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51화 (51/191)

51화. < ep11. 나단 가이스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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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혁은 의자에 앉은 채 강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래는 찾아가려 했으나 강서가 자신도 할 말이 있다며 자신이 오겠다고 그를 말렸다.

강서가 행한 에너지 볼트는 마법계, 그리고 전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마법에 있어서는 어디가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수혁 조차도 그 규격 외의 에너지볼트를 보며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으니 강서가 행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알만했다.

‘4중...’

에너지볼트 구체안에 있는 룬문자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해서는 수혁정도만 알 수 있었지만, 강서가 보인 그 마법이 에너지볼트 4개가 중첩된 마법이라는 것은 누구든 알 수 있었다.

‘어느정도 이해한 줄 알았는데...’

수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5년이면 다른 문자들도 모두 섭렵하고 마법의 극에 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웃기는 소리였다. 수혁은 아직 강서가 알려준 에너지볼트의 룬문자 하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강서가 행한 것과 차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수혁은 로브를 걷어 왼쪽 팔뚝에 새겨져 있는 신전의 인장을 보았다. 여전히 지저분해 보일 정도로 복잡한 마법진으로 덮여있는 그것을 보며, 수혁은 조용히 중얼 거렸다.

“쿼드 캐스팅....이라고 불러야하나.”

네 개의 마법을 동시에 시전하는 기술을 칭하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더블 캐스팅조차도 안정감 있게 사용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마법학계에서 논란이 많았다.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굉장히 불안정했기 때문.

최근에 와서야 강서를 통해 룬문자를 공부한 수혁만이 더블캐스팅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정도였으니, 동시캐스팅은 사실상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더블캐스팅이라는 말에서 따와서 쿼드라고 말하긴 했지만, 말이 쿼드캐스팅이지 그만큼 강서가 보여준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제목: 더블캐스팅이 가능하다고? 야 더블캐스팅이 되겠냐?

글쓴이: BJ도마대사

‘그거가지고’ 되겠냐고;; 쿼-드 정도는 해줘야지 어딜 더블캐스팅 따위로 비벼 적어도 트리플따리는 해가지고 가져오셈;;

-대마도사:....네? 뭐라고요?

-아무도 못쓰는데 트리플따리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이게 바로 선진문명이자너

ㄴㄹㅇ아무래도 미래에는 판다가 득세하는 듯 하다.

ㄴ판-다

-그게 마법이냐;;

-진짜 조지게 강력하던데...아그다드 때는 성흔일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닌 듯 그냥 격이 다른 거임

ㄴ갓-판다

시청자들은 본래 강서가 마법을 못쓰는 것으로 단정지어 생각하고 있었다. ‘오툰의 숲’에서 굳이 하린에게 링크방법을 알려주고 마법을 쓰도록 시켰기 때문. 마법은 쓰지 못하나 어떠한 연유로 마법지식이 해박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강서가 금제를 지키기 위해 그랬던 것. 강서는 지구에 존재하는 그 누구보다 마법을 잘 구사할 수 있었다.

그 증명이 된 것이 바로 렙틸리스의 바다 레이드였다. 통상적으로 더블캐스팅을 온전하게 시행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니 강서가 보여준 쿼드캐스팅의 여파는 대단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마법의 대상이 심지어 ‘마법면역’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렙틸리스였으니, 그 임팩트가 더욱 극대화 된 것.

제목: 으음....내가 뭘 본거냐....

글쓴이: 안본눈삽니다

Is he 휴먼?

-No, He is panda

-더블캐스팅도 못 해쳐먹는데 쿼드면....지금 양손양발로 젓가락질을 하는 거랑 똑같은 거 아냐.

ㄴ비유를 해도 ㅆ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ㅋ

-...판다아재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ㄴ오피셜 떴음.

ㄴ무슨 오피셜???

ㄴ??

강서에 대한 집중도와 관심이 점점 증가하다보니 그에 당연한 수순으로 강서에 대한 추측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강서가 수혁에게 부탁한 대로 강서에 대해 프라이버시한 자세한 내용들이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문서가 작성되기도 했다.

-판다 오피셜이다.

ㄴ판다[고유명사]: 그 어떤 무기로도 어느 것이든 패는 유일무이한 존재. 주로 하린방송에서 볼 수 있으며 그에게 쳐 맞는 대상은 대부분 식재료가 된다. 간혹 잔인한 성정을 보이나(판다/모르모르 문서 참조.) 주로 무미건조한 태도를 보임.

