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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05화 (105/191)

105화. < ep24. 해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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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의 귀족들은 소년왕을 뒤따라 뛰어든 강서를 보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강서가 신전의 의식을 훼손하려 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이기도 했고, 자신들이라면 절대 생각하지도 못할 짓이기 때문이었다.

오랜시간 포고숄의 지도층을 지켜보며 지휘하는 귀족들이었기에, 그들은 자신할 수있었다. 제왕의식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서야 이 동해절벽 아래로 스스로 몸을 던진 자는 없다고 말이다.

동해절벽 아래로 뛰어 내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을 의미했다.

첨벙-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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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고숄의 어린 왕. 로아는 자신의 눈앞을 가득 메운 검은 물결에 삶을 다시 한 번 체념했다.

얼마나 깊숙이 들어온 건지 물의 색이 검게 보일 정도였다. 더 이상 청수(靑水)라고 부르기도 뭐한 짙은 색의 물빛.

로아가 제왕의식에 대해 아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귀족들이 의식을 위한 축문을 읽고 머리를 조아리면 포고숄의 왕은 동해 절벽으로 몸을 던진다.

그 이후는...아무도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뻔한 이야기였다. 제왕의식이 열 번이 넘게 이루어지는 동안 살아 돌아온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로아의 감정이 크게 일렁이지는 않았다. 본래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고숄의 왕.

가장 고귀한 희생자.

누구보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바다의 수호자.

그것이 포고숄의 왕으로 태어난 ‘로아’의 운명이었다.

그렇게 체념하던 로아는 문득 자신에게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둠속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차릴 수 없었다.

‘죽는 건가.’

다만 그것이 무엇이든, 삶에 대한 의지가 꺾인 로아 자신 보다 약할 수는 없으리라.

로아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동안, 그 어둠속의 무언가는 로아의 지척까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

[네가 아르고르의 후예냐.]

로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칠흑같은 심연(深洞)속에서 말을 걸어온 존재.

상황 때문인지, 무기력한 기운 때문인지, 로아의 입은 로아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중에 벌어졌다.

“저는…”

그렇게 자동(自動)에 가깝게 대답하려던 로아의 머릿속에, 제왕의식 전 강서가 건넨 한마디가 스쳐지나갔다.

‘아닙니다. 이 한마디를 기억하세요. 그럼 살 수 있습니다.’

가까스로 혼미(昏基)한 기운 속에서 정신을 차린 로아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강서의 조언을 뱉어내었다.

“아닙니다.”

[...음?]

어둠속의 존재는 의문성을 내었다.

[무슨 소리야 니가 아르고르의 후예가 아니면 왜 제왕의식의 제물이 돼.]

“아무튼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잖아. 아르고르의 후예 그럼 누가...]

“아니라니까요?”

로아는 직감했다. 강서의 말이 뭔가 변수를 가져왔음을.

그 변수가 자신에게 득이 될지 아닐지는 까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어둠속 존재가 자신에게 듣고 싶은 말이 ‘그렇다’라는 말인 것은 분명했다.

마지막 로아의 부정과 함께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서서히 로아의 주위로 은은한 빛이 피어올랐다.

로아가 되찾은 시야 안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화려한 장식의 창이었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새끼줄처럼 교차하여 만들어진 창은 누가 보더라도 엄지를 치켜들만한 물건이었다.

로아가 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 창이었다.

[꼬마야. 너 어디서 뭘 듣고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잡아뗀다고 좋은 게 아니야.]

"..."

[네가 크라켄을 잡고 이 포고숄을 구할 영웅이 될 수 있다니까? 진짜 이번에는 될 거야.]

"..."

[저번에도 거의 됐는데 궤도가 조금 안 맞아서. 이번에 계산한 건 확실해. 나만 믿어 꼬마친구. 그러니까 아르고르의 후예가 맞다고 인정 딱 한번만...]

창은 마치 크라켄을 잡기 위해 안달이 난 아이처럼 계속해서 로아를 꼬셔왔다.

로아는 침묵하며 그 비범한 창이 말하는 단서들을 조합했다.

‘아르고르의 후예...라는 말을 인정하면 대충 크라켄을 처치하기 위한 준비가 되는 거고...’

‘지금까지 처치하는 데에 실패한 건가? 그런데 제왕의식을 하면 대밀물이 실제로 사라졌었으니까...’

‘돌아온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용 시의 대가가 목숨...’

