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66화 (66/191)
  • 66화. < ep14. 승급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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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준은 자신의 앞에 펼쳐진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몽쿠 40여 마리가 혼비백산이 되어 도망가려다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강서의 ‘신선대’에 쓸려나갔다.

    “무리를 사냥...”

    민준은 중얼거리며 8티어 승급테스트 평가지를 바라보았다.

    [몽쿠사냥 수칙.

    첫째, 몽쿠는 무리를 이룬다. 무리를 직접 노리는 것은 자살행위이므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몽쿠를 노린다.

    둘째, 몽쿠는 적극적인 공격성을 가진다. 사냥 전 엄폐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 가능한 첫 타격에 큰 충격을 주는 편이 좋다.

    셋째,....]

    첫 번째 수칙부터 틀려먹어서 던전교범에 나와 있는 5가지 수칙에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 헌팅이었다.

    원래라면 가차없이 탈락이었겠지만, 민준의 펜 끝은 종이 위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흠...'

    ‘때린데 또때림’님이 ‘10,000원’을 후원!

    [사탄: 와카.…쿠?]

    'ㅗㅜㅑ'님이 ‘10,000원'을 후원!

    [천사도 패드립을 할 잔혹함...]

    -이게 헌터다...

    -몽쿠가 절규했자너;;

    -우리 모두 ‘와카-쿠’를 외쳐 몽쿠에게 조의를 표합시다.

    - 와카-쿠

    - 판카-쿠

    사람들은 무리를 한 번에 불러내어 사냥하기 위해 몽쿠들을 속인 강서의 잔혹함(?)에 탄성을 금치 못했다.

    물론, 평범한 헌터였으면 그건 몽쿠가 불쌍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었다. 몽쿠들은 무리로 몰려오는 데에 반해 헌터의 숫자는 민준을 포함한 3명뿐이었고, 그 중 2명은 고작 9티어였으니까.

    하지만 당사자가 <판다>라는 것 때문에 화면에 나오는 상황은 사람들에게 전혀 위태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앞에 놓여있는 판다라는 재앙을 알지 못하고 ‘친구!’를 외치며 달려온 몽쿠가 불쌍하게 느껴진 것.

    “아마 지금 방송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도 몽쿠의 언어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오래 걸릴 테지만 이렇게 한 단어 정도 사용하는 건 열심히 노력하면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사탄234’님이 ‘10,000원’을 후원!

    [제 가슴이 차마 허락지 않습니다. 킹-다 센세...]

    -또;; 집에서 이미 ‘와카-쿠? 와-카쿠?’ 거리고 있을 거면서

    -ㄹㅇ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상 최초 아니냐 어떻게 몬스터의 언어를 이용할 생각을

    -그보다는 단어선정이...

    강서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민준을 바라보았다. 민준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강서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뭔가 문제가 있나요..?”

    “그게...이게 판정이 참 어려운 게...”

    민준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가 바로 판단하기에 너무 애매한 상황이었기 때문.

    최근에 새로 시행하고 있는 헌팅지식체크 방식에서 승급테스트에 탈락하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뿐이었다.

    몬스터를 잡기는 잡았으나 던전교범에 있는 사냥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였을 경우, 그리고 또 하나는 사냥수칙을 준수했으나 실력이 부족하여 몬스터를 잡지 못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강서는 두 가지 다 해당되지 않았다. 던전교범의 ‘몽쿠 사냥수칙’을 준수하지 않았으나 그보다 더 훌륭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

    게다가 봐줄 수 있을 정도로 한두 가지만 어긴 것이 아니라 사냥수칙에 있는 조항들을 단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통과 시키고 싶었지만, 이 내용들이 방송으로 나가고 있었으니 만약 그대로 통과 시킨다면 헌터협회에 악심을 품은 몇몇이 이의를 제기하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민준 자신도 1년 뒤면 더 이상 헌터협회 소속이 아니게 될 테니 상관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남은 1년을 눈치와 등쌀로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아.”

    "...?"

    민준이 망설이는 사이 강서가 뭔가 알았다는 듯 왼손바닥 위에 오른 주먹을 내려치며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른 방향을 향해 조금 걸어갔다.

