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48화 (48/191)
  • 48화. < ep10. 소소한 간식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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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쿵쿵쿵!

    렙틸리스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하린은 생각했다. 아마 이곳이 던전의 모래사장이 아니었으면 지진이 났다며 사람들이 건물에서 뛰어나왔으리라. 어쩌면 진짜 몇몇 건물은 렙틸리스의 발구름만으로도 무너졌을지 모른다.

    육중한 크기의 렙틸리스는 보기와 다르게 정말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다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퍼억!

    강서는 여전히 오툰의 몽둥이로 렙틸리스의 등딱지를 가격하고 있었다. 몽둥이 끝은 한 점 흔들림 없이 같은 곳을 가격하고 있었다.

    ‘애써프레스’님이 ‘10,000원’을 후원!

    [때린 데 또 때리는 건 아니지;;]

    -때또때 빌런;;

    -어우, 내가 다 아프자너;;

    꾸엉!

    렙틸리스의 구슬픈 비명소리가 던전 내에 울려 퍼지며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열심히 렙틸리스를 가격하던 강서가 갑자기 몽둥이질을 멈추었다. 안정감 있는 타격을 위해 반 무릎 자세를 하고 있던 강서가 몸을 일으켰다.

    “어? 아저씨 갑자기 왜...”

    “내리죠.”

    “네? 내린다고요? 바다 거의 다 왔는데 이거 잡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가로젓고 제자리에서 가볍게 점프했다. 하린이 말릴 새도 없었다. 그건 정말 순식간이었으니까.

    “어 잠깐만!”

    “카오!”

    강서가 내리고 라오도 강서와 똑같이 제자리에서 점프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강서의 어깨에 착지했다.

    “어떻게...저 못....에잇!”

    못 내린다고 항의하려던 하린은 바다가 코앞에 다가온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상 가면 언제 바다에 잠겨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하린이 강서와 똑같이 위로 점프하려 하는 순간-

    푸확!

    렙틸리스의 오른쪽 앞발이 물에 닿으며 렙틸리스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

    제자리에서 점프하려던 하린의 몸이 균형을 잃고 기울었다. 갑작스러운 가속의 반동으로 하체는 렙틸리스가 튀어나가려는 방향으로 그리고 상체는 그 반대방향으로 힘이 작용한 것.

    그 순간적인 가속에 하체는 통제를 잃고 본래 하려던 대로 <제자리에서 뛰는 일>을 그대로 수행했고 균형을 잃은 하린은 공중에서 두어 바퀴를 돌고 바닥에 완벽하게 착지했다.

    철퍽

    ....그건 완벽한 얼굴착지였다.

    “오."

    그 모습을 보며 강서가 탄성아닌 탄성을 뱉었다. 그것이 ‘오, 아프겠다.’의 의미인지, 아니면 ‘오, 화려하다.’의 의미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내가바로 김허세’님이 ‘50,000원’을 후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SSS급 착지헌터]

    ‘킹직히’님이 ‘50,000원’을 후원!

    [무려 ‘아.’가 아니라 ‘오.’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액션 ㅆ혜자

    -최고의 찬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점수는요.

    -예능의 신이 하린에게...

    -캬 이건 킹직히 100점짜리 착지자너~

    "....."

    확실한 건, 그건 하린이 원하던 착지는 아니었다.

    “괜찮아요?”

    땅바닥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는 하린을 보며 강서가 다가가 물었다.

    -???: 그럼요(얼굴을 파묻은 채)

    -???: 당연하죠.(민망함을 애써 감추며)

    -ㅋㅋㅋㅋㅋㅋㅋㅋ마음의 소리 수준;;zzz

    -대신 대답해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

    “푸후우."

    하린은 입속에 들어온 흙들을 뱉어내며 얼굴을 털었다. 여기저기 모래가 묻은 채 엉망진창인 얼굴이었지만 하린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렙틸리스에서 떨어지며 조금 더 악에 받친 듯 렙틸리스가 달려간 방향으로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저거 놓쳐도 되는 거에요?”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린에게 말했다.

    “놓친 게 아닙니다. 놔 준거에요.”

    “....놔 줬다고요?”

    “우선 저거부터 해결하고 말씀드릴게요.”

