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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09화 (109/191)

109화. < ep25. 컴백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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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꿰뚫는 가시창’이 당황하며 당신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습니다.]

불그가 강서의 손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였다.

물론 강서가 불그에게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불그는 강서의 손을 떠났고, 강서도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지는 못했지만-

[포고숄의 21대 왕 ‘로레지아’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미래의 데이터를 이용해 <아르고르의 계약>을 현재에 소급적용 시킵니다.]

[<시간을 초월한 소급적용의 대가>로 개연성을 25% 소모합니다.]

[해당세계에 남은 개연성 60%]

그 뒤에 연속적으로 떠오른 메시지들을 보고 강서는 어렴풋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강서의 현재 몸이 ‘로레지아’의 것은 아니었지만, 로레지아로 살았었던 생(生)의 흔적이 데이터에 남아 강제로 <아르고르의 계약>을 충족시킨 것이다.

‘아무래도 개연성이라는 것은 원래라면 안 되는 이례적인 일을 발생시킬 때 소모되는 것 같은데...’

물론 이번의 경우에는 강서가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이 달라지만, 오도아게르의 공간절삭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떴었던 것을 기억하며 강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서가 진심으로 크라켄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기에, 불그는 강서가 생각한 지점을 노리고 정확히 날아들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음...?"

로아가 의문성을 내었다는 것. 강서가 던진 창을 바라보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강서의 손을 떠난 불그는 대략 수초가 지나도록 크라켄의 몸에 도달하지 못했다.

물론 창을 맞추기에 먼 거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정확한 조준을 위해 일부러 멀리 올라온 상태였고, 해안을 덮친 크라켄의 다리 끝과 강서가 노린 몸체 사이에는 꽤나 거리가 있었으니까.

강서가 노린 곳은 크라켄의 몸 정중앙.

족히 수km는 되어 보이는 정도의 거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아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가 멀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 하더라도.

신기(神器)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 <신창:불그>의 외양에서 느껴지는 위용에 비해 뭐랄까-

“조금…”

부족하달까.

“...혹시 잘못 던지신 거에요?”

로아가 강서를 향해 물어왔다. 단순히 창이 느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상황을 완전히 깨닫기도 전에 로아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본능적인, 기초적인 의아함.

‘왜 창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 거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작게 보인다는 원근(遠近)의 기본적 물리법칙. 강서가 던진 <신기:불그>는 그것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강서가 던진 창은 강서의 손을 떠나자마자 멀어지며 순식간에 작아졌다.

하지만 점점 작게 보이던 창은 어느 지점에 이르자 더 이상 작아지지 않았다. 마치 허공에 멈춰 있는 것처럼.

그것이 로아로 하여금 의문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창이 쏘아지며 발생하는 파공음은 로아의 귀에 똑똑히 들리고 있었으니까.

로아의 질문에 강서는 대답대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가락으로 불그를 가리켰다. 그리고 강서의 손을 따라 다시 한 번 불그를 응시한 로아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어?”

로아는 마치 이상한 것을 본 것처럼 양손으로 눈을 비빈 뒤 다시 창을 쳐다보았다.

“창이....”

“느린 게 아닙니다. 커진 거죠.”

로아가 띄운 운을 총무가 받았다.

그 말 그대로였다.

강서가 던진 창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작아 보인다는 물리법칙을 무시할 정도로 그 몸체가 거대해져있었다.

심지어 한순간 커진 것이 아니라, 점점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신기:불그>가 멀어지며 작게 보이는 속도를 삼켜버릴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던 것.

거대해지는 창의 끄트머리를 보며 로아의 머릿속에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포고숄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포고숄의 탄생 설화.

“<하늘말뚝>과 <왕의 창>이 같은 것일 줄은...”

포고숄 탄생설화라 불리는 ‘하늘말뚝’이야기는 사실 포고숄 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기록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가 가리키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포고숄이라는 거대한 대륙통일 국가가 어떻게 하나의 도시만을 남기고 모두 물 아래로 잠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였다.

약 100여년 전.

아발론 제국이 현재 그러한 것처럼, 포고숄이 전 대륙을 통일한 통일 국가이던 시절.

어느 날 그 상공에 거대한 쇳덩어리가 하나 나타났다.

포고숄 전 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던 그 ‘쇳덩어리’를 일컬어 사람들은 말뚝이라 불렀다.

말뚝의 머리부분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는 부분을 보면 꼭 말뚝처럼 생겼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소리소문 없이 돌연 나타난 ‘쇠말뚝’에 포고숄 사람들은 두려움을 표했지만, 의외로 그 두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쇠말뚝이 마치 하늘에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땅으로 내려 꽂이고 있던 것이라면 대륙 전 지역의 사람들이 길길이 날뛰며 나라에 혼란을 가져왔을 테지만,

그저 허공에 하나의 상(像)이 나타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으니 하늘말뚝은 그저 지형지물이 하나 더 생긴 것처럼 취급된 것이다.

그렇게, 마치 누가 하늘에 매달아 놓기라도 한 듯. 내려오지 않던 쇠말뚝은 나타났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돌연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하늘에서 말뚝이 돌연 사라진 시점부터 원인모를 대썰물과 대밀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크라켄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에 조금씩 나라를 잠식당하던 포고숄은 이내 도시하나의 크기를 남기고 모두 바다 아래로 잠기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서 포고숄의 왕이 어디서 났는지 모를 창 하나를 들고 차오르는 바다 아래로 걸어 들어갔는데 그 뒤로 크라켄이 사라지고 한동안 대밀물과 대썰물이 나타나지 않았더라.