그렇게 로아가 어느 정도 맥락을 유추할 때쯤, 신나게 자신을 설득하고 있는 창의 뒤쪽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그리고 은은한 빛에 점점 다가올수록 짙어진 그림자는 점점 로아에게 익숙한 모양으로 바뀌어 갔다.

사람이었다. 그것도 알고 있는 사람.

‘저 사람은...’

제왕의식이 시작되기 전.

로아에게 ‘아닙니다.’라는 말을 언급해준 주인공.

바로 강서였다.

강서는 로아와 입을 마주치며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서 조용히 할 것을 요구했고, 점점 창쪽으로 다가온 강서는-

[그러니까 딱 한번만 ‘내가 아르고르의 후예다’라고 이야기만 하...켁]

창의 목을 잡아챘다.

***

“...뭐?”

갈진혁이 반문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이었지만 떨림이 서려있었다.

“이미 제왕의식을 시행했다고 했다. 그런데 대썰물이 사라지지 않는 걸로 보아서는 역시 그 작자가 일을 망쳐버린 것 같군."

"..."

“묻고 싶은 건 그쪽이 아니라 우리다. 제왕의식이 아니라면 우리로서도 막을 방도가 없어졌는데 어떻게 책임을 질거냐.”

갈진혁은 현재 포고숄의 상층부에 올라와 있었다. 강서와 함께 했던 귀족 회의실에 방문한 것이다.

흑사장이 클리어된 이후 강서가 개입하지 않은 덕분인지 휴게시간 24시간은 정확히 지켜졌다. 그리고 나서 백사장이 열렸다. 거기까지는 예상 범주 내였다.

갈진혁은 백사장이 열리고 그곳에 있는 몬스터와 마수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길잡이를 필두로 시작된 사냥은 쉽지 않았다.

흑사장과 비교하더라도 월등히 강력한 몬스터들이었기 때문.

몬스터와 백사장의 주인이라 불리는 마수의 힘을 가늠해본 갈진혁은 백사장 클리어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계공략소의 이름을 내걸고 백사장의 클리어를 포기한 것.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 것은 아니었다.

강서의 의견으로 미뤄둔 방법. 즉, 제왕의식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갈진혁이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귀족들이 제왕의식을 시행해 포고숄의 왕 ‘로아’를 동해절벽 아래로 던져 넣은 상태였던 것.

갈진혁은 다시 한 번 시스템의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하지만 표기한 메시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역: 해안도시 포고숄]

[퀘스트내용: 대밀물과 대썰물의 원인이던 <신수:크라켄>을 처치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썰물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후 찾아올 대밀물로부터 해안도시 포고숄을 지키십시오.]

[퀘스트를 위한 세 번째 지령이 활성화 됩니다.]

*

[제3지령: 백사장(白沙場)을 점령하라.]

[내용: 썰물이 일어나며 드러난 새하얀 모래사장의 주인을 처치하십시오.]

[보상: 개인보상, 제4지령]

[남은시간: 01:23:28]

[※지령을 성공할 때마다 <대밀물>의 위력이 약화됩니다.]

*

“x됐다...”

갈진혁이 믿고 있던 마지막 키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

이미 해볼 만한 건 다 해보고 찾은 귀족회의실이었기 때문에 다른 대책도 없었고, 있더라도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갈진혁이 귀족회의실로 올라온 시점자체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으니 말이다.

곧바로 귀족회의실을 떠나 이계공략소로 돌아온 갈진혁.

갈진혁이 돌아오자 공략소 안에 있던 길잡이의 길드원들은 일이 해결된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간부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나타타는 갈진혁의 습관을 알고 있었기 때문.

표정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갈진혁이 허리춤에 찬 검 손잡이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것은 필히 일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갈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들은 무장하고 백사장으로 나와요. 마지막으로 부딪혀보고 안되면 여기 뜹니다. 오면서 다른 길드들에도 무전 때려놨으니까.”

“...? 뭔가 잘못 된 거야? 분명 대장이 방법이 있다고...”

“우선 백사장으로.”

갈진혁은 설명을 하기보다 우선 백사장으로 자신이 먼저 움직였다. 설명하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귀족회의실에 올라가기전 혹시모를 사태를 방지해 할 수 있는 대처는 모두 한 상태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였다.

백밀물이 그대로 포고숄을 덮칠 경우에는 아무 역할도 못할 수준의 조치.

“하아...”

