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39화 (39/191)
  • 39화. < ep9. 새로운 사건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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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는 트프리치tv의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판다, 즉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쭉 읽어보고 있었던 것. 지금 트프리치tv의 게시판에는 온통 판다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 차있었다.

    강서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시청자입장이라면 정말 궁금해 했을 것 같은 질문들이었다. 사람들은 유흔결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강서가 ‘히든 던전’이라고 둘러대기는 했지만....

    빙의 형태의 던전은 강서말고 아무도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

    그것에 대해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제1부터 제3까지 망록시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강서는 유흔결계를 통해 몬스터가 존재하는 제1망록시기를 버젓이 보여준 것.

    당연히 <판다>의 정체와 그 시대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강서는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라면 밝히든 아니든 별로 상관은 없었다. 그것을 알든, 모르든 크게 뭐가 바뀌는 것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저는 4천개의 세계를 약 100만번 정도(저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아마 이거보다 많을 것 같습니다)회귀를 하며 겪은 회귀자입니다.(시스템의 수행과제를 깨지 못하면 똑같은 인생을 계속 다시 살았습니다)

    그 중 지구에서는 221번을 환생헀고 이번이 222번째입니다.(지구에서 제일 많이 환생했어요) 우연의 일치인지 비석에 적혀있는 이름들이 다 제가 환생했던 이름들 인 것 같더.......’

    트프리치tv 게시판에 글쓰기를 누르고 자기소개를 간략히 적어보던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백스페이스바를 꾹 눌렀다.

    “...”

    아무도 믿을 리가 없었다. 아마 사람들은 강서의 자기소개를 믿을 바에는 아우헤타이로가 사실 여성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농담 쪽을 더 신뢰할 게 분명했다.

    강서는 게시판을 닫고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 자신이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밝히려 하지 않아도 방송을 통해 소통하다보면-

    “언젠가는...”

    강서는 나지막히 읊조렸다. 조금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이미 사람들은 강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하린방송입니다!”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기에 그대로 영물을 데리고 나오기에는 승아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던전에 들어온 것은 강서와 하린 둘 뿐.

    그 부분이 아쉽기는 했지만 승아가 책임지고 그럴듯한 보고를 꾸민 뒤, 넘겨주겠다 했기 때문에 하린은 톤 높은 목소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누구세요?

    -???: 여기 박하린씨 방송 아닌가요?

    -???: 아닌데요.

    -ㅋㅋㅋㅋㅋㅋ유-쾌ㅋㅋㅋㅋ

    역시나 항상 같은 패턴. 하린은 오늘도 불청객 컨셉으로 방송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하린은 변주를 주었다. 평소대로 반박하는 리액션을 하는 대신에 스마트워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하린의 얼굴에 모자이크가 씌워졌다.

    “여러분 자꾸 그러면 본격적으로 병풍이 될 거에요.”

    ‘니이모를찾아서’님이 ‘10,000원’을 후원!

    [ㅋㅋㅋㅋㅋ본격적 병풍질ㅋㅋㅋ]

    ‘닮은살걀’님이 ‘20,000원’을 후원!

    [???: 버스를 타려면 제대로 타야지! ]

    -ㅋㅋㅋㅋㅋㅋㅋ지 방송에 모자이크는ㅋㅋ

    -ㅋㅋㅋㅋㅋㅋㅋ화면이 쾌-적ㅋㅋㅋ

    -속보) 병풍상권 최근 불황이 연속돼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하린은 다시 모자이크를 풀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화면 한 구석에서 강서가 판다가면을 쓴 채 나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소문의 ‘그’ 등장!

    -판다아재! 정체가 뭡니까!

    화면에 들어가자마자 강서는 사람들에게 질문세례를 받았다.. 그만큼 ‘아우헤타이로 건’이 컸었던 것.

    사실 그 이전에도 판다의 정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었다.

    안 그래도 1티어 헌터가 분명하다, 티어가 없었던 은둔고수다 하며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이번 던전을 거치며 ‘판다의 정체’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강서는 그 질문들에 담담히 입을 열었다.

