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56화 (56/191)
  • 56화. < ep12. 훈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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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큐튜브 시청자여러분들, 트프리치tv 시청자여러분들, 언~제나 여러분들의 안전한 던전공략을 지향하기 위해 노력하는 던~선생입니다.”

    최근, 한국은 던전방송열풍이 불고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판다>라는 초 거대신인방송인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 스타성이 방송에만 머무르지 않고 신문과 기사를 가리지 않고 보도되며 화제가 되어 던전방송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시청을 시작한 것.

    시장의 파이 자체가 늘어났다.

    게다가 애초에 그 이전부터 방송시장을 노리고 있던 길드들이 너나할 것 없이 던전방송에 뛰어들면서, 길드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길드지망생 헌터들도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어떤 길드의 면접 질문리스트에는 ‘저희 길드가 운영하는 던전공략방송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라는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으니, 길드의 지망생이라면 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던-하

    -큐-하

    -크으 벌써부터 꿀팁 기대된다

    던선생은 3티어 헌터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던전방송인이었다.

    그는 대형 길드들이 뛰어들기 시작한 방송시장에서도 준수하게 10위권의 던전방송랭킹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건 그가 스쿼드들이 보여줄 수 없는 방송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안정감있는 솔로 공략방송. 그것이 던선생방송의 특징이었다.

    길드의 스쿼드가 주는 일치감이나 화려함도 없었고, 솔로플레이인 만큼 높은 등급의 던전을 공략하지는 못했지만 던선생만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적당한 입담과 진행능력이 자잘한 재미까지 더했으니, 한 번 던선생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화려함을 찾아 다른 방송으로 떠났다가도, 안정감을 찾아 다시 던선생의 방송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따거’님이 ‘10,000원’을 후원!

    [던쌤, 오늘 아벨타 숲 ㄹㅇ?]

    -무려 C-급이라니...

    -오늘이 그 날이누.

    -최초의 C라니...

    아벨타 숲은 C-급의 필드형 던전이었다. 시청자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곳이 던선생이 공략방송을 진행하는 첫 C급 던전이었기 때문.

    그동안은 항상 D급의 공략방송만을 진행하다 처음으로 C급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그럼요. 저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안하던 스쿼드 레이드 몇 번 뛰긴 했지만, 그래도 한 달이면 충분하죠.”

    -???: 아 씨...누가 데려왔어.

    -???: 야 참아, 방송인 이라잖아.

    -ㅋㅋㅋㅋㅋㅋ스쿼드 분위기 그~냥 머리에 그려지구요.

    “그리고 제가 건거긴 했지만 실패 시 벌칙이 너무 강했어요. 진짜, 사각빤스만 입고 던전 들어올 뻔 했잖아요."

    -개 아쉽자너;;

    -ㅋㅋㅋㅋㅋㄹㅇ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업적인데

    -정보1) 던선생은 한 달 전 그렇게 해서는 평생C급 못 간다는 훈수충에 빡쳐 딜을 했다.

    -정보2) 딜의 내용: 한 달 안에 C-급 솔로플레이 vs 사각빤스만 입고 D-급 스쿼드 플레이

    -???: 제가 만약 못하면요! 사각빤스만 입고!!!

    “그럼요. 자 이제 보여 드립니다. 오늘도 안정감있는 꿀팁 공략방송 시작합니다!”

    ***

    사실 던선생이 C급 던전을 가지 않았던 이유는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시청자의 분포를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다.

    <판다지아>라는 사기성 짙은 물건이 발명되며 헌터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갔던 것.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대량구매를 하는 길드 입장에서는 그렇게 부담되는 가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은 길드더라도 길드에 소속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판다지아를 사용했다.

    그렇게, 필드형 던전에서는 상성상 사냥이 어려운 몬스터와의 대치를 피할 수 있었고 장소에 제한이 있는 스테이지형 던전의 경우 공격만 하면 되는 일방적인 사냥이 되었다.

    말 그대로 판다지아를 사용가능한 E급 던전들은 공략할 필요가 없는 던전이 되었던 것이다. 판다지아만 있다면 누구나 사냥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되며 많은 헌터들이 9티어를 벗어나게 되었고, 더 이상 가장 많은 헌터들이 분포하는 티어는 9티어가 아니라 7,8티어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주 공략 던전은 D급 던전.

    당연히 D급 던전의 팁을 찾는 헌터들이 많았고, 공략방송이라는 특성상 방송의 영상감이나 화려함 보다는 시청자들의 수준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D급 던전공략을 고수했던 것.

    ‘이번 공략만 잘 끝내면 좀 조용해지겠지.’

