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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83화 (83/191)

83화. < ep20. 소소한 적군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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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협회의 선발대.

선발대는 참가의지를 보인 헌터들 중 헌터협회가 회의를 거쳐 선정한 상위 10명으로 구성되었다. 모두 랭킹 30위 안쪽 수위권에 드는 헌터들이었다.

선발대의 대장은 리차드 4세가 도맡기로 하였다.

[시공을 뛰어넘어 이계(異界)의 부름에 응합니다.]

[신전의 축복이 당신들과 함께합니다.]

신전의 포탈을 통과하며 리차드는 시야가 까맣게 머는 것을 느꼈다. 눈을 감은 것은 아니었다. 뜨고 있었으나 잠시.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전신의 부유감이 느껴졌다. 어떠한 중력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 쯤.

리차드는 다시 중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시야도.

“아, 아이고!”

“에구머니나! 허공에서 사람들이...!”

“기사님! 기사님! 저기 광장에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놀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리차드가 알지 못하는 언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통역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듯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라이언하트 길드장.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선발대원 중 한명이 리차드에게 물어왔다.

“그런 것 같군. 우선 기다려보지. 먼저 움직이면 경계만 강해질 것 같네.”

“그거야 그렇지만...생각보단 불친절하군요.”

“뭐, 자신들을 도우러 온지 해치러 온지 아직 말도 안했는데 저들이 어떻게 알겠나. 기다리게.”

리차드의 선택에 따라 선발대원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 앞에 강서와 하린이 보았던 <신전의 과제>상태창이 떠올랐다.

*

[지구: 제1망록기(중기)]

[수행과제: 리치왕으로부터 아발론 제국을 수호.]

[내용: 제1망록시기 중기. 세계를 주름잡던 제국과 왕국들이 <북부 설야(雪野)>에서 갑자기 나타난 ‘리치왕’의 군대에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지구에 남은 유일한 인류국가 <아발론>을 수호하십시오.]

[보상: 지구의 파편. 이계의 통로. 개인보상.]

*

"....!"

“지구의 과거인가 보네. 이세계 쪽이 더 궁금했는데.”

“제1망록기...”

“리치왕, 아발론, 제국 대충 감은 오는데 그러니까 이게 지구의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는 거죠?”

이세계가 아니라 아쉽다는 말, 아직 감이 오지 않는 다는 말. 떠오른 상태창을 보고 선발대원들이 한 생각은 각각 달랐지만 그들의 입가에는 모두 희미한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설렘.

던전 클리어 횟수로 나열되는 헌터랭킹에서도 가장 수위를 차지할 만큼 열심이었던 사람들이었고,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신전의 포탈에도 거리낌 없이 뛰어든 사람들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가 모험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일들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신전의 과제를 재차 읽어보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은 기사 한 명이 다가왔다.

“누구냐?”

의구심이 조금도 거두어지지 않은 목소리였다. 착검도 하고 있는 상태. 그는 리차드와 선발대원들에게 명백한 적의를 드러내며 물었다.

리차드는 팔 부분의 갑옷을 몸에서 분리해 팔뚝을 보여주었다. 드러난 리차드의 팔뚝에는 신전의 인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인장을 보며 적의를 드러낸 기사가 놀란 듯한 기색을 보였다.

리차드는 그 기색을 보며 헌터협회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소개를 읊었다.

“우린 이계(異界)에서 온 신전의 사자들이네. 이 인원이 다는 아니고 더 오게 되겠지만...우리는 선발대...”

“리차드...저기.”

그리고 그런 리차드에게 같이 오게 된 샬롯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한 가면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였네.”

***

광장에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성주 헤일림이 광장으로 나왔을 때, 접객실에 계속 앉아있기가 뭐하던 강서와 하린은 성주를 따라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선발대를 만나게 되었다. 아는 기색을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헤일림은 경계를 거두라 명하고 다시 접객실로 사람들을 들였다.

강서와 하린만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몇 명은 앉을 의자가 없을 정도로 접객실이 꽉 들어찼다.

“자네는 왜 여기있는 건가?”

“음...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리차드의 질문에 강서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킹쩌다보니-

-???: 형이 왜 거기서 나와?

-???: 그러게?