-글쓴이: ㅋㅋㅋㅋ이거 어떤 x끼냨ㅋㅋㅋㅋㅋ

ㄴ? 팩트만 적혀 있는데 왜;;

ㄴ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랔ㅋㅋ이거 너무위키 올라와있음ㅋㅋㅋㅋㅋ

ㅋhttps://neomu.wiki/vv/dderinde.ddo.dderim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대부분이 유머를 노린 터무니없는 문서들로 작성되었지만, 이 문서를 통해 정보가 서로 공유되며 판다의 정체에 대한 추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정확한 정보라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갓직히 다 맞는 말이자너 ㄹㅇㅋㅋㅋㅋ

-3.1 서식지: 마탑의 철통같은 보안으로 알 수 없으나, 출몰 빈도를 보면 던전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됨.

ㄴ이건 또ㅋㅋㅋ서식지는 ㅅㅂㅋㅋㅋㅋㅋㅋ

-오피셜 ㅇㅈㅋㅋㅋㅋㅋ

사실 다른 길드들도 판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이모저모 시도를 했지만 그런 시도에 뚫릴 정도였으면 마탑이라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수혁이 전담반을 만들 정도로 신경을 썼으니 개인적인 정보가 나갈 일은 없었다.

게다가... 다 떠나서 후원을 하고 있는 수혁조차도 강서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없었으니. 강서의 모든 것이 밝혀지는 것은 아직 까지는 요원한 일이었다.

똑똑-

“들어가겠습니다.”

노크소리가 들리며 수혁의 방문이 열렸다. 문을 연 것은 당연하게도 강서였다.

"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가야하는데 말이죠.”

"괜찮습니다. 저도 부탁할 게 있는데 제가 와야죠.”

"하하, 다음엔 찾아가겠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음료는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저는 차종류로 아무거나 부탁해요.”

안내인은 바로 차 한잔과 커피 한 잔을 내어왔다. 수혁은 강서를 자리로 안내했다. 둘 다 먼저 말을 꺼내는 타입은 아닌지라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수혁이었다.

“....또 엄청난 일을 하셨더군요.”

“그런 가요.”

후르릅-

수혁의 말에 강서가 무미건조한 말투로 대답을 하고 차를 홀짝였다.

“쿼드캐스팅이라니...룬문자를 보고도 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번에 보면서 그 문자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게 되었지만...”

“정말 엄청나더군요.”

강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서가 노린 것이 정확히 그 부분이었다.

강서가 <하프 룬>마법을 이용해서 렙틸리스를 잡은 가장 큰 이유는 확실히 룬마법이 가장 금제에 부담이 적게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강서가 그 에너지볼트를 사용하기 위해 직접 사용한 마력은 결국 하린의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활성화 하는 데에 사용한 마력뿐이었으니까.

물론 제어력이나 다른 기술적인 부분을 사용하며 금제에 부담이 간 것은 맞았지만 그래도 가장 적은 부담이었다.

[<금제:8위의 약속>의 1차 금제선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허용치를 다시 넘을 경우 금제가 일부 해제될 수 있습니다.]

그런 문장이 떴으니 아마 힘을 직접 사용하는 오도아게르의 공간절삭을 다시 사용했다면 1차 금제선이 거기서 깨져 버렸으리라. 그리고 강서가 룬마법을 사용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혁으로 하여금 룬마법을 직접 보게 해서 감을 잡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

끄덕이던 강서는 수혁쪽으로 시선을 고정하더니 가볍게 운을 띄웠다.

“알려드린 문자에 대해 공부하시며 배운 걸 적당히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하시는 대로 정리해서요.”

“그건...”

수혁은 강서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혁도 강서가 별로 정보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방송에서 매번 독점한다면 엄청난 가치가 될 만한 정보들을 이리저리 흘려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흘리는 것과, 정리해서 공유를 하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정보를 흘리는 것은 등가교환은 아니어도 결과적으로 판다라는 이름의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흘리는 것이라 다른 데서 사용하려 해도 정보에 대한 연구나 추가 파악이 있어야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리해서 공유를 하라는 것은 밥을 만들어서 떠 먹여주라는 소리. 강서가 아무리 욕심이 없더라도 그건 수혁이 보기에 과한 일이었다.

