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43화 (43/191)
  • 43화. < ep9. 새로운 사건 (7)-여기부터 유료입니다. >

    ====================================

    [보스: 드루퍼가 출몰합니다.]

    알림음과 함께 어디선가 희뿌연 안개가 날아와 뭉치기 시작했다.

    ‘베게가 무겁다’님이 ‘20,000원’을 후원!

    [와...이걸 진짜 불러버리네...]

    ‘베게가 무겁다’님이 ‘20,000원’을 후원!

    [킹갓아재! 왜 아재만 시스템 데이터에 능력치 저하 안 떠요?]

    -분명 아까 악성마나 들어가면 다 저하된다고...아무것도 못한다고....

    -???:아 나만 빼고!

    -ㅌㅋㅋㅋㅋㅋㄹㅇㅋㅋㅋㅋㅋ

    -아까 먹는 거 안 나온다니까 갓직모른다 시전한 놈 누구ㅋㅋㅋㅋㅋㅋ

    -끝이끼를 먹을줄은...역시 아모른직다의 과학...

    중첩작용 마법진이 따로 없는 이상, 평범한 디버프는 중첩되어 발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서는 <시체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금제:8위의 약속>이 <시체화>보다 높은 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시 된 것.

    "..."

    강서는 그 현상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금제:8위의 약속>과 관련된 것은 시스템데이터에 나타나지 않았고, 지금당장 이해하지 못할 것을 굳이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런 <설명되지 않음>이 판다의 상징이 되어버려서 시청자들도 그러한 모습이 익숙해져 버린 것.

    어쩌면 시청자들은 강서가 이런 것을 설명하려할 때 더 어색해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점점 뭉쳐진 안개는 윗부분이 둥근 원기둥 모양을 형성했고, 흐릿하던 빛깔은 점점 짙어져 짙은 하늘 색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양이 완전히 또렷해졌을 때, 그곳에는 하늘색 새장이 있었다. 그건 드루퍼의 본체가 아니었다.

    ‘드루퍼의 새장’

    드루퍼가 수집한 영혼들을 모아두는 공간.

    그 새장이 완전히 형성되자 새장 뒤쪽으로 희뿌연 안개가 모이기 시작했다. ‘겁쟁이 영혼수집가 드루퍼’의 본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윽-”

    그것을 본 하린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경직된 근육과 만속화된 혈류에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상태.

    그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극한의 트라우마 경험으로 정신적인 데미지에 익숙한 하린이니 가능했던 일이지, 원래라면 대부분 시체화와 동시에 기절 했으리라.

    꼴사나운 모습만 보이고 싶지는 않았던 하린은 허리춤에 매어놓은 검을 검집 째로 풀어내어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것에 몸을 지탱시켰다.

    ‘후…'

    드루퍼를 쳐ㅛ다보며 하린은 완전히 잠겨버린 목소리로 강서에게 말했다.

    성대근육까지 경직되었는지 또박또박 발음하지는 못했지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명확했다.

    “아저씨.. 저거... 영체계열...”

    그건 영체계열 몬스터인 드루퍼를 잡을 방법이 있냐는 의미였다.

    영체계열몬스터는 말 그대로 육체는 존재하지 않고 영체의 형상만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를 의미했다. 그 말은 즉, 물리적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

    때문에 보통 영체를 타격할 수 있는 스킬이나 마법 혹은 고유능력이 필요했다.

    하린의 물음에 강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꼬꼬닭’님이 ‘20,000원’을 후원!

    [가로베기에 이은 두 번째 스킬인가...]

    -보여주나?

    -두근두근...

    -『판-다』가 두 번째 스킬을 시전한다라....

    -가로베기 수준이면...영체타격이려나.

    시청자들은 강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그가 보여주었던 <격이 다른> ‘가로베기’를 기억해내었다.

    아직까지 스킬과 마법없이 영체계열 몬스터에게 직접적인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그와같은 스킬이 존재할거라 기대한 것.

    하지만 강서는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금제로 인해 스킬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니까.