    그리고는 숨을 조금 들이마시며 가슴을 부풀렸다. 그 모습을 본 하린이 다급하게 강서를 불렀으나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아저씨 잠깐만...!!”

    “와카-쿠!”

    "..."

    그 끔찍한 소리를 들은 민준도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눈을 크게 뜨고 강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한 음절을 뱉었다.

    “왜...?"

    “아, 아까 보스몬스터를 안 잡는다고 하셔서 혹시 평가하는 데에 수가 부족해서 그러는 건가 해서요.”

    “아...그게 아니라 너무 예외적이어서 그런 건데...”

    멀리서 ‘와카-쿠!’소리와 함께 익숙한 나뭇잎 비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수수-

    -감독관 네 이놈!!!

    -또 한 번 몽쿠의 절규를...

    -네 놈이 전생에 몽쿠의 천적이렷다!

    또 한 무리의 몽쿠들이 자신들의 앞에 벌어질 일을 알지 못하고, 친구를 발견한 기쁨에 달려오고 있었다.

    와카-쿠!

    ***

    결국 판다의 승급테스트 헌팅지식파트 합격여부는 미지의 상태로 남은 채 방송이 종료되었다.

    민준이 보류상태로 남겨 놓은 채 하린의 승급테스트가 끝날 때까지도 합격여부를 체크하지 않고 상부로 넘긴 것이다.

    방송이 종료된 뒤 사람들의 관심이 헌터협회로 모아졌다. 헌터협회에서 어떤 판정을 내리는 지가 궁금했기 때문.

    판다의 합격여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많은 사람이 합격을 시켜야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험인데 기준대로 ‘해야 되지 않냐’는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제목: 야 그래서 판다 합격이냐?

    글쓴이: 판다팬아님

    왜 하린 합격판정은 알려주고 이건 안 알려줌;; 절단마공도 아니고.

    -당연히 합격이지 임마.

    -뭔 개소리임 시험은 시험이지. 던전 교범 수칙보면 하나도 못 맞췄는데

    ㄴ글쓴이: 그럼 무슨 의미가 있나 라이센스가. 몬스터 잘 잡아도 못 따는데?

    ㄴ그건 좀 그렇긴 한데. 라이센스가 별 의미가 없네.

    -ㅇㅇㅇ이건 합격판정 나야한다. 수칙이야 지들끼리 정한 거고, 애초에 판다보다 약한 놈들이 뭘 정함;;

    그렇게 서로 싸우며 헌터협회의 발표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들려온 소식은 판다가 ‘헌팅지식 테스트에 합격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당연히, 판다가 불합격할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 헌터협회를 비난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럴 거면 던전 교범은 왜 만들었냐며 말이다.

    하지만 그건 헌터협회에서도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그래서 헌터협회에서는 준비하고 있던 대응책을 내어 놓았다.

    [헌터협히, 판다로 인해 던전교범 개정판 발매.]

    [판다, 이번엔 헌터협회를 뒤집어 놓아.]

    [외우기 싫으면 실력으로. 규칙을 바꿔버린 판다의 이례적인 승급시험.]

    헌터협회에서 준비한 대응책은 바로 승급테스트의 기준이 되는 던전 교범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물론 본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평소의 판다의 행보 자체가 기존의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곳에 맞춰져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헌터협회 측에서 자신들이 기존에 잘못해 왔다는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던전교범 속 모든 몬스터의 사냥수칙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했다.

    ‘예외적인 효율을 보이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사용하라.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던전의 특성상 완벽한 방법은 있을 수 없다.’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판다가 대단한 것이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킨 것이다.

    -야 애초에 판다가 건드리는 데마다 상식이 다 터져나갔다. 헌터협회라고 뭐 다를 거 있나.

    -ㅇㅇ맞지. 그냥 이번에도 판다가 판-다 한거임

    -판-다

    헌터협회의 예상대로 여론은 판다를 칭송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또 다른 핫 이슈였던 ‘몽쿠의 언어’로 흘러갔다.

    제목: 야 ‘와-카쿠!’냐 ‘와카-쿠!’냐?

    글쓴이: 엄마가 이계인

    이게 연습 중인데 생각보다 더 어렵네. 성공한 놈 있냐?

    - ㅋㅋㅋㅋㅋㅋ이걸 진짜 연습하는 놈이 있네

    ㄴ글쓴이: ? 다 하는 거 아니냐? 만약 성공만 하면 개 이득 인데.

