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50화 (50/191)
  • 50화. < ep.10 소소한 간식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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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는 신선대를 잡고 있는 하린의 몸을 안아들고 모래사장 뒤쪽으로 세게 던졌다.

    "...!"

    하린의 몸은 그대로 하늘을 날아 모래사장에 처박힐 것 같이 떨어졌다. 하지만 강서가 아무 생각도 없이 던지지는 않았을 노릇. 당연히 그럴 일이 없으니 그렇게 던진 것이었다.

    통통-

    [<진법:방호의 술>이 충격을 흡수합니다.]

    하린이 들고 있는 신선대의 양 끝에서 희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동그란 구체를 형성하며 하린을 감쌌다. 그 구체는 바닥에 가볍게 두 번 튀기고 나서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하린에게 신선대를 넘겼으니 강서에게 남은 무기는 ‘오툰의 몽둥이’뿐.

    강서는 아공간 페이퍼를 꺼내들었다.

    기이잉!

    강서가 아공간 페이퍼에서 오툰의 몽둥이를 꺼내기도 전에 하린을 괴롭혔던 그 날카로운 물줄기가 강서에게도 짓쳐들었다.

    쾅!

    모래바닥을 두드리는 굉음이 던전 가득 크게 울려 퍼졌다.

    쾅쾅!

    계속해서 끊임없이.

    수십 번을 이어지던 그 파괴적인 소리들이 일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뾰족하게 날 서 있던 물줄기들이 힘을 잃고 스러졌다.

    렙틸리스가 더 이상 물줄기에 힘을 불어넣지 않았던 것. 푸른 기운이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따로 찾을 것도 없었다. 강서가 물줄기를 이용한 모든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었기 때문.

    보기에는 오히려 강서가 피한 것이 아니라, 물줄기들이 강서를 피해서 쏘아진 것 같을 정도였다.

    강서는 물줄기의 한계궤적을 읽고 정말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구사했으니까.

    ‘대충 반 정도...’

    강서는 물줄기의 속도와 구사하는 능력을 보고 렙틸리스의 공격능력을 가늠했다. 강서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이 던전 안의 렙틸리스는 강서가 실제로 경험한 렙틸리스의 반 정도의 힘을 구사하고 있었다.

    반 정도라고는 하지만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 강력함은 이미 하린이 앞서 증명한 것.

    마법을 구사하는 하린은 그저 평범한 마법사클래스 9티어 헌터에 불과했지만 트라우마를 이기고 검을 들게 된 하린은 달랐다.

    물론 몬스터를 잡는 능력과 검을 다루는 능력이 정확히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린이 검에 비범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

    아직 정식으로 헌터협회에서 자격증을 갱신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찾아가는 날이 하린의 자격증에 쓰여진 숫자가 반으로 줄어드는 날이 될 것이었다.

    쿠웅!

    렙틸리스가 그 거만한 거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쿵 발소리를 내며 물 밖으로 나아온 렙틸리스는 다시 한 번 양발을 지면에 구르려 했다. 하지만-

    꾸어?

    렙틸리스가 채 발을 구르기도 전에 강서의 몸이 날듯이 뛰어올라 렙틸리스의 등에 안착했다.

    렙틸리스의 등에서 강서가 한 행위는 바위에서 깨어난 렙틸리스에게 한 것과 똑같았다. 오툰의 몽둥이를 이용해 렙틸리스의 등딱지를 가격하기 시작한 것.

    퍼억!

    예의 살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렙틸리스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해룡주를 물고 나타난 렙틸리스의 등딱지는 이전보다 훨씬 내구도가 강했다. 본래 가지고 있던 흑빛의 광을 되찾은 그 등딱지는 어느 것이라도 가뿐히 막아낼 것 같은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렙틸리스는 이런 식으로 한 두명이서 레이드를 시도할만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실제 아단대륙에서 렙틸리스를 마법실험체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렙틸리스가 물리방어에 강력하지만 상대적으로 마법저항력이 약했기 때문.

    마법실험을 겪으며 항마괴수가 된 렙틸리스는 공격에는 특출나지 않을지 몰라도, 아단대륙에서 손꼽는 물리 방어력을 가지고 있고 항마괴수임으로 당연히 마법면역이라 불리는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해룡주까지 물고 있는 상태.

    가히 무적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푸슥!

    강서의 오툰의 몽둥이가 다시 한 번 부러질 듯 소리를 내었다. 이제는 거의 반이 갈라져있었고 때릴 때 마다 나무 부스러기가 튀어 올랐다.

