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84화 (84/191)
  • 84화. < ep20. 소소한 적군 (2) >

    ==========================

    무뎌진다.

    감정에 대해, 상황에 대해, 역할에 대해.

    공허하다. 상실감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귓불에 찰랑이며 유혹의 말들을 건넨다.

    [그만 포기해.]

    [어차피 다음에도 똑같잖아.]

    [굳이 다음 생을 살아야 해?]

    생(生) 하나를 다한 후에 한줌 더 차오르는 허무감.

    모든 것을 챙기기에는 몸이 너무 무거웠다.

    ‘기쁨’을 느끼는 데 쓸 에너지를 포기했다. 고개를 쳐들고 ‘끝’을 바라본다.

    ‘슬픔’을 느끼는 데 쓸 에너지를 포기했다. 고개를 쳐들고 ‘끝’을 바라본다.

    ‘두려움’을 느끼는 데 쓸 에너지를 포기했다. 고개를 쳐들고 ‘끝’을 바라본다.

    한줌 씩 한줌 씩 계속해서 차오르는 허무의 파도 속에서 하나둘씩 감정을 내버리며.

    고개를 들고 중얼거렸다.

    끝이 있으리라-

    끝이 있으리라-

    .

    .

    .

    .

    .

    .

    똑똑-

    “판다님. 성주님께서 부르십니다. 말씀하신 것이 준비되었다고...”

    노크소리와 함께 강서가 눈을 떴다. 강서는 몸을 바로 일으키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며 침실에서 숨을 몇 번 골랐다.

    "네, 알겠습니다. 곧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는 문밖의 목소리에 대답을 하고 이불을 걷었다.

    ‘꿈은 진짜 오랜만이네.’

    아무래도 과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지만, 꿈까지 꿀 줄은 몰랐던 강서는 꿈에서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회고해보았다.

    내용이 있는 꿈은 아니었다.

    꿈속에 존재했던 것은 오로지 지독한 허무감.

    꿈이라기보다는 감정덩어리라고 하는 편이 더 옳으리라.

    그건 꿈속의 것이었지만 동시에 현실이었다. 너무도 무뎌져서 무엇에도 무덤덤하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변한 적 없는 사실이니까.

    강서는 침실 옆에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무(無)표정이었다. 강서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실감과 허무함에 익숙해졌다 뿐이지, 현재도 그런 것들을 느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잃어버렸던 소소한 것들을 되찾아 가면 될 일이었다.

    강서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표정을 만든 뒤, 판다가면을 썼다.

    ***

    쿠확칵!

    “그래서 이걸 왜 붙잡아두라고 한 겐가? 자네가 아니었으면 이걸 부숴서 적진에 던졌을 걸세. 그쪽이 확실히 사기에 도움이 되긴 할 것 같더군.”

    강서가 방에서 채비를 하고 나오자 성채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성주의 소식을 받고 강서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것.

    전날 회의에서, 강서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 까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쉬티안 발라리아’가 선전포고로 던지는 해골병사를 잡아두라는 말만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왜 거기서 말을 멈추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해골병사가 오면 직접 알려주겠다는 강서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이튿날 쉬티안 발라리아의 공중 몬스터 본 비아드가 해골병사를 떨어뜨리고 갔다. 모인 사람들은 궁금함 반 기대감 반으로 성채에 모였다.

    철컥-

    해골병사를 본 일반병사들의 군기가 한껏 더 차올랐다.

    성주나, 선발대원들은 강서가 말한 <방법>에 대한 궁금증이 더 강했지만, 병사들에게 이 해골병사는 하나의 의미밖에 가지지 않았다.

    리치왕의 군대, 쉬티안 발라리아 놈들이 성에 쳐들어오기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

    크확!

    해골병사가 밧줄에 묶인 채 발버둥 쳤다. 하지만 리치왕의 군대에서도 가장 말단인데다가, 무기도 들지 못한 맨손의 해골병사가 인간 병사 두 명이 붙잡고 있는 밧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이번 놈도 형편없군. 일부러 약한 놈들만 보내는 건지.”

    헤일림이 중얼거렸다. 헤일림은 해골병사를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 이전에 타국 원병에 동원된 적이 있었던 것.

    그 때에 헤일림이 본 해골병사는 적어도 이정도로 약하지는 않았었다.

    물론 강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쉬티안 발라리아가 떨어뜨리고 간 해골병사는 소리만 내었지 사실상 시체나 다름없는 몸이었다.

    해골병사의 모습을 본 선발대원들이 웅성거렸다.

    “저 정도면...거의 뭐 6,7티어 몬스터 수준인데요? 좀 더 강하다고 해봐야...”

    “지구의 과거니까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정보 공유가 적기도 했고...”

    “흠...어렵지는 않겠는 걸.”

    그런 선발대원들을 보며 헤일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들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어제 말했듯이 리치왕의 군대가 무서운 점은 그게 아니라네.”

    그리고 헤일림의 말을 강서가 받았다.

    “맞습니다. 몬스터 자체가 강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군대를 이끄는 군단장 정도의 존재는 강력하지만, 그 이외에는 이 정도나, 이거 보다 조금 더 강할 겁니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거지? 그 군단장이라는 존재가 버프라도 쓰는 건가?”

