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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73화 (73/191)

73화. < ep17. 파티사냥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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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마수에 대해서도 아시는 게 좀 있나요?”

수혁은 영국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강서에게 말해주었다. 마수 <시펠케>가 나타났고, 이 시펠케를 사냥하는 것이 태민양이라는 천명의 길드장에 의해 삼일 미뤄진 상태라고.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하쿠나마타타와 라이언하트의 상부에서는 시펠케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이다.

'흠...'

강서는 수혁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수사냥.

강서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면, 그건 아무렇지 않게 언급될만한 일이 아니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지만, 알려지기만 한다면 모든 사람이 주목할 만한 인류 대사건이 될 게 분명한 일이었다.

하프라인 안에서 마수라는 존재가 익숙한 것은 오직 강서뿐이었으니까.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마수라는 존재는 상처였고, 그야말로 괴물이었으며,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빗자루 쓸 듯 마수에게 썰려나간 트라우마는 15년 동안 한 번도 인류를 놓아준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강서가 생각에 잠긴 이유는 마수사냥을 도와줘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던전이나 몬스터 사냥이었다면 고민 없이 당연히 도와줬을 것이었지만, 이번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기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

‘시펠케를 성공적으로 잡게 된다.’

그 사실은 단순히 마수 한 마리를 잡았다는 의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헌터들이 하프라인 밖을 무서워하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이유는 15년 전 마수들과의 압도적인 전력 차를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마수를 성공적으로 사냥할 수 있게 된다면?

'...'

필연적으로 헌터들은 하프라인 바깥의 마수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지금 헌터들의 자신감은 충만하게 차있는 상태였으니까.

강서가 굳이 승아와 수혁을 고생시켜가며 정보를 공유한 것은, 어디까지나 하프라인 안으로 마수들이 쳐들어왔을 때, 자신이 직접 나서야만 하는 <수행과제>같은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헌터들의 자신감을 높여 오히려 눈이 하프라인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하는 촉진제가 된 것.

강서가 헌터들이 하프라인 밖으로 나가도록 부추긴 노릇이 된 것이었다.

‘한 번 나가봐야 하나.’

강서는 딜레마에 빠졌다.

아무리 헌터들의 수준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마수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냥을 시도하게 된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시펠케 사냥을 돕지 않으면, 어떻게든 잡아내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돕게 되면, 강서도 잘 알지 못하는 하프라인 바깥으로 나가도록 헌터들을 부추긴 꼴이 된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요?”

생각에 잠긴 강서를 향해 수혁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시펠케를 성공적으로 사냥하게 되면...헌터들이 하프라인 바깥으로 나가게 되겠죠?”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상 4대 길드는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었던 게 확실하고요. 그걸 생각하고 계셨군요. 음...”

강서의 고민을 알아차린 수혁은 잠시 입술을 매만지다가 입을 열었다.

“간단히 생각하시죠.”

"...?"

수혁의 가벼운 말투에 강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냐는 의미였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고요.”

“저도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단 한 순간의 선택이었지만, 계속해서 저를 옭아매는 일이죠. 후회하고 또 후회 했습니다.”

수혁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조금은 아련한 눈을 한 수혁은 허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

“그 뒤로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실제로 그 선택의 여파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테지만...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언젠간 쓸 돈이었다...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그득한 수혁의 말이었다. 수혁은 내심 말하면서 강서가 알아듣기를 바랐지만, 강서는 이미 생각에 잠긴 상태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젠간 일어날 일...”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다 수혁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고맙네요. 도움이 되었습니다."

뒤이어 수혁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짚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저는 탑주님 편입니다.”

어깨를 짚으며 파이팅 자세를 취하는 강서를 보며 수혁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가슴에서 올라오는 울컥함에 눈썹을 여덟 팔(八)자로 끌어올린 수혁은 입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나지막히 읊조렸다.

“그래요....저는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화장실로 간 수혁이 돌아오는 데에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

수혁의 말은 실제로 강서에게 도움이 되었다.

강서에게 지금의 생이 어떤 생인지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것.

수십 수백 번을 회귀하던 과거에는 분명 어떤 일이든 강서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강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강서가 변수를 만들지 않는 한 똑같이 행동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반복되지 않았다.

강서도 그저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일 뿐이었다. 강서의 선택은 강서의 선택이었고,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이 강서에게 달린 것이 아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자 강서는 마수를 사냥하는 걸 돕기로 선택했다.

“마수를 사냥하는 방법이 따로 있기는 합니다. 사냥하는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긴 합니다만...”

“역시...”

수혁이 다시 돌아오고 본격적으로 마수사냥에 대한 이야기가 나누어졌다. 당연하게도 강서는 마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사냥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말을 들은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판다님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역시 직접 들으니 놀랍네요. 어느 분야든 항상 상상을 초월하셔서...”

"..."

“그럼 관련해서 두 명의 길드장이랑 회의시간을 잡아야...”

“아뇨.”

강서가 수혁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회의 시간이 따로 필요하진 않습니다.”

“회의시간이 필요없다고요?”

“네, 그것 보다는...혹시 마구로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던전도 있나요?”

“마구로요? 마구로라면...”

수혁이 말을 끌었다. 수혁의 머릿속에 있는 던전 중 마구로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던전은 한군데 밖에 없었다.