그게 하늘말뚝 설화의 내용이었다.

하늘말뚝과 왕의 창을 언급한 로아를 바라보며 강서가 입을 열었다.

“제왕의식의 이후 순서가 바로 이겁니다. 로아님이 겪으셨던 것처럼 <신기:불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을 거고 아마 로아님의 선대왕들께서는 모두 창을 던지셨겠죠."

“<불그>는 <억제의 신격>을 가진 신기(神器)입니다. 10년 정도. 크라켄의 신격을 격하(格下)시킬 수 있죠.”

로아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졌다.

매10년마다 대밀물과 대썰물이 재발한 이유를.

그리고 그 10년마다 제왕의식을 시행하면 그 대밀물과 대썰물이 해결되었던 이유를. 대충 알 수 있었다.

“청수(靑水)에 닿으면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마 같은 원리일 겁니다. 선대왕들이 <신기:불그>를 던지며 흩날린 불그의 신격이 바다에 억제의 성질을 부여한 것일 겁니다. 그게 꽤나 많은 양이 축적되었을 거고요.”

강서가 하늘말뚝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는 동안 <신기:불그>는 더욱더 거대해졌다. 단순히 좀 커졌다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 거대한 크라켄을 정말로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이 거대해지고 있었다.

아마 그 창촉을 정면에서 바라본다면 누구라도 다시 ‘말뚝’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쿠궁-

지진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진동의 포고숄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울려 퍼지는 크라켄의 비명소리. 그건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억제의 신격>을 느낀 것이었다.

이미 수차례 자신의 몸을 묶어버린 그 끔찍한 창촉을 기억하며 크라켄이 비명을 질렀지만, 거대한 몸체로 얻는 득(得)이 있다면 그로 인한 실(失)도 있는 법.

산만한 몸체를 움직일 때 일어나는 막대한 공기 중의 저항이 크라켄의 몸을 묶었다.

차라리 청수(靑水)라도 없었다면 피하는 것이 가능했을지 모르나, 이미 포고숄의 바다에는 <신기:불그>의 신격이 널리 흘러 퍼져있었다.

특히 바다에 사는 생물을 대상으로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불그를 피하는 방법은 크라켄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푸욱-

피륙이 꿰뚫리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소리가 울리고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크기의 비명소리가 포고숄을 가득 메웠다.

키에에에에엑!

그리고 그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다.

“존재감이...”

크라켄의 격이 격하되었다는 것을.

그 거대한 크기는 꼬챙이(?)에 꿰뚫렸을 뿐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존재감이 확연하게 옅어졌다. 본래 신격을 가진 신수에서 그 아래의 단계로 격이 억제 된 것.

포고숄 전체를 뒤덮던 크라켄의 위세가 현저히 줄어들엇다.

[<신수:크라켄>의 신격이 억제됩니다.]

강서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와 함께 불그의 창신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들이 은은한 빛을 내었다.

크라켄은 몸에다가 <신기:불그>를 박아 넣은 채 몸을 돌렸다.

격은 저하되었지만, 그 몸의 운신까지 묶인 것은 아니었던 것. 몸을 돌려 급히 뒤를 향해 걸어 돌아가고 있었다.

그건 누가 보더라도 ‘도망치는’ 모양새였다.

그때 어디선가 환호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포고숄의 중층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크라켄이 물러가는 모습을 본 주민들이 안도와 생존의 기쁨으로 환호성을 지른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리려던 로아의 입가가 멈칫했다.

크라켄이 나타난 사건의 전말과 크라켄이 10년 후에는 다시 회복을 할 거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작금의 상황이 기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을 알게 된 로아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어려운 것도 없었다.

언젠가 다시 크라켄이 돌아온다는 찝찝함을 남겨둔 채 앞으로의 10년을 살아가야했다.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 10년 후에는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를 터.

‘뭔가...’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로아의 머릿속에 강서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서라면 뭔가 영구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렇게 포고숄의 중층을 향해있던 시선을 돌려 강서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저기 혹시....?”

더 이상 강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로아의 표정을 보며 상아탑의 총무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한 지점을 가리키며 턱짓을 했다. 로아는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크라켄이 있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도망치는 크라켄의 머리 위.

어느새 이동한 강서가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로아로서는 당최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웬 항아리 같은 것을 하나 들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상아탑의 총무는 그가 뭘 하려는 건지 대충 짐작이 가는 것 같았다.

“언제나 한발 더 나아가 있는 사람입니다. 예상대로 움직인 적이 없죠.”

"...?"

그의 오른 손에 들려있는 물건은 겉보기에 투박했으나 전혀 범상한 물건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신기(神器).

<재창조의 신격>을 지닌 <헤타이로>였다. 로아가 고개를 돌린 동안, 아공간에서 꺼내었던 것.

“저게 뭐하는 물건이죠...?”

물건의 용도를 알 리가 없는 로아가 총무를 향해 물어왔다.

금색과 흰색으로 치장되어 화려한 모습이기는 했지만, 모양이 항아리와 다를바 없있기 때문.

로아의 질문에 총무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글쎄요. 대충 몬스터 잡는 포켓 같은 겁니다.”

“뭐, 들어가면 훌륭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어버린다는 점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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