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54화 (54/191)
  • 54화. < ep11. 나단 가이스트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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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의 두 번째 히든 던전은 아우헤타이로와는 또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바로 그 독특하고 괴상한 캐릭터성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그도 그럴 것이 본래 사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3티어가 되어 신전과 성흔계약을 맺은 자들이나 사제를 볼 수 있었지. 일반인들은 딱히 사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헌터들도 사제들에 대한 발언은 좀처럼 하지 않았다.

    사제들이 자신들의 정보가 매스컴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

    신전의 도움을 받아 성흔을 사용하는 고티어 헌터들 입장에서 굳이 사제에 대한 정보를 발설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사제에 대한 정보는 3티어 이상의 헌터들이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하며 흘려진 조금의 정보가 다였는데, 그 대부분의 정보는 <신성하다>, <기품있다>, <고매하다> 같은 당연한 정보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런 관념들을 단번에 깨부수는 파격적인 모습을 <나단 가이스트>가 보여준 것이다.

    평소 생각하던 <사제>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판다의 방송에 트프리치tv는 물론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사제에 대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제목: ???: 야 너네도 다 회개해라.

    글쓴이: 싸제

    뒤지기 싫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갓 더 슈-퍼 프리스트 가이스트....

    -뒤지고 싶으면 아니냐;;

    -ㅋㅋㅋㅋㅋㅋ강제 회개 수준ㅋㅋㅋㅋ

    -???: 아, 저는 <사제>입니다. 제가 신도님을 패면 신도님이 입에서 나오는 게 <사죄>고요.

    신을 섬기는 사제가 담배를 피며 근육질에 폭력을 사용한다는 아이러니함은 <나단 가이스트>의 캐릭터 성을 극대화 시켰다.

    나단 가이스트의 모습은 단순한 유머에 그치지 않았다.

    나단 가이스트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미지의 영역이었던 사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물론 조금은 왜곡된 모습이었지만.

    제목: 야 나도 사제 할 수 있냐?

    글쓴이: 헬린이

    사제복 검은색으로 사놨고, 3대 500치는데

    -? 3대가 뭐임?

    -글쓴이: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쿼트

    ㄴ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아 사제한다면서 3대운동이 도대체 왜 나와

    ㄴ글쓴이: 정확히는 550쯤 됨.

    -사제는 3대 700키로는 쳐야 된다. 그 아래는 패션사제임. 십자가도 못 들어.

    ㄴㅋㅋㅋㅋㅋㅋㅋㅋ패션사제 진짴ㅋㅋㅋㅋ

    ㄴ글쓴이: 하긴. 좀 더 하러간다. 요즘 삘 받아서 금방 가능할 듯.

    ㄴㅋㅋㅋㅋ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사제는 스스로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었으니, 그렇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제가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지만,그 운동열풍은 단순히 사제 지망생(?)에게만 머무르지 않았다.

    물리전투계열이 아닌 클래스를 가진 헌터들이 나단 가이스트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며 육체적인 능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이 운동열풍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지만, 강서의 방송이 또 한번 세계의 흐름에 영향을 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쾅!

    강서의 십자가가 내리 찍히는 소리였다. 마인을 직접 가격한 것은 아니었고 진열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기 위한 휘두름이었다.

    십자가는 잠시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히 거대했으니까.

    ‘대략 삼십.’

    강서는 숫자를 가늠하며, 십자가가 반으로 나눈 마인들의 진열의 왼쪽으로 돌진했다.

    그리고는 가장 선두에 있던 마인의 복부를 강하게 타격했다.

    퍼억!

    그리고 주먹을 빠르게 회수함과 동시에 머리를 잡아채어 밀며 그 뒤의 마인들까지 한 번에 쓸어버렸다.

    으그극!

    키악!

    그대로 밀리며 쓰러지는 마인들.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이 일어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강서는 일어나는 마인하나의 발목을 잡아 바닥에 쓰러진 마인들을 향해 내리 찍었다.

    쾅!

    몸과 몸이 부딪혔다기에는 너무도 파괴적인 소리가 나며 마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크학! 칵!

    그 뒤의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일어나는 마인마다 강서의 주먹에 곤죽이 되었다.

    죽이지는 않았으니 학살이라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말 그대로 죽이지만 않은 것.

    삼십에 달하는 마인들이 순식간에 다 바닥에 널부러졌다. 꿈틀꿈틀 대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강서는 마인들을 타격하며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 강서가 기억하는 나단 가이스트의 생과 뭔가 일치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강서는 그 알 수 없음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마인들을 한쪽으로 정리했다.

    그런 강서에게 수혁이 물어왔다.

    “지옥....이라 했었죠?”

    “네.”

    강서의 말에 수혁이 침음성을 흘리며 진실의 서를 꺼내들었다. 이번 <나단 가이스트>던전의 핵심. <지옥>이라는 장소의 존재를 판별하기 위해서였다.

    신전이 나타났으니 지옥이 없으리란 법은 없었지만...아직까지 그에 대해 알려지거나 밝혀진 것은 없었다. 말 그대로 미지의 영역. 수혁은 진실의 서에 문장을 써내려갔다.

    <지옥은 존재한다.>

    짧지만 가장 핵심을 짚는 내용.

    200여명의 영웅들을 생각하면 진실의 서를 막 쓸 수 없기도 했고, 수혁이 보기에 나단 가이스트가 존재했다는 것은 확실할 것이고, 시청자들도 아마 굳이 그걸 의심하지는 않았으리라.

    문장을 쓴 진실의 서는 당연한 듯 흰색 빛무리에 감싸였다.

    ‘지옥...’

    수혁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영역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깨달았다. 까도까도 끝이 없다는 말을 처음으로 절감했다. 룬문자도. 그리고 아직 남은 200여명의 영웅들도, 지옥도....