    '흠...'

    잠시 몽둥이질을 멈추며 생각하던 강서는 오툰의 몽둥이를 아공간 페이퍼에 다시 집어넣었다.

    몽둥이를 집어넣는 것을 본 하린의 눈이 크게 떠지고 입은 벌려졌다.

    강서가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보았기 때문. 하지만 하린이 보기에 지금 상황은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린 자신은 렙틸리스의 신체에 닿지도 못했고, 강서는 몽둥이로 타격을 포기했다.

    신선대는 자신에게 있었고, 하린이 알기로 강서에게 다른 무기는 없었다. 가히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 만한 상황이었다. 아마 하린이나 강서가 아니라, 의지로 똘똘 뭉친 의지부자가 오더라도 포기할 만한 상황이리라.

    하린은 강서의 판단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옳았다고 생각하며 끄덕이고는 왼손의 손등에 오른손을 가져다 대었다.

    ‘렙틸리스의 바다’는 퀘스트형 던전.

    당연히 하린의 왼쪽 손등에는 약간의 마나만으로 발동할 수 있는 귀환마법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나마 퀘스트형 던전이라서 다치지 않고 귀환할 수 있는 것이라 위안하며 하린이 귀환마법진을 발동시키려할 때-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마법진”

    너무 자연스럽고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강서는 하린의 포켓에서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가져갔다. 게다가 한 장만 가져간 것이 아니라 몇 장을 뽑아간 것을 보면 분명 그것으로 하려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강서는 한 번도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하린도 처음에는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지금은 그저 마법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메모라이즈 페이퍼도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뿐.

    하린이 고개를 들어 강서를 쳐다보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하린이 떠올린 메모라이즈 페이퍼가 강서의 손에 들려있었다. 강서는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거리가 있어 무슨 말이 있는 지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하린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있었다.

    하린은 스마트 워치를 조작해 강서의 스마트워치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가 자신에게도 들리도록 설정했다.

    “....그래서 항마괴수들을 처치하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이 렙틸리스 같은 경우에는 방어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강서는 시청자들에게 항마괴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파이베브스 시절. 항마괴수들이 모조리 지하 감옥에서 뛰쳐나오는 엄청난 사태가 벌어지고 아단대륙은 한동안 난리가 났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마법대륙이었던 그 세계에 무려 ‘마법 면역’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존재들이 출현한 것이었다.

    마법을 쓰지 않고 그 괴수들을 잡아낸다는 것은 대장장이보고 불을 쓰지 말고 검을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항마괴수, 특히 그 중에서도 항마괴수가 되기 전 ‘마우레니아의 레어’인 <용궁>의 사방을 지키던 4명의 가디언은 강력한 만큼 더 많은 실험이 가해졌고, 더 강한 마법저항력을 얻게 되었으니까.

    그들의 마법저항력은 가히 ‘마법 면역’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강서가 굳이 렙틸리스의 등에 타서 그 등딱지를 두드려 본 것은 렙틸리스의 내구도를 직접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꾸어어

    렙틸리스가 강서를 몸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몸을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강서는 굳이 거기서 버티지 않고 렙틸리스가 흔드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모래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강서는 미리 챙겨두었던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꺼내들었다.

    사실 강서는 이 던전에 들어올 때부터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다.

    렙틸리스는 정말 만만한 항마괴수가 아니었으니까. 금제 안에서의 힘만 사용해서 렙틸리스를 잡으려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어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래서 던전에 들어오기 전 수혁에게 이번 던전은 보면 좋을 거라고 귀띔도 해놓았다. 하프 룬의 실제 사용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강서 말고는 불가능 할지도 몰랐고 말이다.

    꾸어어어!

    렙틸리스가 모래사장에 가만히 서있는 강서를 보며 고개를 처 들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 채 입을 벌리자 그 안에 푸른색 기운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건 렙틸리스가 구사하던 가장 강력한 공격.

    해룡옥의 기운을 뭉쳐 직선으로 쏘아내는 해룡포였다.

    용의 브레스를 연상시키는 그 공격은 물론 브레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데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개 가디언이 구사했다고 하기에는 과도하게 강력한 것이었다.

    “렙틸리스는 심지어 물리방어력까지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정말 웬만한 공격으로는 잡을 수 없는 항마괴수였죠.”

    강서는 마나를 불어넣어 하린에게서 가져온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활성화 시켰다.

    [주의! <금제:8위의 약속>이 허용하는 힘을 초과합니다.]