    리차드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어왔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저 해골 병사의 몸에 감도는 리치왕의 마나입니다.”

    "...리치왕의 마나?”

    “이 리치왕의 마나가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우리는 몸의 통제권을 잃습니다. 그리고-”

    강서는 손가락으로 해골병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렇게 되는 거죠. 이성을 잃게 됩니다.”

    “흠...”

    “이 해골 병사의 경우는 송곳니를 통해서만 마나를 주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무기를 들고 다니지 않는 거죠. 무기로 가격해 봤자 마나를 주입할 수 없으니까요.”

    강서의 말에 이번에는 헤일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히 읊조렸다.

    “그렇네. 이들의 목적은 오직 리치왕의 군대. 쉬발놈들을 늘리는 것뿐이니까 말이네.”

    헤일림의 말에 샬롯이 움찔했다. 그리고 헤일림을 향해 물어왔다.

    “혹시 그것 좀 풀네임으로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음? 왜지? 좋지 않은가. 쉬발. 무려 5글자를 줄여 말하면서 의미도 통하니 이런 경제적인 대화법이 어디있나. 좋은 문화는 공유해주게.”

    "..."

    “전장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게야. 병사들에게도 미리 익혀두도록 시켜 놓았네. 로치만?”

    점점 체념해가는 표정의 샬롯에게 말을 건네고 헤일림이 옆에 있던 병사를 불렀다. 그리고 미리 익혀두 구호를 시켰다.

    “예, 성주님 !”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쉬발!”

    “이거 보게, 얼마나 신속하고 좋은가. 군가도 개편해 볼까 고민 중이네. 기존에 ‘게 섰거라 쉬티안 발라리아 놈들아’이라는 군가가 있는데 이걸 줄여서...”

    “예...뭐. 그냥 줄여 부르세요. 알아듣는 제가 잘못이죠...”

    샬롯이 눈을 지긋이 감으며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헤일림은 그런 샬롯을 보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이런 놈들이 끝도 없이 몰려 올 겁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한 번도 물리지 않는 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흐음..."

    강서의 말에 사람들이 침음성을 흘렸다. 확실히 난잡한 전장 속에서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모두가 침음성을 흘리는 가운데 한 선발대원이 물어왔다.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이 자리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

    강서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해골병사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내쉬면서 말했다.

    “이걸 그냥 아무생각 없이 던지는 게 아닙니다.”

    강서는 그 말을 하며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아키두스의 기억이 잠시 스쳐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화율 2.7%]

    동시에 강서의 상태창에 하나의 표시가 나타났다. 강서가 아우헤타이로와 나단 가이스트의 유흔결계에 들어갔을 때 나왔던 특수한 알림. 동화율이었다.

    ‘...방금 뭔가 억울한 감정이...’

    그리고 강서와 면식이 있는 리차드와 샬롯도 방금 강서의 목소리에서 강서의 분위기가 잠시 바뀌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말을 꺼내기도 애매할 만큼 미묘한 변화였지만.

    분위기가 바뀐 건 한 순간뿐이었다.

    다시금 고저없이 안정된 강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해골 병사가 바로 문제 해결을 위한 키포인트죠.”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고 있던 옷의 오른쪽 소매를 걷었다. 그리고 드러난 팔뚝을-

    “자네, 지금!! 안 되네 거기 물리면...!”

    해골병사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정확히 강서가 해골병사에게 팔뚝을 물리는 순간, 방송을 켜고 뒤늦게 성채로 올라온 하린이 그 장면을 보았다.

    “아저씨!”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

    -해골병사한테 물리는 상황인 것 같은데

    -그건 나도 알지, 이 븅시나

    -저거 어제 말한 그 선전포고 그거 같은데 한 마리 떨어뜨려 놓고 가는 거

    “아, 하린 님.”

    강서가 해골병사에게 물린 팔의 반대쪽 손을 들며 하린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하린은 그 인사를 편하게 받고 있을 수 없었다.

    이미 강서의 반대쪽 팔까지 리치왕의 마나를 의미하는 녹빛의 마력이 감돌았기 때문.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하린의 눈에도 그건 심각한 상황이었다.

    “자네, 지금 인사할 때인가? 물렸으니 자네도 곧 변할 걸세, 아직까지 그 누구도 버텨내지 못했어, 전장에서 자기 힘만 믿고 날뛰다가 리치왕의 수하가 된 놈이 한둘이 아니야.”

    “왜…”

    헤일림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뒤쪽에 있던 병사들에게 눈짓을 했다. 병사들이 허리춤에 찬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적대적인 분위기를 눈치 챈 라오가 강서의 어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강서의 앞을 가로막고 뿔을 내밀며 헤일림을 노려보았다.

    캬-오

    그 모습을 보며 샬롯과 리차드도 눈빛을 바꾸었다.

    강서를 등지는 방향으로 몸을 틀고 헤일림으로 부터 거리를 벌리며 마치 강서를 호위 하듯 그 앞에 섰다.