리차드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상식차원을 넘어 다니던 강서였지만, 진짜로 차원을 넘어버릴 줄은 몰랐기 때문.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보며 성주 헤일림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같은 곳에서 온 것이 맞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군. 그러면서도 대화가 되는 게 신기하구만”

“같은 세계에서 왔지만 그곳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썼지, 원래라면 대화가 되기 어려웠겠지만 자네와 대화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전의 축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네.”

헤일림의 질문에 리차드가 대답했다.

“허..신전의 축복에 신전의 사자라...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일이라, 믿기 어려우면서도...”

헤일림이 리차드의 팔뚝을 쳐다보았다.

“그 인장을 보면 신뢰감이 드는 군. 마치 그 감정을 머리에 직접 넣어둔 것처럼. 자네들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네.”

이상한 일이야-

중얼거린 헤일림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자 리차드가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리치왕에 대한 정보를 좀 얻고 싶군. 정확히 우리가 뭘 도울 수 있을지 알기 위해서는 정보가 더 필요하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리치왕의 군대가 모든 국가를 무너뜨리고 남은 곳이 아발론 제국이라는 것뿐이지.”

“흠...카릴. 거기 지도 좀 펼쳐주겠나.”

“네, 성주님.”

헤일림의 말에 카릴이 접객실 한쪽에서 말려있는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카릴은 말려있는 지도를 능숙하게 펼쳐보였다.

종이 뒤쪽에 가죽이 덧대어져 있어서 그런지 별다른 고정 없이도 평평하게 펼쳐졌다.

옅은 갈색의 지도에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이 그려져 있었다. 군데군데 호수가 있기는 했으나, 완전히 떨어져 있는 대륙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대륙의 남쪽에서 약 1/3정도 위에 존재하는 하나의 선을 제외하고, 대륙위에는 어떠한 구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선이. 우리 아발론 제국의 국경선이네.”

-왜 대륙이 하나야? 예전에는 달랐던 건가?

-지형이 오세아니아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냥 오세아니아만 그려놓은 지도 아님?

-그건 아닌 듯한데...흠...

“그리고 우리 아발론 제국의 국경 밖은 모두 ‘리치왕’의 영토가 되었네. 북쪽 끝 지방 설야에서부터 시작된 리치왕의 군대가 하나씩 점령해 내려온 것이지. 원래라면 우리도 반년 전쯤에 이미 격돌했어야 했다네.”

“하지만 타국의 지원병을 보내었다가 리치왕의 오른팔 ‘아키두스’를 우연히 전장에서 보고 그를 잡을 수 있었지. 그 뒤로 리치왕의 점령전이 반년 간 멈추었다네. 그리고 그제. 리치왕의 군대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정찰대의 보고를 받았지.”

헤일림의 설명을 듣고 있던 리차드가 손을 들었다.

“리치왕의 군대는 강한가?”

“아니, 강하지 않네.”

헤일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별한 몇 존재를 제외하고는 강하다고 할 수 없네. 하지만...많지. 그 엄청난 물량공세에 아직까지 버텨낸 성이 없다네.”

“흐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리차드가 소리를 흘렸다.

“아까는 반신반의했지만...사과하겠네, 이야기 해보니 정말로 우리를 도와주러 온 것 같군. 없었던 일이라 경계할 수밖에 없었던 걸 이해해주기 바라네.”

그런 리차드를 보며 헤일림이 사과를 건네었다. 대화를 나누며 적어도 리치왕의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 것.

리치왕의 사람이 아니라면, 군대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 헤일림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헤일림이 사과하겠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조금 숙이자 아직 껄끄러웠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 선발대원들 입장에서도 돕겠다고 온 것인데 의심스러운 외인취급을 받던 것이 달갑지는 않았던 것.

사과를 하고나서 헤일림은 이번에 부탁을 해왔다.

“다시 한 번 정식으로 부탁하지. <쉬티안 발라리아>놈들로부터 우리 성을 구해주게.”

“음? 쉬티안 발라리아?”

고개를 끄덕이려던 리차드가 의문성을 내며 되물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쉬티안 발라리아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

리차드의 의문성에 지도를 펼친 여기사 카릴이 설명했다.

“리치왕의 군대들을 칭하는 말이에요. 아무래도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그 ‘신전의 축복’이 모르는 정보까지는 전달하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정확히는 리치왕의 군대들이 차지한 영토를 포함하여 그 조직체 자체를 ‘쉬티안 발라리아’라고 부르지.”

카릴의 말에 헤일림이 덧붙여 설명했다.

"음..."

