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 ep14. 승급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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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의 판다지아 판매목표 달성기념 행사는 확실히 화제가 되었다.
사실 다른 걸 다 제외 하더라도 4대 길드의 길드장이 두 명이나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반적인 행사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나머지 두 명의 길드장은 좀처럼 공식석상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인물들이었다. 얼굴은 알려져있으나 다른 모든 것들은 베일에 싸여있는 인물들.
리차드 4세와 샤를로트. 그 두 이름으로 충분히 거대하다고 할 수 있는 규모의 행사였다.
제목: 킹-판다
글쓴이: 드차리
우리 킹다아재 너무위키 갱신됐다.
특기/킹-씨름(현랭킹 3위 리차드와 무승부)
-판-다
-ㅋㅋㅋㅋ그거 새 종목으로 넣어야 되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사실상 킹씨름 최고권위자
-아니 근데 왜 다른 나라에서도 King’s wrestling이라 부르는 곀ㅋㅋㅋㅋ
특히 주목을 받은 것 중에 하나가 경기의 종목인데, 수혁이 기획한 프리룰 팔씨름 일명, 킹씨름은 그 독특함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룰도 어렵지 않고 자기가 정해서 할 수 있다는 특성상 일반인부터 헌터까지 제한없이 모두가 즐겼다. 일종의 새로운 스포츠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 특유의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경기내용 덕분인지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게 되었다.
헌터의 경우, 팔씨름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본래의 가벼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훨씬 더 전투적인 전개가 펼쳐지며 사람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지금 세계는 킹-씨름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행사 자체에 대한 아쉬운 분위기가 감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그 무명검(無名劍)이 뽑히느냐 뽑히지 않느냐 였으니까.
그 누구도 무명검을 뽑지 못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탄식을 자아내었다. 무명검은 5년전 인류가 겪었던 <한계>중에 하나였다.
무명검을 뽑아낸다는 것은 <최초의 미확인 아티팩트>의 정체가 밝혀진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류가 <한계>를 돌파했다는 상징적인 의미.
무명검을 뽑는 데에 사람들이 한번한번 손에 땀을 쥐고 기대를 했던 이유는 결국 그것 때문이었다.
-무명검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난 솔직히 이번엔 뽑힐 줄 알았음. 헌터수준 5년 전이랑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강해졌는데
-ㅇㅇㅇ5년 전엔 A급 하나도 쩔쩔매고 다녔는데, 요즘은 몇 개 빼고 대부분 정복하긴 했지.
-쩝, 나도 리차드 센세가 뽑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다음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무명검을 뽑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이번엔 무명검이 사라지지 않았고 수혁이 내년에도 같은 대회를 열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관련에서 트프리치tv에 올라온 핫한 게시글이 하나 있었다. 그 아무도 뽑지 못한 무명검을 돌 째로 판다가 들고 갔다고 주장하는 한 일반인의 글이었다.
제목: 야 나 사촌누나가 이름대면 아는 거대길드 비서관인데
글쓴이: 박종수
이번에 대회장 갔다 왔거든?
근데 카메라 꺼져서 화면에는 안 나왔는데 대회 끝나고 킹-판다가 갑자기 무명검 가까이 가더니 “읏-차”하고 돌 째로 들어서 집에 가져갔다고 하더라.
원래 길드 가입 권유 누나가 해야 되는데 벙쪄서 말도 못 걸었다함.
-야 킹차드가 무명검 도전할 때 그 위에 발 올리고 개쎄게 밟았는데 미동도 안했다. 들기는 무슨;;
-정보) 탑주좌는 1티어 50명이 와서 힘을 합쳐도 그 돌은 못 옮긴다 했음.(마탑 공식영상 15:34~)
-ㅋㅋㅋㅋ말이 되냐 읏-차 ㅇㅈㄹㅋㅋㅋㅋ
-ㅋㅋㅋㅋㅋ개웃기네
-글쓴이: 아니;; 진짜임
-ㅋㅋㅋㅋㅋㅋ종수야 또 속냐!!
ㄴ글쓴이: 아니 병신드라 진짜라고ㅠ
본래 관련하여 수혁이 모든 게시글을 막고 있었지만, 그 게시글은 수혁이 손을 쓰기도 전에 이미 덩치가 커져서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댓글들 달고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던 것.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며 글쓴이를 놀렸고 결국 그 게시글은 며칠 후에 글쓴이가 스스로 삭제하는 행보를 걸었지만...대회장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
“아저씨! 저거 들여놓고 나서부터 집에 기운이 별로인 것 같아요.”
"..."
하린이 거실 한쪽에 놓아둔 무명검을 가리키며 강서에게 말했다. 소파에 앉아서 라오를 쓰다듬던 강서의 손이 멈칫했다.
확실히 유흔결계에서 보았던 풍경이 기분 좋은 광경은 아니었기 때문.
‘검의 외관이 그렇기도 하고.’
흰색과 검은색선이 나선형으로 휘감겨있는 손잡이와 붉은색으로 알 수 없는 문자가 쓰여져 있는 두꺼운 코등이.
기분좋아질만한 외관은 아니었다. 오묘해진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다고 강서는 생각했다.
“특히 여기, 여기 앉아있으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
하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리키는 곳은 강서도 익히 아는 곳이었다. 바로 유흔결계 속에서 검귀가 걸터앉아있던 위치.
‘감이...’
“혹시 막 귀신씌인 검 같은 건 아니겠죠?”
“....하린님.”
“네?"
