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57화 (57/191)

57화. < ep12. 훈수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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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들의 상향평준화에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요인은 강서 그 자체였다.

지구에서만 200번의 생을 경험하고, 다른 세계 총 4000여 개를 돌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공개한 다양한 꿀팁들이 정보에 대한 관점과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강서가 공개한 <정보들 자체>도 굉장히 귀중한 것이었지만, 그가 정보를 그렇게 아낌없이 공개했다는 <사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강서가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이전까지는 정보를 먼저 공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몬스톨로지같은 학술지에서 발행하는 정보들은 소정의 비용을 낸다면 볼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공개가 되어 있었지만, 현장에서 적용 되기에는 거리가 있는 한 차례 가공이 필요한 정보들이었다.

현장에 필요한 지식들을 쥐고있는 것은 아무래도 직접 뛰고 있는 헌터들.

하지만 대부분이 길드에 소속되어있는 헌터계의 현실 상 정보는 자유롭게 공유되지 못했다.

길드자체에서 가입시에 보안서약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헌터 개인이 정보를 발설할 수 없었고, 길드간의 정보공유는 단단한 연맹을 맺는 경우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다.

몬스터나 던전에 대한 정보를 아느냐 마느냐로 던전의 클리어 여부가 갈릴 수 있는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류>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기는 했지만, 서로 다른 길드인 이상 엄연히 시장에서는 경쟁상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강서가, 그러니까 <판다>가 정보를 공개하며, 판이 달라졌다.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생겨나며 활성화되기 시작되었고, 길드 내에서만 공유되던 정보는 더 이상 그들만이 아는 정보가 아니게 되었다.

분위기가 형성되자, 그 전까지는 귀찮음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무소속 헌터들이 하나둘씩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던전 방송과 함께 말이다. 사실 방송 자체의 수익은 크지 않았지만 마탑과 판다의 관계처럼 스폰관계에서 오는 소득이 두둑했던 것.

방송을 보기만 했던 무소속 헌터들이 방송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풀린 정보들이 축적되기 시작하여, 상위등급의 던전은 아직이었지만, 이제 하위던전의 경우 길드에서도 정보공유커뮤니티를 이용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물론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으니 정보의 신뢰도가 문제가 되었지만, 소위 <믿을만한>헌터들이 공유하는 정보는 빠른 속도로 공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 믿을만한 헌터 중에서도 탑티어로 뽑히는 것이 바로 <던선생>이었다.

그 던선생이었다. 9티어 훈수충이 시비를 걸어온 것은.

사실 그건 시비가 아니라 강서의 순수한 걱정에서 발로한 것이었지만...어쩌겠는가 강서가 사용하는 닉네임이 ‘그것도 몰라요?’인 것을.

게다가 던선생은 ‘그것도몰라요?’가 9티어 일리가 없다 생각했다. 꾸비아는 C급 던전에 존재하는 몬스터였는데 눈대중으로 보고 그 꾸비아의 독 샘이 어디쯤 위치하는 지를 가늠했다.

그건 인터넷에서 글로 읽는 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꾸비아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 5티어 이상의 헌터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9티어라고 이야기했으니 그건 던선생의 눈에 싸우자는 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가 놓쳤다는 걸 인정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에게도 사과드립니다. 대신...한 번 알려주시죠. 꾸비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던선생은 그 <익명의 9티어 훈수충>에게 정면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대로 자신이 접고 들어간다면 이 방송이후 훈수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의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던선생 입장에서 그것만은 피해야했다. 혹을 떼려 한 방송에서 혹을 붙이고 갈 순 없었다.

-2차전 가나연

-해석: 니가 해봐 한번.

-ㅋㅋㅋㅋㅋㅋ오늘 개잼이네.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네, 그럼 다른 꾸비아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계속 눈에 밟히는 닉네임에 부들부들하면서 던선생은 발걸음을 옮겼다.

***

“...네? 뭘 하라고요?”

-ㅋㅋㅋㅋㅋㅋ극한의 훈수

-사탄: 아....방송에서 그런 걸 시키라고요?

