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81화 (81/191)

81화. < ep19. 변혁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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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입니다.”

강서의 목소리와 함께 하린의 인터넷 방송국에 불이 들어왔다. 예고없는 방송시작이었지만 그 유명세를 증명하듯 사람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오전13시’님이 ‘10,000원’을 후원!

[이 시국에? 방송이라고?]

-ㅋㅋㅋㅋㅋ이 시국ㅇㅈㄹㅋㅋㅋㅋ

-아재 선발대 안가요?

-맞는 말이지. 지금 던전방송하는 건 저티어 헌터밖에 없는데

-ㄹㅇ이 시국에?

갑작스런 강서와 하린의 방송에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다.

트프리치 tv의 고티어 헌터 방송인들은 현재 대부분 방송을 접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3티어 이상의 헌터들은 신전의 포탈을 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고, 3티어가 아직 안 된 헌터들은 3티어가 되어 신전의 인장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일부 방송인들은 <포탈의 선발대>로 선정되기까지 하였다.

단순히 방송인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모든 고티어 헌터들이 한껏 티어 올리기에, 그리고 포탈준비에 주력을 하고 있는 시국이었다.

게다가 강서가 방송을 켠 날은 헌터협회에서 꾸린 선발대가 포탈로 진입하기로 정해진 날.

당연히 선발대로 참여할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송이 켜졌으니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하하... 그러게요.”

하린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채팅창을 보는 하린의 모습은 어딘가가 부산스러웠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마치 상상치도 못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말이다.

후우-

숨을 한 번 내쉰 하린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조용히 말했다.

“사실 아저씨가 또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러서요...”

-...?

-할 게 더 남았어? 선판다 후감상 하면 되는 거?

-(대략 10분후의 나): 판-다

-이번엔 또 어딘데. 진짜 던전이라도 새로 만든 거임?

던전을 새로 만든 거냐는 시청자의 채팅을 보고 하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분명 아니었다. 강서는 던전을 새로 만들지 않았다. 다만 그에 버금가는 일을 했을 뿐.

“어...그건 아니고요. 여기는 세이로의 숲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이로의 숲이면 B급 던전이잖아.

-A급 던전도 공략해 놓고?

-???: 겨우?

하린의 입에서 ‘세이로의 숲’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세이로의 숲은 이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던전 중에 하나였다.

생각보다 평범한 설명에 사람들은 하린을 지탄했다. 그만한 반응을 보일 일이 아닌데 하린이 과장해서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하린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음 그런데...진짜 세이로의 숲이에요.”

-...? 그럼 가짜 세이로의 숲도 있나요?

-????

-어렵다.한국어.설명

-ㅋㅋㅋㅋㅋㅋㅋㅋ

“음 그러니까...어디부터 설명을 해야 하지...”

당황해하며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 하린을 보며 강서가 입을 열었다.

강서는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여기는 세이로의 숲입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던전 중에 하나일 수도 있고요. 실제 지구 위에 존재했던 지역 중에 하나죠.”

-실제 지구 위에 존재했다고...?

-이거 그거 아니냐? 그 히든던전...근데 거기는 모습이 바뀌었었는데 이번엔...

-결정적으로 하린도 있잖음. 하무래기가 그런데 갈 수 있을 리가 없어.

"제1 망록시기. 세이로의 숲이면....아발론 제국 외곽에 걸쳐있겠네요.”

강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런 강서의 모습을 보며 하린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내젓고 추가설명을 붙였다.

“이번에 신전에서 열게 되는 포탈. 먼저 넘어오게 되었어요.”

-…예?

.

.

.

.

.

.

.

.

‘뻘건도깨비’님이 ‘10,000원’을 후원!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제1 망록시기:The Past Earth’ 프리뷰 현장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는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망록시기’님이 ‘50,000원’을 후원!

[???: 어 우선...내가 이러려고 망록시기로 남았나...싶고 자괴감이 드네요. 이렇게 긴장감 없이...]

‘제2 망록시기’님이 ‘50,000원’을 후원!

[???: 혹시 제 차례도 오나요?]

