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67화 (67/191)

67화. < ep15.가르침을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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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지식분야에 합격판정을 받고 나서, 강서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근력테스트와 마력 테스트였다.

근력테스트의 경우 일정량의 힘을 넘느냐 안 넘느냐 만을 판정하는 간단한 테스트였기 때문에 가뿐히 통과할 수 있었지만, 마력테스트의 경우 금제로 인해 마나순환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통과하지 못했다.

8티어가 되자고 금제를 풀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승급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력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헌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

근력을 주로 사용하는 전사클래스에서는 종종 그런 헌터들도 존재했다.

다행히 헌터 라이센스 승급에 헌팅지식분야 합격은 필수적이었지만, 마력과 근력은 한 부분만 통과하면 되었다.

그렇게 8티어 승급을 이루어낸 강서는 그 이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거기서 그만 두었다.

애초에 티어가 높아지기 위해 본 것이 아니라 방송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수혁이 부탁했기 때문에 응시한 것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하린은 강서와 다르게 <6일 연속 승급>일정을 잡아버렸다.

헌터협회 규정상 하루에 1티어씩만 승급할 수 있었으니, 하린은 무려 <3티어까지의 승급>테스트를 단번에 잡아버린 것.

혹자가 본다면 ‘왜 굳이 무리해서?’라고 물으며 의문을 가질만한 일이었지만, 하린이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을 때, 강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아저씨! 저 이번에 최대한 승급테스트 한 번에 잡아버리려고요. 무려 3티어까지!”

하린에게는 강서와 다르게 꿈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힘으로 하프라인 밖으로 나가 할아버지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강서를 만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강서를 만나게되며 많은 것이 변했다.

상대가 <마수>가 아니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몬스터를 상대할 때 나타나던 트라우마의 고통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강서를 만나며 하린은.

검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검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공간절삭을 흉내내지는 못했지만 렙틸리스의 바다에서 <거합발도술>이라는 스킬을 만들어 낸 것이 그 방증.

그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하린의 재능덕분이기도 했지만, 강서 덕분에 하게 된 경험들이 하린에게 도움을 줬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절삭>은 절대 가벼운 검격이 아니었다.

마수따위는 판을 치던 시대에 세계를 제패했던 용병왕.

오도아게르의 지고한 검 중 하나였다. 강서가 수백, 수천만 번의 시도 끝에 얻은 하나의 검격.

물론 금제가 걸려 있어 본래 위력의 반의반도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검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다는 것은 천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검을 실제로 보았으니 검에 대한 감각도 실력도 한걸음 진일보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다른 걸 다 떠나서 자신의 실력에 ‘자만’을 가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으니 강서의 영향은 상당하다 할 수 있었다.

하린 자신도 그렇게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자신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을 평가하고 알아보는 차원에서 이번의 연속 승급전을 계획한 것.

'흠...'

강서의 시간이 애매하게 떴다. 사실 강서 입장에서는 시간도 좀 지났기에 다른 유흔 결계에 들어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하린이 연속 승급전을 기획하며 사실상 강서에게 1주일 정도의 시간이 붕 떠버린 것이다.

시간이 비었다는 것을 알고 귀신같이 강서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수혁이었다.

강서가 8티어로 승급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수혁은 직접 강서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8티어 승급 축하드립니다. 강서님. 혹시 시간나실 때 마탑에 한 번 들려주실 수 있나요? 아니면 시간을 잡아주시면 제가 찾아 가겠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던 강서는 그러죠-하고 대답을 하고 마탑을 찾았다.

똑똑-

"탑주님 브리..판다님 오셨습니다.”

"...?"

문을 두드리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돈 먹는 블랙홀(?)이라는 말을 꺼낼 뻔한 마탑의 총무는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끼익-

"아, 어서오세요 판다님.”

문을 열며 강서를 맞이하는 수혁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해있었다.

그 이상할 정도로 밝은 모습에 강서는 의문을 가지며 수혁이 안내해주는 자리로 앉았다.

내어온 차를 한 모금 홀짝이는 강서를 보며 수혁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다른 게 아니라, 이번 방송을 보고나서 새로운 사업아이템이 하나 생각나서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아이템이요?”

“네네, 어제 승급테스트 마치시고 밤에 트프리치tv에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는데 혹시 알고 계신가요?”

강서가 고개를 가로젓자 수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게시글에서는 와카쿠 사냥법이라면서 판다님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목소리를요?”

“네, 판다님의 알려주신 ‘와카-쿠’라는 단어를 제대로 따라하는 게 사실 쉽지 않으니 사람들이 편법을 사용한 거죠.”

수혁은 스마트 워치로 해당 게시글을 띄워 직접 강서에게 보여주었다.

“본래는 곧 바로 제재를 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만큼 효율적인 방법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화제가 된 김에 바로 사업 아이템으로 돌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다른 몬스터들의 언어도 알고계신 게 있나요? 많이는 필요 없고 몽쿠 건처럼 <친구>정도의 단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아, 네 그 정도는 거의 알고 있습니다.”