    ‘더 있겠지.’

    가늠할 수 없는 깊이였다. ‘같은 시대를 산 사람이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혁도 많은 지식가지고 있다 자부했지만, 강서는 그 이상이었다.

    “제1망록시기를 제패하던 가루다가 사라지고 나서도, 제1망록시기라 부르는 시대에 지구에는 두 번의 재앙이 찾아왔습니다.”

    "..."

    “그리고 한 번의 재앙이 더 있을 뻔 했죠.”

    쿵!

    마인들을 한 곳에 쌓은 강서는 그 앞에 그가 휘두르던 거대한 십자가를 꽂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마인들의 몸 위에 손을 올리자 나단 가이스트의 인장이 나타나며 땅이 그 마인들을 삼키었다.

    “그게 바로 지금 보고 계신 지옥의 문이 열리는 사태였습니다.”

    “지옥의 문...”

    강서의 말을 들으며 하린이 중얼거렸다. 그럴리 없었지만, 하린은 그 단어에서 뭔가 익숙함을 느꼈다.

    “오랫동안 한 번도 움직임 없었던 지옥의 문이 반쯤 열려버린 것이죠.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중요한 것은 막아야 했단 것이었죠.”

    “그게 나단 가이스트였던 거고요...?”

    “네, 원래는 지옥 밖에서 막으려 시도했지만...”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시도하다 지구가 마수에게 점령당해 망한 것만 수십 번이었으니까.

    “지옥의 안쪽에서 막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나단 가이스트는 지옥 안으로 들어와서 직접 막게 되었습니다. 이틀. 딱 이틀이었....”

    크왁!

    강서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멀리서 소름끼치는 짐승소리가 들렸기 때문.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는 더 짙은 마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소리는...설마...”

    하린이 중얼거렸다. 소름끼치는 짐승소리와 짙은 마기. 그건 분명 마수였다. 아직 모습이 드러나지는 않았음에도 확신할 수 있었다.

    “마수...”

    수혁 또한 그것이 마수라고 확정지었다.

    강서는 시간을 확인했다.

    [21:14:55]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지옥문을 닫을 때 마수가 등장하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나단 가이스트>의 기억을 떠올려도 그랬다.

    원래는 한시간 정도. 지금 마수가 나타나는 것은 과도하게 빨랐다.

    크락!

    마수(魔獸)의 모습이 드러났다. 늑대의 형상을 가지고 흑빛 몸체에 몸 길이만한 꼬리를 가진 마수는 빠르게 강서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그건 하린도 수혁도 모르는 마수였다. 처음 보는 마수. 그럼에도 그 마수의 특성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경이로울 정도의 속도.

    마인도 빨랐지만, 나타난 마수의 속도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에 강서의 지척까지 오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이 정말 <순간>이었다.

    강서는 마수가 다가오며 짙어지는 마기에 정신이 조금씩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마리주아나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었다.

    강서가 마리주아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을 때에는 마수가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후우-

    콰직.

    “아저씨!”

    달려온 마수가 강서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며 날아들자 하린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어?"

    강서의 모습이 나오던 화면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

    "걱정하겠네."

    강서가 마수에게 물리며 망가진 스마트 워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달려든 마수는 <나단 가이스트?의 오른쪽 팔목을 물고 있었다.

    조금은 웃긴 모양새였다.

    꼬리를 제외 하더라도 4M는 되는 거대한 크기의 늑대모양 마수가 키가 2M 될까말까한 사람의 팔을 물고 낑낑거리고 있었으니까.

    마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수의 경험에도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 당기려고도 해보고 밀리려고도 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수는 4층인 축생옥에서 지옥문이 열림을 감지하고 가장 먼저 올라온 것이었다.

    마수의 눈에는 <나단 가이스트>나, 자기보다 위 층계에 사는 마인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이쪽의 인간이 조금 더 굵직하게 생겼으나 그뿐, 보잘 것 없는 같은 계통으로 보고 달려들었다.

    지옥문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방해물을 치워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 부분이 정확히 마수의 잘못이었다. 차라리 피해갔어야 했다.

    중급이나 상급 마수라면 모를까. <나단 가이스트>는 4층에서 올라온 하급마수 따위한테 당할만큼 나약한 신체를 가지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아무리 ‘마리주아나’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이렇게 지옥문 앞에 버티고 서있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지옥문에 발을 내딛고 한숨을 들이쉬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두 번째 숨을 들이쉬는 순간 마인이 되어버렸을 테니까.

    마수는 몸이 움직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물고 있던 팔목을 놓고 뒤로 한 번 물러나려 했다. 강서가 마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몸짓이었다.

    그런데-

    크륵...?

    마수가 입을 벌렸음에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강서가 마수의 이빨을 붙잡고 있었던 것.

    “아."

    마수를 내리찍기 위해 왼손 주먹을 들어 올리다가 강서가 탄성을 뱉었다.

    나단 가이스트의 생 중에서 이런 식으로 하급마수 한 마리와 대치했던 회차가 있었음을 떠올린 것.

    강서가 기억하기로 그 회차에서 나단 가이스트는 분명 수십 마리의 하급마수와 대치하다가 결국 수행과제를 클리어 하지 못하고 죽었었다.

    3층에 있어야 할 한 마리 중급마수까지도 올라와 버렸으니.

    콰악!!

    강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들어 올린 왼손 주먹을 그대로 마수의 주둥이 위로 내리 찍어 버렸다.

    끄륵!

    마수가 눈에서 실핏줄을 터트리며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강서가 주먹으로 내리 찍고 있는 상태, 그 소리는 입안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랬던 거였구나.”

    강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마지막 회차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유흔결계가 이번에 강서를 빙의 시킨 <나단 가이스트>의 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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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회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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