“그 검 안 잡아보셨죠?”
“음...아저씨나 리차드님도 못 뽑았는데 제가 뽑을 수 있을 리가요. 시도도 안 해봤죠.”
하린이 양손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이며 강서에게 말했다. 강서는 하린을 보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 가만히 있더니, 이내 나지막히 물었다.
“...한번 잡아보실래요?”
“네? 갑자기요?”
“네."
무명검(無名劍)에 있는 유흔결계가 발동되는 조건은 강서도 알지 못했다. 그저 검에 손을 데었더니 발동된 것.
강서는 하린의 기민한 감각을 보며 그녀가 유흔결계를 발동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근거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했지만...시도 해서 손해를 볼 것도 없었다.
“음... 그래요!”
하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무명검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손바닥을 서로 맞부딪혀 두어 번 털더니 양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리고는 힘껏 당겼다.
“에잇! 흐앗! 이야압!”
하지만 하린이 요상한 기합을 이것저것 넣으며 당겼음에도 무명검은 뽑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강서는 유심히 바라보았다.
몇 번을 시도하던 하린은 포기하고 손잡이를 놓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봐요 아저씨도 안 되는 데 내가 될 리가 없지.”
"..."
검을 놓고 다시 원래 앉아있던 소파로 돌아가려던 하린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짝!하고 박수를 치며 스마트워치를 조작해 화면하나를 띄웠다.
“아참! 아저씨 그거 해야죠.”
"...?"
“갱신이요, 티어갱신.”
“아."
하린의 말에 강서는 수혁을 떠올렸다.
대회가 마무리되고 나서 무명검을 가지고 집에 도착하자 하린을 통해 수혁의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수혁의 말을 요약하자면, 티어갱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헌터는 주기적으로 티어 갱신을 해야 한다고, 지금까지 어떻게든 막기는 했지만 더 이상 지체하게 되면 어떤 모양으로든 제재가 들어올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
정해져있는 제재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수혁의 말로는 아마 강서와 하린이 방송인이라는 특성상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제재가 들어올지 모른다며 꼭 갱신을 이번 주까지 해달라고 했다.
“음...언제 가는 게 좋을까요?”
“생각난 김에! 이런 건 지나가는 순간 까먹어버려서 그냥 생각났을 때 해야 돼요.”
강서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오전 11시.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따로 잡혀있는 일정도 없었으니 그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강서는 하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은 강서의 끄덕임을 보고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이번에 하는김에 쭉쭉 올려버릴 거에요! 매일 밤 검 연습도 했으니까 후후...”
***
헌터들의 티어가 결정되는 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했다.
근력과, 마력, 그리고 헌팅지식. 이 세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승급테스트를 거쳐 결정 되었다.
클래스에 따라 점수산정 방법은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십 수 년 간 축적해온 데이터 덕분에 일단 측정만 된다면 모든 사람이 납득할만 한 정도로 공정하게 티어승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근력과 마력은 마도공학 기구를 이용했으며, 헌팅지식은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최근 그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 근력과 마력의 체킹방식은 동일했으나 헌팅지식을 체크하는 부분에 있어서,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보다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채택된 것.
그래서 헌터협회에서는 최근 과도기를 밟고 있었다.
시험을 보는 방식과 실전에서 얼마나 지식을 활용하는 지를 직접 체크하는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는 시간은 더 늘어났지만 헌터들도 해당하는 방식에 동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고를 감수하고 있었다.
물론 시간을 감수하는 데에 대한 약간의 혜택을 더 받기도 했고.
“아, 짜증나. 왠 9티어야 갑자기 이 더운 날에.”
헌터협회 헌터공무원 김민준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안 그래도 날이 더워서 나가기 싫었는데, 요즘 잘 잡히지도 않는 8티어 승급테스트 일정이 잡혀버려 머릿속이 짜증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헌팅지식 체크방식을 협회에서 바꾸어버려서 본래라면 시험치고 끝날 것을 이렇게 나와서 던전까지 직접 들어가야 하니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던 것.
게다가 5인 스쿼드도 아니도 2인이었다. 본래라면 다른 응시자들과 5인 스쿼드를 맞추어서 해야 했지만, 최근 8티어 승급테스트가 없다시피 해서 2인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
“박하린, 이강서...2인 플레이를 해봤을 리도 없고. 5인 스쿼드나 몇 번 해봤겠지.”
어쩔 줄 몰라하는 9티어 헌터 두명을 두고 머릿속에서 자신이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을 상황을 그리고 있으니 김민준은 짜증이 솟을 수 밖에 없었다.
“방송까지...아주 가지가지 하는 구만.”
게다가 방송을 해도 되냐는 비고사항을 적어 제출했다. 차문을 쾅! 소리를 내며 닫은 김민준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내가 술을 처먹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그는 사실 7티어로 잘 나가던 현직 헌터였다. 술김에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다고 검을 꺼냈다가 옆에 있던 차를 반으로 갈라버려서 이렇게 공무원생활을 하고 있었지만...원래는 남부럽지 않은 헌터였던 것이다.
술에서 깨고 난 뒤에 엄청나게 후회를 하며 차주에게도 사과를 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1년만 더 참으면 되니까...’
그가 선고받은 기간은 총 3년. 이제 2년차였으니 1년만 더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자기 위안을 삼으며 던전 앞에 섰다.
그리고 헌터선배로써 던전이 장난이냐면서 따끔하게 혼내고 두 명에게 방송신청을 거절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박하린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