    그렇게 D급을 고수하던 던선생이 C급 던전을 찾은 이유는 점점 많이지는 <훈수충>때문이었다.

    처음 던전공략을 보기 위해 던선생의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던전을 한두 번 들어가 봤다고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기 때문.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지만, 최근에는 방송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아졌기 때문에 그들에게 일종의 ‘갭’을 보여주기 위해 C급 던전 솔로플레이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본인의 빡침도 조금 있기도 했고.

    꾸르락!

    “첫번째 공략 대상이네요. 꾸비아는 양서계열 몬스터로 움직임은 동급 몬스터 중에 아주 느린 편이지만, 괴랄한 속도의 혀 공격이 특징인 몬스터죠.”

    개구리를 닮은 초록색 외피에 왕관같은 돌기를 가지고 있는 꾸비아를 바라보며 던선생이 설명을 시작했다.

    -크으으, 벌써부터 편-안

    -설명 좋구여

    -혀 공격...메모...

    “그래서 그 혀 공격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혀는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힘도 굉장히 강력해서, 보통은 탱커가 피해를 감수하고 혀에 일부러 묶이는 동안 딜러들이 사각지대에서 공격하는 것이 정석이죠.”

    던선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각 철제방패 하나를 흙바닥에 꽂아 넣었다. 주로 7,8티어가 쓰는 기본적인 방패.

    ‘어맞어.’님이 ‘5,000원’을 후원!

    [이거 맞다. 내가 탱커인데 한 대 처맞고 아파 죽을 뻔]

    “근데 혼자서 잡는 방법도 있더라고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저 아마 이거 방송하면 혼날지도 몰라요. 지인분이 알려주신 건데…"

    ‘사후보고’님이 ‘10,000원’을 후원!

    [???: 어이쿠 혀가 미끄러졌네.]

    -유출on

    -폭로on

    -ㅋㅋㅋㅋㅋㅌㅋㅋㅋ실언을 할 예정입니다

    “첫번째 팁입니다!”

    꾸르락!!

    던선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돌멩이 하나를 던져서 꾸비아를 맞추었다. 꾸비아는 던선생이 있는 곳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혀를 뻗었다.

    꾸비아의 혀는 그 괴력을 과시하듯 순식간에 철제 방패를 휘감으며 조여 버렸다. 철제방패는 단번에 우그러지며 부채처럼 접혀버렸다.

    엄청난 속도와 힘. 본래라면 철제방패와 함께 던선생의 몸도 조여지며 데미지를 받았겠지만-

    끄륵?

    던선생은 철제방패를 들고 있지 않았다.

    돌멩이를 던진 뒤 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린 것. 꾸비아가 휘감은 것은 철제방패 뿐이었다.

    서걱-

    던선생은 가볍게 몸을 튕겨 일어나며 미리 꺼내놓은 검으로 꾸비아의 혀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잘리지 않은 꾸비아의 혀 부분을 손으로 잡아채었다.

    끄르르르!!

    꾸비아는 비명을 지르며 혀를 회수했다. 던선생의 몸은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꾸비아 쪽으로 딸려갔고, 던선생은 혀가 회수됨과 동시에 그대로 꾸비아의 정수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꾸락!

    단발마와 함께 꾸비아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 화려하고 깔끔한 장면에 당연하게도 날아드는 도네이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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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ㅗㅜㅑ, 솔로 플레이로 이렇게 깔-끔할 수 있다고?]

    ‘불편충’님이 ‘10,000원’을 후원!

    [편-안]

    ‘홀리스윗’님이 ‘10,000원’을 후원!

    [오, 이건 좀 ㅇㅈ이자너. 근데 저 동작은;; 아무나 하진 못하겠네.]

    ‘이 정도면...’

    그건 던선생이 꽤 여러 번 준비한 방법이었다. 그만큼 잘할 자신도 있었고, 실제로 군더더기 없이 잘 해내었다.

    그런데 자신을 칭찬하는 도네이션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던선생의 얼굴이 갑자기 찌푸려졌다. 칭찬일색인 도네이션에 눈에 뛰는 어그로성 도네이션이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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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몰라요?’님이 ‘50,000원’을 후원!

    [잘하시는데...그렇게 계속하시면 위험할 텐데...]

    빠직-

    -ㅋㅋㅋㅋㅋㅋㅋ 『훈-수』

    -ㅋㅋㅋㅋㅋㅋㅋ까지 완-벽

    -심지어 도네도 많이 쐈엌ㅋㅋㅋㅋㅋㅋ

    -던쌤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될 것인가...