-선발대 어쩔 거얔ㅋㅋㅋㅋ

-???: 후...우리가 처음이니까 잘 해야지. 무조건 잘해야 돼!! 아자!!(결의에 찬 목소리로)

-응 선발댄데, 후발대야~

-아니 지금 티비랑 같이 켜놨는데 선발대 비장한 표정 왜 웃기냐고ㅋㅋㅋㅋㅋ

-zzzzz

시청자들의 말대로 강서와 하린이 방송을 켠 시점은 헌터협회의 선발대가 포탈로 들어가기 직전의 타이밍이었다. 실제로 공중파 방송도 하고 있었고.

신전의 인도에 따라, 하프라인 바깥의 다른 시공간으로의 이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

처음 시도되는 상황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었고 전 세계의 이목이 그쪽으로 향해 있었다.

미지의 공간을 개척한다는, 하프라인 밖으로 나서는 선발대라는 이름에 긴장을 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

그렇게 막중한 책임감을 풀풀 풍기면서 선발대가 대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서가 방송을 켜고 ‘아, 먼저 와버렸네요. 문제라도?’라는 식의 스탠스를 취하니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이다.

-대충 선발대의 선발대 느낌인건가.

-그러면 이제 신전의 과제만 수행하면 되는 건가요?

-ㅇㅇㅇㅇ그 과제라는 게 뭔가여?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시청자들은 신전의 과제에 대해서 물어오기 시작했다.

신전의 과제.

그건 신전이 헌터들에게 포탈을 열어주는 대신 받기로 한 대가였다.

신전이 아무런 대가없는 호의를 보인 것이 아니었다.

신전의 편지에 의하면, 15년 전 지구에 <균열>이 닥친 것처럼 다른 시공간에도 신전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었다.

하지만 신전의 힘이 무한대는 아니었고, 시공간을 한계 없이 넘나들며 힘을 전달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헌터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없었지만, 헌터협회에서는 신전에서 주는 수행과제를 클리어하면 많은 부분이 수월해진다고만 이야기했다.

“음...그건 저희도 모르겠어요. 기자회견 때 말씀해 주신 바로는 상태창에 나타난다는 것 같았는데 아직...”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던 하린이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차원이동을 하며 진이 다 빠져 강서의 어깨에 누워 자고 있던 라오가 눈을 뜨며 ‘캬-오’하고 울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쿠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서 여성의 낮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건...”

“타우이안인 것 같네요.”

하린이 입을 열었을 때에는 이미 강서가 몸을 돌려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린도 곧바로 발을 내딛으며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달려갔다.

타우이안은 세이로의 숲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몬스터 중 한 마리였다. 소의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날카로운 생김새에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

‘마차가 왜 이런 곳에...’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간 하린은 멀리 마차의 앞에서 한 여성과 한 마리의 타우이안이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친 곳은 없어 보였지만 타우이안에게 이미 한차례 당했는지 철제 라운드쉴드 하나가 찌그러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사슬 갑옷을 입고 있는 젊은 여성은 양손으로 검을 붙잡고 있었다.

하린은 바닥을 박차고 타우이안의 뒤쪽으로 단번에 운신했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꺼내들었다.

꺼내든 검을 가로로 눕히고 하린은 손에 힘을 주었다.

목을 칠 심산이었다. 후방에서 노릴 수 있는 가장 무방비한 급소.

달려드는 가속력을 이용해 하린은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B급 던전의 몬스터였다. 그중에서도 강한 편이기는 했지만 신경만 좀 쓴다면 단번에 끝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랬어야 했다.

촤악-

"...어?”

타우이안의 피가 튀었다. 하지만 목을 베지 못했다.

타우이안의 목을 베기 위해 내그어진 하린의 검이 타우이 안의 팔뚝을 긋는 데에 그친 것. 상처가 얕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왼팔을 자유로이 움직이지는 못할 정도의 상처.

검로의 문제는 아니었다.

타우이안이 하린의 접근을 눈치 채고 손을 목뒤로 올려 목을 막은 것.

'...'

3티어로 승급을 하며 승급 퀘스트 과정 중에 하나로 타우이안을 잡아본 적이 있는 하린이었다. 직접 잡아보기도 했고, 타우이안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헌터 교범을 보며 많은 준비를 하기까지 했으니까.

하린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타우이안이 고개를 숙여 피했다.

크왁!

그리고 다치지 않은 오른 손을 내뻗으며 반격까지 해왔다. 휘두르는 손을 가볍게 뒤로 뛰며 피한 하린은 확신했다.

‘원래보다 강하다.’

이 타우이안은 던전 속에서 보았던 것 보다 강하다고.