-악마: 아니 교수님 아버지도 선은 지키라고 했습니다;;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몸 전체에 진흙을 발라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본격 9티어의 3티어 굴리기ㅋㅋㅋㅋㅋㅋ

-???: 어떻게, 그만하쉴?

-던쌤 속으로 오열중ㅋㅋㅋㅋㅋㅋ할 수도 안 할 수도

던선생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온 몸에 진흙을 바르라는 엉뚱한 제안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해봐야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해라 정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것도몰라요?’가 제안한 행위의 강도가 강했던 것.

하지만 던선생은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진흙을 바르라는 그럴듯한 제안을 했지만 그건 자신이 할 리가 없다는 가정 하에 가장 하기 어려울 것 같은 행동을 고른 것이 틀림없었다.

평소 깔끔하고 안정감있는 던선생의 이미지를 구길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9티어 훈수충의 실체(?)를 까발리기 위해서는 우선은 그가 시키는 대로 따라줘야 했다.

“....하죠.”

‘익명의 8티어’님이 ‘5,000원’을 후원!

[???: 그때 생각했죠. 아 거기서 멈췄어야 했구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아득바득 9티어를 이기려고 했을까...]

-ㄹㅇ하는 거야?ㅋㅋㅋㅋㅋㅋ

-던하다네 추선생;;

던선생은 ‘그것도몰라요?’의 말대로 온 몸에 진흙을 바르기 시작했다. 방어구틈새로 진흙이 새어 들어오며 자신의 신체에도 진흙이 묻는 것을 느끼며 던선생의 몸이 한번 부르르 떨렸다.

방송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평소의 던선생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평소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그 성격이 던전공략에서도 좋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것.

진흙이 살에 닿는 불쾌한 느낌에 던선생은 방송을 어서 마치고 나가자마자 바로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됐나요?”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아 네 감사합니다. 근데 그 얼굴 쪽도...]

...결국 던선생은 온 몸을 하나도 남김없이 진흙으로 덮고 난 후에야 ‘그것도몰라요?’에게 OK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이건 클립이다.

-(사람이었) 던선생

-ㅋㅋㅋㅋㅋㅋㅋ사람이었던 선생ㅋㅋㅋㅋ

-???: 어 이상하다? 여기 사람이 있었는데...

아벨타 숲 특유의 찐득찐득한 진흙이 던선생의 온 몸을 덮고 있었다.

“빨리 말해주시죠. 전에 잠깐 언급했다시피 아벨타 숲 진흙에서는 특이한 향이 나서요. 가까이서 맡으니까 조금 힘드네요.”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네, 이제 꾸비아의 정면으로 이동해 주세요.]

“...정말 알고 하시는 말 맞아요?”

던선생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몰라요?’의 발언에서 그의 무지식(無知識)함이 들어났기 때문.

상식이었다. 꾸비아가 전방과 후방모두 탐지를 할 수는 있었지만, 전방은 100m, 후방은 50m 정도로 후방의 탐지거리가 더 짧다는 것은.

꾸비아는 후방의 탐지거리가 더 짧습니다. 제가 아까 최대한 거리를 좁히지 않는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후방이었습니다. 가까이에서 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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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진흙이 꼼꼼하게 발려있는지 한번 확인해주시고 한 백 미터 정도 거리의 정면으로 이동해주세요.]

던선생은 그 당당한 태도에 반박을 하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반박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그의 말대로 100m가 아슬아슬한 정면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그의 말이 틀리겠지만, 잘못되더라도 꾸비아 한 마리 정도에게 목숨이 위험하진 않았으니까.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강서가 말한 위치로 움직인 던 선생은 양 손을 펴보이며 여유롭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정확히 정면인가요?]

“네 100m거리이고 정확히 정면입니다.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딱 2m만 이동하시고 꾸비아를 향해 직진하시면 꾸비아가 던선생님을 감지하지 못할 겁니다.]

그의 정확하고 당당한 말에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지만, 던선생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그것도몰라요?’가 말한 바를 그대로 시행했다.

그리고-

그 말도 안 되는 현실에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

-와… ㄹㅇ?

