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 ep8.아우헤타이로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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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다가 내려앉은 왕국은 가히 지옥이라 할 만한 광경이었다.
뜨거운 공기가 허공을 모두 메우고 있었고, 가루다의 날갯짓에는 불꽃이 서려있었다. 숨 쉴 때 마다 폐에 화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은 온도.
물론 그건 왕국 최고의 마법사들이 소모형 아티팩트들을 사용해가며 수많은 냉각 마법을 펼친 뒤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루다는 <격의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부우우우!
와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나팔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어쩌면 그건 옆에서 죽어나가는 동료의 죽음을 가리기 위한 열심이리라.
나팔수는 더 열심히 나팔을 불었다.
가루다가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수백의 사람이 녹아내렸다.
국왕또한,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선두에서 용맹하게 달려들다 가장먼저 녹아내렸다. 그의 상징인 버스터소드 조차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비명과, 나팔소리와, 사람이 녹아 끓는 소리와, 지상을 태우는 불꽃 터지는 소리.
그 지옥같은 전장에서 가장 이질적인 소리가 하나 있다면.
바로, 강서의 망치질 소리였다.
촤앙!
전장 한 곳에서 강서는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두드릴 때 마다 예의 맑은 소리가 전장 가득 울려 퍼졌다.
촤앙!
투박하기 그지없는 헤타이로. 그것을 두들기는 강서의 모습은 확실히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제1망록시기 절반을 제패하던 신조가 그것에 무너질 줄은.
『미물주제에 쓸 데 없는 짓을.』
가루다의 중후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그건 정확히 강서를 두고 한 말이었다.
주변을 쓸어버린 가루다는 천천히 강서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강서의 망치질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지. 그것에 위협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가루다가 다가오는 동안에도 강서의 망치질은 멈추지 않았다.
점점 커지는 망치소리는 주변을 격동시켰고, 그 소리의 크기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강서에게 모였다.
그 때를 기점으로-
아우헤타이로의 마지막 회차가.
강서의 머릿속에서만 기억되었던 그 장면이.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강서의 손에서 재현되었다.
꽝!
격렬하게 바뀐 망치소리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수많은 걸작들을 거치며 축적된 노련함이 담겨있었다.
격을 이기지 못한 울분이 담겨있었고,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과 회차를 반복하며 수백 년 동안 쏟아온 정성이 담겨있었다.
꽝!
전장의 비명소리에 서린 처절함이 어깨를 짓눌렀고,
‘걸작을 지으리라’한 스스로의 다짐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그 창작의 고통 끝에 휘두른 마지막 망치질에는-
아우헤타이로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꽝-!
가루다는 마지막 망치소리에서 묘한 기운을 느꼈다. 어디선가 느껴본 적 있는, 굉장히 드문 기운.
『이건...』
<헤타이로>는 쩌적-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그 속에서 흰색과 금색으로 장식되어 유려함을 뽐내는 <신격을 얻은 헤타이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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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아우헤타이로의 혼>이 <신격:재창조>를 획득합니다.]
[<대장장이: 아우헤타이로의 혼>이 <헤타이로>에 전이됩니다.]
[<아티팩트: 헤타이로>가 <신격:재창조>를 획득합니다.]
그렇게, 아우헤타이로의 혼 그자체가 녹아든 진정한 걸작 <헤타이로>가 완성되었다.
『있을 수 없다....』
가루다가 중얼거렸다. 온몸이 불로 뒤덮인 가루다의 얼굴은 원래부터 이글거렸으나, ‘헤타이로’가 신격을 얻음과 동시에 더욱더 타오르기 시작헀다.
그건 분노였다. 신격을 가진 존재로서의 긍지가 같은 세상의 또 다른 신격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헤타이로>는 태양이라는 신격을 잡아내기 위해 아우헤타이로가 혼을 바쳐 만들어낸 역작.
그 안에는 가루다를 처치하기 위한 아우헤타이로의 의지와, 설계가 담겨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죠.”
격이 달랐다면 모르겠지만, 같은 격을 갖게 된 이상-
불쏘시개가 아궁이를 이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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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율의 에너지가 감지됩니다]
[<특전: 태양사냥>이 발동됩니다. ]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시겠습니까? Y/N]
강서의 시스템 데이터에 세 개의 문장이 나타났다.
* * *
격정적인 전장 속에서‘헤타이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수많은 채팅이 쏟아졌다.
꽝-! 하고 울리는 망치질 소리에는 무언가 사람의 속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하린도 마찬가지였다.
망치질이 울릴 때마다 동요되었다.
강서의 ‘가로베기’가 단 한번의 휘두름으로 사람들을 소름돋게 했다면, 망치질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망치질 한 번 한 번에 무언가를 담아 사람들을 전율케 했다.
-야 이거 뭔가...
‘뭔가가 이상하다.’
그건 강서의 방송을 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맑은 소리에서 격정적인 소리로 바뀌며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고 한번을 더 울릴 때 마다 점점. 사람들을 현장으로 끌어들였다.