    “...아마 말해도 믿기 어려울 거에요. 저에 대해서는 하나씩 천천히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벼랑위의 당뇨’님이 ‘10,000원’을 후원!

    [무조건 믿죠. 선택의 자유니 물론 안 믿는 것도 자유지만, 왜 안 믿어요 판다아재 말인데 안 믿는 놈 나오면 내가 다 뚝배기 깨버린다ㄹㅇ]

    -믿어 그!

    -뚝배기 급발진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믿음으로 발동된 급발진ㅋㅋㅋㅋ

    -누가 의심하냐 우리 킹갓 The 참트루 판다좌를...

    “흠....”

    잠시 고민하던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였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회귀같은 건 말로 설명한다고 믿을만한 내용이 못되었다. 특히 강서의 경우는 더욱...

    “천천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확실한 건-”

    강서가 말끝을 늘이자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사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강서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말해줄 거라 생각하고 우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긴다고 말해줄 것이었으면 아마 판다가면을 얼굴을 가리지도, 정체에 대해 지금까지 숨기지도 않았을 테니까.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강서의 입이 열렸다.

    “사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다 아는 사람입니다.”

    -?

    -이거 역시 1티어 헌터라는 말인가.

    -와 이걸 떡밥만 뿌리네;; 감질맛 무엇...

    사실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비석>에 적혀있는 이름들은 누구나 알고 있었으니까.

    그 정도. 강서가 보기에 지금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딱 그 정도였다.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말하더라도 진실의 서로 입증하라는 말이 나올 것이 눈에 선히 보였다.

    강서는 그렇게 까지 억지로 밝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회귀와 관련된 부분은 진실의 서에 제약이 존재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저 천천히.

    “나중에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소통하면서 알아가면 될 것이었다.

    * * *

    테이밍 스킬. 그건 테이머 클래스를 가진 자들의 고유의 능력이었다.

    낮은 티어 에서는 몬스터를 유혹하는 것부터 높은 티어가 되면 몬스터를 길들여서 타고 다니는 것까지 가능한 굉장히 유용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길드의 지원이 없다면 고티어까지 성장하기 어려운 클래스였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른 클래스로 3티어까지 끌어올린 헌터가 신전의 인장을 받아 성흔을 선택할 때, <축생의 신>의 성흔을 선택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킹갓 판다앞에서 그런 것들은 모두 의미없는 이야기였다.

    ‘공부가 싫은 아이’님이 ‘20,000원’을 후원!

    [???: 엄마 테이밍이 뭐야?]

    ‘공부가 좋은 엄마’님이 ‘10,000원’을 후원!

    [???: 응, 쓸모없는 거야. 그런 거 궁금해 할 시간 있으면 가서 공부해]

    -ㅋㅋㅋㅋㅋ아니 저 아재는 늘 상상을 뛰어넘음

    -아니 말이 되냐;; 또또 저 봐 시스템데이터 조용한 거

    -테이밍 스킬 그 자체-

    -시스템데이터가 테이밍 스킬을 숨김;;

    -능-숙

    꾸약!

    강서와 하린이 들어온 던전은 D급 필드형 던전인 ‘읏시아의 절벽’이었다. 이름과는 다르게 평야로 이루어져 있는 ‘읏시아의 절벽’에는 여러 종류의 몬스터가 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몬스터는 타조와 닮은 모습의 금조계열 몬스터‘앰버드’

    그 위에-

    강서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하린은 어이가 없었다.

    테이밍 클래스를 가진 자들도 몬스터를 타고 다니는 수준이 되려면 엄청난 숙련도를 가져야 하며 수많은 시간을 그 몬스터와 교감을 하는데 사용해야했다.

    그런데 강서는 지금 처음 들어온 던전에서 ‘아. 저기 있네요.’하고 다가가 손을 조금 움직이더니 처음 보는 몬스터 위에 올라 타버렸다.

    “아니 아저씨...제가 진짜 실례될까봐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뭐하던 사람이에요...?”

