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35화 (35/191)

35화. < ep8.아우헤타이로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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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앙!

강서는 시청자들에게 <헤타이로>의 마지막 단조(鍛造)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미 조성되어있는 형태에 망치질을 더해 그 모양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

동시에, 미리 준비해온 11가지 재료들을 한데 모아 고열에 녹이고 붉은 빛 부글부글 끓는 액체를 헤타이로의 중심에 부었다.

“헤타이로는 용광로입니다.”

“...네? 용광로요?”

강서는 그렇게 설명했다. 헤타이로는 용광로라고.

‘김가네 김’님이 ‘5,000원’을 후원!

[??아니 아재요 마수를 용광로로 어떻게 잡아요?]

-5조5억 번 때리나보지. 단단하기는 할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자꾸 뭐든 들고 처 패려고 좀 하지맠ㅋㅋㅋ

-???: 패면 됩니다.(방긋)

-노오력의 끔찍한 변종....

시청자들이 그 용도에 대해 물었지만 그 질문에 대해서는 강서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설명하기도 애매했고 백문이 불어일견이라고, 직접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시청자의 도네이션을 보며 하린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신조. 그 명칭은 강서의 입에서 처음 들은 것이었다.

“판저씨! 그 가루다도 마수에 들어가는 건가요?”

사실 사람들은 마수에 대해 생각보다 잘 알고 있지 못했다. 마수라는 존재와 그들의 생김새는 균열을 겪으며 뼈저리게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어디서 온 존재인지. 어떤 특징을 가진 것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던 것.

-ㅇㅇㅇ근데 가루다라는 이름을 가진 마수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신조라...좀 애매하긴 하다.

“음...마수와는 꽤 많이 다른 존재입니다. 아마 직접 보면 느낄 수 있을 텐데...”

촤앙!

강서는 여전히 헤타이로에 망치질을 하며 신조와 마수에 대해 설명했다.

“마수도 강력하기는 하지만 가루다는 말 그대로 <신격>을 가진 격이 다른 존재입니다. 신격 내에서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마수와 비교할만한 대상은 아닌 것 같네요.”

“마수보다 강하다니...저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아요.”

마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력하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신조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려워했다. 그들이 경험한 존재 중 마수보다 강력한 존재는 없었으니까.

하프라인에 벽을 세우며 신전을 통해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건 힘을 빌린 것이지 그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서 도움을 준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마수보다 강력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와 닿게 느낄 수 없었다.

‘망아지’님이 ‘10,000원’을 후원!

[확실한건 망치질이 몽둥이보다 소리가 좋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불법좌회전 무엇...깜빡이 좀 넣어야 되자너;;

-ㅋㅋㅋㅋ고건 인정

-에이 그래도 몽둥이질이 더 개쩔지 않았냐;;

-22222

강서가 헤타이로를 불에 달구고 두드리는 소리는 특별했다. 일반 적인 철제를 두드렸다면 ‘까앙!’소리가 났을 테지만 강서가 헤타이로를 두드릴 때는 조금 더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났다.

몽둥이질과는 또 다른 청각적 쾌감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것.

벌써 <헤타이로>의 제작 시간이 끝나갈 때가 다 되었지만 같은 장면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불평불만 하지 않았다.

-♨100%ASMR※몽둥/이질★망치/질★.mp3※동시구매시%^반값

-ㄹㅇ청량감이....

강서의 망치질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촤앙-하며 맑게 울려 퍼지는 소리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줄어들었다.

헤타이로의 완성을 목전에 두었다는 의미. 강서는 이제 말없이 오직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짧디 짧은 인생.

그 전부도 아니고 그중 일부.

단 25년을 투자해 <신격>에 도달한다는 것은 사실 기적이었다. 아우헤타이로의 복수심과, 열정과, 실력과, 수없는 반복. 이 중 하나만 없었더라도 그것을 이루어 내는 것은 불가능 했으리라.

촤아앙!

크게 한번 소리가 울리더니 강서의 시스템 데이터에 몇 가지 문장이 나타났다.

[신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완성됩니다.]

[아티팩트: 헤타이로]

[헤타이로: 전례 없던 실력을 가진 전설적인 대장장이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용광로입니다. <격의 차이>가 없다면, 이 용광로는 무엇이든 녹여낼 수 있습니다. ]

“후...이제 밑 작업이 끝났네요.”

“....네?”

하린이 화면 밖에서 반문했다. 밑 작업이 끝났다니. 강서가 헤타이로를 두드린 시간만 무려 6시간이었다. 심지어 강서는 자신이 들어오게 된 시점이 25년을 두드린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지금 25년 동안 아우헤타이로가 한 일이 밑 작업이라는 말씀이세요???”

그게 다 밑 작업이라니.

“네. 여기까지가 노력의 한계거든요.”

‘라이프이스굿’님이 ‘10,000원’을 후원!

[와. 킹다아재 입에서 노력의 한계라는 말이 나오다니.]

사람들은 경악했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과 태도를 유지해온 강서의 입에서 처음으로 ‘노력의 한계’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

-???: 많이 연습해도 안됩니다.

-???: 여러분 노력해도 안되는 건 안돼요. ㄹㅇ임

-이렇게 노오력을 배신하다니...

-결국 그도...

하지만 그는 노력으로 안 된다는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노력’의 한계죠. 이제부터는 격이 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서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강서의 대장간의 문이 열렸다.

벌컥-!

“아우헤타이로님! 가루다가 나타났습니다!”