마구로의 마당.

“...있긴 합니다. 남아있는 미개척 A급 던전 두 곳 중에 한 곳이죠.”

“미개척이요?”

“네, 아직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던전입니다. 그런데 거기는 왜...”

수혁은 갑작스럽게 마구로를 언급하는 강서에게 반문했지만, 강서는 대답없이 말을 이었다.

“흠...그럼 아이템도 없겠네요. 혹시 그 던전도 예약 같은 것을 해놓아야 하나요?”

“아, 미개척 던전의 경우에는 헌터협회의 인허가를 따로 받아야 합니다. 몇 가지 조건도 필요하고요.”

“그것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던전을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

수혁은 강서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에 잠시 침묵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강서의 선택은 항상 옳았고, 항상 이유가 있었으니까.

“관련해서는 다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마수를 사냥하기 전에 하신다는 게 조금 우려가 되지만...”

“괜찮습니다. 가능한 빠르면 좋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던 수혁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아-하고 탄성을 뱉더니 품에서 아공간 페이퍼를 하나 꺼내어 강서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여기 미리 말씀하신 물품인데...어떤 걸 하시길래 이런 게 필요한지...”

수혁이 꺼낸 것은 강서가 마탑에 도착하기 이전, 미리 준비를 부탁한 물품이었다. 그 물품을 보며 수혁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강서가 쓰기에는 너무 보잘 것 없는 것이었기 때문.

강서가 수혁에게 부탁한 것은 <재생의 비약>이었다.

재생의 비약은 회복마법이 되어 있는 메모라이즈 페이퍼에 비해 효율 면에서도 가성비 면에서도 뒤떨어지는 편이었다.

회복마법을 저장한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구매할 능력이 없는 하위 헌터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이템이었다. 쉽게 말해 <잡템>이라 부를 수 있는 것.

"..."

하지만 강서는 그것들을 보며 얼추 맞는 것을 확인하고 챙겨갔다.

“제가 쓸 건 아니고...누가 수련 좀 도와달라고 해서요."

***

강서는 마탑에서 나와 하린과 델타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강서가 향한 곳은 델타를 채찍에 묶어 내던졌던 <던전:타르파스의 절벽>이었다.

“흠..."

“지금부터 수련을 시작할 겁니다.”

“좋았어. 사부! 이번엔 제대로 수련이라고!”

다시 한 번 그 장소를 찾자 델타는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제대로 된 수련을 시켜준다는 강서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수련만 잘 마치면 아마 눈에 띄게 강해져 있을 겁니다.”

“좋았어. 알려만 달라고.”

“방식은 조금 익숙할 겁니다. 저는 채찍에 델타님을 묶어서 절벽 아래로 떨어뜨릴 겁니다.”

"...응?"

같은 방식이라는 말에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든 델타가 몸을 멈칫하며 되물었다.

“설마 그 때처럼 올라오면 계속 떨어뜨리는....”

“아뇨. 저는 전혀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이 알약을 드셔야 합니다.”

“알약?"

강서는 그렇게 말하며 델타에게 하나의 알약을 내밀었다.

“디버프가 담겨있는 약입니다. 신체능력을 저하시켜 몸을 움직이기 힘들게 하는 약이죠.”

“디버프? 호오...”

강서의 말을 들은 델타가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생각보다 정석적인 방법인데? 신체능력을 저하시켜서 단련시킨다. 영화에서 많이 봤어. 그래서 어느 정도 낮추는 디버프인데?"

강서는 델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10% 정도입니다.”

“10%? 너무 가벼운 거 아니야? 그때도 30분이면 올라왔던 것 같은데.”

델타의 말에 잠깐 고개를 갸웃한 강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면 우선 그렇게 시작할 것을 권했다.

“일단 이렇게 시작해보시죠.”

“좋아.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주지.”

델타는 자신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자신이 직접 자신의 발목에 채찍을 묶고 강서에게 말했다.

그런 델타에게 강서는 순순히 알약을 넘겼다.

“그럼 30분 안에 끝날 테니 다음 단계 준비하고 있어!”

알약을 복용한 델타는 자신이 알아서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알았다.

자신의 생각과 뭔가가 좀 다르다는 것을.

[현저한 양의 악성마나가 체내에서 감지됩니다.]

[죽음의 기운이 온몸을 잠식합니다.]

[체내에서 악성마나가 모두 배출될 때까지 <디버프: 시체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남은시간 23:59:55]

[신체능력이 90%저하됩니다.]

[마나순환이 정지됩니다.]

[마나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합니다.]

[스킬이 봉인됩니다.]

“이...이게 뭐야! 10%..."

말을 할 힘도 빠져버렸는지 델타의 목소리는 거기서 더 들리지 않았다.

“흠...지속시간이 얼마나 되려나.”

강서가 재생의 비약을 이용해 끝이끼 농축액의 지속시간을 늘리고 알약으로 만드는 제조과정을 모두 본 하린은 강서의 잔혹함에 진저리를 치며 강서에게 물었다.

“아저씨... 혹시 전생에 사탄이었어요...?”

“아니면 악마라거나...”

하린의 질문에 강서는 고개를 조금 기울이고 ‘없었던 건 아닌데-’하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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