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 ep17. 파티사냥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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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길잡이 최종보스 공략성공]
[마지막 남은 하나의 던전 누가 공략할 것인가?]
2034년 5월 8일.
인류가 아직까지 공략하지 못했던 두 개의 던전 중 한 곳이 격파되었다. 4대 길드 중 하나 <길잡이>가 ‘가누이프의 모래사장’을 보스 몬스터를 잡은 것.
당연히, 화제가 되었다.
그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어려운 던전이 공략되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인류에게 남은 던전이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를 가졌으니까.
가누이프의 모래사장이 공략되었다는 사실 보다는 남은 하나의 던전을 누가 공략할 것인가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였다.
마구로의 마당은 현재까지 아무도 보스공략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인류에게 남은 최종보스 ‘마구로의 마당’]
[누가 공략할 것인가?]
[역시 신예 거대길드들 보다는 4대 길드일 가능성이 높아.]
[리차드 4세 공식 석상에서 묵묵부답.]
도대체 누가 인류의 마지막 던전을 공략할 것인가.
그게 헌터계의 화두였으며, 전 세계의 관심사였다.
제목: 마지막 던전 공략? 리차드다.
글쓴이: 킹차드
리차드일 수밖에 없는 게, 최종 10개 던전 중에 4개가 ‘길잡이’에서 한 거긴 하지.
근데 솔직히 마지막 던전 공략하자마자 다음거 할 여유가 있겠냐? 정비하고 있겠지, 만약 하더라도 ‘라이언하트’나 ‘하쿠나마타타’가 그걸 두고 볼 리도 없고.
-ㅇㅇ그리고 하쿠나마타타보다는 라이언하트가 안정감 있긴 하지.
ㄴ모르는 거지 하쿠나마타타가 가장 늦게 올라오긴 했어도, 잠재력이 높잖아.
-ㅉㅉ, 미련한 중생들아 아직도 모르겠냐. 답은 판-다 다.
ㄴ또또 이 새끼 1절2절3절 명절에 큰절;;
ㄴㅅㅂ왜 그냥 판다가 던전도 만들었다 하지
ㄴㅋㅋㅋㅋㅋㅋㅋㄹㅇ판빠새끼들 뭘 해도 판-다 ㅇㅈㄹ
ㄴ글쓴이: 나도 판다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건 안돼지...ㄱㄷ 정리해줌
대부분은 4대 길드중 하나가 그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거대길드들이 미개척 던전공략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마지막으로 주파된 던전 10개 중 9개가 4대 길드들의 단독공략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도 4대 길드의 지원을 받은 거대길드가 공략했으니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4대 길드가 인류의 마지막 던전을 주파했다는 타이틀을 거대길드에게 양보할 리가 없었다.
균열과 같은 거대한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그건 길드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최후의 타이틀이 될 터였으니까.
마지막 던전 공략 떡밥에서 판다의 이름이 거론되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판다가 실제로 마지막 던전을 공략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일종의 ‘판다질’에 가까웠다.
판다의 팬들은 커뮤니티상에서 어디에든 ‘판-다’를 외치며 그를 칭송했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에도, 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도.
판다의 팬이 아닌 사람들은 그걸 ‘판다질’이라고 불렀다.
제목: 봐라. 판다질 하는 새끼들아.
글쓴이: 킹차드
첫째, 미개척 던전 공략의 최소 조건이 5인 이상 스쿼드다. 판다는 스쿼드없다. 안한다.
둘째, 판다는 승급전 방송에서 본인이 8티어임을 밝혔다.(솔직히 나도 안 믿김.) 미개척 던전공략 참여가능 최소티어가 3티어다.
셋째, 우리 킹-판다는 그런 하찮은 일에 관심 ㅇ벗다.
『판-다』
-ㅋㅋㅋㅋㅋㅋㅅㅂ기승전 판다
-이 새끼도 판다충이었넼ㅋㅋㅋㅋ
-닉네임 헛다리 미친놈아ㅋㅋㅋㅋㅋㅋㅋ
일종의 장난이었다. 판다의 팬들도 현실적으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판다가 타이틀 같은 데에 신경을 쓰지도 않을뿐더러 행정적으로 8티어인 판다가 참여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가누이프의 모래사장이 공략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5월 8일 오후 11시.
헌터협회가 전속 방송사를 통해서 마지막 던전공략의 명단이라며 일련의 명단을 발표했다.
[인류의 마지막 던전. 단 5인의 스쿼드로 공략진행.]
그 명단을 확인한 방송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기사를 써내려갔고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지며 세계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판다, 박하린, 김수혁, 리차드, 샬롯]
[말도 안 되는 스쿼드 구성, 거대길드들 헌터협회에 문의 빗발쳐]
[판다 자격논란.]
[오히려 판다보다 박하린의 참여우려.]
[던전 공략의 안전성 재고필요성이 요구 돼.]
이례적임을 넘어서 경악스러울 정도의 스쿼드 구성에 사람들은 의문을 표했고, 헌터협회에 직접적으로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도 넘쳐났다.
하지만 그런 여러 논란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헌터협회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표하지 않았다.
빗발치는 문의에도 ‘던전공략이 마치고 난 후에 다시 문의해 달라.’라는 대답만 할 뿐 속 시원히 해소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풀리는 것 없이 ‘마구로의 마당 공략’에 대한 의혹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밤새도록 달귀진 ‘마지막 던전 공략 떡밥’의 온도가 절정에 달했을 때.
하린의 방송에 빨간색으로 <생방송>표시가 나타났다.
***
“안녕하세요! 하린입니다!”
“판다입니다.”