카릴은 그렇게 말하고 뭔가 잠시 고민하는 듯 소리를 흘리다가 한 단어를 내뱉었다.

“쉬발...”

-...?

-네?

-예? 갑자기?

카릴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하린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쏟아내었다. 카릴의 입에선 나온 그 단어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카릴이 앞서 말한 것처럼 신전의 축복이 제공하는 것은 통역마법의 그것과 정확히 같았다.

의사소통의 원할함을 위해 모르는 언어를 같은 관념의 아는 언어로 연결시켜 주었지만, 정보를 전해주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고유명사나, 줄임말 같은 은어는 통역이 되지 않은 것.

“그쪽세계 문화에서는 그렇게 부르겠네요. 당신들의 세계에서는 앞소리를 따서 부르는 문화가 있다면서요?”

“흠, 미나 UN같은 걸 말하는 것 같군. 조금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있기는 하네. 그 방식도 괜찮군. 나쁘지 않은 발음이야.”

쉬발- 쉬발- 리차드가 중얼 거렸다.

헤일림도 한번 읊어보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언어의 경제성에 도움이 되는 문화로군. 나라 전체가 공유하기는 힘들 수 있겠지만...성 단위에서라면 의사소통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어.”

헤일림과 리차드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쉬발-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의 적을 다시 한 번 읊조려 정확히 기억하기 위함이었지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한 것은 자리에 있는 강서와 하린, 그리고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사용할 줄 아는 샬롯 뿐이었다.

물론 방송을 보고 있는 한국인 시청자들도.

그 혼돈의 도가니에 샬롯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대체...”

-쉬밬ㅋㅋㅋㅋ살다살다

-나랏말싸미...이계에 달했습니다. 세종대왕님...

-누가 저 사람들한테 알려줘 제발ㅋㅋㅋㅋㅋㅋ

-???: 내 이름은 쉬발. 적군이죠.

마도공학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워치는 착용자의 효과를 공유하도록 되어있었는데, 덕분에 작금의 상황은 방송으로도 그대로 구현되었다.

강서가 하린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성앞에 당도했을 때 카릴에게 줄임말을 알려준 것이 하린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서의 눈빛을 알아차린 하린은 양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잘못을 부정했다.

“아니요! 저 아니에요! 저는 그저 줄임말만...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

-대역죄린ㅋㅋㅋㅋㅋ

-???: 네놈이렷다!

-한-심

강서가 고개를 가로젓고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니라니까요!”

***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쉬티안 발라리아에 대한 대책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간혹 거들기는 했지만, 주로 리차드와 헤일림의 대화가 되었다.

“적이 도착하려면 얼마정도 걸리겠나?”

“확실하지 않네. 그때그때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정찰대가 확인한 시점과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적어도 일주일 이내로 생각되네.”

“흠...너무 불확실한데...”

“걱정 말게. 정확히 삼일 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네.”

시간이 불확실하다는 리차드의 말에 헤일림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건 쉬티안 발라리아가 성을 공격할 때마다 하는 특별한 행위가 있었기 때문.

"...?"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신호가 있네. 일종의 선전포고 같은 거지. 쉬티안 발라리아. 이 쉬발놈들은 성을 공격하기 정확히 삼일 전. 성에다가 자기네 해골병사 한 명을 떨어뜨려 놓고 가네.”

“해골병사를 떨어뜨려 놓고 간다고요?”

샬롯이 되물었다. 헤일림이 폈던 지도를 다시 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의도는 정확히 모르지만...별로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니 아마 자신감의 표현이나 장난질이겠지.”

-쉬발놈들이네.

-ㅇㅇ그러넼ㅋㅋㅋㅋㅋ

-맞는 말 ㅋㅋㅋㅋㅋㅋ

그때 갑자기 강서가 입을 열고 헤일림에게 물었다.

“혹시 그걸 이용한 적은 없나요?”

“이용? 해골병사를?”

강서의 말에 헤일림이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어떤 성에서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부숴버린 후 다시 쉬티안 발라리아에게 던져버린 사례는 있었다만...크게 의미는 없었지. 결국 함락되었으니까.”

헤일림의 말에 강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질문에서 자신이 넘어온 세계가 아키두스의 몇 번 째 회차 즈음인지 감이 왔기 때문.

‘대충 10회차 좀 넘었을 때쯤이겠구나.’

시기가 잡히자 강서의 머릿속에서 아키두스를 위한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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