    -자낳괴 판별기ㅋㅋㅋㅋㅋㅋㅋ

    던선생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던선생은 자신을 약올리는 듯한 그 닉네임을 꼬집어 불렀다.

    “아니요. 저분이 쏘시는 도네 모두 반납하고 인증하겠습니다. 그것도 몰라요님? 시청자 분들 잘 보이시게 계속 도네이션으로 말 남겨주세요.”

    -던쌤 빡침 풀스택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건 무조건 큐-하다.

    -랜선 일기토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 훈수충보다 더 빡쳤네ㅋㅋㅋㅋ이번엔 빤쓰 벗고 D급 각 ㅇㅈ?

    -쌉인정ㅋㅋㅋㅋㅋ

    던선생은 화가 오를 대로 올라있었다. 사실 본래의 던선생 성격이라면 가볍게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타이밍이 조금 안 좋았던 것.

    훈수충 때문에 한 달간 안하던 스쿼드 플레이도 해가며 마련한 자리였는데 거기서도 선보인 공략방법에 훈수를 받으니 아무리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던 던선생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닉네임이 없었다면 걱정이라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몰라요?’라는 닉네임이 어떻게 보더라도 훈수를 노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

    “제가 어떻게 했으면 됩니까? 한 수 가르쳐 주시죠.”

    -아무고토 못하죠?

    -이건 우선 티어까는 게 국룰이다.

    -흔한 BJ와 훈수충의 일기토,avi

    -티어 ㄱ

    ***

    "닉네임은 못 바꾸는 건가..."

    그것도 몰라요.

    그건 강서의 닉네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린이 최근에 만든 부계정의 임시 닉네임이었다.

    하린이 닉네임을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예전에 블랙리스트를 걸어버린 한 <훈수충>의 마지막 발언을 적어 넣은 것.

    그것이 의도치 않게 강서와 던선생 간의 해프닝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강서입장에서 그냥 지나가기도 뭐한 것이었다.

    던선생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방식을 맹신하는 모양이었지만, 강서의 눈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

    게다가 혼자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걸 팁이라고 방송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어쩌면 여러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흠...”

    잠시 고민하던 강서는 그래도 말해주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추가로 도네이션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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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그렇게 하시면 위험하세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설명하기가 좀 그런데...]

    “하나만 말씀해주시죠. 제가 이 자리에서 직접 증명해보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하셔서 그런데 티어가 어떻게 되시죠?”

    -번외경기 긴장감 무엇ㅋㅋㅋㅋㅋㅋㅋ

    -네~ 첫 번째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강하게 압박하는 던선생, 훈수충 탈압박을 시도합니다.

    -던쌤 ㄹㅇ 개 빡돌았나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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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지금 보시면 장갑에 독 묻어 있으실 겁니다. 혀를 너무 조금 잘랐어요. 그것부터 어떻게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제가 이걸 실험만 세 번 해봤는데 한번도....!!”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손을 내밀어 보이려던 던선생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세 번의 시도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독이 자신의 장갑에 묻어있던 것.

    ‘아차.’

    던선생은 그제야 지인이 이야기 해줄 때, 방패를 들고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시도해야한다는 충고를 했던 것을 떠올렸다.

    가볍게 여기고 끄덕이며 넘어갔지만, 그것이 던선생의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던선생은 재빨리 장갑을 벗어던졌다. 다행이 내구도가 약한 장갑은 아니라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장갑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으니 아마 더 늦게 알아차렸다면 봉변을 당했을지도 몰랐으리라.

    장갑을 벗어던지는 그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의아해하며 물어왔다.

    -응? 던쌤 진짜야?

    -형 진거야?

    -형 무려 『훈-수』를 당해버렸다고?

    “....저도 알고 있던 거긴 했는데 잠깐 깜빡했네요. 이 방법을 사용하실 때는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사용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혀끝에 독 샘이 다 잘려나가지 않았나보네요.”

    던선생이 나름의 설명을 마치자마자 바로 강서의 도네이션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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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하세요.]

    -ㅋㅋ아니 분명이거 걱정인데 닉 왜 저러냐고ㅋㅋㅋㅋ

    -자꾸 붙여서 보자너.

    -천생 훈수꾼;;

    -얄밉 수준zzzzzz

    하린이 지은 닉네임은 계속해서 강서의 순수한 말에 얄미움을 부여했다.

    던선생은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찜찜하게 얄미운 그 기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닉네임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뭔가 놀리는 듯한 뉘앙스가 계속해서 풍겼기 때문.

    그리고 그가 추가로 보낸 도네이션에서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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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리고 저는 9티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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