    "....?"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하린을 보며 강서가 가리킨 곳은 렙틸리스가 튀어나간 바다. 그 곳에서 뭔가 엄청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우그그그!

    그건 엄청난 크기의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 굉장히 묵직했다.

    “마우레니아가 살던 레어를 <용궁>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사방을 담당하는 가디언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디언들이 다스리던 지역을 동서남북의 이름을 따서 서해령, 북천령, 남야령, 동문이라 불렀죠.”

    강서는 들고 있던 오툰의 몽둥이를 든 채로 오툰의 숲에서 에너지볼트를 칠 때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타석에 선 타자처럼 말이다.

    “그 중 렙틸리스는 서해령의 주인이었죠. 당연히 서해령에 사는 몬스터들을 통솔할 수 있었습니다.”

    “저건....”

    하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다를 노려보았다. 파도가 몰아치는 소리는 아니었다. 대신 렙틸리스가 사라진 바다 속에 무언가 엄청난 크기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저 정도 그림자 크기면...

    -이건 무조건 그거 같은데. 페스티아. 괜찮은 거임?

    -우리 킹-갓 판다를 의심하지마라 인간;;

    -그는 판다야.

    렙틸리스가 보낸 건 엄청난 크기의 어형계열 몬스터.

    렙틸리스를 제외하면 렙틸리스의 바다에서 가장 강한 종, 페스티아였다.

    오성길드가 처음 바다 깊숙한 곳에서 <페스티아>를 발견했을 때, 그를 렙틸리스로 오해할 정도로, 엄청난 기세를 가진 어형계열 몬스터였다.

    고래를 닮은 엄청난 크기의 외형에 머리 앞부분이 돌같이 단단하다는 것이 페스티아의 특징이었다.

    페스티아는 렙틸리스의 통솔을 받는 다는 것을 증명하듯 눈에 붉은색을 띤 채 정확히 강서와 하린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하린은 제자리에서 일어나 검집을 잡았지만, 그건 검으로 베어낸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페스티아는 거의 20M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하는 초 대형 몬스터였으니까.

    강서는 미동도 하지 않고 오툰의 몽둥이를 든 채 페스티아의 정면에 서있었다.

    "..."

    하린은 믿고 그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강서가 보여준 가로베기를 열심히 연습은 하고 있었지만, 가로베기 숙련도만 늘 뿐 아직은 그 <격>의 끝자락에도 닫지 못한 상태, 애매하게 끼어든다면 오히려 강서에게 방해가 될 것이었다.

    철썩-

    페스티아의 꼬리가 한번 횡으로 내리쳐지며 페스티아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아니 그건 떠올랐다기 보다 ‘던져졌다.’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그리고 강서의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그 거대한 오툰의 몽둥이가 작아 보일정도로, 페스티아의 몸은 거대했다.

    강서의 몽둥이와 페스티아의 단단한 앞머리가 부딪히는 순간-

    빠악-

    폐스티아의 돌 같은 앞머리에 금이 갔다. 몽둥이로 가격한 곳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실금과 함께 페스티아가 ‘끄억’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런...”

    강서의 몽둥이도 퍼석- 하며 좋지 않은 소리를 내었다. 여러 번의 사용을 겪으며 몽둥이에 쌓인 충격이 역치를 넘은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본래라면 페스티아의 앞머리를 가격함과 동시에 기절 시키려 했으나, 몽둥이에 금이가며 실금을 주는 데에 그친 것.

    쿵!

    페스티아가 꼬리를 움직여 몸을 바로 세우는 소리였다. 강서의 공격에 분노한 듯. 하린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페스티아는 육지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폐호흡을 하는 개체. 여전히 움직일 수 있었다.

    끄엉!

    페스티아는 그 육중한 몸을 들어 강서를 깔아뭉개려 했다. 강서는 아공간 페이퍼를 꺼내 오툰의 몽둥이를 다시 집어넣으며 페스티아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사실 크고 묵직하기는 했지만 피해내기 어려운 속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강서에게는 페스티아의 패턴이 눈에 뻔히 보였다.

    페스티아는 <드루이드 대족장 멜우드>의 생(生) 초창기에 꽤나 많이 타고 다녔던 몬스터였기 때문. 아마 강서가 눈과 귀를 막지 않는 이상 페스티아의 공격에 당할 리는 없으리라.

