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93화 (93/191)

93화. < ep21. 아키두스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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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의 존재에게는 두 가지의 제약이 있습니다. <연명(延命)의 제약>과 <징크스>가 바로 그것이죠.”

강서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울렸다.

“리치왕의 징크스는 <6명의 직속수하에게 찔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는 것은 강서의 목소리뿐이었다.

화면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강서의 모습이 아니라 리치왕과 아키두스의 모습이었다.

처음 공개되는 리치왕의 모습.

그의 손짓으로 멸망당한 수많은 왕국의 사람들도, 전쟁을 앞둔 아발론제국의 사람들조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리치왕의 민낯.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볼품없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몸 곳곳에 녹아 붙은 녹색 마나. 겉에 있는 옷자락도 고급스러운 여러 무늬가 있긴 했으나 그 옷감의 질 자체가 헤져있어 본래의 진귀함을 잃은 상태였다.

아키두스가 데려온 4명의 군단장들을 내려놓았다.

군단장들은 모두 시체화의 영향을 받아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강녕 하셨습니까. 리치왕 나으리”

“아키두스.”

상식적인 선에서 비꼬는 게 확실한 아키두스의 태도는 군신관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벗어나 있었지만, 리치왕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본래 리치라는 것이 인세의 모든 경험을 한 인간이 지고의 시간을 노력해 흑마법을 터득하여 도달하는 경지.

그 세월을 드러내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리치왕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무정(無情)하다 할 수 있었다.

“설명은 따로 필요 없는 상황이군.”

리치왕의 말에 아키두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두스가 묶어온 것은 4명의 군단장.

아키두스가 리치왕을 적대하고 있음은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폐하 족치러 온 거지. 설명은 필요하다 해도 안 해줄 거고,”

“어떻게 알았지?”

징크스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리치왕의 태도는 정말로 그게 궁금하기 보다는 확인 차 물어보는 것 같은 어투였다.

아키두스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아키두스를 보며 리치왕이 말을 이었다.

“네가 내 징크스를 알고 있는 것이 어떤 연유(緣由)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긴 한가보군.”

"..."

“그렇다 하더라도 의미없다. 아키두스. 네가 죽이지 않아도 이 몸은 죽는다.”

리치왕의 말마따나 옥좌에 앉은 육체의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했다.

대륙 전체의 마나 지배권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신격의 힘이라도 쉽지 않았던 것.

리치왕 본연의 힘을 다 끌어내기 위해 아직 다 성숙하지 못한 육체의 에너지를 끌어다 썼다.

그래서 <현재의 육체>가 가진 대부분의 생체에너지를 사용했던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몸에서 조금씩 마나를 흘려내고 있었다.

"..."

“생각보다 이르긴 하지만 지금도 나쁘지는 않지.”

리치왕의 손가락이 힘없이 까딱였다. 보잘 것 없는 움직임이었지만 그 결과는 보잘 것 없지 않았다.

리치왕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리치왕의 궁전을 가득 매우고 있던 리치왕의 마나들이 아키두스가 데려온 4명의 군단장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거의 쏟아 붓듯이 4명에게로 향한 마나들은 그들의 몸을 휘감으며 그들의 몸을 잠식한 악성마나에 저항했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막대한 양의 마나가 소모되었고-

“끄아아아악!”

그들의 고통어린 비명소리가 대전을 가득 채웠다. 군단장 4명의 비명소리가 동시에 울리는 불협화음은 가히 귀곡성(鬼哭聲)이라 할 만한 소리였다.

리치왕은 전혀 괴념치 않는 다는 듯 오히려 저항하는 악성마나에 이채를 띠며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움직였다.

4명의 군단장이 밧줄에 묶인 채 대전 이곳저것을 굴러다녔다.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게 아니군. 어디서 난 물건이지?”

"그으으...쿨럭!”

리치왕은 아예 이미트립스의 몸을 비틀어서 악성 마나를 짜내었다. 그의 피가 낭자하며 뿜어져 나왔고 거기에는 리치왕이 바라던 악성마나가 섞여있었다.

