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75화 (75/191)
  • 75화. < ep17. 파티사냥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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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정석대로 시작하죠.”

    던전 공략을 시작하기 전 수혁이 운을 띄웠다. 샬롯과 리차드는 그 당연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하린은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정석이요?”

    하린의 갸웃거림에 수혁이 잠시 하린을 응시했다.

    ‘베라베라’님이 ‘10,000원’을 후원!

    [정석이요?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광주에 사는 김정석씨 나와 주세요.

    -???: 한두 달... 정도 되었을까요? 제가 그 단어를 잊어버린 게...

    -ㅋㅋㅋㅋㅋㅋㅋ

    하린은 강서와 함께 던전을 다니면서 일반적인 던전 공략과는 너무 멀어져 버린 상태였다. 하린도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불가항력의 영역이었던 것.

    던전을 돌 때도 둘이서만 돌았고, 일반적인 5인 스쿼드를 경험할 일이 없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전혀 모르겠다는 하린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한번 내쉰 수혁은 이마를 짚으며 이야기를 주도했다.

    “일반적인 경우 던전에 들어오기 전 스쿼드를 모집할 때 포지션을 정합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고려를 안 하고 모은 파티이니 포지션부터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수혁은 5인 스쿼드의 포지션을 짜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물정보’님이 ‘10,000원’을 후원!

    [리차드 42세. 탱커]

    -샬롯 27세. 탱커

    -하린 20세. 탱커(갱신라이센스 기준.)

    -판다 ??세. 만능(본인피셜)

    하지만 수혁이 생각한 이상적인 파티에 조금도 맞지 않은 인원 구성이었다. 아무리 조정을 하더라도 이상적인 5인 스쿼드가 나올 수 없는 그림.

    -ㅋㅋㅋㅋㅋㅋㅋㅋ킹 판다는 그렇다 쳐도 하나같이 탱커냐

    -대 환장 탱커 파티 ㅗㅜㅑ~

    -ㅋㅋㅋㅋㅋㅋ많이 맞을 수 있겠네.

    “...우선 제가 탐색꾼 역할을 맡으면서 전시에는 딜러역할을 맡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이 탱커를 맡아주세요.”

    탱커가 많아서 나쁠 것은 없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던 수혁에게 하린이 손을 들며 물었다.

    “저…”

    “네?”

    “버퍼는요?”

    "..."

    굳은 수혁의 표정을 보며 하린이 조심스럽게 설명을 붙였다.

    “시청자들이 5인스쿼드에는 그 역할도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도 유사시에는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수혁 29세. 조별과제 조장.

    -특이사항: 고통을 즐김.

    -ㅋㅋㅋㅋㅋㅋ

    - 조별과젴ㅋㅋㅋㅋ

    “역시 팔방미인(八方美人)이네요. 수혁!”

    후후. 하고 웃으며 샬롯은 수혁을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

    수혁에게 연락을 받기 전까지 사실 리차드와 샬롯의 일정에 ‘마구로의 마당’ 공략은 없었다.

    물론 ‘마지막 A급 미개척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분명 그것도 한 길드의 장으로서 신경을 써야하는 중요한 일이었지만, 리차드와 샬롯에게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아이슬란드의 마수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일정을 잡지 않은 것.

    만약 마수를 잡아 하프라인 바깥쪽으로 헌터가 진출하게 된다면, 그 문을 여는 것이 더 큰 업적으로 남고 중요한 일일 테니 말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무리한 일정을 감수하며 이 던전에 들어온 것은 수혁으로부터 강서의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수를 성공적으로 사냥하기 위해서 이 던전을 꼭 거쳐 가야 한다는 말.

    그리고 공략성공은 보장한다는 말을 듣고 참여하게 된 것이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걸까요? 궁금하네요.”

    “샬롯 길드장의 말처럼. 나도 그러하네.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겐가?”

    뭔가 있을 거란 기대가 서려있기는 했지만, 샬롯과 리차드의 목소리는 명백하게 우려하는 톤이었다.

    마구로의 마당이 마지막까지 미개척 던전으로 남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엄청나게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마구로의 마당에 있는 몬스터들이 너무 강력한 것도, 까다로운 것도 아니었다. 몬스터가 강력한 것으로 따지면 오히려 직전에 <4대길드 길잡이>에 의해 공략된 ‘가누이프의 모래사장’이 훨씬 더 했다.

    아주 간단하게도, 마구로의 마당이 아직까지 공략되지 못한 이유는 ‘보스를 찾지 못해서’였다.

    A급 던전이라는 이름에 알맞게 엄청난 크기의 필드를 자랑하는 마구로의 마당은, 지도는 작성이 되었으나 보스가 발견 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도 이 던전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네. 헌대 이상하게도 탐색꾼이 인도하는 길로 따라가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더군.”

    탐색꾼의 역할은 스쿼드의 길을 결정하는 것.

    필드형 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탐색꾼이었다. 스테이지형이나 퀘스트형 던전은 어디로 가야할지 그 방향성이 명확했지만, 필드형 던전은 보스가 거주하는 공간이 다 달랐기 때문에 직접 찾아야 했다.

