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47화 (47/191)

47화. < ep10. 소소한 간식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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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

랩틸리스의 바다가 가진 또 다른 이름이었다. 랩틸리스의 바다가 그러한 이름을 얻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퀘스트형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수행을 위해 레이드가 시도되는 것이 아니라 필드던전처럼 사냥용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

랩틸리스의 바다가 가진 퀘스트는 단순했다. 던전의 이름에 나와있는 <랩틸리스의 처치>였다. 오성길드는 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독점계약을 하고 반년을 노력했다.

주기적으로 헌터들을 통해 던전을 탐사할 뿐 아니라 전문 연구가들을 투입하여 <낚시터용 지도>까지 만들었으니 그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으리라.

하지만 결국 그런 노력 끝에도 오성길드는 랩틸리스를 발견조차 하지 못했다. 갖가지 방법으로 던전을 샅샅이 뒤져 지도까지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랩틸리스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

오성길드가 보기에, 이 던전은 모래와 바다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른 퀘스트형 던전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이상 <랩틸리스의 바다>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오성길드는 수행을 포기 하고 그저 사냥용으로 이 던전을 사용했다.

그런 상황과, 다른 필드형 던전보다 어형계열 몬스터가 있는 바다 던전이라는 특성이 맞물려 ‘랩틸리스의 바다’보다는 <낚시터>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이다.

***

“네...?"

하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건 강서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으로 이동하죠.”

강서가 가리키는 방향은 바다가 없는 모래사장의 방향이었다. 끝없이 펼쳐져있는 광활한 모래사장. 하린이 알기로 그곳엔 정말 <아무 것도>없었다.

풀도 없었고 몬스터도 없었다.

그저 질릴 듯한 밝은 노란색의 모래들만이 펼쳐져있었다.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허탈함이 느껴졌다.

바다에서 어형계열 몬스터를 잡을 것이 아니라면 승아에게 부탁해가며 준비해온 모든 마도공학 도구가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

심지어 하린은 어형계열 몬스터를 보관하기 위해 어항으로 사용할 아공간 페이퍼도 준비해왔다. 살 때 설명을 들은 대로 그 어항에 물을 채워 넣고 있는 데 강서가 그렇게 말한 것.

“그치만 라오는 어형계열 몬스터를....”

캬오-

라오의 먹이를 구해야 한다며 강서에게 항의 해보려 했지만 라오는 이미 강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 응 안 먹어~

-ㅋㅋㅋㅋㅋㅋ응 필요 없어~

강서는 하린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린은 하는 수 없이 하나하나 다시 마도공학도구들을 배낭에 집어넣었다.

-ㅋㅋㅋㅋㅋㅋㅋ뼈그맨 린

-ㅋㅋㅋㅋㅋㅋ주섬주섬

-불쌍on

-처량on

강서가 어형계열 몬스터를 잡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강서가 라오에게 먹이려는 것은 그런 평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만약 그랬으면 굳이 이 ‘랩틸리스의 바다’에 오지 않았으리라.

정황상. 라오는 하프라인 바깥에서 온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몸 주변에 두르고 있던 마수의 기운이 설명되지 않았다. 하프라인 내부에 마수의 기운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마도...당하다가 도망쳐 온 것 같은데.’

마수의 기운에 완전히 덮일만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고대종 <라이오르>의 고유능력을 사용해 도망쳐 온 것 같았다.

라이오르의 고유능력 정도면 하프라인을 넘어온 것도 설명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라오가 지금 그 고유능력을 사용하지 못한 다는 것.

강서는 처음에 그저 안 쓰는 것인 줄 알았지만, 유심히 살펴보다 라오의 뿔이 더 이상 특유의 금빛 기운을 내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금빛의 뿔이긴 했지만 신비한 기운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강서가 다음 유흔결계에 들어가기 전 원기보충 겸 회복 차 간식거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나도 몰라요’님이 ‘10,000원’을 후원!

[근데 여기 진짜 몬스터 없어요 아재. 오성이 그것 때문에 반년을 뻘짓 했는데]

-ㅇㅇㅇ지도도 있음

-이쪽 다 모래에요

여러 채팅들이 올라왔지만 강서는 조용히 이번에도 ‘아공간 페이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눈에 익숙한 무언가를 꺼냈다.

-...? 저거 율죽 아니야?

-색이 좀 다른 것 같은 데.

“이건 신선대라고 합니다. 음...전에 보여드렸던 율죽보다 한 단계 격이 더 높은 물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강서가 꺼내든 것은 ‘드루퍼의 공동묘지’에서 수많은 율죽들을 수거하다가 발견한 신선대(神仙殺)였다. 이전의 율죽들이 악한 사념을 먹고 자란 것이었다면, 신선대는 그 반대.

신선의 정순한 사념들만을 먹고 자란 말 그대로 신선의 대나무였다.

둘의 차이는 색으로 간단히 구분되었다. 율죽은 짙은 검은색이었지만, 신선대는 본래의 일반적인 대나무와 같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닮은살갈’님이 ‘20,000원’을 후원!

[이제 전용무기마저 등판...]

‘별다방’님이 ‘20,000원’을 후원!

[ㅗㅜᅣ ...판다스틱]

-ㅋㅋㅋㅋㅋㅋㅋㅋ판다스틱ㅇㅈㄹㅋㅋㅋ

-ㅋㅋㅋㅋ판다스틱 ㅁㅊ냨ㅋㅋㅋㅋㅋㅋ

-대나무 장관님 입장하십니다.

-전용무기on

-머나무on

강서도 그 드루퍼의 새장에서 나온 사념을 먹고 자란 율죽순이, 어떻게 신선대가 될 수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건 객관적으로 정순하지 못한 사념들이었으니까.

