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45화 (45/191)

45화. < ep9. 새로운 사건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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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병. 몬스터고기를 잘못 섭취하여 체내에 ‘암탈페리네플루스’가 축적되어 형성되는 병

그건 그 누구나 아는 병이었다.

동시에-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병이었다.

몬스터병에 대한 치료책이 나온 것은 13년 전 신승아가 ‘몬스터병 지연제’를 발명한 것이 전부.

단백질 합성이 저하되고 혈액이 느려지며 면역력 자체가 저하되는 이 끔찍한 병은, 온몸에 시체 썩는 듯한 악취와 녹빛 반점을 동반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마저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몬스터병에 걸린 것을 불쌍해하던 사람들도 악취와 녹색반점이 주는 혐오감에 조금씩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쓰레기장 하나도 집주변에 두기 힘든데,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결국 하나 둘 씩 격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이 개인의 의견에서 국가의 <여론>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태평양에 한 섬으로 격리가 된 뒤, 몬스터 병에 걸린 사람들은 조금씩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뒷전이 되고 있었다.

수혁은 강서로부터 율죽을 어디에 사용할지 처음 들었을 때에 정말 깜짝 놀랐다. 덤덤하게 ‘이거나 하려고요.’라는 식으로 툭 뱉은 말이 ‘몬스터병’을 치료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터트려야 가장 효율적일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판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 수혁은 단번에 그것들이 최상위권 길드들의 언론플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실 길드들이 언론 플레이로 굳이 찔러대지 않아도 언젠가는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다.

사람들은 ‘판다의 정체’에 대해 언제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호기심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이면 언제든지 <불만>으로 변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아하면 판다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더 쌓일 수밖에 없고 말이다.

호기심이 불만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혁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신뢰>였다.

압도적인 신뢰. 판다가 무언가를 했을 때, 그렇게 하는 이유가 이해가지 않더라도 ‘판다가 한 거니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하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신뢰.

수혁은 그 정도의 신뢰도를 완성하기 위해 길드들의 언론 플레이를 그냥 두었다. 마치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리고 그들의 공세가 정점이 되었을 때 기사를 터트렸다.

<몬스터 병의 치료>. 그건 모든 기사들을 뒤덮고 오히려 그들을 삼켜버릴 수 있는 이슈였다.

제목: 야 연구소 핫바리 새끼들 봐라

글쓴이: 찌추장고개

너네 다 머리박아;; 진짜 미친거지 어딜 판다를 건드려;;

다들 자기 전에 회개기도 하고자라.

아. 마무리는 꼭 『판-다』로 하고

-ㅋㅋㅋㅋㅋㅋ회개기동ㅈㄹㅋㅋㅋㅋ

-아니 근데 솔직히 씹오졌다...몬스터병을 치료해 버리네...

-이건 진짜 노벨킹갓상 각이다;; 내가 직접 주민센터에 민원 넣었으니까. 아마 오늘중에 반영 될 꺼임.

ㄴ병...형신이야?

ㄴ글쓴이: ㅂㅅ낰ㅋㅋㅋㅋ주민센터에다 그런 걸 왜 쳐넣엌 ㅋㅋㅋ

ㄴ외쳐! 넣어!

수혁이 추가적으로 다른 손을 쓸 것도 없었다. 기사를 터트린 것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판다에 대한 비판과 의혹은 <몬스터병 치료기사>가 올라오는 동시에 일종의 죄가 되었다.

첫 대상은 기사를 쓴 기자들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근거의 부실함과 무책임한 발언을 토대로 그들은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버티다 못한 기자들이 하나둘 길드에서 들어온 압박을 토로하며 비난은 최상위권 길드들로 옮겨졌다.

길드의 힘만큼이나 이미지는 중요한 요소였다, 최상위권 길드들은 결국 비난이 거세지기 전에 하나둘씩 판다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과문의 내용이 조금은 웃음을 자아내는 모양이었다.

제목: 대국민 사과

글쓴이 :사과장인

저는....잘못된 정보의...영향으로....명예롭지 못한 일에 손을 대었습니다...다시는 판다에게 의문을 품지...않겠읍니다...그는 신...우리는 X신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석고대죄ㅋㅋㅋ

-않이;; 다 좋은데 뭔가 빠진 거 같지 않냐?

ㄴ글쓴이: 판...다...

ㄴ거럼ㄴㄴㄴㄴㄴㄴ필수 인증이자너 ㄴㄴㄴ

-『판-다』

-이게 리얼이라는 게 웃음포인트ㅋㅋㅋㅋㅋㅋ

바로, 다시는 판다에게 의문을 품지 않겠다는 것.

사실 길드가 사과할만한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기회를 엿보아서 언론플레이를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그것이 치명적인 타격을 줄만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판다의 정체에 대한 의혹에 박차를 가했을 뿐이기에 사과문을 작성하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례없던 <다시는 판다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겠다>는 웃긴 모양의 사과문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강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

승아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강서가 내미는 물건을 받아들었다.

"...."

승아가 위치한 곳은 태평양에 위치한 한 섬이었다. 몬스터병 발병인 보호구역이라 불리는 이곳은 보호구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나 사실상 격리구역이었다.

나라, 국적과 상관없이 몬스터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이 섬에 모여 있었다. 그건 지연제가 이곳에서 밖에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

강서는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시체화로 온몸이 녹초가 된 상진과 하린을 한국대학교 병원에 인계하고 승아와 함께 몬스터병 발병인 보호구역으로 이동했다.

승아는 하린과 상진처럼 몸을 쉬고 이동할 것을 강서에게 권했지만,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곧바로 이동하자고 이야기 했다.

