고 3일을 채우게 되면 다시 세 번째 차원문인 ‘마법대륙 아단’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래요. 저번에 한 번 본적 있습니다. 공략소로 가면 되는 거죠?”
갈진혁과 함께 지나가며 공략소를 본적이 있는 강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혁에게 동의의 의사를 표했다.
“제가 동행하거나 아니면 총무를 통해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강서의 성격상 고개를 가로저을 것을 예상한 수혁이 말을 끌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서는 고개를 젓고 수혁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제가 혼자 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공략소 측에도 미리 연락을 해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수혁이 인사를 하고 집무실로 올라가자 강서도 곧 길을 나섰다.
***
“왔군.”
공략소의 최상층에 위치한 공략단장실.
그곳에서 강서는 공략단장 <공진호>의 외모를 처음 볼 수 있었다.
올백으로 넘긴 검푸른 머리칼에 네이비 슈트차림. 어딘가 바짝 힘준 듯한 느낌이 드는 외모였다.
“탑주님에게 소개를 받고 왔...”
강서의 말이 채 끝마치기도 전에 공략단장은 강서를 향해 무언가를 포물선으로 던졌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강서는 순간 시야가 까맣게 머는 것을 느꼈다.
공진호가 있는 자리는 희미하게 빛이 있었지만 그곳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모두 칠흑같은 어둠의 공간으로 변했다.
[<고유결계:흑막>의 발동조건이 성립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익숙함.
“오랜만이군. 바깥쪽에서는 누가 들을 수 있으니 일부러 이 안쪽으로 불렀다.”
강서는 흑막에 들어옴과 동시에 이전에 하린의 집에서도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무명검에 붙어있던 쪽지를 만지자마자 <고유결계:흑막>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때 그 인물이 '공진호'였던 모양.
“어떤 이유로 사라졌었는지는 묻지 않겠다. 그리고 네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도 더 묻지 않지. 그건 마음이 내킬 때 말해준다면 고맙겠군."
공략단장인 공진호는 어딘가 무거움이 느껴지는 분위기로 말을 쏟아내었다.
“다만 네 힘이 필요하다. 공략단에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만.”
다소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강서의 의사와 일치하는 말이었다.
강서는 공진호에 말에 안 그래도 참여하러 온 거라고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안 그래-”
하지만 공진호의 대화페이스는 강서에 비해 많이 빨랐다. 심지어 마이페이스.
“그 눈빛은 역시...아무나 따르지는 않는다는 건가...”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럴 수 있지. 너 정도의 능력을 갖춘 녀석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마땅하다.”
자기 혼자 오해를 하고 끄덕이던 공진호는 비장한 표정을 한 채 강서를 바라보았다.
“네가 나와 함께하면 여러모로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네가 상상치도 못한 것들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 왜냐면 난..."
그리고 뒤이어지는 충격적인 한마디.
“회귀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