강서는 꺼내든 신선대를 머리위로 올려들었다가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강서의 시스템 데이터에 떠오르는 한 문장.

[<아티팩트: 신선대>가 고유능력 <추적>을 발동합니다.]

그 문장이 떠오름과 동시에 강서의 앞쪽으로 발목까지 오는 초록색 풀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풀들은 계속해서 피어나며 마치 길을 인도하듯 한 방향으로 쭉 피어났다.

금제를 풀지 않는 이상 신선대를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대는 여러 가지 편리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서가 하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가죠.”

***

‘BJ대마도사’님이 ‘10,000원’을 후원!

[업자끼리 상도덕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아브라카다브라!

-ㅋㅋㅋㅋㅋ헌팅에 상도덕이 어딨엌ㅋㅋ

강서와 하린은 풀들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이동했다. 하린은 오성길드에서 제작한 지도와 강서가 만들어 놓은 풀의 길을 대조하면서 강서의 뒤를 따랐다.

“여기가 목적지 맞아요...?”

하린은 강서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풀을 따라 도착한 곳은 오성길드에서 만든 지도에도 나와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

“맞는 것 같네요.”

신선대가 만들어낸 풀길의 끝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게 모래들이 널려있는 공간. 굳이 다른 점을 찾아낸다면 큰 바위가 하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치만 여긴 지도에도 나와 있는 곳인데...”

강서가 자신있게 인도하는 모습에, 하린과 시청자들은 강서가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큰 바위가 하나 있었을 뿐 모래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이런 바위는 이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도 비슷한 크기의 바위가 몇 개 있었다.

무슨 기준으로 풀길이 생겨난 건지 알수 없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와중에 강서의 입이 열렸다.

“렘틸리스도 항마괴수였습니다.”

-갑자기?

“항마괴수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할 수 있는 4마리 중 한 마리였죠.”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큰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움직이면서도 강서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고대룡 마우레니아의 곁을 보좌하던 최상급 가디언은 아니었지만, 랩틸리스는 마우레니아가 있는 ‘레어: 용궁’의 서쪽을 담당하고 있던 땅의 주인이었습니다. 원래는 그리 쉽게 포획될만한 가디언은 아니었지만-”

강서는 갑자기 바위 위에 올라가더니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신선대를 이용해 두드려 보기 시작했다.

따악-!

그런 강서를 보며 라오도 따라 바위 위로 올라가더니 강서가 하는 것과 같이 앞발로 바위를 두드려 보았다.

캬오-

....물론 두드려진다 생각이 들만한 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요?”

하린은 이미 강서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있었다. 실제로 강서의 이야기에는 흡입력이 있었다.

강서가 바위를 두드리는 행위를 보며 아무도 묻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정도로 사람들은 강서의 이야기에 집중해 있었다.

“렙틸리스는 물이 있어야 본신의 힘을 다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물이 없어도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물이 없다면 포획하기 불가능한 상대는 아니었죠. 그래서 마법사들은 용궁의 서해를 통째로 말려버렸습니다.”

따닥!

몇 번을 더 두드려 보던 강서는 하린을 보며 물었다.

“아까 물 담아 놓은 것 있었죠? 이 녀석이 맞는 것 같네요.”

“네? 아 네. 어항으로 쓰려고....”

“이리로 좀 올라오실래요?”

"....."

하린은 품속에서 어항으로 쓰려고 가져온 아공간 페이퍼를 꺼내며 바위위로 올라갔다.

아직 뭔가 한 가지 퍼즐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하린의 머릿속에는 어렴풋한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

물이 있어야 본신의 힘을 다하는 렙틸리스

과도하게 넓은 모래사장.

강서가 요구하는 물을 담은 아공간 페이퍼..

그리고 무엇보다 강서는 바위를 보며 ‘이 녀석’이라고 했다.

“설마...”

하린은 강서가 무엇을 시키려는지 감이 왔다. 아공간페이퍼를 꺼내들며 강서를 쳐다보자 강서는 끄덕였다. 그건 아공간 페이퍼에서 물을 꺼내라는 뜻이었다.

화악-

하린은 아공간 페이퍼에 마나를 불어넣어 어항의 물이 다시 허공에 나오도록 활성화시켰다.

콸콸콸-

아공간 페이퍼에서 물이 쏟아졌다. 쏟아진 물은 그대로 바위 위로 쏟아졌다.

물이 쏟아지자 바위에 익숙한 문자들이 빛을 내며 나타났다. 그건 시청자들도 익히 알고 있는 ‘마법면역’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의 특징이었다.

즉, 강서가 말한 것으로는 항마괴수의 상징.

쿠구궁!

동시에 거대한 소리가 나며 바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바위가 아니었다. 바위라 생각했던 등딱지에서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가 튀어나왔던 것.

틀림없이 바위라 생각했던 그것은 거북이의 형상을 가진 회백색 몬스터가 되었다.

말라버린 서해의 물이 다시 차오르기를 기다리며 스스로 바위가 되었던 ‘용궁 서해령’의 주인.

항마괴수 렙틸리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보스:렙틸리스>가 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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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꾸엉!

예상치못한 갑작스러운 전개에 채팅창은 '?'로 가득찼다. 보스가 출현했다는 문장이 시스템데이터에 나타나자마자 강서가 타격을 시작한 것.

-....?

-...? 어떻게 등딱지를 때리는 데 퍽소리가 날 수가 있는 거지...?

어느새 바꿔 들었는지, 강서의 손에는 신선대가 아니라 오툰의 몽둥이가 들려있었다.

예의 맑은 소리를 내는 강서의 몽둥이질에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등장한 렙틸리스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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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123’님이 ‘50,000원’을 후원!

[<보스:판다>가 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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