“다는 아니어도 좋습니다. 탑주님이 생각하시는 적당한 선에서.”

이미 강서는 마법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수혁에게 오기 전 승아에게도 괴수나 여러 다른 기타 정보들에 대해서도 공유를 말해놓은 상태. 승아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끄덕였다. 몬스터병 건 이후로 승아는 강서에게 무조건 협조모드였으니까.

“...왜 굳이 그렇게까지...”

수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강서는 악인이 아닌 것은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이정도로 헌신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가치가 너무 거대해서 약간의 호의가 다른 사람의 헌신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되었을 뿐.

수혁이 보기에, 이건 이해을 떠나서 지금까지 보여 온 모습과 온도차가 있었다.

후르릅-

강서는 말을 끌며 차를 한 번 더 홀짝였다.

사실 누가 보더라도 의아해 할 만한 일이었다.

방송을 하며 정보를 흘리는 것 까지는 어떻게 그렇다 치더라도 정보가 가장 중요한 헌터세계에서, 정리해서 공유하라는 것은 명확히 ‘히어로’를 자칭하는 사람들이나 할법한 행위였으니까.

소소하게 산다는 강서가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수혁이 그동안 보아온 것을 생각했을 때 강서의 머릿속에 공유를 하든 정리를 하든 그런 것들은 아무 상관이 없어야 했다.

하지만 수혁은 몰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강서가 수혁에게 그런 부탁을 한 이유가 <소소한 삶>을 위해서라는 것을.

강서는 방송을 하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본생으로 돌아와서 유일하게 즐기고 있는 일이 바로 방송이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221명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굳이 지금의 생활이 바뀌지 않았으면 했다. 던전방송도 하고 유흔결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딱 소소하고(?) 좋았기 때문.

하지만 강서가 <라오>를 보며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이 우러르는 그 <하프라인>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그렇게 강력한 벽이 아니라는 것을.

두르고 있던 마수의 기운을 보아 라오가 하프라인 밖에서 온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만약 하프라인 내부에 마수가 있었다면 인류가 이렇게 조용히,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라오가 아무리 차원을 다루는 특별한 힘을 가진 고대종이라고 하더라도 새끼인 이상 격의 차이를 넘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하프라인>을 넘어올 수 있었다는 것은 하프라인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막아주는 벽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강서가 아닌 이상에야 알 리가 없었지만, 신격을 얻지도 못한 새끼 라이오르가 넘어올 수준의 벽이라면 언제 상급 마수가 넘어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상급마수가 넘어온다면 당연히, 지금수준의 인류는 순식간에 파멸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이 좋거든요”

수혁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강서는 지금이 좋았다.

사명감을 가지고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좋았던 것이다.

지금처럼 그저 소소하게.

가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던전을 가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더 이상 시스템이 정한 역할과 수행과제처럼 해야만 하는 일에 속박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영겁의 시간동안 몸에 익어온 것이 있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상급마수라도 나타난다면 자신도 모르게 나설지도 몰랐다.

‘아니...아마 분명 그렇겠지.’

그건 강서밖에 해결을 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마수가 하프라인을 넘어올 경우 스스로 대항할 수 있도록,

인류는 성장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강서가 정보를 공유하기로 결정한 것이고 말이다.

턱-

차를 다 마신 강서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수혁은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를 아직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강서를 믿기로 했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에 응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일단 알겠습니다. 저야 받는 입장이니.”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중계 좀 한 번 더 부탁해요.”

“중계요..? 그럼 또 저번처럼...”

강서의 말에 수혁이 고개를 들며 강서를 바라보았다. 수혁이 중계를 한다는 것은 강서가 유흔결계에 들어간다는 말이었으니까.

“네. 라오 뿔도 잘 해결이 되어서...슬슬.”

“이번에도 비석에 있는...”

“나단이라는 이름입니다.”

“나단이라...나단 가이스트. 성직자이름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수혁의 말에 강서가 수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이 좋으시네요. 나단 가이스트는 성직자가 맞습니다.”

“오, 그런가요? 하하, 어쩐지 약간 자비롭고 성스럽고 한 느낌이...”

"...."

수혁이 놀라며 너스레를 떨자 강서가 이번에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읊조렸다.

그건 좀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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