강서의 대답에 수혁이 눈을 살며시 감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건 기회다.’

수혁은 강서의 대답에서 대박의 냄새를 맡았다. 어쩌면 판다지아 이상으로 영향력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템 자체도 좋았지만 신이 수혁의 손을 들어주는 것인지 타이밍까지 완벽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킹-씨름대회’라고 불리는 판다지아 판매목표 달성기념 행사의 영향력이 아직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킹-씨름이 헌터와 일반인에게 유행을 타며 <한국마탑>이라는 이름이 일종의 브랜드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마탑 중의 한 지부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마탑>이라고 하면 ‘아, 거기?’하며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로 머리에 각인된 것.

그에 대한 방증으로, 이미 확보할 대로 확보했다고 생각한 판다지아의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었다.

수혁은 이 타이밍에 그가 구상한 아이템이 잘 맞아 떨어지기만 한다면, 마탑의 매출을 올리다 못해 전에 없던 정도로 터트려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가 생각한 아이템은 판다님이 몬스터별로 ‘친구’라는 단어를 녹음해서 음원을 정식 발매하는 것입니다.”

“음원이요?”

강서의 물음에 수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 얼마 뒤면 헌터용 개량형 스마트워치가 출시됩니다. 아마 기존과 마찬가지로 헌터들은 헌터협회에서 일괄보급을 진행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

"헌터협회와 제휴를 맺어서 거기에 탑재시키는 거죠. 음원을 판다님의 이름으로 해서 한 번에 계약을 맺어버리는 겁니다."

"음...저는 녹음만 해드리면 되는 거죠?”

강서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되었든 사람들에게 용이해지는 일이고, 딱히 악용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무엇보다도-

“네네 수입부분은 여기 미리 준비해 둔 계약....”

“그냥 저번처럼 마탑에서 처리해주세요. 저는 카드로 쓰면 되니까요.”

자신이 쓸 돈의 파이가 불어나는 일이었으니, 강서로서도 나쁠 것이 없었다.

그에 따라 이어지는 강서의 말에 수혁은 뭔가 이야기가 잘못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이네요. 사실 쓸 돈이 좀 있었는데 역시 좀 큰돈이라 카드로 막 긁기에는 고민이 됐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안 쓰려고 했었는데... 이걸로 조금 여유가 더 생기는 거죠?”

.

.

.

.

“….네?"

강서의 말에 수혁은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가 큰돈을 쓴다고 이야기를 해서 대비하는 차원에서 생각해 낸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냥 안 쓰려 했다니.

“...? 뭔가 문제가 있나요?”

“대체 저한테 왜....아뇨. 제가 문제입니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수혁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회의감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데 바깥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똑똑-

문소리가 울리자 수혁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오른손으로 마사지하며 입을 열었다.

“아직 이야기 안 끝났습니다. 샬롯. 분명 끝나고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 한 걸로 기억합니다만.”

“I can't wait no longer”

“한국어 쓸 줄 알면서 굳이 영어쓰지마세요.”

“후후, 빠르게 해달라는 부탁이에요. 기대돼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고 문밖에 느껴지던 기척은 사라졌다.

수혁은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강서에게 작금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저번에 대회장에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4대 길드 중에 하나인 ‘하쿠나마타타’라는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사실 안면은 있는 사이라 연락 오는 걸 계속 거절했는데, 오늘은 직접 찾아오겠다고 해서 제가 이야기라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대회가 끝나고부터 수혁에게 계속해서 연락이 왔었다. 강서와 한번만 따로 만나게 해달라고.

수혁이 이 이유 저 이유를 들어 거절했지만, 길드가입 권유를 안하겠다고 다짐까지 해가며 끼니때마다 수혁에게 부탁을 해오니 어쩔 수 없었던 것.

"..."

“혹시 얼굴 공개하는 부분이나 불편하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길드가입 권유는 본인도 안한다고 하기는 했는데 불편하시면 그냥 거절하셔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사실상은 미리 거절을 해둔 상태라.”

“아뇨, 여기까지 찾아 오셨는데...뭐, 저는 상관없습니다.”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강서가 대답하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에서 묘하게 이국적인 페이스를 가진 갈색 장발머리의 미인이 걸어 들어왔다. 연한 갈색머리를 질끈 올려 묶은 샬롯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모습을 둘 다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앙 다문 채 강서를 보고 눈을 반짝이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을 뱉어내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얼굴도 잘생기셨네요. 대회장에서 리차드씨에게 가르침을 주신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교병필패(羅兵必 敗)라니...”

“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만하는 병사는 패한다.’는 그 가르침을 주기에 완벽한 상황이었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자리에서 마지못해 나서는 식으로 손을 드는 타이밍까지...가르침을 주기위해 그렇게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줄은...”

그리고 강서는 유창한 한국말로 정신없이 떠드는 그 얼굴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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