    보통의 경우 탐색스킬을 키운 전문탐색꾼들이 길드마다 존재 했다. 그래서 탐색스킬을 이용해서 보스가 있는 공간을 찾아갔다.

    그런대 마구로의 마당에서는 그 탐색꾼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던 것. 설상가상으로 ‘마구로의 마당’은 던전필드의 크기도 굉장히 큰 편이었다.

    리차드와 샬롯은 이미 몇 차례 허탕을 치는 경험을 했었다.

    “저희도 라이언하트와 같았어요. 그래서 뭐 우리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마지막 미개척 던전이 되었죠. 그 전에는 다른 미개척 던전을 공략한다는 선택지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샬롯이 말을 흐렸다.

    방송중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말을 멈춘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수에 대비하기 위하여 던전을 반드시 오늘 하루에 끝내야 한다는 말을 모든 사람 앞에서 할 수는 없었으니까.

    샬롯의 말에 조용히 하고 있던 강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속전속결로 하죠. 지휘는 제가 하겠습니다.”

    “지휘요?”

    갑작스런 말과 함께 강서가 신선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리차드와 샬롯, 하린, 수혁의 머리를 차례대로 톡톡-두드렸다.

    [<아티팩트: 신선대>가 고유능력 <술법>를 발동합니다.]

    [<술법:심상공유>를 발동합니다.]

    .

    .

    .

    .

    .

    .

    .

    .

    .

    .

    우그그극!

    땅이 마그마를 뿜어내는 화산처럼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흑갈색의 기다란 몬스터가 용솟음치며 올라왔다.

    “리차드님.”

    굉음에 가운데 들리는 강서의 희미한 목소리와 함께 리차드가 <방어스킬: 철벽>을 사용했다.

    강서는 리차드의 이름을 부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리차드는 스스로 철벽을 이용해 강화시킨 방패를 마구로의 몸에 마찰시켰다.

    일반 어형계열 몬스터였다면 아무 소용없는 행위였을 터였지만, 마구로는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었다.

    가가가각!

    바위 긁는 소리가 나며 다시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려던 마구로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리차드가 발을 한 번 구르며 방패를 붙인 채로 더 강하게 압박했다.

    “하린님 베어주세요.”

    땅으로 파고드는 마구로의 속도가 가장 느려졌을 때.

    강서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하린을 움직였다.

    앞뒤를 잘라 간소하다 못해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지휘를 내린 강서였지만, 그에 따른 하린의 움직임은 이제 막 3티어가 된 헌터라고 하기에는 믿기힘들 정도로 더없이 훌륭했다.

    스걱-

    [<스킬:거합발도술>을 발동시킵니다.]

    완벽한 타이밍에 사용되는 스킬. 하린이 가로로 그은 검격에 마구로의 꼬리가 조금 잘려나갔다.

    마구로가 비명을 지르며 흙속을 파고들어갔다.

    끼에에!

    마구로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사위가 적막해졌다.

    마구로의 공격을 감지하기 위함이었다. 땅을 솟아오르는 마구로의 공격은 언뜻 보기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구로의 얼굴 전면에 길게 뻗어있는 네 가닥의 수염. 거기에는 마비독샘이 존재했다. 마구로는 A급 던전의 보스몬스터. 스쳐서 마비라도 된다면, 아무리 탱킹능력이 강하더라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가장 주의해야 하는 공격이 바로 솟아오르는 마구로의 공격이었다.

    우그그극!

    다시 한 번 땅이 우그러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소리의 진원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샬롯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강서가 샬롯을 불렀다.

    “샬롯.”

    “라져!”

    샬롯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강서의 호성(呼聲)에 대답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바닥을 박찬 샬롯의 몸이 가볍게 떠오르며 뒤로 수 미터를 이동했다.

    거짓말같이 샬롯이 있던 방향에서 솟아오르는 먹빛의 마구로.

    거대한 검은 기둥을 연상케 하는 그 경이로운 크기에 모두가 숨을 잠시 멈추는 동안, 샬롯의 몸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차악!

    뒤로 뛴 샬롯의 발이 땅에 닿으며 가벼운 마찰음이 울렸다. 그리고-

    "리미트 해제-”

    [<고유능력:리미트 해제>를 일부 활성화 시킵니다.]

    샬롯의 중얼거림과 함께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공기를 가르며 쏘아진 샬롯의 몸이 마구로의 지근거리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1초가 되지 않았다.

    순간적인 가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샬롯의 피부가 파스스- 타들어갔지만, 샬롯은 익숙한 듯 표정을 살짝 찡그릴 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뻗어 마구로를 가격했다.

    퍼억!

    기둥처럼 솟아오르던 마구로의 몸이 중간에서 휘어졌다. 그리고 공중으로 솟아오르던 힘이 소멸하고 마구로의 몸체가 측면으로 스러졌다.