강서의 망치질이 극에 달해, <헤타이로>가 완성 될 때 하린은 거의 자기가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1망록시기의 풍경과, 그 전장의 참혹함, 아우헤타이로의 마음.
그것들이 온전히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마치 영화와 같이 강서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면,
그때부터는 전장의 비명에서 참혹함을 느꼈고, 강서의 망치질에 기대감을 느꼈다. 강서의 방송은 방송으로서의 의미를 뛰어 넘었다.
제1망록시기에 있었던 잊혀진 역사가 사람들에게 조금씩 녹아들어간 것.
아우헤타이로는 더 이상 이름뿐인 영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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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쉬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린이 던전에서 나오자 마자 움직일 채비를 하는 강서에게 물었지만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 일이 있었다.
강서가 던전에 들어간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아우헤타이로라는 영웅이 한 일을, 그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균열사후 분석기지에서 보았던 ‘블랙독’이었다. 그 블랙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영웅 중 아우헤타이로를 고른 것이었다.
그리고 던전을 돌파하며 강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강서는 그 마수의 기운에 휩싸인 존재를 알고 있었다. 마수의 기운이 완전히 덮고 있어서 긴가민가했지만 그 뿔과 그 기운은 분명 강서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강서는 폭이 30cm정도 되는 헤타이로를 양손에 들고 바라보았다. 헤타이로 안에는 오묘한 주황빛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 주황빛 기운은 가루다로부터 추출한 에너지였다. 사실 본래의 가루다의 격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적고, 또 농도도 옅었지만 추출하는 과정에서 가루다의 에너지가 공중에 소모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격을 두 개나 감당할만한 아티팩트를 강서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띵동!
하린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승아가 찾아온 것이었다. 균열 사후 연구기지로 가기 위해 미리 연락을 남겨놓았다.
“빨라서 좋네. 던전 나오자마자.”
승아는 강서를 보며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좀 더 쉬라고 마음에도 없는 인사치례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승아의 타입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승아였으니까.
승아도 강서가 방송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강서는 그 안에서 답을 가지고 나왔을 것이라고.
어차피 강서의 신경 밖의 일이었지만 강서가 한 방송으로, 세상이 격동하고 있었다. 승아가 기억하기로 균열 이전 이후로도 세계가 이정도의 과도기를 겪은 적이 없었다.
다 떠나서 승아도 강서의 방송을 보며 새로 시작한 연구가 몇 개 있었다.
항상 무언가를 보여줬던 강서라면. 그녀가 손 한 번 대어보지 못하고 고대하던 ‘블랙 독’연구도 어쩌면 시작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아니, 시작 할 수 있을 것이 확실했다.
승아의 B-931에 탄 강서와 하린은 균열사후 연구기지로 향했다. 언제나 그랬든 엄청난 속도로 도착한 그들은 지체없이 바로 연구기지 최하층으로 향했다.
“어떻게 하면 되지? 준비할 게 있나?”
승아는 붉은색 머리를 뒤로 모아 올려 묶으며 강서에게 물었다.
“아뇨. 따로 준비할 건 없습니다. 제가 다 챙겨왔습니다.”
강서는 케이지 안에 있는 블랙독을 한 번 바라보고는 챙겨온 <헤타이로>를 꺼냈다.
“그건...”
“헤타이로라고..용광로입니다.”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그거 그 괴물새 잡을 때 쓰던 거 아니야? 혹시 저거 죽이려고...”
강서는 헤타이로의 에너지 추출로 가루다를 해치웠지만, 그건 헤타이로가 가루다를 잡기위해 만들어진 아티팩트였기 때문에, 가루다에 한정된 특수한 경우였다.
본래 헤타이로는 공격용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그 가진 신격의 이름처럼-
헤타이로는 재창조를 위한 아티팩트였다.
“아니요. 죽이려는 게 아닙니다. 마수의 기운을 해결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사실 마수의 기운은 암탈오염과 같은 몬스터 오염과는 궤를 달리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강서가 보기에는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
몬스터오염은 노력을 기울이면 해결할 방법이 있었지만 마수의 기운은 평범한 수준에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때문에 <헤타이로>가 필요했다. 헤타이로는 대상의 격을 한 단계 높여 재창조해주는 아티팩트였으니까.
“그건...”
하린이 놀란 눈으로 강서을 쳐다보았다. 강서가 <아그다드>던전에서 얻은 <항마석>을 꺼내들었기 때문.
강서는 항마석을 그대로 <헤타이로>에 집어넣고, 헤타이로를 활성화시켰다.
[<아티팩트:헤타이로>가 활성화 됩니다.]
[대상: 항마석]
[해당하는 대상의 격을 초월시키시겠습니까? Y/N]
강서는 망설임 없이 항마석을 녹여버렸다.
헤타이로의 주황빛 기운이 격렬하게 휘돌아가며 심상치 않은 느낌을 흩뿌렸다. 한참을 돌아가던 헤타이로가 그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 그곳에는 더 이상 항마석이 없었다.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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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마석>이 격을 초월합니다.]
[<항마석> → <파마의 성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