    치잉-

    리차드는 허리춤에서 검까지 빼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곤란한 상황에 헤일림이 까득-하고 이를 갈며 검을 뽑았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네. 저 리치왕의 마나에 감염되고 살아남은 이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어. 다 이성을 잃었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이렇게 나온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자네들의 거취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네.”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이래...

    -어제 같이 싸우자 해놓고 지금 위험한 거 아니냐? 칼부림날 분위긴데.

    헤일림과 샬롯, 리차드가 대치구도를 보이자 가운데 선 선발대원들이 우왕좌왕했다. 같은 곳에서 왔다고 판다의 편을 들기에는 원인을 제공한 측이 너무 명백했던 것.

    누가 봐도 강서가 잘못한 상황이었다. 자기가 리치왕의 마나에 대한 위험성을 설파하자마자 스스로 감염된 상황이었으니까.

    헤일림의 말에 샬롯이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건 어차피 일이 해결될 거라는 믿음이 서린 미소였다.

    “기다려요. 우리가 경험한 일들도 다 그런 거였어요. 파천황(破天荒)이라고 하죠.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것.”

    샬롯의 말에 리차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부 새로웠지. 이번에도, 그냥 평소처럼 새로운 일을 하나 더 하는 것뿐이네. 의심하지 말게.”

    그리고 선발대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자네들도.”

    그리고 그 둘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 몸이 녹색마나로 물든 강서가 소리를 내었다.

    “헤일림 성주님.”

    “...뭔가.”

    갑작스런 상황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헤일림이 대답했다.

    “아까 말씀하셨죠? 공격에 앞서 던지는 이 해골병사가 매번 약한 것 같다고.”

    “그랬지. 그게 지금 중요한가?”

    “그럼요. 이 해골병사...약화된 게 맞습니다.”

    강서는 그렇게 말하며 해골병사에게 물린 팔뚝을 내밀어 보였다.

    그리고 그 팔뚝을 본 헤일림이 눈을 크게 떴다.

    강서는 전신이 녹색으로 물든 상태였다. 리치왕의 마나에 감염된 상태.

    하지만, 강서가 내민 팔뚝. 물린 자국이 있는 부분은 강서의 온전한 살색이 되어 있었다. 리치왕의 마나가 사라져 있던 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국을 중심으로 점점 몸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 해골 병사는 약화되어 있습니다. 체내의 마나가 변질되었기 때문이죠.”

    “변질...?”

    “네, 본래라면 인간이 체내에서 저항할 수 없도록 모든 저항체를 파괴하는 성질을 가진 리치왕의 마나이지만...”

    띠링!

    강서의 상태창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스킬:마력항체>가 생성되었습니다.]

    [주의!:특정한 마력에만 적용되는 스킬입니다.]

    “이 해골병사는 저항체를 파괴하지 않도록 변질되어 있습니다. 즉-”

    "..."

    “백신역할을 하는 거죠. 리치왕의 마나에 대한 항체형성을 오히려 돕습니다.”

    이내, 강서의 온몸을 잠식하던 리치왕의 녹빛 마나의 영역이 차즘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서의 말에 헤일림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럼 일부러 물린 이유가...”

    “항체형성입니다. 미리 물려서 항체를 형성해 놓으면 다음번엔 몇 번을 물리더라도 감염되지 않습니다."

    헤일림은 강서의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만약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사실이었다.

    삼일 뒤에 있을 리치왕의 군대. 쉬티안 발라리아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대륙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리치왕의 군대로부터의 승리를 이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는 헤일림을 보고 리차드가 뽑았던 칼을 다시 칼집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판다가 판다했다.”

    "...?"

    헤일림은 그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리차드가 판다라는 사내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을

    뿐.

    헤일림은 잠시 강서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명백하게 강서에게 적의를 보였다. 그리고 검을 꺼내들기까지 했다.

    지금 강서가 해골병사를 부숴버린다면, 가까스로 찾은 방법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 해골병사는 부숴지는 순간 리치왕의 마나를 잃을 테니까.

    물론 전부 강서의 계략일 수 있겠지만...자신이 먼저 증명해 보이면 될 일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헤일림은 자신의 뒤에 있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최소 병력만 남기고 병사들을 성채로 모아라."

    “예! 성주님!”

    그리고 강서가 했던 것처럼 팔뚝을 걷고는 강서의 앞으로 다가왔다.

    “...<성을 지켜라>. 우리 헤일림 가문의 가훈이네. 성주자리를 물려받고 지난 20년간 잘 지켜왔지.”

    굳은 표정의 헤일림은 강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변의 병사들이 놀란 기색을 표했다. 성주의 무릎은 가볍지 않았기 때문.

    영토의 주인인 백작정도의 계급이더라도 성주의 무릎은 함부로 꿇릴 수 없었다.

    “성을 지킬 때 까지만. 그 후에 어떻게 갚아도 좋네. 자네가 시키는 대로 하겠네. 이번 전쟁으로부터 내가 가훈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겠나...?”

    강서는 헤일림의 행동에 당황하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해골병사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었다.

    그렇게, 삼일 뒤, 쉬티안 발라리아를 향한 반격의 서막이 올라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