    물론 <금제:8위의 약속>은 강서가 스스로 건 금제였다.

    때문에, <가로베기>를 사용했던 때처럼 강서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선을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강서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게 계속 선을 넘다보면 금제가 약해져 하나둘씩 8중 금제가 풀리게 될 게 분명했는데,

    처음 금제를 걸 때, 한번 금제를 건 이상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쉽게 풀지 말자 다짐했기 때문.

    소소한 삶이라는 목표는 <누군가를 위한 비석>의 이름들을 본 뒤, 조금은 밀려났지만, 그렇다고 쉽게 풀지 않겠다는 다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스킬을 사용하진 않을 겁니다.”

    강서는 시청자들의 스킬을 사용할거라는 예측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돌렸다.

    아직 드루퍼는 몸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

    그 시간을 이용해 제단에서 내려와 천천히 상진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아공간페이퍼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앉아있는 상진의 목에 걸어주었다.

    "....?"

    목에 느껴지는 감촉에 상진은 눈을 뜨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강서를 올려다보았다.

    ‘두통이 세통’님이 ‘20,000원’을 후원!

    [....제령의 목걸이?]

    -설마...

    -왜 저게 뭔데?

    강서가 상진의 목에 걸어준 것은 <아티팩트: 제령의 목걸이>이었다.

    마탑의 카드로 율죽순을 살 때 동시에 구매한 것.

    제령의 목걸이는 영체를 부르는 목걸이로 조건이 충족될 시에 해당하는 영체를 소유자의 신체에 가두는 아티팩트였다.

    강서는 목걸이가 한번 빛을 내며 상진을 소유자로 인식함을 확인하고, 오른손으로 상진의 옷 뒤쪽을 잡아 그대로 올려들었다. <시체화>로 인해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의 상태. 그가 강서의 손길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어..어? 갑자기 이게 무슨...”

    강서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진을 그대로 허공에 들어 올린 채 제단까지 걸어갔다.

    제령환의 발동조건은 해당하는 영체와 직접 접촉하는 것.

    강서는 제단 앞에 서서 상진에게 말했다.

    “화이팅.”

    상진은 강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말에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이런 말투와 분위기라면...

    강서는 드루퍼가 있는 방향으로 상진을 툭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상진의 시스템 데이터에 하나의 문장이 나타났다.

    [<아티팩트:제령의 목걸이>이 <보스:드루퍼>를 불러들입니다.]

    "....."

    이게 도대체 뭐냐는 듯한 표정.

    이보다 더 황당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상진을 한 번 바라보고 강서가 입을 열었다.

    “.....영체계열 몬스터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을 할 수 없습니다. 타격을 받을 몸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 말은 조금 더 생각해보면-”

    강서가 아공간 페이퍼를 열며 ‘오툰의 몽둥이’를 꺼내들었다.

    “타격을 받을 몸만 생기면 물리적인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 말은 상진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두통이 세통’님이 ‘20,000원’을 후원!

    [ㅋㅋㅋㅋㅋㅋㅋ킹갓 판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ㅋㅋㅋㅋㅋㅋ]

    ‘의자왕 김책상’님이 ‘20,000원’을 후원!

    [???:예? 저보고 뭘 하라고요?]

    ‘커피크림땅콩’님이 ‘20,000원’을 후원!

    [???:맞는 거요. 몽둥이로 처 맞는 거.]

    -ㅌㅌㅌㅌㅌㅌ강제빙의 수준ㅌㅌㅌㅌ

    -오늘도 어김없이 퍽퍽박사ㅌㅌㅌㅌㅌㅌㅌ

    -아아...인성까지 갖춘 킹갓판다아재....당신은 대체....

    -고럼ㅌㅌㅌㅌ우리 판다아재가 맞을 수는 없짘ㅋㅋㅋ

    -???: 너! 여기, 빙의가 돼라!

    -맞기에 적합한 사람이자너!ㅋㅋㅋㅋㅋㅋㅋ

    상진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강서를 바라보았다. 강서가 던전에 들어오기 전 ‘할 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라는 한 가지 사실.