    <금제:8위의 약속>은 마나의 순환 자체를 제약했다. 강서는 그것을 무시하고 마나을 활성화시킨 것.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강서가 굳이 렙틸리스의 등에 올라 타가며 내구도를 측정한 이유도, 하린에게서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가져온 이유도 결국 최소한의 힘을 사용해 렙틸리스를 잡기 위해서였으니까.

    여러모로 생각했을 때 이것이 최선이었다. 금제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선 말이다.

    그렇게 체크한 내구도를 통해 강서가 내린 결론은-

    ‘4장.’

    강서는 손에 쥔 4장의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동시에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강서의 눈앞에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도록 빛이 나는 새하얀 구체가 하나 나타났다.

    마치 벌건 대낮의 태양을 떠올리게 하는 그 구체는 하나로 보였지만 그건 평범한 하나가 아니었다.

    4개의 에너지볼트 구체가 한 번에 겹쳐져서 나타난 것. 물론 시청자들이 겉으로 본다고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원래 에너지볼트 보다 더 밝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을 뿐.

    강서는 그 구체에 오른손을 가져다 대어 링크를 시도했다.

    그리고 동시에-

    [‘에너지볼트’와 링크됩니다.]

    [<스킬: 파이베브스의 룬(하프)>이 싱크로율에 의해 강제로 실현됩니다.]

    [주의! <금제:8위의 약속>이 허용하는 힘을 초과합니다.]

    에너지볼트 내부에 엄청난 마력의 흐름이 생겨났다. 가히 마력의 폭풍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존재감이 강서의 에너지 볼트안에서 느껴졌다.

    한참을 떨어져있는 하린도 그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에너지볼트는 점차 층을 형성하여 4개의 층으로 나누어지고 심층으로 갈수록 더 강한 빛을 띠는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층의 가장 안쪽, 마력의 폭풍 안에는 수혁도 익히 알고 있는 하나의 문자가 희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빠른 마력의 흐름이 잔상을 남기며 마력이동의 궤적을 표시한 것.

    그것은 강서가 수혁에게 알려준 문자와 동일한 모양이었다.

    꾸으...

    심상치 않음을 느낀 렙틸리스는 다급히 고개를 내려 모았던 해룡포를 강서에게 쏘아내었다.

    짙은 바다빛의 물줄기 비슷한 것이 강서에게로 쏟아졌다. 모양은 비슷했지만 그 이전까지의 물줄기와는 달랐다.

    그 이전에는 그저 바다를 마력으로 붙잡아 둔 것에 불과했지만 해룡포는 해룡옥을 쥐어짜서 그 기운을 농축한 것. 그건 물이 아니라 위협적인 해룡옥의 기운 그 자체였다.

    파아아아!

    렙틸리스가 단번에 강서를 향해 해룡포를 쏘아내었다. 방해하는 것은 모조리 뚫어버릴 것 같이 쏘아내진 해룡포를 보며.

    강서는 더없이 여유롭게, 새하얀 구체를 내밀었다.

    [주의! <금제:8위의 약속>이 <스킬:파이베브스의 룬(하프)>의 위력을 대폭 감소시킵니다.]

    [이 데이터는 시스템 데이터에 표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에너지볼트-

    그 중얼거림과 함께 새하얀 구체가 쏘아졌다.

    쏘아진 에너지볼트는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었다.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오히려 쏘아지기 이전의 기대감이 허탈할 정도로 평범한 에너지볼트와 같았다.

    하지만 그 에너지 볼트가 조용한 이유는 <아무런 힘이 담겨있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집어삼켰기 때문.

    강서의 에너지볼트는 당연하다는 듯 쏘아내지는 해룡포를 모두 집어삼키고, 렙틸리스의 몸체에 닿았다.

    렙틸리스의 몸체에 닿은 에너지 볼트는 마력의 폭풍을 터트렸다. 수천갈래의 응축된 마력덩어리들이 구체에서 퍼져나가며 엄청난 속도로 렙틸리스의 몸을 휘돌다가 일순간 다시 응축하더니-

    파앗.

    희미한 소리와 함께 렙틸리스의 몸 절반이 자리하던 공간자체를 소멸시켜버렸다.

    마력이 난산하던 공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렙틸리스의 몸은 하체만을 남긴 채 둥그렇게 절반이 잘려나가 있었다. [<에너지볼트:폭사>가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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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렙틸리스는 확실히 마법면역이라 부를 만한 뛰어난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강력한 마법을 만들었죠.”

    ...강서의 말대로 렙틸리스는 분명 마법 면역이었다.

    파이베브스의 룬마법이 격이 달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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