    ㄴ그렇긴 한데 되겠냐. 판다좌니까 된 거지.

    강서가 보여준 ‘와카쿠’를 보며 가능성을 느낀 사람들이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미 여러 연구실에서는 예전에 포기했던 몬스터들의 언어 연구 자료들을 다시 들춰보고 있었다. 강서의 방송으로 이미 사장되었던 몬스터 언어 연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

    몬스터간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렇게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높은 등급의 던전에서 중요했다. 낮은 레벨에서는 비교적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가 많은 편이었지만, A급 던전에 출몰하는 몬스터의 경우 아직 파악이 완벽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오히려 부족한 상태. 그렇기 때문에 강서가 말한 몬스터들의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들 간의 소통을 알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직접 전투시에도 몬스터의 패턴에 대한 파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으리라 많은 연구자들이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현장에서 뛰는 많은 헌터들은 몽쿠가 서식하는 던전에서 실제 ‘와카-쿠’를 외치는 모습들을 찍어 큐투브에도 올리곤 했다.

    -야 근데 지금 하는 놈들은 진짜 몰려오면 어쩌려고 그러나. 한 6티어까지는 몰라도 7,8티어 놈들은 위험할 텐데.

    -뭘 어째 리얼 와카쿠해서 같이 먹고 자고 하는 거지 뭐.

    ㄴㅋㅋㅋ리얼 와카쿠ㅇㅈㄹㅋㅋㅋㅋㅋ

    ㄴ적과의 동침수준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올라온 영상 중에 강서처럼 실제로 몽쿠를 불러낸 영상은 없었지만.

    ***

    강서가 선보인 ‘와카-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트프리치 tv에 올라오다가 하나의 게시글이 폭발적인 조회수와 추천수를 보이며 게시글의 최상단에 떠올랐다.

    제목: 야 이거 개꿀팁이다 ㄹㅇ

    글쓴이: 찬판양다

    우선 나는 6티어 소속없는 헌터다. 방금 던전 다녀오자마자 쓰는 건데 어차피 얼마 안가면 누구나 다 알 거 같아서 공유함.

    던전 들어갈 때 확성마법 저장되어있는 메모라이즈 페이퍼 하나씩 들고 가라. 그리고 판다좌 영상에서 ‘와카-쿠’외치는 부분만 잘라서 스마트워치로 틀으셈ㅇㅇ.

    그럼 직접 연습 안 해도 된다.

    -야 이거 ㄹㅇ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야 이거 진짜면 너무한 거 아니냐 몽쿠들 줄초상 나겠네

    -???: 친구! 친구야!

    -ㅠㅠㅠㅠㅠ그 해맑은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그 게시글이 담고 있는 내용은 바로 녹음기능을 이용하여 강서의 목소리를 그대로 틀면 몽쿠들이 똑같이 반응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글에 뒤이어 많은 헌터들이 직접 해봤다는 인증글들을 올리며 정보의 사실성이 확보되었다.

    몽쿠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였지만 7,8티어 헌터들은 그 글을 보며 눈을 빛냈다.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몽쿠들 한 무리를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거니까.

    헌터계에서 지금까지 무리사냥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던전교범에서 몽쿠의 무리 사냥이 지양되었던 이유는 무리의 수가 많았기 때문에 한 번에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 그런 류의 몬스터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강서가 한 것처럼 자신이 있는 자리로 불러낼 수 있다면 미리 대비를 할 수가 있었다.

    스쿼드 전원이 메모라이즈 페이퍼 몇 개만 상성에 잘 맞게 깔아두고 덫을 설치해 둔다면 무리를 한 번에 잡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 눈을 빛낼 수밖에 없었다.

    강서가 또 한 번 헌터계의 성장을 가속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전해 들으며 눈을 빛내는 두 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이걸 몬스터 별로 녹음해서 판매 한다면...”

    바로 판다지아를 기억하며 다시 한 번 마탑의 매출도약을 기대하는 수혁과,

    “역시, 저 분이 필요해.”

    마탑의 대회장에서도 강서를 보며 눈을 빛냈던 4대 길드 <하쿠나마타타>의 길드장 <샬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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