백사장에 선 갈진혁은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예상을 벗어났고, 공진호가 언급한 그 무엇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본래라면 공진호를 잘 따르는 갈진혁이었지만, 지금 눈앞에 나타난다면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주고 싶을 만큼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백사장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포고숄에는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칠 것이 분명했다. 백밀물만큼 강력한 대밀물을 경험한 적이 없었으니까.

만약 그대로 일이 일어난다면, 공략소는 신뢰를 잃을 것이었고, 포고숄은 어쩌면 멸망할 지도 몰랐다.

그게 갈진혁이 지금 지고 있는 무게였다.

갈진혁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책임질만한 역량을 가지지 못한 게 죄라면 죄이리라.

***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갈진혁은 백사장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길잡이의 손을 도운 타길드의 고위 헌터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백사장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의 길드들이 포고숄에 있는 자신들의 길드 하우스를 포기하고 차원 문을 넘어갔다.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손쓸 방도가 없었던 것 뿐.

대밀물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었다.

[제3지령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대밀물의 해일이 포고숄을 향해 다가옵니다.]

그그그그-

대썰물이 일어났었던 때처럼 단번에 거대한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전조(前比)가 있었다.

지면이 흔들렸고, 지면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고, 공기가 심상치 않게 휘몰아쳤다.

스산한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살갗을 스치자 갈진혁은 고개를 돌려 수평선을 쳐다보았다.

"..."

수평선 너머에서 무언가가 오고 있었다.

감히 뭐라 재단할 수 없는 크기의 거대한 무언가가 이 포고숄을 집어 삼키기 위해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남은시간 00:01:58]

천천히. 자연스럽게.

수평선 너머에서 물오름이 보였다.

바다보다도 더 짙은 빛깔을 띠는 수평선의 물덩어리가 하늘을 먹어치우며 점점 그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몸집이 커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조금씩 하늘을 먹어치우던 파도는 어느새 4분의 일을.

어느새 하늘의 반쪽을 그리고 어느새.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

하늘을 다 먹어치운 그 공포스러울 정도로 거대한 푸른 장막이 포고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더 이상 파도는 그들의 앞에 있지 않았다. 위에 있다고 하는 표현이 좀 더 옳은 표현이었다.

당장이라도 내려찍힐 듯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그 거대한 해일은 말 그대로 전에 없던 크기의 <대밀물>이었다.

[남은시간 00:00:29]

미리 차원문 근처로 위치를 이동한 상태였다. 아무리 책임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살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갈진혁은 몸을 뒤로 돌려 차원문으로 발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들려온 강서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시간을 간신히 맞췄네요.”

"...?"

“검 좀 빌리겠습니다.”

스릉-

갈진혁이 당황하며 허리춤으로 손을 대었을 때는 이미 강서가 검집 째로 검을 가져간 뒤였다.

갈진혁의 옆으로 스치듯 지나간 강서는 검집을 왼손으로 쥐어 잡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해일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결투를 앞두고 기세를 겨누듯.

[남은시간 00:00:18]

갈진혁 뿐만이 아니라, 차원문을 넘어가던 헌터들의 시선도 강서에게로 향했다.

“지금 뭘 하려는...”

일각을 다투는 시간이었다. 갈진혁이야 말로 강서에게 묻고싶은 것이 많았지만.

남은 시간은 15초 남짓. 무엇을 하려고 하더라도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다.

때문에 갈진혁은 강서를 보면서 그를 만류하려했다.

하지만 이내 갈진혁의 입이 다시 다물어졌다. 강서의 어깨를 향해 뻗던 손도 멈추었다.

‘뭐지...’

강서 주변의 일정 지역의 존재감 소멸했다.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도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소멸(婦減).

분명 눈으로 보고 있는 데도, 강서가 있는 자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인 것처럼.

마치 무(無)의 공간인 것처럼.

“후우-"

숨을 한번 내쉰 강서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은시간 00:00:13]

수 억번의 경험이 축적된 단 한 번의 검격.

수십 번의 회귀로 축적된 처절함이, 공허함이 서린 오도아게르의 그 검이, 강서의 손에서 다시 한 번 그어졌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최적의 검로. 조금의 낭비도 없는 최고 효율의 검격.

"..."

[<스킬: 오도아게르의 공간절삭>이 싱크로율에 의해 강제로 실현됩니다.]

[주의 ! <금제:8위의 약속>이 허용하는 힘을 초과합니다.]

벤 것은 공간(空間)이었고.

베어진 것은 해일(海溫)이었다.

포고숄을 집어 삼킬 듯 밀려오던 대밀물이-

횡으로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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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제:8위의 약속>의 <첫 번째 약속> 해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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