“...진짜 뒤져도 골백번은 더 뒤져야 되는 새끼네. 이 개새야.”

보다 못한 아키두스는 자신의 머리에 있는 뿔을 꺾었다. 팔뚝만한 길이의 뿔은 녹빛을 뽐내며 아키두스의 손에서 두 배가 넘게 길어졌다.

동시에 아키두스의 존재감도 두배로 짙어졌다. 마치 감추었던 것이 드러나기라도 한 듯.

흑색의 니들(needle)이 된 아키두스의 뿔. 아키두스는 그 니들을 이미트립스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한 번 번뜩이는 검은 빛과 함께 이미트립스의 몸이 축 늘어졌다.

“호오...이건 예상 못한 부분이군.”

아키두스의 무력을 보자 리치왕의 눈이 한차례 더 빛났다. 아키두스의 직책은 본래 책사.

하지만 그것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아키두스의 능력 자체가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아키두스의 능력은 군단을 지배하여 움직이는 능력. 직접적인 무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리치왕은 작금의 상황에서 아키두스의 무위(武威) 한 자락을 보며, 그것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크크크큭, 재미있다. 아키두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칼놀림에는 어울려주지."

리치왕이 처음으로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내었다. 만족감이었다.

오랜 시간을 살며 무뎌진 리치왕의 감정을 자극한 것은 <예측할 수 없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숨긴 건가?”

“딱히.”

아키두스의 대답과 함께 3명의 군단장이 몸을 일으켰다. 아키두스가 이미트립스의 심장을 찔러 즉사시키는 사이, 강서가 주입한 악성 마나를 모두 밀어낸 것이었다.

물론 그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두 가지 힘이 대비하는 것을 몸이 버티지 못했는지 정신이 아예 나가있었다.

눈에는 검은 자 없이 흰자위만이 존재하고 있었고 의식은 이미 흩어져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리치왕의 손가락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챙-!

군단장 중 한명이 검을 들고 아키두스를 향해 쇄도 했다. 쇠와 쇠의 타격음이 울리고 아키두스의 몸과 함께 궁전바닥이 푸석-하며 내려앉았다.

“포기한 거냐? 이미트립스를 그렇게 가볍게 죽이다니...”

"..."

“하긴 눈요네스가 죽었으니 의미가 없다 이건가. 6검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이상 5검이나 4검이나 똑같지.”

리치왕의 말에 강서 옆에서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하린이 물었다.

6명의 수하에게 찔린다는 리치왕의 징크스에 대해서는 하린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키두스가 그 군단장들을 데리고 간 것으로 알고 있었고 말이다.

“그럼 리치왕을 6명이 공격하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에요?”

“징크스라는 것은 일치할수록 힘이 약해지는 형편좋은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6명이 아니면 리치왕은 똑같이 징크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죠.”

강서의 말에 하린이 헙-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럼 아키두스는 왜 저기로 들어간 거에요? 그것도 혼자서...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도와야...!!”

하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강서가 그녀를 가로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단호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화면에서 피륙이 꿰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푸욱-

아키두스의 니들이 자신을 향해 날아온 군단장의 목을 찌른 것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목의 정중앙을 꿰뚫은 니들에 군단장이 바로 늘어졌다.

하지만 아키두스의 몸도 성한 것이 아니었다. 오른쪽 팔뚝에 군단장의 검이 스쳤는지 팔뚝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아키두스를 보며 리치왕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리치왕의 자신의 직속수하들에게 나누어진 힘은 동일했다. 더도 덜도 없이 6개가 모두 같은 조각으로 분리되어 배분된 것이었다.

헌데 분명 책사의 능력을 받은 아키두스가 전투능력을 받은 군단장을 압도했다. 그렇다는 것은.

‘본신의 힘.’

아키두스가 군단장을 이긴 것은 리치왕의 힘이 한 톨도 들어가 있지 않은 온전한 아키두스의 능력이었던 것이다.

리치왕의 눈에 탐욕이 어릴 수밖에 없었다.

“왜, 탐나냐?”

아키두스도 그의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물었다.