* * *

강서는 왕국에서 가장높은 언덕에 위치한 대장간에서 나와 먼 곳을 바라보았다.

강서가 <헤타이로>를 완성한 시간은 새벽4시였다. 본래라면 칠흑 같은 어둠이 하늘을 뒤덮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태양은 아직 산 아래서 잠을 자고 테니.

하지만-

“태양이 떴네요.”

강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 태양이 뜬 것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태양의 격을 가진 존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신격:태양>을 부여받은 존재.

신조(神鳥) ‘가루다’가 아득히 멀리서 정확히 강서가 있는 방향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세상이 백주대낮처럼 환했다.

아득하게 먼 거리에서도 가루다는 존재감을 뽐내었다. 열기에 내성을 지닌 하프 드워프 아우헤타이로의 몸으로도 그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루다를 바라보며 강서는 단지 온도가 아니라 내면의 무언가가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동기화율이 상승합니다.]

[1.1% → 1.2%]

그건 빙의되며 강서의 정신에 비집고 들어온 아우헤타이로의 정신이었다. 아니, 회귀가 끝나고 강서 내면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가루다를 보고 되살아난 아우헤타이로의 복수심이고, 열정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리라.

강서는 아주 미량이지만 아우헤타이로 시절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강서가 아우헤타이로의 생을 살았던 것은 ‘윤회의 저주’에 걸린 아주 초창기.

감정의 마모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이었다.

“드디어 오늘이야. 자네 말대로군. 아우헤타이로.”

“...국왕인가요.”

“어디 여린 아녀자나 쓸법한 괴상한 말투라니. 긴장이라도 한 건가?”

가루다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급히 언덕을 올라온 한 사내가 말을 걸었다. 반쯤이 희게 새어 회색빛이 도는 머리와 수염을 멋들어지게 다듬은 그는 아우헤타이로가 살고 있었던 다펜왕국의 국왕이었다.

‘신조 가루다가 둥지를 뜨는 날, 하나의 국가가 멸망한다.’

그건 일종의 진리였다. 가루다의 공격을 받은 국가 중 살아남은 국가는 없었다. 모든 백성이 죽었고, 땅은 녹아내렸으며,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가루다는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다펜왕국의 국왕 바르톨트 3세는 아우헤타이로처럼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진리에서 벗어난 단 한 국가가 바로 다펜왕국 이었기 때문.

“다펜왕국은 가루다의 공격으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국가였습니다.”

강서는 이 장면을 보고있는 시청자들을 생각하며 말을 한 것 이었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바르톨트 3세는 혼잣말을 하는 강서를 괴상하게 쳐다보았다.

“또 밤새 두들겨댔다더니 이젠 미쳐버린 건가? 미치더라도 저 괴물 놈 잡을 무기는 만들고 미치게나. 아우헤타이로.”

쿠욱-

국왕은 그렇게 말하고 어깨에 걸쳐 놓았던 거대한 버스터 소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박힌 버스터 소드는 그 일부가 땅에 박혔음에도 국왕의 몸보다 거대했다.

강서는 강서도 아니고, 아우헤타이로도 아닌 애매한 말투로 국왕에게 물었다.

“백성들은?”

“다 준비 되었다네. 양각 나팔을 불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수 있지.”

신조(神鳥)에게 습격을 당한 국가들은 다펜왕국을 제외하고 모두 가루다에게 공격 받는 즉시 한 명 남김없이 소멸당했다.

아직 가루다의 공격을 받지 않은 국가들은 가루다가 자신의 국가를 피해가기만을 기도했다.

때문에 다펜왕국뿐이었다.

가루다앞에서 복수라는 사치를 부릴 수 있는 나라는.

강서는 멀리서 날아오고 있는 가루다를 조금 더 응시하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대장간의 문을 열고 무기고를 개방했다. 그러면서 국왕에게 눈짓을 했다.

“무기고에서 무기를 꺼내라.”

강서의 눈짓을 이해한 국왕은 어느새 말을 타고 따라온 수행기사를 향해 말했다.

무기는 정말 한 수레였다. 그 쌓여가는 무기를 보며 국왕 바르톨트3세는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무기들이 신조(神鳥)라는 이름 아래서 아무의미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헛짓거리 같네만.”

강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그 말이 맞았다. 같은 신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무기야 어떻듯 아무 소용없었다.

끄덕이는 아우헤타이로의 모습을 보며 국왕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삼키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이 짓도 헛짓거리지만-.

강서는 피부에서 땀이 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태양이 더 가까워진 것이다.

강서는 떠오르는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확실히 헛짓거리고, 미친 짓이었다. 그 당시에 ‘신조’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이기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 했다. 말 그대로 격이 다른 존재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도망가지 않은 것은 모두가 하나에 미쳤기 때문이었다.

복수. 그게 다펜왕국의 동력이었다.

국왕은 복수심에 전쟁을 준비했다.

기사는 복수심에 검을 뽑았다.

마법사는 복수심에 마법진을 그렸고,

백성들은 복수심에 갑옷을 입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가진 복수심에 충실했다. 오직 그것뿐이었다. 다른 고귀한 뜻도 없었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긍지도 없었다.

철저한 이기심. 나의 복수를 위한 전쟁.

그 마음들의 교집합이 바로 가루다를 보고 도망치지 않는 미친 짓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자기가 결정한 일이니 자기가 책임을 진다. 탓할 것도 없었고, 탓할 곳도 없었다.

가루다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대장장이는 과거를 떠올렸다.

대장장이는 복수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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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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