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58화 (58/191)

58화. < ep13. 뽑기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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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갑작스럽게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리와 시간 내어 주신 것 감사드리고요.”

“아뇨. 괜찮아요! 딱히 저희도 뭘 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정중한 수혁의 태도에 하린이 손을 내저었다.

강서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수혁은 잠깐 대화 나눌 시간이 되겠냐며 물어왔다.

딱히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았던 강서는 당연히 그러하다 했고, 수혁은 자신이 바로 방문을 하겠다고 말하고는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하린의 집을 찾아왔다.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은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판다지아 판매목표 달성기념 행사>에 관련해서 부탁드릴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판다지아 판매목표 달성이요?”

강서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고 하린은 직접 되물었다.

“사실 판다지아를 판매하며 구체적인 목표같은 것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 파악이 불가능한 새로운 시장이었으니까요. 비교할만한 대상도 없고 다만...”

"..."

“마탑에서 기념비적으로 여기는 숫자가 있습니다. 판다지아의 판매량이 그 숫자를 달성하게 되어서...행사를 준비하게 되었거든요.”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초대 마탑주 때부터 지켜오던 전통이었다.

대외적으로 홍보하거나 공개한 숫자는 아니어서 각 마탑의 수뇌부정도만 알고 있는 정도였지만, 마탑이 무언가를 할 때 그 숫자를 달성하게 되면 항상 행사를 진행했다.

종탑에서의 지시이기도 했고.

“그래서 이번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았는데...행사를 단순히 진행하는 것보다는 대대적으로 홍보 겸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판다지아를 만드시고 가정 처음 선보인 것이 판다님이시니까.”

수혁은 하린이 내어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어 말했다.

“그래서...두 분이 중계를 해주시면 어떨까 해서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중계라면...”

“연설이나 축사같은 형식적인 것들은 다 생략하고, 대회나 게임에 가까운 형식으로 준비를 하려 합니다. 아직 컨텐츠를 확정하지는 않았고, 몇 가지 추리고 있는 중입니다.”

수혁의 말에 강서가 잠시 창가 쪽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불편하시면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미 대체 중계자로 생각해둔 사람도...”

“좋습니다.”

"...?"

생각보다 바로 승낙하는 강서를 보며 하린이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렇게 바로요...?”

수혁은 잘되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네 그리고...혹시 아직 길드에 들어가거나 할 생각은 없으신 거죠?”

그 질문에 강서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지금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수혁이 굳이 강서를 중계자로 고르려 했던 이유는 판다지아의 홍보효과 때문이기도 했지만 강서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판다라는 이름의 유명세는 이미 한국의 <천명(天命)>길드나 영국의 <라이언하트(Lionheart)>같은 국가단위 초거대 길드에 버금가는 정도였다.

물론 지속성이나, 상징성같은 다른 것들까지 비교한다면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단순히 지금의 유명세만 따지면 한 개인의 이름이 국가를 대표하는 길드의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서는 마탑의 <소속>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단순히 후원계약을 맺고 있을 뿐.

이전에는 수혁이 일부러 애매하게 공식발언을 하지 않아 길드들의 컨택이 그래도 약한 편이었지만, 최근에 길드들이 <판다>는 자신의 길드 소속이 아니라며 공식발언을 한 사실들이 축적되며, 무소속으로 거의 확정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것도 아직 가능성이 다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헌터.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 크고 작은 귀찮은 접촉들을 마탑에서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지만 수혁이 최근에 보고받은 바로는 조만간 거대길드들에서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마탑의 전담팀이 어떻게든 수혁의 이름을 따다가 귀찮은 일들을 처리했지만, 단순 상위권 길드가 아니라 국가전체에서 1,2위를 다투는 정도의 초거대 길드의 길드장급에서 접촉을 시도한다면 단순히 마탑의 이름만으로 밀어내지는 못했다.

그들도 생각이 있다면 말도 없이 불쑥 집으로 찾아온다거나하는 무례를 범하지는 않겠지만, 수혁이 강서에게 부탁받은 것은 귀찮은 일을 처리해달라는 것.

수혁의 생각에는 다 따로 접촉하는 길드장들에게 일일이 거절하는 것 자체가 귀찮은 일의 범주에 들어갔다.

그래서 차라리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거대길드들이 모두 모일만한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한 번에 거절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 발로한 것. 그것이 수혁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해결방법이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일어나 보겠습니다. 굳이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날짜만 확정되면 알려주세요.”

꾸벅-

수혁은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아니 닫으려 했지만, 문 사이에서 작게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에 손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소소하게 산다면서요. 왜 점점 반대로 가는 것 같죠...’

‘탑주님이 후원해주신 것들도 있는 데 너무 받기만 해서는 안 되니까요. 얼굴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종종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리고...’

조만간 큰돈을 한번 써야할 것 같아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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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문을 닫은 수혁의 오른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큰돈이라니. 수혁은 강서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소소하게 10%를 써대던 강서다. 큰돈을 사용한다면 얼마나 사용한다는 것인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이제 막 판다지아를 통해 돈을 번다는 느낌이 든다는 참이었다. 강서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수혁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판매 목표 달성은 무슨...”