내구도 뿐만이 아니었다. 속도도, 판단력도 던전에서의 타우이안보다 한걸음 빨랐다.

하린은 땅을 향해 검을 휘둘러 타우이안의 피를 한번 털어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휘둘러 오는 타우이안의 오른손을 몸을 숙여 피했다.

검을 다시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하린이 가진 최강의 도검류스킬. <거합발도술>을 준비했다.

하린은 찰나의 순간 잠시 눈을 감고, 강서가 보여주었던 일검(一劍) ‘가로베기’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 검로를 눈앞에 그린 하린은 이내 눈을 뜨며 검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거합-"

“아. 잠깐만요.”

그런 하린을 말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강서였다.

강서의 목소리는 하린의 뒤에서 들려왔다.

착-

"...?"

신선대 끝을 밀어 하린의 검을 다시 검집 안으로 집어넣은 강서는 순식간에 타우이안의 뒤쪽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그리고 타우이안의 목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강서의 손은 펴진 상태였다. 손날을 만들어 타우이안의 목옆을 향해 휘두른 것.

하린이 두 차례 휘두른 검로가 우스워 보일 정도로 완벽하게 그어진 수도(手刀)는 타우이안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목을 가격하고 있었다.

쿵-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눈이 감긴 타우이안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목이 부러진 것은 아니니 죽지는 않았겠지만 뇌가 흔들리는 강력한 충격에 정신을 잃은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하던 하린은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며 탄성을 뱉었다.

“아! 아침을 안 먹고 왔구나.”

뭔가 묘하게 느껴지는 기시감에 다시 생각을 해보니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던 것을 떠올린 것. 그리고 그때도 강서는 식사를 이야기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끄덕이는 강서.

항상 방송을 봐온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익숙하기 그지없는 장면이었다.

-이ㅏ니;;ㅋㅋㅋㅋㅋㅋ적응 수준ㅋㅋㅋㅋ

-그딴 거 적응 하지 말라곸ㅋㅋㅋㅋ

-야이 잔인한 놈들아 적어도 타우이안 없는데서 얘기하라구

하지만 폭소를 터트리는 시청자들과 다르게 그 장면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

-ㅋㅋㅋㅋㅋㅋㅋ여자기사분 표정ㅋㅋㅋ

-???: 이게 대체...

-???: 그땐 정말 세상이 말세인가보다...했죠.

-Hunter가 Hunt 했는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바로, 미리 타우이안과 대치하고 있던 여기사였다.

여기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대화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은 벌어져 있었고 눈썹은 자기자리를 모르고 계속 위아래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강서는 그제야 그 여기사에게 안부를 물어왔다. 여기사는 입을 다물며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강서와 하린을 향해 몸을 숙여 감사를 표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몸을 구했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할지...”

“아니요. 어차피 저희도 아침밥 재료가 좀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이 근방에서는 가장 강력한 몬스터...일...텐데.”

긴장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 강서의 대답에 여기사가 조그맣게 중얼거렸지만, 강서의 입장에서 타우이안은 아침 식재료에 불과했다.

여기사는 그렇게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자기가 잘못된 건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혹시 원래 뭐하시던 분들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차림새도 그렇고 보통 실력이 아니신 것 같은데...”

하린과 강서모두 설명이 난감해 고민을 했다. 이곳이 지구의 과거고 자신들은 미래에서 왔다고 설명하기가 난감했기 때문.

"음..."

‘스트로우’님이 ‘50,000원’을 후원!

[방송인입니다! 천년에 한번만 나와야 되는 방송인이죠.]

-ㅋㅋㅋㅋㅋㅋㅋ이거 맞자너

-암, 두번 나오면 큰일나제

-천년에 한 번ㅋㅋㅋ

하린과 강서는 여기사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지구의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기가 난감했기 때문.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하린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대화가 통했다. 사람 간에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 본래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분명 하린과 여기사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마치 통역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듯이.

혹시 몰라 하린이 상태창을 열어보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스킬이 작용하고 있었다.

[<버프: 언어의 축복>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언어의 축복: 일정한 지역범위 내에서 통역마법이 상시로 적용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중에는 언어와 관련된 버프도 적용되고 있었다. 출처모를 버프에 하린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동안.

여기사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곤란한 것을 물었군요. 우선 저를 구해주시기도 했지만, 저희 공자님을 구해주시기도 했으니. 성주님께서도 환영 하실 겁니다.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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