    수직으로 올라와 수직으로 땅을 파고들던 마구로의 패턴이 깨졌다. 옆으로 기울어진 마구로의 몸체를 보며 강서가 이번엔 수혁을 불렀다.

    “탑주님.”

    “…프로즌 블로우.”

    강서의 말에 수혁이 왠지 멍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수혁이 끼고있는 회색 장갑에 푸른 빛이 감돌며 마구로의 몸체가 있는 영역에 큰 모양으로 푸른색 마법진이 나타났다.

    나타난 마법진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순식간에 마구로의 몸을 꽝꽝 얼려버렸다.

    “아, 따로 말씀은 안 드렸는데 머리는 남겨주셔야 합니다. 그게 필요해서 온 거라.”

    “더블 익스플로전.”

    그리고 마구로의 몸이 채 땅바닥에 닿기 전. 수혁이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더블익스플로전이 발동되며 마구로의 몸이 요동쳤다.

    쿵!

    바닥으로 낙하한 마구로의 몸을 향해 판다스쿼드 전원이 달려들었다.

    수혁의 더블익스플로전의 영향으로 마구로는 아직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 바로 땅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하린과 리차드의 검격이 마구로를 향해 쇄도했고, 수혁의 마법이 속박했으며, 샬롯의 육탄 공격이 마구로의 몸을 뒤흔들었다.

    마구로가 점점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칠흑같이 짙은 검은색의 피부가 점점 회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멈춰주세요.”

    강서의 말과 함께 스쿼드의 공격이 멈추었다.

    마구로의 몸이 한번 부르르 떨리더니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다. 전투가 일단락되자 숨죽이고 있던 채팅창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불세출의 지휘관’님이 ‘50,000원’을 후원!

    [이게 오더냐;;]

    ‘매장용’님이 ‘50,000원’을 후원!

    [저쯤 되니까 다 알아서 하는구나...]

    -판다식 전투지휘법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나도 오더 내려야겠자너

    -???: 가라 탑주몬! 적당한 공격!

    -???: 가라 병풍몬! 알아서 해!

    -거의 순서만 정해주는 정돈데 이정도면zzzzz

    채팅창의 주된 내용은 강서의 지휘에 관한 내용이었다.

    강서의 전투지휘가 일반적인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 시청자들은 강서가 자신있게 지휘에 나서자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판다의 화려한 활약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 전투지휘는 사용할 마법과 움직임의 방향성까지 제시해주었다.

    예를 들면 ‘우측으로 피하며 어깨 상단부를 향하여 내려긋기, 동시에 하단에 그리스 사용하여 중심축을 무너뜨린다.’같은 식으로 말이다.

    전투에서 후방에 물러나 있는 대신, 효율적인 공격에 대한 고민을 대신 해주는 역할인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 일반적인 지휘포지션에 비해 강서가 한 일은 없었다.

    사실상 강서가 한 가장 자세한 오더가 ‘하린님 베어주세요.’였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판다선생님...당신 대체...”

    스쿼드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하린과 샬롯, 그리고 리차드에 수혁까지 모든 사람들이 마치 괴물을 보는듯한 눈으로 강서를 바라보았다.

    강서가 고개를 갸웃하며 어깨를 으쓱이자 수혁이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마구로의 위치를 찾아낸 것일 줄 알았는데...”

    "..."

    “이건...전투 지휘라기보다는....”

    “전투 설계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군.”

    수혁이 운을 띄우고 리차드가 받았다. 스쿼드의 묘한 분위기에 시청자들이 이상함을 눈치 채고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당장 수혁과 리차드의 입에서 나온 전투 설계같은 단어가 왜 이타이밍에 나오는 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 뭔 말이야

    -???

    -다들 왜이래 무슨 일이야. 판다 또 뭐 했냐

    밀려드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하린이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지금 보신장면... 저희는 1시간 전에 봤어요. 판다님 대나무로 저희 머리를 건드렸을 때...”

    심상공유. 강서의 신선대가 판다스쿼드 일원들의 머리를 건드렸을 때. 그들의 머리속에는 하나의 장면이 주입되었다.

    마구로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이었지만. 강서는 그들이 마구로를 잡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강서의 머리속에서 이루어진 상상이 마치 구현마법으로 보여주듯 그들의 머리속에서 재생된 것.

    -미리봤다고요...?

    “지금 보신 전투장면 완벽히 다 설계된 거에요... 움직임, 거리, 스킬 정말 하나도 남김없이...”

    -...예?

    -설마.

    -그 정도면 설계도 아니고 예언의 영역아니냐?

    하린의 말에 강서가 손을 내저으며 반박했지만-

    “아, 아니에요. 중간에 조금 틀렸어요. 원래 제가 멈춰달라고 했을 때, 낭비없이 딱 처치되었어야 했는데. 공기 중 습도를 생각 못했네요. 프로즌 블로우가 생각보다 약하게 들어가서...”

    "..."

    반박같지도 않은 반박이었다. 오히력 강서가 입을 염으로 하린의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

    -휴먼입니까?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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