-진짜라고?

-형 패패승승승 큰 그림 그리는 거지?

-야 이건 훈수가 아니라 킹-수인데;;

본래라면 혀를 내뻗으며 던선생의 몸을 낚아챘어야 할 꾸비아가 눈짓 하나 없이 가만히 서있던 것.

대충 둘러댄 게 분명하다는 던선생의 예상과 다르게 ‘그것도몰라요?’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 진 것이다.

던선생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손을 흔들어 보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꾸비아는 미동조차 없었다.

푸욱-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며 다가간 던선생이 꾸비아의 정수리에 검을 꽂아 넣자. 꾸비아는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즉사(卽死)해 버렸다.

-이게 사냥이다;;

-???: 이것도 몰라요?;;

-자기도 죽은 줄 모를 듯;;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방금 던선생님이 걸어간 방향이 꾸비아의 사각지대입니다,]

“사각이라니...”

던선생은 사각지대가 어디에 있는지는 고사하고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 던전만 한 달을 준비하며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모은 그 던선생조차 몰랐으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훈수충이 아니라 훈수갓이자너;;

-킹훈갓수님 진흙은 왜 바른 건가요?

-앞으로 함부로 <훈-수>에 대해 논하지 말라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아벨타 숲이 단단한흙이 아니라 진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꾸비아의 활발한 배변활동으로 인한 것입니다. 꾸비아는 시각과 후각 두 가지 감각기관을 제외하고 퇴화된 몬스터죠. 냄새로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럼...”

-ㅋㅋㅋㅋㅋㅋㅋㅋ응 이제 덩선생이야~

-무려 <그것>에 범벅이 되다니...

-가장 안전한 방법...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방송 되세요^^]

“아뇨 잠깐만...선생님!! 저기요!!”

가보겠다는 말에 당황한 던선생이 애타게 그를 불렀지만 도네이션은 더 올라오지 않았다. 강서가 방송을 종료한 것이다.

‘아나...이건 안 돼.. 이게 이렇게 마무리되면....’

던선생은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모르나?’님이 ‘5,000원’을 후원!

[왜요? 저 불렀어요?]

‘이걸 몰라?’님이 ‘5,000원’을 후원!

[그건 아님, 이거였을 걸]

-ㅋㅋㅋㅋㅋㅋㅋㅁㅊ놈들ㅋㅋㅋㅋ

-그~냥 바로 짭훈수 생겨버리고요ㅋㅋㅋㅋ

-???: 에휴...쯧쯧

“맙소사...”

던선생은 탄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벌써부터 판을 치기 시작하는 훈수충들이 소문을 듣고 얼마나 달려들지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 * *

‘종종 그렇게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강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잘못된 사실도 바로잡아주고,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을 보는 것이 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던 것.

강서가 방송을 끈 것은 하린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대문 열리는 기척이 느껴졌던 것.

강서가 방송을 끄자마자 하린이 문을 열며 다급하게 들어왔다.

벌컥-

“아저씨 라오가 사라졌어요! 분명 조금 전 까지만 해도...제 어깨에 얌전히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파란색 빛을 내면서...”

“아, 잘 회복 됐나보네요.”

하린은 당혹감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지만, 그 소리를 들은 강서는 앉은 자세 그대로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회복이요...?”

그리고 그건, 라오가 사라진 게 아니라 공간을 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태도였다.

하린의 물음과 함께 라오 특유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강서의 어깨에 라오가 사라질 때 나타났던 것과 같은 푸른빛이 서렸다.

파앗-

그리고 그 곳에서 라오가 울음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해룡옥을 먹고 종족의 특성 중 하나인 ‘공간밟기’를 회복한 것. 그것을 증명하듯 라오의 뿔에는 금빛기운이 서려있었다.

강서는 그렇게 어깨에 나타난 라오를 향해 오른 손을 들어올렸다.

지이잉-

그렇게 오른 손으로 라오를 쓰다듬으려 하는 순간 울릴 일이 없는 강서의 스마트워치에서 진동이 울렸다.

"...?"

전화를 건 것은 수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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