하린과 강서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방송의 배경에 비취는 장소는, 놀랍게도 전 세계의 관심사가 모여 있는 ‘마구로의 마당’이었다.
하린의 방송이 켜지자마자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었고, 평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판...하?
-야 이거 뭐야.
-진짜야? 헌터협회에서 말한 게 진짜라고?
-진짜지 그럼 저 뒤에 리차드랑 샬롯 안보이냐.
“호오...생각보다 담백하게 시작하는 군.”
“후후. 리차드씨는 처음이시죠?”
“라이언하트도 가끔 찍기는 하지만...내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네. 자네는 꽤 익숙한가보군.”
버젓이 하린의 방송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리차드와 샬롯을 보며 사람들은 경악했다.
헌터협회에서 미리 발표하기는 했지만 진짜 발표한 5명의 인원구성으로 던전에 들어올지는 몰랐기 때문.
사실 전례를 생각한다면 말이 안 되는 일이기는 했다.
4대 길드의 길드장급의 인사가 힘을 합쳐 미개척 던전에 도전한 건 근 2년 내에 없던 일이었다.
대부분의 던전사고가 미개척 던전에서 일어나다보니 미개척 던전 자체가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일도 없었고.
-이거 실화에요? 개꿀잼 몰카 아니고?
-ㅇㅇ여기서 던전 나가면서 ‘오늘부로 만우절이 바뀌었습니다^^' 하는 거 아님?
시청자들은 작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기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질문들을 던졌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하린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질문 하실 줄 알고 조금은 해소해드리려 미리 준비를 해왔습니다!”
하린은 입으로 짜잔-을 외치며 수혁을 향해 손을 펴보였고 수혁은 하린을 잠깐 쳐다 보더니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먼저 안전성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하린님과 판다님의 자격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계실 텐데, 우선 하린님은 행정적으로 문제없는 3티어의 헌터입니다. 어제부로 3티어 헌터 라이센스를 받으셨죠.”
수혁의 말이 마치자마자 하린이 자격증을 내밀어보이며 크크-하고 웃어보였다.
-오 진짜네.
-어제 공지에도 올라오기도 했잖. 아는 사람은 알지 뭐.
-딱히 논란도 안 됐지 뭐 사실 병푸....
“그리고 판다님에 대해서는...저희 후원처인 마탑 한국지부와 헌터협회 간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기존의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미 <판다>라는 이름 자체가 티어에 묶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긴 하지 솔직히 티어는 못 올린 게 아니고 안 올린거니까
-ㅇㅇ올릴 수 있는데 안 올린거지 하린 방송 큐튜브 베스트만 쭉 훑어봐도 분-명
“그리고 티어의 제한을 두었음에도 던전사고가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티어가 명확하게 우리의 안전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마치 보고 읽는 듯 유창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수혁을 보며 채팅방이 올라가는 속도가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티어가 신뢰도 있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것은 그만큼 헌터협회가 여러분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수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종이를 한 장 꺼내들었다.
-저건…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종이에는 헌터협회를 상징하는 고유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헌터협회장의 도장이 찍혀있는 보증서입니다. 판다님을 1티어 이상의 헌터로 대우, 고려한다는 보증서이죠. 오히려 1티어 헌터 라이센스보다 이쪽이 더 신뢰도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와 ㅅㅂ판다쯤 되니까 저런 것도 해주네.
-와 나는?
-ㅋㅋㅋㅋ니는ㅋㅋㅋ너 한테 보증을 왜서줌.
수혁의 입에서 나온 보증이라는 단어를 조그맣게 두 번 되뇌이며 하린이 강서에게 속삭였다.
‘아저씨는 보증인이 두명이네요.’
‘둘이요?’
잠시 고개를 갸웃한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서의 기억 속에는 또 다른 보증서가 없었기 때문.
하린이 말한 것은 조금은 다른 의미의 보증이었지만 강서가 그걸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강서 대신 하린의 장난을 알아차린 것은 수혁이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 하린을 쳐다본 수혁은 울컥함을 억누르고 말을 마쳤다.
“...어쨌든 그래서 안전성 부분에는 이정도로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
수혁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수혁의 말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하린이 방송의 진행을 맡았다.
“그럼 탑주님은 사실 저번에 중계방송 때에도 모셨었으니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나머지 두 분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사실 딱히 소개까지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하린이 샬롯과 리차드를 가리켰다.
“흠. 나는 리차드 4세 영국 왕가의 일원이고, 라이언 하트의 길드장을 하고 있네.”
“샬롯이에요. 후후. 하쿠나 마타타의 길드장입니다.”
간단한 소개였지만 두 사람의 존재감은 화면을 가득 매웠다.
세계최대길드라 불리는 4대 길드의 길드장들이었다. 실제로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들은 유명한 인사들이었다.
샬롯과 리차드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짧게 소개한 것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모든 구성원들이 한마디씩 하고나서야 시청자들은 조금씩 실감을 하기 시작했다.
스쿼드는 완성되었고 인류는 마지막 미개척 A급 던전의 클리어를 앞두고 있으며, 그것이 생중계될 것이라는 것을.
‘이게모야’님이 ‘100,000원’을 후원!
[와...리차드, 샬롯, 판다, 김수혁, 스크린...이게 대체...]
-스크린? 그게 뭐임. 하린 새 별명인가
-박하린? 스크린? 스크가 무슨 뜻이냐
-병풍을 치다 = put up a screen ㅇㅋ?
-ㅋㅋㅋㅋㅋㅋ라임 맞추지마 미친놈앜ㅋㅋㅋㅋㅋ
-zzzzzz글로벌 별명 생겼네
그렇게 인류 최후의 미개척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한 완벽한 4인스쿼드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