    상진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무언가를 희생해야하는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런 식은 아니었다.

    ‘파베’님이 ‘20,000원’을 후원!

    [설마, 두 번째 스킬이 x나패기 였을 줄이야…]

    이것보다 조금 더 비장하고 감동적인....

    “아니 그럼 지금 저를 직접 때리신다는....뭐든 상관없지만 이런 거면 좀 더 일찍 말....고륵.”

    제령의 목걸이가 붉은 빛으로 빛나며 상진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건 제령의 목걸이를 통해 불러들인 영체가 소유자보다 강할 때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몸을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위험신호.

    [보다 강대한 영혼이 소유자의 몸을 잠식합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강서가 기다리던 바였다. 상진의 정신이 완전히 off상태가 되면, 몸을 되찾기 전까지는 고통의 정신적 영향이 온전히 ‘드루퍼’에게 갈 테니까.

    심지어 상진의 몸은 때리기 편하게 <시체화>까지 되어있었다.

    강서는 ‘오툰의 몽둥이’를 어깨에 걸치며 덤덤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안 아프게 살살 때릴게요.”

    ***

    파앗!

    강서의 몽둥이 소리가 던전 전체에 울려퍼졌다.

    예의 그 청량감있는 소리들은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지만, 그와 동시에 울리는 비명소리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크억!

    상진의 오른쪽 허벅지를 가격하는 몽둥이질을 마지막으로 상진의 몸에서 하얀색 연기가 새어나왔다.

    동시에 꺼지는 제령의 목걸이에 서린 붉은 빛. 그건 곧 드루퍼의 소멸을 의미했다.

    [<보스:드루퍼>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커피크림땅콩’님이 ‘20,000원’을 후원!

    [오우...드디어 끝인가...]

    "..."

    강서는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는 상진을 붙잡고 바닥에 조심스레 눕혔다.

    강하게 가격하지도 않았고 뼈나 관절부 같은 곳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휴식을 하면 곧 일어날 수 있는 상태로 보였다.

    ....물론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때려놓고....사탄;;

    -그 정도 타격감이면 가면 속에서 웃고 있었을 듯.

    -ㅋㅋㅋㅋㅋㅋ싑호러;; ㅋㅋㅋㅋㅋ

    -드루퍼를 몽둥이로 패서 잡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ㄹㅇ....

    사실 제령의 목걸이가 있다고 누구나 이런 마구잡이식 빙의로 영체계열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영체계열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죽음에 이르는 수준의 정신적 데미지를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건, 물리적으로도 죽음에 이르는 수준이었으니까.

    상진의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드루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강서가 드루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몽둥이에 끔찍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와 저거 안 사라질 수도 있구나.

    -그러게 처음보네, 매번 터지면서 사라지니까.

    드루퍼는 사라졌지만, 드루퍼가 들고있던 ‘드루퍼의 새장’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원래라면 드루퍼의 힘의 원천이 되는 것으로, 드루퍼가 죽기직전 ‘영체폭발’로 사라져야했다.

    하지만 드루퍼가 나타나자마자 상진의 ‘제령의 목걸이’에 흡수되며 사용되지 못하고 처음부터 쭉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

    “오늘 이 던전에 온 이유가 바로 이 것입니다.”

    강서가 드루퍼의 공동묘지를 선택한 이유, 그 중에서도 제령의 목걸이를 이용하여 보스를 잡은 이유가 바로 이 새장 때문이었다.

    ‘드루퍼의 새장’은 드루퍼가 살아생전 수집한 영혼들을 가둬둔 새장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영혼들의 사념들만 모아놓은 것.

    강서는 새장을 들고 제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아직 시체화에서 벗어나지 못해 반죽음 상태인 하린과 상진을 보며, 말했다.

    “이것만 심고, 가요.”

    그러면서 아공간 페이퍼 속에 쟁여두었던 수백 개의 율죽순을 꺼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