    쾅!

    페스티아의 몸이 한번 활모양으로 기울어졌다. 바닥을 찍어 눌렀지만, 그곳에 이미 강서는 없었다. 강서는 아공간 페이퍼에서 신선대를 꺼내들며 하린을 향해 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음...? 아저씨 왜 저한테...”

    ‘킹갓왕 김판다’님이 ‘20,000원’을 후원!

    [???: 같이!]

    -ㅋㅋㅋㅋㅋㅋ같이!ㅇㅈㄹㅋㅋㅋ

    -맞아 하린 다시 구를 때 되긴 했자너;;

    -ㅋㅋㅋㅋ이게 동료다;;ㅋㅋㅋ

    -이것이 판다의 『동료애』...

    강서가 하린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우스갯 소리로 채팅을 달았지만, 강서가 같이 힘들자고 달려갈 리가 없었다. 단지 하린에게 필요한 물건 있었을 뿐.

    “하린님. 그 검 좀 빌려주세요.”

    “검이요...? 검은 갑자기 왜”

    “이것 좀 자르려고요.”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신선대를 꺼내보였다.

    강서가 무엇을 하려는 건도 모른 채 하린은 얼떨결에 검을 뽑아 강서에게 주었다.

    검을 받아든 강서는 그대로 신선대의 한쪽 끝을 마치 창처럼 비스듬히 잘라버렸다.

    -엑! 아재 그거 아티팩튼데

    -그거 잘라도 되는 거에요?

    -????????

    -복구 가능한 거임????

    강서가 신선대를 자르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경악했다.

    앞서 강서의 시스템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문장을 보며 신선대가 아티팩트인 것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강서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애초에 소모형 아티팩트나, 분리해서 쓰게 되어있는 아티팩트라면 몰라도, 신선대처럼 고정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는 원래의 모양을 잃는 순간 힘을 잃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

    “글쎄요. 아마 심으면 다시 자라지 않을까요?”

    -?

    -??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몰랐지만 강서는 역시 <신선>의 삶도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강서의 신선대는 자르더라도 심으면 본래의 모습을 복구하였다.

    이번의 경우 애매하게 말한 것은, 신선의 수련을 함께 겪으며 성장하는 일반적인 과정을 거친 신선대가 아니었기 때문. 그래서 강서도 복구될 거란 확신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강서에게 크게 상관이 있는 일은 아니었다.

    강서는 앞부분을 뾰족하게 잘라낸 신선대. 이제는 죽창이 되어버린 그 무기를 가지고 몸을 돌리는 페스티아에게 달려들었다.

    ‘12군데...’

    그리고 페스티아의 몸을 찌르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찌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결코 마구잡이식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서가 생각하는 지점에 생각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찔러내는 것이었다.

    만약 마구잡이로 공격할 것이었다면 신선대를 자를 필요 없이 하린의 검으로 찔렀으리라.

    끄엉!

    쿵쿵

    강서가 자신의 몸을 돌아다니며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에 분노한 페스티아는 다시 바다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다로 들어갔다가 다시 한 번 제대로 달려들 심산이었던 것.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려던 페스티아의 몸이 강서의 마지막 죽창질과 함께 우뚝 섰다.

    미동도 하지 못하고 소리도 내지 못하였다. 마치 얼어버린 듯 멈춰버린 것이다. 그 모습에 하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강서가 찌른 곳 중에 치명적인 곳은 없었기 때문, 게다가 그 거대한 몸집에 죽창을 깊게 찔러 넣은 적도 없었다.

    강서는 아무렇지않게 마지막 죽창을 뽑으며 하린에게 말을 건네었다.

    “페스티아는 죽는 순간 빠르게 부패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티팩트:신선대>가 <고유능력:진법>을 활성화 시킵니다.]

    [<진법:속박의 술>이 완성되었습니다.]

    [속박의 술: 진법을 통해 대상을 속박합니다.]

    “살아있는 상태로 빠르게 조리하는 게 관건이죠. 굽는 쪽이 좋으세요, 끓이는 쪽이 좋으세요?”

    "....?"

    점심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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