“...당연하다. 이정도로 완벽한 성체(成體)가 있는 줄 알았다면 진즉에 몸을 옮겼을 거다.”

리치왕의 말을 강서가 설명했다.

“리치왕의 연명(延命)제약. 그건 6명의 수하 중 한명의 몸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리치왕의 정신이 인계되는 대가로 그 수하의 정신은 소멸되죠. 리치왕은 그런 방식으로 영생(永生)을 얻습니다.”

리치왕이 모든 국가들을 점령하는 동안 아직도 몸을 옮기지 않은 이유는 몸을 옮길만한 수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군단장이라는 직함만 달고 리치왕의 힘을 빌려쓴다 뿐이지, 리치왕 스스로가 탐이 날만한 자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의 수하들이 시간을 겪으면 경지가 서서히 올라갈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수하들의 경지가 무르익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현재의 육체가 쇠퇴했던 것.

그런 상황에서, 아키두스의 감추었던 실력은 확실히 리치왕 입장에서 탐날 만 했던 것이었다.

눈빛이 변한 리치왕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크윽-"

남아있던 3명의 군단장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아키두스는 리치왕으로부터 빌려 받은 능력 <정신조종>을 이용해 그들의 운신을 잠시 묶어두었다.

군단장 두 명의 몸이 잠시 멈칫하더니 비틀리며 땅바닥을 굴렀다. 남아있는 한 명은 그대로 아키두스에게 달려왔으나, 그거야 말로 아키두스가 원하는 바였다.

쾅-!

바닥에 진각을 밟은 아키두스가 그 반동을 이용해 앞으로 날아들었다. 속도와 속도의 부딪힘. 그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커헉-!”

복부 왼쪽. 하단 부가 꿰뚫린 아키두스.

몸체에서 수직으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상대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목으로부터 사선으로 올려 찍은 니들에 군단장이 즉사했던 것. 거대한 구멍이 목으로부터 뒤통수까지 나있었다.

한 번의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결과의 차이는 극명했다.

아키두스가 가까스로 쓰러지지 않고 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 나머지 두 명의 군단장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서걱-

아키두스의 다리 뒤쪽을 그어 몸을 꿇렸다.

아키두스의 신형이 쓰러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리치왕을 바라보는 아키두스의 눈에는 망연자실한 감정이 여실하게 드러나 있었다.

“고맙다 아키두스. 크크큭.”

“마지막이구나...”

아키두스가 낮게 읊조렸다.

리치왕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궁전 내부에 휘몰아쳤다. 아니 궁전 내부에서만이 아니었다.

리치왕의 영역 북부 설야(雪野)의 모든 곳에서 녹색 마나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리치왕의 성에, 리치왕의 옥좌로 북부 설야의 모든 마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건물을 유지하던, 병사들을 움직이던 모든 마나들도 회수되었다. 그리고 아키두스의 옆에 서 있던 군단장들의 마나도 리치왕의 옥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여든 마나를 단숨에 흡수한 리치왕은 한껏 수월해 보이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아키두스에게로 다가왔다.

“덕분에 앞당길 수 있겠구나. 아발론 찌꺼기 놈들을 모두 죽이고 나면...”

“크흑...”

“내 세상이다.”

리치왕은 그 말과 함께 아키두스의 머리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마나의 폭풍이 일더니, 리치왕의 녹빛 마나가 리치왕과 아키두스가 있던 자리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다시 순간 사라진 마나들. 그곳엔 아키두스와 리치왕의 몸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

"..."

"..."

하린과 강서 모두 침묵했다.

강서는 뭔가 알고 있는 듯 초조하지는 않았지만, 하린은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강서가 말려서 가만히 있기는 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황은 그냥 두고 보기에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으니까.

“어?”

화면을 보고 있던 하린이 소리를 내었다. 아키두스의 몸이 일으켜지고 있었기 때문.

아키두스의 표정은 오묘했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아닌 얼굴. 아니 웃기도 화내기도 하는 얼굴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아키두스 네 이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갑자기 소리를 치는 아키두스. 하지만 그 말은 누가 듣더라도 아키두스가 한 것이 아니었다. 상황상-

"...리치왕?”