판매량을 늘려야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판매목표 달성기념 행사>가 아니라 <마탑 파산 위로행사>가 될 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수혁은 스마트 워치를 조작해 총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총무에게 수혁이 비장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예 탑주님”

“생존.”

“.…예?”

“머릿속에 있던 다른 생각들 모두 지워버리고, 판다지아의 추가 판매공략처와 새로운 프로모션방법만 채워. 행사는 내가 직접 준비하지.”

“이번엔 또...”

총무도 수혁의 목소리를 들으며 직감했다. 어찌보면 수혁보다도 더 <판다의 소비>의 무서움을 더 잘 아는 마탑의 총무였다.

그 여유로운 수혁의 목소리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던 것은 총무가 알기로 <판다>와 관련된 일밖에 없었다.

“...무려 <큰 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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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맙소사-

총무의 경악을 마지막으로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

‘많이 팔았나보네.’

강서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수혁이 말한 숫자는 강서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강서가 지구의 초대 마탑주였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초대 마탑주가 될 사람과 동시대에 환생한 적이 있었다.

강서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은 초대 마탑주 같은 거창한 이름 보단, 소녀라는 말이 더 어울렸지만. 강서는 그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저는 마법사들만의 상징성있는 조직을 만들 거에요. 시공간을 초월해서 언제나 어디서나 마법지식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겁니다.’

‘그런가. 좋은 꿈이군.’

‘....당신은요?’

‘그 좋은 머리로 지금부터 베어 넘기는 몬스터 숫자 좀 세어 주겠나. 취미라 하긴 그렇고 숫자 세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엔 도저히 못 셀 것 같군.’

'...'

아득한 수의 몬스터를 보며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였다.

그 이후에 다른 생으로 환생 했을 때에 우연히 알게 된 것은 마탑이 기념하는 숫자가 있다는 것.

물론 아닐 수도 있었지만, 강서는 그 숫자가 자신이 베어 넘긴 몬스터의 숫자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마탑이라....”

머리를 조금 흔들며 상념에서 깨어난 강서는 창가를 바라보며 자신의 어깨에서 자고 있는 라오를 쓰다듬었다.

* * *

수혁은 하린의 집을 방문한 후에 바로 자신의 집무실 뒤 창고에 들어와 있었다.

승아가 신상이라고 보내준 마도공학기구를 탐구하지도, 강서가 준 룬문자를 공부하지도 않고 수혁이 창고에 들어와 있는 이유는 <행사의 상품>때문이었다.

본래는 한도 내에서 판다지아 평생 무료이용권을 발급하려고 했으나. 강서의 마지막 말을 듣고 바로 그 생각을 접어버렸다.

판다지아를 최대한 팔아야 했다.

돈 조금 벌었다고 해이해질 뻔한 자신을 책망하며 수혁은 다른 상품을 구하고 있었다.

총무를 아예 판다지아 판매 전략실에 들여보내 문을 걸어 잠가버렸기 때문에 행사의 컨텐츠부터 상품까지 수혁이 스스로 정해야했다.

수혁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사를 스스로 챙기는 데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

마탑의 말단부터 하나하나 요행없이 올라온 자리였다. 그 기간이 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짧았을 뿐, 경험해본 적 없는 자리가 없었다.

물론 행사준비도 해본 경험이 있었다.

“적당한 게...”

모든 길드들이 눈을 반짝일만한 매혹적인 물건일수록 좋았다. 거대길드들이 모두 참가할만한 것.

아이템은 애초에 선상에서 제외되었고 수혁은 아티팩트들만 모아놓은 창고로 들어갔다.

[제령의 목걸이]

“이건 아니고...”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거대 길드에서 최근 율죽 하나를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정보가 입수될 정도면 이미 다른 곳에서도 율죽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상품으로 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무강 집행검]

“이것도 아니고...”

준수한 공격력을 가진 검이었지만, 능력이 너무 투박해서 화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비슷한 능력치를 가진 검중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도 많은 데 굳이 대형 길드들이 이검을 노리고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보다는 중형 길드들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게 분명.

아공간에 들고 다니는 아티팩트들은 이미 진작에 돌아본 상태였다. 괜찮은 물건들은 있었지만, 아공간에 넣고 다니는 것들은 이미 수혁 자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물건들.

기각이었다.

“흠...”

자신의 스승에게 연락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목운동을 하던 수혁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

아무것도 없어야 할 천장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던 것.

“설마...”

머릿속을 스쳐가는 하나의 기억에, 수혁이 재빨리 5서클 마법 [사이코 키네시스]를 이용하여 그 종이를 꺼내었다.

“이게 천장에 붙어있을 줄이야...”

수혁이 한때 애타게 찾던 물건이었다. 정확히는 이 종이 안에 들어있는 그 물건이.

안타깝게도 수혁 자신은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이었지만.

“이거라면....”

수혁이 생각하기에-

행사의 상품으로, 아니 상품보다는 행사의 컨텐츠로 이보다 더 적합한 물건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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