도착하자마자 강서가 승아에게 건낸 물건은 율죽의 가루였다.

“그대로 먹어도 되고 액체에 타서 먹어도 됩니다. 물론 경단같이 뭉쳐서 먹어도 되고요. 먹고 나서 하루쯤 지나면 검은색 각혈을 하게 될 텐데 그게 물질이 배출되었다는 증거입니다.”

“...고마워. 진짜 절대...절대 잊지 않을게.”

승아는 강서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먼저 달려 들어갔다. 수많은 시도를 해보았다.

강서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완전히 치료된 것을 확인하기 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이번엔 정말로...’

승아는 심장이 두근거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13년. 자그마치 13년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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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상진의 모친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을 가득 덮고 있던 녹빛 반점들이 모두 사라졌다.

악취도 나지 않았다.

강서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 강서가 준 가루를 먹고 검은 각혈을 한 뒤 그녀의 몸에 있던 ‘몬스터병’의 증상들이 모두 사라졌다.

승아는 상진의 모친이 13년간 고통스러워했던 몬스터병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팽창하여 가슴께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위로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울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건 강서의 인기척이었다.

승아는 침을 한번 삼켜 올라올 것 같은 눈물을 밀어 넣었다.

의도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13년 전 사건 이후로 남 앞에서 약해보이지 않으려는 다짐이 습관으로 나타난 것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아...고마워..이걸 도대체 어떻게 갚아야 할...”

“수고했어요. 힘들었겠습니다.”

승아는 강서의 덤덤한 목소리에 왜인지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 <치료제>를 만드는데 실패했을 때에도 참아내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상진님에게 들었습니다. ‘지연제’를 만드신 게 승아님이라고요.”

"..."

‘몬스터병 발병인 보호단체.’. 승아가 지연제의 특허권을 넘긴 곳이었다.

13년 전 승아가 몬스터병 지연제를 발명해냈을 때, 그들은 승아를 찾아와, 특허권을 넘겨주면 몬스터병 환자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내겠다며 간곡히 요청했다.

천재였지만 16살의 나이로 아직 어렸던 승아는 그들의 당당함과 절실한 모습을 보고 특허권을 넘겨주었으나, 그들은 사실 이름뿐인 보호단체였다.

보호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상 몬스터병 환자들의 격리를 위해 움직이는 단체였던 것.

‘몬스터병 발병인 보호단체’는 국가들과 연합하여 태평양에 한 섬을 구비하여 그곳에서만 ‘몬스터병 지연제’를 보급했다.

지연제가 절실한 환자들은 그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곳은 <몬스터병 환자>들만 모여 사는 격리구역이 되었다.

“어렸으니까요. 16살이면 속을 수도 있죠.”

환자들을 격리시킨 게 결국 자신이라는 죄책감에 도저히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동시에 죄책감 때문에 죽을 수도 없어 심적인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에도 울지는 않았다.

“승아님 잘못이 아니에요.”

"....끅..."

무려 13년을 참아내었다.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다. 스스로 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강서의 덤덤한 목소리에는 왜인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승아는 입고 있는 흰색가운 앞섬을 오른손으로 틀어쥐었다.

고개를 숙인 승아의 어깨가 울먹임과 함께 들썩거렸고 손끝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승아는 13년 동안 한 번도 풀어낸 적 없는 응어리를 한 번에 쏟아내었다.

고맘습니다. 고맙습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하염없이 되뇌이는 승아를 보며 강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울 수 있을 때....’

그건 승아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담긴 그 풍부한 감정에도, 자신의 마음은 일말의 동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보다는- 이 섬에 계신 분들이 더 잘 알거에요. 승아님 탓이 아니라는 걸.”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에도 어떤 감정조차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캬오-

승아와 강서는 율죽을 이용한 몬스터병 치료제를 모두 만들고 한명도 빠짐없이 나눠준 뒤, 하린이 누워있는 병실로 왔다.

“와! 이제 저희가 키워도 되는 거에요?”

영물이 담긴 케이지를 보고 하린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승아에게 물었다.

“그래. 상부보고는 적당히 꾸며서 다 처리했고, 원래 조금 더 오래 걸릴 건데, 이번에 ‘몬스터병’ 건이 너무 커서 위에서도 바쁜 모양이야. 대충 묻어서 처리가 되더라고.”

“흠...”

대답하는 승아의 모습을 하린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어요...말투도 얌전해지고 흠...뭔가 있는 거 같은데.”

의외로 촉이 좋은 하린을 보며 피식 웃은 승아는 오른손에 들고 있는 케이지를 강서에게 내밀었다.

“자."

강서는 케이지를 받아들자마자 케이지를 열어 새끼사자를 닮은 그 영물을 꺼내었다.

영물은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듯 자연스럽게 강서의 어깨로 다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이 녀석 이름이 필요할 것 같은데, 뭐 내가 정하기도 애매해서...”

승아의 말에 강서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하린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라오!”

“....?"

“라오가 어때요? 계속 고민을 했는데 사자를 닮았으니까 라이언에서 라! 캬오-하고 우니까 뒷 글자를 따서 오!”

강서는 하린의 대답을 듣고 잠시 침묵하며 하린을 지긋이 쳐다 보았다.

“...왜요? 이상해요?”

되묻는 하린에게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좋은 것 같네요. 잘 어울려요 라오.”

강서가 하린의 말을 들고 침묵한 이유는 하린이 정한 이름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촉이 좋은 건지 영물의 원래이름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라오라 이름 지어진 영물도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끄덕이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캬오!

그렇게-

훗날 <차원의 신격>을 얻게 되는 고대종 라이오르의 새끼가 강서의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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