리치왕의 것이었다. 그의 연명(延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분노의 찬 목소리로 아키두스를 찾았다. 그러더니 이내 아키두스의 입꼬리가 휘기 시작했다.

“거 가만히 있으쇼. 같은 방 쓰면서 에티켓은 지켜야지. 이 개새야.”

아키두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삐걱 삐걱 하며 앞으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하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

“끝이끼. 아키두스에게도 하나 주었습니다.”

그리고 강서의 말을 듣고 나서야 하린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리치왕의 간섭이 있기 직전 어금니 안쪽에 넣어두었던 끝이끼 환단을 씹은 것이었다.

“리치왕의 마나와 악성마나가 대립하고 있는 겁니다. 아키두스는 리치왕이 악성마나와 싸워 몸을 잠식하기 전에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거고요.”

아키두스는, 아니 리치왕은 다시 한 번 분노의 찬 목소리를 뱉었다.

“네놈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서 네 놈을...”

“아이고아이고, 그건 안 되죠. 내가 아픈 척 연기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푸욱-

아키두스의 말과 함께 리치왕은 발어림께의 따가운 느낌을 느꼈다. 아키두스가 놓아두었던 흑색의 니들이었다.

그리고 따가운 느낌과 함께 리치왕에게 찾아온 것은 <무궁한 탈력감>이었다.

“지금은 내가 리치왕이야 이 새끼야.”

[징크스가 발동합니다.]

[리치왕이 신격을 상실합니다.]

단 두 문장이었지만, 리치왕의 상태를 알아차리기에 그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으...으어....아 내...”

아키두스의 입에서 탈력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짐승우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아키두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입으로 그런 X같은 소리내지마. 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년아.”

아키두스는 그 말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악성마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으니. 신격을 잃은 아키두스의 몸을 속박할 게 분명했다.

“내가 시바 그동안 오늘까지 오려고 처먹은 욕만 세어도 너만큼은 장수했을 거다. 이 개새야”

그그극-

아키두스가 흑색 니들을 주워들었다. 리치왕은 아키두스가 무엇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는지 심력을 집중하여 아키두스를 막았다.

하지만-

‘고작 수십 년 산 놈의 정신력이...’

수십 개의 생을 수십 회차를 겪어 해결한 강서가 신격을 잃은 리치왕의 정신간섭에 밀릴 리가 없었다.

“수십 년은...”

아키두스는 가소롭다는 듯이 읊조리고 니들을 든 채 왕좌에 앉았다.

녹빛 덕지덕지 붙은 초라한 왕좌에,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숨을 한 번 뱉었다.

“니미럴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거.”

회의적인 눈빛이었다. 그리고는 리치왕이 들으라는 것인지 천천히 아키두스가 입을 열었다.

“옛날 옛날에. 어떤 착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아주 아주 나쁜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쁜 사람은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하린이 아키두스를 보고 있었다.

“착한 사람은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쁜 사람을 물리치려 노력했습니다.”

강서도 아키두스을 보고 있었다.

“결국 착한 사람은 나쁜 사람을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주 셌기 때문에 착한 사람도 크게 다쳤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수많은 현대의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을 물리친 착한 사람에 대해서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닮아 있어서 같은 편인 줄 알았거든요.”

아키두스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리고 니들을 역수로 쥔 뒤, 자신의 가슴위치로 올려 잡았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직감한 리치왕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려했지만, 움찔움찔할 뿐 그의 발버둥은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신격을 잃어버린 리치왕을 완전히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

그건 리치왕을 몸에 가둔 채 죽음을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푸욱-

아키두스의 니들이 자신의 심장을 찔러 들어갔다.

아키두스의 눈이 감기고 신전의 포탈을 넘어온 헌터들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리치왕>이 처치되었습니다.]

[수행과제가 조기 종결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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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서에게는 두개의 메시지가 더 떠올랐다.

[과도한 개연성이 소모되었습니다.]

[알수없는 힘이 당신에게 제약을 선사합니다.]

동시에 강서의 시야가 흑색(黑色)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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