    “몬스터도 좀 길들여봤던 경험이 있어서...”

    -ㅋㅋㅋㅋㅋㅋ“아, 저기 있네요” 하고 올라탈 때 하린 표정봤냨ㅋㅋㅋㅋ

    -???: 판-.....뭐야 저게.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 눈을 의심

    강서가 한 것은 정말 별거 없었다.

    앰버드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살며시 접근해서 꼬리 뼈 위쪽을 주먹으로 두 번 툭툭 친 것이 강서가 한 전부였다.

    “이게 1분정도 지속되는 최면 상태인데, 지금 앰버드는 자기 등에 누가 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그냥두면 다시 날 뛰게 되고요. 이렇게-”

    강서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앰버드의 얼굴을 잡아 자신과 마주 보도록 돌렸다.

    그리고는 입에다가 정체모를 초록색 경단을 하나 넣었다.

    꾸약!!!

    입에 들어온 초록색 경단을 반사적으로 오물거린 앰버드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지르며 혀를 입밖으로 흘렸다. 마치 너무 맛있어서 정신을 놓은 듯한 표정.

    그리고 그 표정과 함께-

    강서의 시스템 창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문장이 나타났다.

    [앰버드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호감도.

    그건 소환사클래스나 테이머클래스를 선택했을 때 스킬을 통해서만 올릴 수 있는 스테이터스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데이터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아 스킬이 아닌 것은 확실한 데, 뭔가를 먹이는 행동 하나 만으로 호감도가 상승을, 그것도 ‘대폭’상승을 해버렸기 때문.

    ‘내가 뭘 잘못 했는지’님이 ‘20,000원’을 후원!

    [판다아재 그게 도대체 뭐에요??]

    -ㅇㅇㅇㅇㅇ뭐 판다지아같은 걸 또 들고 왔냐

    -마탑에서 그걸로 돈 엄청 벌었다던데 또;;

    “아, 판다지아가 잘 팔리고 있나 봐요?”

    경단에 대해 대답하려던 강서는 댓글 중 ‘판다지아가 잘 팔린다’라는 말에 시청자에게 되물었다.

    -? 몰라요 아재? 지금 시장에 전례없던 판매량이라던데

    “그런가요.”

    의미심장한 톤으로 대답을 한 강서는 하려던 데로 경단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막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건 아닙니다.”

    -그렇겠죠. 뭐 드래곤 하트랑 그리폰의 깃털 조금 그리고 뭐 신의 눈물 이정도?

    -ㅋㅋㅋㅋㅋ별ㅋㅋㅋ

    -판다식 별거 없음;;

    시청자들의 과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강서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들은 정말로 평범한 것들이었다.

    “풀종류는 지니문과 몬스터밥, 그리고 아르망의 뒷다리살을 조금 섞으면 됩니다.”

    -??왠일로 평범

    -진짜로 지금 당장도 구할 수 있는 것들이네

    그 말 그대로 당장 ‘읏시아의 절벽’에서도 그것들을 모두 구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정도로 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강서의 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만- 가장 앰버드가 좋아하는 비율로, 가장 좋아하는 온도에서 적절히 숙성시키고, 가장 좋아하는 만큼 익혀서주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효과가 극히 떨어집니다”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드루이드 대족장 멜우드> 시절을 떠올렸다. 그 역시 비석에 있는 이름 중 하나.

    ‘드루이드의 피를 잇지 않은 사람이 드루이드 대족장이 되는 것.’

    드루이드 종족 고유능력은커녕 테이밍 스킬 하나없이 드루이드의 대족장이 되라는 그 말도 안 되는 수행과제를 클리어하기 위해, 강서가 택한 방식이 바로 최면과 먹이였다.

    각 몬스터에 맞는 최면을 거는 방법과, 각 몬스터가 마약정도의 행복감과 중독성을 느낄만한 먹이를 발견하는 것. 그게 강서의 돌파구였던 것이다.

    지구에서 드루이드의 세력이 가장 강대했던 때. 강서는 그 시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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